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93.혈궁대血弓隊-2
휘익
당서윤이 소매를 휘젓더니 이내 소매 안쪽에서 암기가 쏘아져 나갔다.
암기에는 상당한 힘이 실렸는지 직선 방향으로 곧게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목표는 혈궁대주다.'
그녀의 암기가 혈궁대주 마진호를 향해 날아갔다.
팡
챙
하지만 이내 마진호가 날린 화살에 의해 그녀의 암기는 튕겨져 나가버렸다.
'화살로 암기를 맞춰?'
마진호에 신기에 가까운 궁술에 당서윤은 놀란 토끼처럼 눈이 커졌다.
대체 어떤 궁술을 가졌기에 날아가는 투사체를 맞춘단 말인가
거기다 분명 암기를 먼저 쏘아보낸 것은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 짧은 새에 화살을 장전하여 날리다니
가히 신궁이라 칭해도 모자라지 않는 실력이리라
"크흐흐흐 이게 바로 속사(速射)라는 것이니라 어떠냐? 간담이 서늘해지지 않느냐?"
그녀가 놀라는 모습을 보며 마진호는 웃음기를 흘렸다.
분명 놀랐을 것이다.
날아오는 투사체를 맞출 정도의 실력은 궁귀들만 모아놓았다고 자부하는 혈궁대에서도 오직 대주인 그만이 할 수 있는 신기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손으로 투척하는 암기따위로 활을 이길리가 없지, 포기하고 어서 너의 옥문을 내게 바치거라."
마진호는 음담패설을 내뱉으면 당서윤을 희롱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가 한말은 사실이었다.
손과 어깨의 힘만으로 투척하는 암기술과 활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날아가는 화살간의 격차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속도부터 힘까지 무엇하나 우위에 서는 것이 없는 것이다.
거기다 천박한 언행 때문에 격이 떨어져보이긴 하지만 마진호는 엄연히 초절정의 고수였다.
초절정 고수의 내력이 담긴 화살이 평범할리 만무하였다.
그의 말을 들은 당서윤의 고운 아미 찌푸려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힘겨운 싸움이 될 듯 싶었기 때문이다.
'거리를 좁혀야해.'
일단 거리를 좁혀야했다.
암기공을 익혔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독공이 주력인 당가 무인이었다.
접근하지 않는다면 독기에 중독시킬 수 가 없었다.
적어도 삼 장이내에는 접근해야했다.
그들과의 거리는 대략 아홉 장 정도였다.
어떻게든 그 거리를 좁혀야했다.
그녀는 호신강기를 두르기 시작하였다.
내력의 손실이 생기지만 강기를 두른다면 거리를 좁히기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타타타탁
호신강기를 두른 그녀는 그대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내력은 무한하지 않았다.
그것도 호신강기처럼 내력을 많이 잡아먹는 기술을 쓴다면 더더욱 말이다.
최대한 빠르게 거리를 좁혀야했다.
탕 탕 탕 탕
그때였다.
저 앞에서 활 시위를 놓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챙
챙
이내 쏘아져온 화살들이 그녀의 호신강기에 닿더니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크윽"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렸다.
호신강기덕에 몸을 꿰뚫지는 못하였지만 상당한 내력이 담겨있었는지 충격파가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챙
"큭"
그럼에도 그녀는 전진하기 시작하였다.
아직은 괜찮았다.
거리 또한 여섯 장으로 줄이지 않았던가
조금만 더 조금 더 전진한다면 그들에게 닿을 수 있으리라되
그녀는 온 몸에 전해져오는 충격파를 견디며 발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그때였다.
팡
공기 터지는 파공성과 함께 화살 한 대가 그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이건 위험해.'
그녀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척봐도 기존의 화살과는 비교도 안되는 내력이 담긴 화살이었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틀어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펑
그녀의 호신강기와 화살의 담긴 내력이 부딪히며 커다란 충격이 일어났다.
당서윤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슈우우웅
갑작스러운 덮쳐온 충격파에 당황한 그녀였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뒤 재빨리 천근추를 발휘하여 착지를 하였다.
탁
"우웨에엑"
공중에서 무리하게 천근추를 운용한 탓인가
입에서 피가 토해져 나왔다.
고월에게 입은 내상이 도진 것이다.
검강을 뭉텅이째로 맞은 이후 그녀는 심각할 정도의 내상을 입었었다.
백년하수오의 힘을 이용하여 어느정도 봉합하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봉합은 임시조치에 불과할 뿐 완치가 아니였기에 내상이 도진 것이다.
"우웨에에엑"
그녀는 한참동안 피를 토하고 나서야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
"하아..하아...하아."
다시금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하였다.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뼛조각이 몇 개 폐에 몇개 박힌 탓에 호흡이 힘들었다.
될 수 있으면 내상이 도지기 전에 끝내고 싶었는다.
하지만 그러기엔 눈앞의 상대는 너무나도 강하였다.
피를 너무 많이 쏟은 탓일까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하였다.
까득
하지만 이내 그녀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여기서 자신이 쓰러지면 당가는 멸문하고 만다.
어떻게든 지켜야했다.
그녀는 처지는 몸을 강제로 일으켰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혈궁대주와의 거리를 재기 시작하였다.
무리를 해서라도 거리를 좁혀야했다.
그래도 아홉 장까지 벌어져있던 거리를 육 장까지 좁힐 수 있었다.
처음보다는 삼 장이상 좁힌 것이리라
눈대중으로 재어보니 두 어번만 더 뛴다면 충분히 좁힐 수 있는 거리였다.
그녀는 다시금 내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호오 제법 근성있는 계집이군, 역시 명문 당가의 핏줄다운것인가"
그 모습을 본 마진호는 감탄성을 내뱉었다.
상당한 내력을 담아 쏘아낸 화살이것만 그녀는 호신강기로 그것을 버틴 것이다.
아무리 호신강기를 둘렀다고는 하지만 내력끼리 부딪혔을 때의 충격조차 줄여주지는 못하였다.
지금쯤 창자가 꼬이는 듯한 고통에 시달릴 것이 분명할터인데 아픈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할짝
"흐흐흐흐흐"
그녀의 그런 모습에 마진호는 혀를 핥았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밖에 없는 여자였다.
양물이 벌떡였다.
저 무표정한 얼굴이 침상 위에서 쾌락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보면 어떨까?
양물의 노예가 되어 자지를 달라고 칭얼거리면 어떨까?
상상만해도 즐겁기 그지 없었다.
쭈욱
마진호는 다시금 활시위를 당겼다.
못 참겠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따먹고 싶었다.
탕
그의 손에서 다시금 활시위가 튕겨져 나갔다.
팡
그와 동시에 공기터져나가며 화살이 빛살처럼 쏘아져나갔다.
당서윤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응시하였다.
화살의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그것도 엄청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걱정은 없었다.
먼저 달려들었던 때와는 다르게 그녀는 멈춰있었다.
피하는 것은 전보다 수월할 것이다.
그녀는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정확히 인지하였다.
타탁
그리고 용천혈에 내력을 집중한 후 그대로 옆쪽으로 몸을 날렸다.
화살을 피한 후 다시 달려들 요량이었다.
그때였다.
푸슉
"으윽!"
옆구리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화살 한 대가 옆구리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그녀는 의문이 담긴 시선으로 마진호를 바라보았다.
말도안되는 일이었다.
분명 화살은 그녀를 향해 직진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옆으로 피한 자신의 옆구리를 훑고 지나가다니?
"흐흐흐 그것이 바로 곡사(曲射)라는 기술이니라"
마진호는 쾌재를 불렀다.
당서윤은 호신강기를 자유자재로 끌어올릴 정도로 무공이 높긴하였지만 아무래도 궁사를 상대해본적이 없는 듯하였다.
경지에 오른 궁사의 활을 피한다는 것은 꽤나 고단한 일이었다.
어디로 곡사를 이용하여 어디로 튈지 몰랐으며 속도도 빨랐기에 코앞까지와서 피하는 것은 무리였기때문이다.
때문에 대다수 무인들은 응수하여 튕겨내는 방법을 선호하였다.
당서윤의 옆구리에 상처를 낸 마진호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스치긴하였지만 상당한 출혈이 있을 것이다.
출혈은 몸을 둔하게 할 것이고 머지않아 빈틈이 생겨나고 말 것이다.
일이 잘 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하아..하아."
당서윤은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안그래도 무리한 몸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상처가 추가되니 더욱 극심한 고통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마진호의 신기에 오른 궁술은 그녀에게 좀처럼 접근 할 만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
출혈이 더욱 더 심해지기 시작하였다.
혈도를 점해봤지만 소용없었다.
혈도로 봉하기에는 상처가 너무컸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탓인지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기 시작하였고 추위가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위험하였다.
의술을 배운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포기할거면 고월을 상대했을 때
진즉 포기했으리라
그녀는 품 안에서 있는 암기 하나를 꼭 쥐었다.
지금 당가 무인들 중 저자를 감당할 만한 인물들을 없었다.
이대로 죽는다하더라도 저자만큼은 꼭 데려가야했다.
그녀는 만류귀원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어느정도 활력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녹빛 기류들이 그녀의 주위에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타탁
용천혈을 폭발시켰다.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진호는 활시위를 당겼다.
좀 더 가까이 접근하면 어깨를 꿰뚫어버릴 심산이었다.
육 장....오 장....사 장....삼 장
'지금이다!'
탕
피슝
마진호는 당서윤이 삼 장까지 접근하자 그대로 활시위를 놓아버렸다.
아마 이대로 어깨가 꿰뚫려버리라
하지만 상관없었다.
떡치는 것은 구멍과 젖통만 멀쩡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마진호의 화살이 그대로 그녀의 어깨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아마 호신강기로 보호한다하더라도 상당한 충격을 받고 다시 날아갈 것이다.
마진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푹
퍽
화살에 담긴 힘이 어찌나 강하였는지 화살이 그녀의 왼쪽 어깨에 꽂히더니 이내 관통되기 시작했다.
"으윽!"
당서윤은 고통을 참지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어마어마한 고통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크하하하하하 멍청한 년 호신강기를 두르지 않다니!"
어깨가 관통되는 모습을 보며 마진호가 웃음 터트렸다.
아마 호신강기를 두를 여력도 없던 탓이리라
어깨가 관통되었으니 팔을 제대로 들지 못할 것이다.
팔을 제대로 들지 못하면 공격은 커녕 방어조차 제대로 못할 것이다.
썩 유쾌하였다.
그때였다.
타탁
"뭐야!?"
순간 마진호는 당황하였다.
당서윤이 관통상을 입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든 것이다.
마진호는 순간 당황하여 활대를 들어 그녀를 후려칠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당서윤과 마진호의 사이의 거리가 이 장이 되었을 때였다.
당서윤은 섬전과도 같은 속도로 손을 내질렀다.
슈우욱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며 암기가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푹
그때였다.
무언가 박히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말이다.
이마에서 무언가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마진호는 손을 들어 이마를 매만지기 시작하였다.
무언가 딱딱하고 차가운 물체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그 물체가 암기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진호는 당황스러운 듯 그녀를 쳐다봤다.
"설마....이..한.수를..위해?."
마진호는 더듬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
그녀는 이 한 수를 날리기 위해
마진호의 화살을 맨몸으로는 받은 것이었다.
분명 내력 간의 충돌로 충격파를 만들지 않기 위함이리라
"맞아."
그런 그에 대답에 당서윤은 덤덤히 말하였다.
대답을 들은 마진호는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과연 독하디 독한 당가의 여식답다고 말이다.
"독..한..년."
그 말을 끝으로 마진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대로 절명한 것이다.
과거 정마대전에서 수많은 악귀대와 함께 수많은 이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혈궁대주 마진호는 그렇게 숨을 거두게 되었다.
"대주님!"
"마진호 대주님!"
혈궁대주가 죽는 순간 혈궁대원들의 눈에는 살기가 머금어지기 시작하였다.
혈궁대원들은 대부분은 마진호에게 궁술을 사사받은 그의 제자였기 때문이다.
한 대의 대주이면서 스승으로서 혈궁대에 군림하던 이가 바로 마정호였다.
그런 마진호에 죽음에 혈궁대원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였다.
그들은 일제히 그녀에게 활을 겨누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죽는건가?'
피를 너무 흘렸는지 머리는 어지러웠고 몸에 힘이 빠졌다.
호신강기를 두를만한 내력 또한 부족하였으며 창자고 꼬이는 듯한 고통이 엄습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눈앞에는 수 백 대의 활이 그녀를 겨누고 있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나 죽는구나.'
그렇다 그녀는 죽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으랴
하지만 그녀는 안심하였다.
그래도 저들의 대장을 죽였다.
남은 당가 무인들이 그들을 상대하기에는 좀더 수월할 것이다.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비록 만천화우를 완성 못 시킨 것은 천추의 한이지만 흉내라도 내어봤으니 대충 만족하기로 하였다.
평생 무공만 파면 외롭게 보내온 그녀였지만 역시나 죽기직전에 생각나는 것도 무공이었다.
후회는 없다.
자신은 당가에서 여인의 몸으로 초절정 상경에 오른 절세고수니까 말이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한 남자였다.
독정을 훔치기 위해 당세기를 죽이고 당가로 들어온 남자가 말이다.
그에게 독정을 훔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못 지킨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당가가 멸문한다면 독정 또한 없어지고 마리라
"전부 쏴!"
한 남자 혈궁대를 향해 외쳤다.
피슝 피슝 피슝 피슝
수백 대의 화살이 그녀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눈을 감았음에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수 백의 살기를 말이다.
"미안.....장선우"
그녀는 마지막으로 당세기로 변모한 남자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후두두두두두두
툭 툭 툭 툭 툭 툭
화살들이 바닥 떨어지는 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뭐가 그리 미안한데?"
그녀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그가 갑자기 여기서 왜 나타났단말인가
그리고 볼수 있었다.
칠흑과도 같은 검은 색에 용이 수놓아져 있는 용포를 두른이를 말이다.
그의 정체는
"당가주!?"
그녀는 다시금 놀랐다.
용포를 두르고 등장한 이의 얼굴은 사천당문의 가주인 당진철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목소리는 분명 장선우의 목소리가 아니었던가
당진철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검지를 입술에 대었다.
"쉬잇"
입을 다물어달라는 행동이었다.
그의 행동에 당서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 생각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말이다.
"누가 감히 당문을 넘보는가!!!!"
당가주는 혈궁대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하였다.
우레같은 울림이 대전 전체를 울리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