〈 130화 〉 131. 백화봉에 도착하다-1
"선우야아 , 우리 언제 도착해?"
요랑은 선우에게 매달리며 조르듯 물었다.
"그만 징징대"
콩
"으얏!"
선우는 그런 요랑을 살짝 쥐어박고는 그대로 떨어트렸다.
뒤적뒤적
그리고는 봇짐을 뒤져 포장된 당과 하나를 꺼내들었다.
요랑이 힘들다고 조르는 것은 당과나 월병을 물려달라는 신호였다.
그녀가 떼를 쓸때마다 하나씩 물려줬더니 이제는 버릇처럼 뗴를 쓰기 시작했다.
"입닥치고 있어. 알았지?"
끄덕 끄덕
당과에 시선을 빼앗긴 요랑은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텁
할짝 할짝
이내 선우에게 당과를 받아든 요랑은 행복한 얼굴로 연신 당과를 핥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피식 웃음을 삼켰다.
당과를 먹는게 저리도 행복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후우"
선우는 그녀에게 당과를 물려준 뒤 앞을 바라봤다.
익숙한 전경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과거 온 산을 누비며 사냥을 다녔기에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백화봉 끝자락에 당도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두근 두근 두근
선우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긴 여정이었다.
처음 이곳을 떠날 때만해도 막막하였다.
고작 초절정의 실력에 불과한 주제에 어찌 독정을 훔칠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결국 그는 해냈고 이렇게 다시 백화봉 영역에 닿을 수 있었다.
이제 머지않아 그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해마지 않는 옥령을 말이다.
"야, 요랑아 속도좀 높이자."
선우는 고개를 돌려 요랑에게 말하였다.
할짝 할짝
당과를 핥고 있던 요랑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가지면 길을 잃을 우려가 있어 속도를 제한 하던 그가 아니던가
그런데 갑자기 속도를 높이자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조금만 더 올라가면 목적지에 도착해. 조금만 참고 더가자."
끄덕 끄덕
선우의 말에 요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상기된 얼굴이 거절을 원치않은 듯 보였기 때문이다.
말을 마친 선우의 걸음은 점점 빨라지더니 이내 뜀박질로 변하여 달려가기 시작했다.
요랑 또한 선우의 속도에 맞춰 발걸음을 더욱 빨리하더니 이내 뛰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액
둘이 지나간 곳에는 바람 뚫는 소리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
타탁 타탁 타탁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선우와 요랑은 머지않아 백화봉 최정상 있는 호수에 다다를 수 있었다.
쉬지도 않고 달려온 결과였다.
아마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더욱 무리를 한 것이리라
"허억.....허억.....허억."
땀범벅인 된 선우는 몸을 숙이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호흡은 딸렸고 허벅지 근육이 터질 듯 아파왔고 뼈가 시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무리를 너무한 듯 싶었다.
중년인과 검을 나누고 몸도 성치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백화봉에 닿겠다고 하루종일 달려왔으니 몸이 축난 듯 싶었다.
"허억...요랑아...도착했어."
선우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요랑에게 말하였다.
"응?"
그런데 옆에 요랑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벌컥 벌컥 벌컥
대신 앞쪽에서 무언가 들이키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소리를 따라 앞을 보니
어느새 달려나간 요랑이 맹렬한 기세로 호숫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선우는 코웃음을 쳤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달려온 것은 그녀에게도 힘든 일이인듯 하였다.
벌컥 벌컥
선우 또한 재빨리 달려나가 호숫물을 흡입하기 시작하였다.
차가운 호숫물에 온몸에 청량함으로 채우기 시작하였다.
"캬하"
"캬하"
선우와 요랑은 동시에 감탄성을 자아냈다.
그만큼 물맛이 맛있는 것이리라
"하아 행복해."
물을 전부 마신 요랑은 그대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일어나, 아직 좀 더 가야돼."
선우는 그런 그녀에게 말하였다.
"뭐!? 도착한 거 아니였어?"
그런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놀라 되물었다.
분명 목적지는 백화봉 꼭대기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여기 더 가야된다니?
요랑의 얼굴이 울상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겨우 도착한 줄 알았더니 아직도 먼 듯 싶었기 떄문이다.
"울상 지을 필요없어, 코앞이니까."
선우는 요랑의 얼굴이 귀여웠는지 피식 웃으며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백화봉으로 오는 길에 고되긴 고되었나 보다 천하의 인면지주가 울상을 짓다니 말이다.
그녀를 일으켜세운 선우는 주위를 둘러보며 은신처의 입구가 있는 바위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자라모양의 바위를 찾아낸 선우는 그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내 바위 앞에 도달한 선우는 그대로 바위 밑동을 파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머지 않아 입구를 여는 자라모양의 석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우는 석상의 등껍질 부분을 잡은 뒤 천천히 돌리기 시작하였다.
끼익 끼익 끼익
오른쪽으로 세번
끼익
왼쪽으로 한 번
쿠우우우우우우웅
선우가 순서대로 석상을 돌리자 자라모양의 바위가 굉음을 내며 옆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은신처로 통하는 입구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쿵 쿵 쿵
입구를 보자 선우의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하였다.
백화봉을 떠날때부터 이 순간만을 고대하였다.
그런데 막상 고대하던 순간 다가오자 심장이 미친 듯 이 떨려오는 것이다.
그리고 온갖상념이 들기 시작하였다.
과연 옥령을 무사한 것일까?
내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혹여 이재원이 이곳을 눈치챈 것은 아닐까?
음양마가 그냥 도망간 것은 아닐까?
갖가지 의혹들과 의심 그리고 불안이 선우를 휘감았다.
두려웠다.
과연 그녀는 무사한 것일까
입구를 바라보는 선우의 몸이 급격히 떨리기 시작하였다.
그때였다.
턱
그런 떨리는 그의 손을 보듬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뭐해? 빨리 가자."
그 온기의 정체는 요랑의 손이었다.
그녀는 거침없이 선우의 손을 잡아끌어 계단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문을 열어놓고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는 선우가 답답해보인 듯 싶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녀의 걸음은 거침이 없었고 선우는 그대로 그녀에게 끌려들어갔다.
"하아'
선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대하던 순간을 앞에 두고
겁에 질려 멍청하게 서 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선우는 새삼 자신을 잡아끄는 요랑을 바라보았다.
가끔 철없긴 하지만 이럴 때 등을 떠밀어주니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목 아파, 이년아"
선우는 그녀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
머지않아 저너머에서 공동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스승님!!"
선우는 공동이 보이자 큰소리로 음양마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릴 생각이었다.
"이호선 스승님!!!!!"
"호선아아아!!!!"
요랑 또한 선우를 도울 요량이었는지 같이 음양마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음양마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감이 든 선우는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설마!...설마! '
불안한 생각이 머리 속을 어지럽히기 시작하였다.
"빌어먹을!"
선우의 몸을 더욱 더 빨라졌다.
이내 공동에 도착한 선우는 재빨리 옥령이 몸을 누위고 있는 토굴로 몸을 날렸다.
제발 아니길 속으로 빌고 또 빌면서 말이다.
토굴 안에는 들어선 선우는 제일 먼저 평평한 바위를 확인하였다.
'없어!?'
바위 위를 확인한 선우는 당황하였다.
분명 떠나기 전 옥령이 바위에 얌전히 누워있던 것을 확인 했었다.
하지만 지금 바위 위에는 옥령의 모습이 코뺴기도 보이지 않았다.
털썩
선우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머리속에는 온갖 상념들이 선우를 괴롭히기 시작하였다.
은신처를 들킨 음양마가 그녀를 데리고 피신한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음양마는 그녀를 납치할 생각이었던 것일까?
모르겠다.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쉴새없이 눈물을 흘러내릴 뿐이었다.
그때였다.
"아악!"
공동 밖에서 요랑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리고 토굴 밖으로 전력을 뛰쳐나갔다.
"으아아아아아앙!"
밖을 나가보니 고통에 찬 얼굴로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요랑의 모습과 그녀를 짓밟고 있는 자의 얼굴이 보였다.
"음...양..마!"
음양마였다.
"요랑을 놔줘!"
선우는 음양마를 향해 격하게 소리쳤다.
선우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세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로지 옥령과의 재회만을 꿈꾸며 기다려온 그였다.
그리고 드디어 그리도 고대하던 순간이 왔것만
사랑해 마지 않던 여인이 모습을 감췄다.
토굴은 두 곳이 있었지만 사람을 누윌정도의 크기를 가진 곳은 바위가 있는 토굴뿐이었다.
그말은즉슨 그녀가 은신처에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독정이 없으면 치유 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상을 입은 그녀였다.
몸을 회복하여 스스로 움직였을리는 없었다.
옥령을 옮긴 이가 눈앞의 음양마라는 소리였다.
선우는 혼란스러움에 휩싸였다.
어째서 그가 옥령을 은신처바깥으로 옮긴단 말인가
그리고 옮겼다쳐도 어째서 은신처에 모습을 드러냈는가
그녀는 지금 음양마가 끊임없이 음양조화기를 불어넣으며 보살펴줘야 되는 몸이 아니던가
여러가지 감정들이 선우의 가슴 속에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요랑이 그에게 무참히 짓밟히고 있으니 분노라는 감정이 치솟아올랐다.
"호오"
선우의 모습을 확인한 것인지 음양마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고작 세달남짓한 시간에 화경에 오른 것이더냐? 끌끌"
음양마는 선우를 보며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요랑을 놔줘! "
"이 계집 말이더냐? 사람도 아닌 계집을 왜 있나했더니, 네놈이 데리고 왔구나."
음양마는 자신의 발에 밟혀져 있는 요랑을 보며 중얼거렸다.
퍽
그리고는 그대로 발로 차버렸다.
주르르르륵
음양마에 발길질에 밀려난 그녀는 선우의 앞에 멈춰섰다.
선우는 재빨리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그녀는 음양마에 발길질에 의식을 잃은 것인지 미동이 없었다.
선우는 당황하여 그녀의 코에 손을 대었다.
다행히 미약한 바람이 새어나오고 있었도 죽은 것은 아닌듯 했다.
선우는 요랑의 몸을 훑어 보았다.
그 짧은새 여기저기 흠씬 후두려맞았는지 성한 곳 하나 없었다.
'젠장'
선우는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미물이라 그런지 예의가 없더구나."
음양마는 그런 선우를 끌끌거리며 말을 이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여기서는 진정해야 했다.
일단 옥령의 생사가 먼저였다.
"옥령은 어디있습니까?"
선우는 음양마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글쎼?"
선우의 물음에 음양마는 실실 웃으며 시치미를 뚝 떼었다.
으득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이를 꽉 깨물었다.
우우우우우웅
그의 몸에서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하하하하하 재밌구나. 내게 살기를 흘리다니 말이야."
그 모습을 본 음양마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박장대소를 하였다.
동네 똥강아지도 못한 녀석이 어엿한 늑대가 되어서 돌아왔으니 기쁘지 않을 수 있으랴
"옥령은 내가 땅에 묻었다. 영 가망이 없어 보이더구나."
쾅
음양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선우는 허리를 두르고 있던 용미연검을 빼들었다.
챠르르릉
그리고 그대로 그를 향해 휘둘렀다.
고민 따윈 없었다.
그저 본능이었다.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본능처럼 손이 움직였고 용미연검은 그대로 음양마를 향해 휘둘러졌다.
용미연검은 그대로 음양마를 향해 뻗어갔다.
챙
음양마는 웃으며 용미연검을 한 손으로 쳐내었다.
쳐내어진 용미연검은 바닥에 떨어지는 듯 하였다.
하지만 이내 다시금 기세가 실리더니 음양마에게 찔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챙
챙
챙
음양마의 손과 용미연검이 몇 번이고 맞부딪히며 힘겨루기를 하였다.
선우는 내력을 집중하였다.
그러자 이내 용미연검에는 푸르스름한 강기가 생성되더니 그대로 음양마를 덮쳐들었다.
하지만 음양마는 가소로운 듯 그의 강기를 여유롭게 처내었다.
쾅
쾅
그의 손과 선우의 강기가 부딪힐 때마다 굉음이 터져나오며 공동을 울렸다.
"흐하하하 꽤나 재밌는 기물이구나."
용미연검을 보며 음양마는 재밌다는 듯 이 웃음을 터트렸다.
자유자재로 방향전환을 하며 덮쳐드는 검이라니 마치 이기어검 같지 않던가
크하하하하하하
음양마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지기 시작하였다.
음양마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선우의 얼굴은 더욱 심각해졌다.
강기가 서린 용미연검으로도 그에게 닿을 수가 없었다.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여 혈액을 가속화하기 시작하였다.
각성과 용미연검의 조합이라면 음양마 또한 만만히 볼 순 없을 것이다.
쿵쾅 쿵쾅 쿵쾅
혈액이 가속화되자 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온몸이 붉게 상기 되었다.
또한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된 것이 느껴졌다.
지금이라면 더욱 강해지고 빨라졌으리라
용미연검을 휘두르는 선우의 검격이 더욱 빨라졌다.
챙
챙
챙
짧은새 수십 수백번의 공방이 오갔다.
선우는 음양마를 향해 미친 듯이 내력을 쏟아붓기 시작하였다.
쾅 쾅 쾅 쾅
용미연검이 쉴새없이 움직이며 음양마를 쇄도하였다.
쾅 쾅 쾅 쾅
그의 손과 용미연검이 부딪힐 때마다 들려오는 굉음이 더욱 커져만 갔다.
"크하하하하하하"
그의 맞춰 음양마의 웃음소리도 더욱 커져만 갔다.
혈액을 가속시켜 각성한 상태에다 용미연검이라는 희대의 기물을 사용하였지만 선우의 검은 여전히 그에게 닿지 않았다.
작은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여기서 모든 것을 쏟아내지 않는다면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선우는 혈액을 더욱 더 가속시키기 시작하였다.
그에 맞춰 그의 신체능력 또한 더욱 더 상승하였다.
온몸에 붉게 물들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검을 더욱 세게 고쳐 쥐었다.
자신은 음양마를 죽일 것이다.
이 목숨이 없어지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