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62.만류귀원신공萬流歸元神功을 모방하다-2
'뭐야 왜이래?'
선우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독기와 내력을 일원화시키는 것은 만류귀원신공을 모방했을 때만 가능하던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은 음양조화신공이 독기를 일원화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음양조화신공은 독공이 아니었다.
만류귀원신공을 모방하지 않고서는 독기와 융화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연이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할 정도의 기연말이다.
본디 선우는 만류귀원신공을 모방함으로서 독기와 내력을 일원화시켜 독공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독기와 내력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만류귀원신공의 본질이였고 선우는 그것을 완벽히 모방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점이 하나 생겨났다.
바로 음양조화신공과 독기 간의 불균형이었다.
음양조화신공은 독공이 아니였기에 모방이 끝나는 순간 일원화된 독기를 밀어내었고 독기는 조금씩 선우의 몸안 잠식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물론 잠식 속도가 워낙 느려서 틈틈히 만류귀원신공을 통해 일원화를 시켜 독기를 해소하였지만 언제까지 통할지 미지수였던 차였다.
그런데 음양조화신공이 독기와 조화를 이루어 융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만류귀원신공처럼 말이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굳이 만류귀원신공을 모방하지 않아도 독기 흡수와 독공 사용이 가능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였다.
'흐읍'
음양조화신공을 다시금 운용하자 골수까지 치밀었던 독기들까지 모두 음양조화기에 녹아들었다.
완벽한 일원화를 이룬 것이다.
번쩍
선우는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당서윤, 내 몸 좀 확인해줘."
훌렁
선우는 다짜고짜 상의를 걷어올리고 당서윤에게 말하였다.
탁
당서윤은 그런 선우의 단전에 말없이 손을 올렸고 눈을 감고 기운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뭐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놀란 듯 토끼눈을 떴다.
말도안되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만류귀원신공을 기준으로 고작 2성에 지나지 않던 그의 독기가 5성을 넘어 6성에 다다른 것이다.
충분히 고독관을 입관할 정도의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말도 안돼."
그녀는 벙찐 얼굴로 선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째서 이런 기사가 일어난단말인가
강력한 독기를 얻기위해서는 엄청난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하였다.
하지만 선우는 그 엄청난 인고의 시간을 고작 몇 주로 단축시켜버린 것이다.
밥대신 독물을 먹고 살아가는 당서윤조차 놀랄 정도의 성장속도였다.
"어떻게 된거야?"
"모르겠어."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 절레 흔들었다.
그는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다만 음양조화신공이라는 무공에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추측할 뿐이었다.
아무리 극독에 절여졌다지만 그 독기에 적응하는 걸 넘어 흡수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이정도 독기면 이제 왠만한 독기정도는 전혀 통하지 않을거야."
단전에서 손을 뗀 당서윤이 씁쓸하게 말하였다.
독기는 그 자신보다 약한 독기에 잡아먹히지 않는다.
이정도 독기를 품고있다면 왠만한 독기정도는 우습게 볼 수 있으리라
이는 선우에겐 행운이지만 독을 사용하는 당가입장에서는 불행이리라
그걸 아는 그녀였기에 침음성을 삼켰다.
지금의 선우라면 기습을 가한다하더라도 전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으리라
"내성이 생긴거야? 어느 정도인데 설마 만독불침?"
"꿈 깨, 만독불침이 뉘집 누렁이 이름인줄 알아?"
선우의 말에 당서윤은 헛웃음을 지었다.
만독불침이라니
모든 무인들이 꿈에 마지않는 전설적인 경지이자 독인으로서 도달해야할 최종의 경지였다.
그런데 만독불침이라니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아,만독불침은 아니구나."
"당연하지, 만독불침은 모든 독인들이 꿈에 마지않는 경지야, 그깟 독에 절여졌다고 얻을 수 있을 것같아?"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의 표정은 시무룩하게 바뀌었다.
혹시나하긴 하였으나 역시나 인 듯하였다.
'고3, 무림에가다'를 보면 오독문주의 독기에 절여진 이재원은 만독불침으로 각성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그래서 혹여 자신도 만독불침을 이룬 것이 아닐까 기대해봤지만 그건 아닌 듯 싶었다.
"그래도 고독관 입관정도는 충분하다는 말이지?"
"독기는 이제 충분해."
선우는 입맛이 썼다.
처음부터 이렇게 독에 절여졌다면 백년화를 훔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당대부인과 밤을 보낼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선우는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확실치도 않은 가정때문에,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것은 멍청한 일이었다.
절독에 절여졌다고해도 음양조화신공이 어떻게 반응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런 가정에 목숨을 걸을 순 없었다.
거기다 만약 적절히 해독을 해준 당서윤의 도움이 없었다면 흡수하기도 전에 중독되어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정신을 차린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려고?"
"수련하러."
독기는 이미 완성이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완벽하게 만류귀원신공을 재현해내는 것 뿐이었다.
당서윤조차 놀랄 정도로 비슷한 기류를 풍기긴 하였지만 아직 부족하였다.
조금 더 다듬어야 한다.
독왕마저 속일정도로 말이다.
끼익
선우가 문을 열고 나가려는 찰나였다.
"잠깐!"
당서윤이 선우를 향해 말을 걸었다.
"뭔데?"
"당분간 당대부인의 처소에 꼬박꼬박 찾아가서 효자 노릇하라고"
"왜?"
선우는 의아한 듯 되물었다.
서로 민망한 상황을 만들어낸 만큼 당분간은 얼굴을 피해야할 것이 아닌가
"너랑 좋다고 관계를 가졌어도 심리적으로 위축이 들거야 죄책감도 들고 찾아가서 안심시켜줘야 헛된 생각을 안할거야."
최악의 경우
목숨을 끊거나 당가주에게 사실을 고할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은 막아야했다.
"그러다 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선우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당서윤에게 물었다.
당대부인은 자신만 보면 흥분하기 때문에 찾아갔다가는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만약 이번에도 당대부인과 정을 통했다간 이번에는 당서윤이 진짜로 죽일 것이다.
"어쩔수 없지, 어차피 당대부인은 너 없이는 살 수 없는 몸 아니야?, 잘챙겨주라고."
그녀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당대부인은 선우만 보면 정욕에 불탄다고 하지 않던가
억지로 막아봤자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거 마음놓고 해소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정신 안정될 때까지
"더 이상 당대부인과의 관계로 널 어떻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 안심해."
그녀의 대답에 선우는 묘한 시선을 보냈다.
처죽일려고 할땐 언제고 이제와서 이해해준단 말인가
완전 자기멋대로가 아닌가
"뭘 꼬나봐?"
"아냐, 예뻐서 봤어."
"그런 눈빛은 아니던데?"
그녀는 의심에 찬 눈빛으로 선우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선우는 움찔하였다.
죽을 뻔해서 그런지 선우는 그녀가 째려볼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죽을 뻔했다는 공포감과 아찔하게 예쁘다는 설렘을 동시에 받게 되는 것이다.
'개같은년.'
선우는 싱숭생숭한 감정을 정리하고 뒤로 돌았다.
"어쨌든 용건은 끝났으니까 난 간다."
말을 마친 선우는 미련없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버렸다.
당서윤은 그런 선우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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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이란 무엇인가
마인이란 마공이라는 불리우는 끔찍한 무공을 익힌 자들을 칭하는 명칭이다.
그들은 잔혹하였고 살육을 즐기며 피를 탐하는 마귀와도 같은 자들이었다.
그렇다면 마공이란 무엇인가
세인들은 일반적인 정파의 무공과 궤를 달리하며 잔혹하거나 위험한 수련 방식을 거치거나 성취가 빠른 대신 크나큰 부작용을 지닌 모든 무공들을 총망라하여 마공이라 부른다.
마공에는 수많은 종류의 무공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잔혹하기 이를데 없고 끔찍한 후유증을 남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성취가 높아질수록 이지를 상실하여 잔혹해지고 살육에 미쳐버리고 마는 마공
동정동녀의 시체로부터 사기를 흡수하여 성취를 높이는 잔혹한 마공
사람의 피나 인육을 먹고 성취를 얻는 마공
흡성대법과 같이 다른 이의 정기를 갈취하는 마공
이렇듯 셀수 없는 많은 무공들이 마공에 등재되어있고 이를 익힌이들은 중원무림으로부터 배척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듯 잔혹하기 짝이 없는 마공들을 만들어낸 원류는 과연 어디일까
혹자들이 묻는다면
많은 이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무공의 원류가 소림사라면 마공의 원류는 십만대산이라고 말이다.
청해의 끝자락에 있는 십만대산
그곳에는 마교라 불리우는 마인들의 성지가 있었다.
일개 종교단체 지나지 않았던 그곳은 과거 수많은 핍박과 탄압을 받으며 성장하였고 강자존이라는 뿌리 깊은 사상을 숭상하게 되었다.
강자존이라는 사상이 뿌리깊게 박혀있는 그들에게는 강해지는 수단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강자라는 결과가 중요할 뿐
그렇기에 마공이라는 사이하고 위험하기 짝이없는 무공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었고 그 결과 수많은 마인들을 배출해낼 수 있었다.
그들은 강했다.
동년배 정파무림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빠른 성취 대신 이지를 상실해버린 그들은 중원무림에서 수많은 혈겁을 일으켰고 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 었다.
구파일방과 육대세가가 자리잡기도 전에 정무맹이라는 불리우는 거대한 정파세력이 구축된 적이 있었다.
수많은 거대 문파들과 명문세가가 합작하여 만들어낸 정무맹은 그 어떤 세력보다 거대함과 강대함을 자랑하며 무림최고의 세력으로 불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정파의 한 여협이 마인에 의해 간살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 마인은 곧바로 십만대산으로 도망갔고 정무맹은 마교에게 그의 신변을 양도하라는 서신을 보내었다.
하지만 마교에서는 신변 양도는 커녕 서신을 가지고 온 전령의 목을 베어 정무맹으로 보내버렸다.
전쟁의 시작이었다.
정무맹주는 마교에게 전쟁을 선포하였고 정예들을 이끌고 십만대산으로 쳐들어갔다.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십만대산을 가득 채웠고 수많은 이들의 피가 흘렸고 팔을 잃고 다리를 잃고 목숨마저 잃었다.
그렇게 몇 주야를 싸웠을까
정무맹의 승리가 코앞에 다가왔을때 였을 것이다.
'그'가 등장한 것은 말이다.
'그' 는 시체로 쌓여진 산 위에 앉아 정무맹의 정예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정무맹의 정예 무사들은 그런 '그'를 보고 미쳤다며 코웃음을 쳤다.
이 백에 가까운 정예무사들이었다.
결코 혼자 상대할만한 숫자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 일각이었다.
이 백에 가까운 정무맹의 정예무사들이 죽음을 받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그'는 공포에 가까울 정도로 강하였고 절대지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올랐다는 정무맹주는 단 일 합조차 못하고 절명하였다.
정무맹주와 정예들을 전부 죽여버린 '그'는 정무맹 본단으로 홀로 찾아간 후 정무맹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역사에서 지워버렸다.
그리고 다시 십만대산으로 올라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중원무림을 경악시켰고 세인들은 '그'를 마중마라 부르며 공포에 몸서리쳤다.
무림 최고의 세력이 단 한 사람에 의해 멸문당하고 만 것이다.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의 대한 공포는 무림사에 구전으로 내려올 정도로 세인들의 기억에 각인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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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대전
그 안에는 족쇄에 묶인 수많은 알몸의 남녀들이 몸을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젠장, 당장 이거 풀어! 내가 누구인지 알아?"
한 남자가 소리쳤다.
"맞아 풀어 풀란말이야!"
"제발 풀어주세요오오오"
"돈을 원하신다면 드릴게요, 제발 집으로 보내주세요."
한 여자는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수백에 이르는 인원들이 저마다 소리를 치니 대전 안이 시끄러울 정도였다.
"시끄럽군."
그때였다.
심상치 않는 기운을 풍기는 중년의 남자가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남자의 말 한마디와 함께 어마어마한 무형지기가 대전 안을 채웠고 그들의 온 몸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커억
으윽
무형지기의 노출된 그들은 모두 숨이 막힌 듯 목을 부여잡기 시작하였다.
"만약 또 내 귀가 울린다면 심장을 쥐어뜯어주마."
남자의 음울한 목소리 울려고 그 목소리를 들은 대전 안의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저 남자라면 진짜로 자신들을 죽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흐음"
남자는 시선을 올려 그들의 면모를 하나 둘 확인하기 시작했다.
"완벽하군"
이내 만족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준비가 끝난 것이다.
"기뻐하거라, 너희들은 그 어떤 누구보다 위대한 자를 일깨우는 열쇠가 될지니!"
말을 마친 남자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슈왁
그가 허공에 검을 휘두르자 대전 안에 있는 이들은 의아한 듯 그를 쳐다보았다.
뜬금없이 검을 왜 휘두른단 말인가
하지만 그들은 머지않아 왜 그가 검을 휘두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머리가 기우뚱 하다니 그대로 앞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
너무나 빠른 검속때문에 죽음조차 인지하지 못한 그들은 떨어지면서 자신의 몸을 지켜봐야했다.
툭 툭 툭 툭
그리고 곳 곳에서 머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일 수에 수 백에 이르는 사람들을 베어버린 것이다.
모든 머리가 땅에 떨어진 것을 확인한 남자는 이번에는 검을 자신의 목에 갖다대었다.
슈악
남자는 미련없이 자신의 목까지 베어버렸다.
쿵
꿀럭 꿀럭
머리를 잃은 몸은 바닥에 넘어졌고, 곧이어 대량의 피가 쏟아져 나와 바닥을 가득 적시기 시작하였다.
수백에 이르는 시체들의 피로 인해 대전 바닥은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 차버렸다.
그때였다.
쓔아아아아악
피를 머금은 대전 바닥에서 눈이 부실정도의 광채가 뿜어져나와 대전 안을 덮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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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대전을 가득 채우던 광채가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기현상이 일어났다.
대전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목 없는 시체들과 피들이 한 곳에 모이기 시작하였다.
대전 안의 모든 시체들이 뭉쳐지면서 거대한 산을 이뤘고 이내 대전의 천장까지 닿게 되었다.
시체의 산이 만들어 진 것이다.
까드드득 까드드득 까드드득
그리고 시체의 산 속에서 무언가 쥐어짜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까드득
얼마나 들려온 것일까
팍
피와 시체로 이루어진 산을 헤집으며, 정상 위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털썩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이내 산 위에 앉았다.
".........이재원."
남자는 차가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