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19.신위를 보이다-3
".....허억....허억"
선우는 마지막 남은 파편까지 , 전부 투척한 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쿨럭.."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수 많은 무기 파편에 꽂힌 주광의 모습이 보였다.
주광은 어디 몸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였다.
팔 다리 할 것도 없이, 곳곳에는 파편들이 박혀있었고, 과다출혈이 의심될정도로 대량의 피를 쏟고 있었다.
파편들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인지, 그의 용두도는 부러져 , 제 기능을 할 수조차 없어보였다.
"어떻게.. 네..가... 만천화우를?"
입을 떼기 힘들정도의 엄청난 고통을 참아내며, 주광은 간신히 말을 이었다.
"은신처에 있더라고"
"말도 안된다!!!!!!, 당가의....비전을....고작.... 반.년만에... 익혔다고?
선우의 말을 들은 주광은 황당함에 목소리를 높였다.
당가 암기술의 정수라고 불리우는 만천화우를 반년만에 익혔다니?
오직 당가 직계에게만 전해지는 최강의 암기술
시전시 전방위를 암기의 꽃으로 채워넣어 압박하는 공격과 동시에 방어가 되는 공방일체의 기술
암기의 무게, 모양의 따라 수발되는 내력이 다르기 때문에, 지고의 경지에 올라서야만 겨우 시전할 수있는 사천 당가의 비기
그것이 바로 만천화우였다.
그런데 그런 비기를, 반푼이라고 불리우는 장삼이 반년만에 익혔다?!?
주광이 알고 있는 상식 선에서 , 그것은 말도안되는 일이였다.
"완벽하게 펼친 것은 아니야, 어설프게 흉내만 내본 거지."
선우는 지친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만천화우라고 하며, 파편을 쏘아내긴 했지만, 만천화우라고 불리기에는 많이 모자란감이 있는 공격이였다.
애초에 비급으로만 대충 봤을 뿐, 직접 시현해본적이 없는 기술이였기에, 더더욱 모자랐다.
본디 만천화우라면, 세밀한 내력 조절을 통해, 쓸데없는 내력의 소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원하는 방향으로 , 암기들을 비산시키는 기술이였다.
하지만 선우가 사용한 만천화우는 공청석유로 인해 넘치게 된 내력을, 그대로 파편에 담아 쏘아낸 것뿐이였다.
세밀한 내력조절 따위는 전혀 없었으며, 파편이 깨지기 직전까지 내력을 담은 뒤, 그대로 날려버릴 뿐이였다.
실제로 몇몇 파편들은 내력을 견디지 못하고 깨진 것들도 있을 정도였다.
모든 것은 도박 수에 가까웠다.
무기고에 들어온 것부터 시작하여, 공청석유를 들이킨것, 한 번도 시전해본 적 없는 만천화우를 시도한 것까지 전부 말이다.
하지만 도박 수를 쓰지않고서는 이기지 못할정도로 주광은 강했다.
과연 화경을 눈앞에 둔 고수다웠다.
만약 자신에게 ,공청석유가 없었더라면, 싸우는 장소가 무기고가 아니였다면, 패배하는 것은 자신이 되었을 것이다.
"후우, 읏차."
숨을 다 고른 선우는 몸을 일으킨 후, 주광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뚜벅 뚜벅
"오...오지마라!"
점점 다가오는 선우의 모습에 주광은, 겁에 질려버렸다.
당장이라도 몸을 돌려, 도망가고 싶었지만, 주광에게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여력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뚝
어느새 주광의 눈앞에 까지 도착한 선우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 쌓인게 조금 많았지?"
누가 보아도 해맑게 빛나는 미소였지만, 주광의 입장에서는 소름이 돋을 뿐이였다.
선우는 그대로 검을 들어 , 주광의 오른 팔을 잘라버렸다.
썩둑
툭
어깨선부터 베어진 주광의 오른 팔은 그대로 땅으로 떨궈졌다.
"끄아아아아악!!!!!"
주광은 갑작스러운 고통에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비명을 지르면 쓰나?"
촥
선우가 이번에 베어낸 것은 , 주광의 오른 쪽 눈이였다.
푸슉
주광의 오른 눈에서 피가 솟구쳤다.
"끄아아악!!!"
주광은 더 큰 비명을 질러대었다.
그리고 속으로 엄청난 두려움이 일기 시작하였다.
"장삼 살려다오!, 내가 잠시 미쳤었다, 제자나 다름없는 너를 공격하다니, 제발 나를 용서해다오."
주광은 정에 호소하며, 용서를 빌었지만, 선우의 얼굴은 싸늘히 식어있을 뿐이였다.
"어디서 감성팔이야?, 미친새끼가 "
퍽
선우는 그대로 주먹을 들어 , 무방비하게 노출 된 주광의 복부를 가격하였다.
"우웨에에에에에엑"
내력의 담긴 일권에 맞아서 인지, 주광은 속에있는 것들 게워내야만했다.
"우웩, 살려줘, 제발.... 난 죽기싫어!. 모두 천무맹주가 지시한 일이야!!"
"이봐 주광, 말 잘해야 될 거야, 네놈의 세치 혀에 목숨이 달려있다."
"뭐든, 뭐든 말하겠다.!"
"좋아, 그럼 제일 먼저 팽지윤을 죽인 자는 누구지?,"
".........모른다!"
서걱
선우는 그대로 주광의 오른 귀를 잘라버렸다.
"끄아아악."
"대답 잘하라니까. 그건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야."
선우의 강압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주광은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였다.
"이렇게 하자, 주광 아는대로, 사실대로 말만 해준다면, 널 살려주도록 하지."
움찔
그의 말에 주광이 움찔 몸을 떨었다.
선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 저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뿐만 아니라, 왼팔로도 익힐 수 있는 도법을 하나 던져주마, 비록 오른 팔을 잃긴 했지만, 내력은 그대로잖아?"
"무슨 도법이지?"
"태을패천도(太乙覇天刀)"
태을패천도라는 말에 , 주광의 눈이 일렁거리면서, 급속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태을패천도가 무엇이던가
100년 전 도 한자루를 들고 천하를 누비며, 수많은 강자들을 꺽고 , 천하십대고수라는 명칭에당당히 이름을 올렸던 도귀(刀鬼)의 성명절기가 아니던가
도귀는 특이하게 좌수도를 익혔는데, 그 특이성 때문인지, 그를 상대하기 난감해하는 경향이 무척이나 짙었다.
만약 그가 태을패천도를 익힐 수 만 있다면 , 떨어진 오른 팔 정도는 중요한게 아니리라
주광은 팔을 잘릴때만하더라도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과 같은 상실감을 느꼈다.
오십 평생을 고련해왔던 오른 팔이였다.
도객에게 팔을 잃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 것을 잃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였다.
상실감이 없다면 그것 또한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런 상실감을 느끼고 있을 때, 좌수도인 태을패천도를 준다는 선우의 말에 주광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정말 나를 살려줄 건가?"
"그렇다니까, 나는 너랑 달리 배신같은 건 하지 않아."
"태을패천도를 가지고 있는것이 사실인가?"
"물론이지, 아까 만천화우 쓰는 거 못 봤어?, 태을패천도도 서고에 있더라"
선우와 주광은 서로를 한참을 바라보며, 눈 싸움을 이어갔다.
"목숨을 보전하고, 태을패천도를 받은 뒤 좌수도를 익힐 것인지, 아니면 하찮은 의리 지키다 개죽음을 당할 것인지, 선택은 니 몫이다. 주광"
선우의 말에 주광은 몇 번이고 고심한 끝에, 입을 열었다.
"팽지윤을 죽인 것은 집법당주다."
"!?"
선우는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집법당주라면, 천무맹주 이재원의 4부인이자, 팽지윤의 고모뻘인 팽가련이 아니던가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팽가련이 죽였다니!?, 팽가련은 팽지윤의 고모잖아!?"
"자식에게 천무맹을 물려주고 싶은 그녀에게, 대제자라는 신분을 가진 네 녀석은, 무척이나 거슬리는 존재였지."
"뭐라고!?"
"너를 죽일 결심을 한 그녀는, 자신의 질녀인 팽지윤에게 너와의 합방을 명하였다., 그리고 직접 그녀를 죽인 후 , 네 녀석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다.!"
"........"
선우는 주광의 엄청나 폭로에 말을 잃었다.
집법당주 팽가련이라면, 집법당에 끌려간 자신의 손을 붙들고, 자신을 믿는다며, 걱정말라며 ,위로해주던 여인이 아니던가
무관심한 사부인 이재원을 대신하여, 장삼을 가장 많이 챙긴 것은 사모들이였다, 어릴적에 어머니를 잃은 장삼은 그런 그녀들을 줄곧 어머니처럼 생각해왔다.
그렇기에, 어머니처럼 여겨던 팽가련의 배신은 장삼에게도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니 그럼 당신은 왜 가담한건데!, 비록 무사부에 불과하긴 했지만, 나는 천무맹주보다 당신을 내 스승처럼 생각했다구!"
"나는 그녀와 내연관계를 맺고 있었지., 차마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가 없었다."
주광의 폭로는 막장의 연속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척이나 충격적이였다.
그 이재원밖에 모르던 팽가의 말괄량이가, 자식처럼 아꼈던 장삼을 죽일 음모를 꾸미고, 주광과 내연관계에 였다는 사실은 , 선우에게 무척이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
너무 놀라 할말 조차 잊어버린 선우는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였다.
주광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모든 일의 시작은 팽지윤이 방으로 찾아왔을때부터 계획되 있었다는 것이였다.
집법당에 끌려갔을 때, 자애로운 표정으로 걱정 해주던 모습은 가식과 위선에 불과했던 것이였다.
으드득
"팽가련, 이 더러운 암퇘지 같은 년이.!!"
치밀어오는 분노가 몸을 휘감았고, 절로 이가 갈렸다.
퍽 퍽 퍽
"개새끼야, 그딴 암퇘지년 때문에, 내 뒤통수를 후두려 까?"
짜증이 난 선우는 주광을 발로 차며 화풀이 했다.
"뒤져 그냥 뒤져!!"
"크헉, 크악 , 윽, 용서해다오, 용서해줘."
주광이 눈물을 보이고 나서야 , 선우는 발길질을 멈췄다.
그래도 화풀이를 하고나니, 살짝 후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선우는 발을 내리고 주광에게 물었다.
"내가 사라진 후 어떻게 됬는지 말해봐. 어떻게 무림공적으로 선포된거지?"
"네가 사라진 후 , 추격대가 구성되었지만, 은신처에 숨어 있는 너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렇지, 여기는 맹주밖에 모르는 곳이니까."
"그러던 중 맹주가 외유를 마치고, 돌아오게 되었지. 나는 그대로 맹주전으로 가서, 너에 대해 보고를 드렸다."
"맹주가 어떻게 판단했지?"
"판단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는 네녀석이 범인이라는 집법당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였고, 너는 공식적인 용의자로 확정되었다."
주광의 말에 선우는 얼굴을 와락 일그렀뜨렸다.
개새끼인 것은 알고 있긴 했지만, 막상 실제로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짜증이 났다.
"물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무림공적으로 선포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네가 그럴리 없다며, 옹호하는 자들이 있을 정도였지."
"그럼 어쩌다 내가 무림공적이 된거지?"
맹주가 돌아온 날, 봉황당의 윤지화라는 여인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녀는 천령개가 으깨진 채, 알몸의 시신으로 발견되었지. 그리고 맹주는 용의자로 지목하였고, 무림 공적으로 선포하였다. 그 후에도 비슷한 실종사건이 발생하였고, 모두들 네 녀석이 저지른 짓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아니 아무리 내가 도망갔다지만, 정황상의 증거만으로 무림공적으로 선포한다고?!"
"맹주는 천무맹이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미지의 적을 상정하는 것보단, 네 녀석에게 뒤집어씌우는게 더욱 편했을테지."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니놈 새끼랑, 집법당의 암퇘지년이랑 , 맹주새끼가 짝짜꿍해서 나를 천하의 죽일놈으로 만들었다는 거네?"
"............"
정리하자면 그게 맞기는 했지만, 그대로 말했다간 맞아죽을 것 같았기에, 주광은 입을 꾹 다물었다.
선우는 주광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무기과 밖을 나왔다.
철푸덕
그리고 공동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이게 무슨 짓이냐!!, 살려준다고 하지 않았는가!"
"살려줄거야, 걱정하지마, 그래도 이대로 보내기엔 너무 억울하지 않겠어?"
서걱
선우는 그대로 검을 들어 , 주광의 왼 팔을 잘라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주광은 피가 터져나오는 왼 쪽 상처를 지혈하며, 원독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런 주광을 내버려둔채 선우는 비급 서고가 있는 4번 째 동굴로 들어갔다.
툭
이내 모습을 드러낸 선우는 서책 한권을 주광에게 던져주었다.
"옛다, 약속대로 태을패천도다."
"이 개자식아!!!!!!!!!!! 왼팔마저 잘라버렸는데, 어떻게 태을패천도를 익히란 말이냐!"
"주광아 , 우리 주광아 , 난 목숨 살려준다는 말이랑, 태을패천도를 준다는 말만 했지, 왼팔을 안 자른다는 말은 한적 없는데?"
선우의 말에 주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면서, 붉게 물들었다.
"같잖은 말장난을!!!!!!!!!!"
"그럼 시발놈아, 내가 너같은 새끼가 뭐가 이쁘다고 살려주고 ,무공까지 곱게 쥐어주냐?, 이거 완전 또라이네 크크큭"
"저주한다!!,네놈을 저주한다!!!!!!"
"저주고 자시고 빨리 도망가는게 좋을껄?"
"뭐라!?"
"무슨 타는 냄새 안나냐?"
선우의 말을 들은 주광은 후각에 집중해보았다.
그의 말처럼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너!!!??!?!?"
"그냥 가기 좀 그래서, 엿되보라고, 불좀 질러봤어. 맹주가 참 좋아하겠다. 그치?"
주광은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버렸다.
존재를 잊긴했지만 은신처 내부에는 이재원이 젊었을 적 모았던 각종 보물들과 비급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렇기에 이재원은 장삼을 잡아오라 명을 내리면서도, 보물에는 흠집조차 내지말라며, 주광에게 신신당부하였다.
그런데 선우가 그 보물들을 불태워버린 것이다.
"크하하하하하하하!, 전부 불타버려라!"
"젠장!, 이 개자식이, 당장 끄지 못해!?!!!!"
"누구 좋으라고?"
"네 녀석이 그러고도 살아남길 바라느냐!!, 여기 있는 것들이 전부 불 타버린다면, 천무맹주의 분노를 받게 될 것이다!."
"어차피 그새끼는 나랑 적인데, 무슨 상관이야, 분노하든가 말든가."
"미쳤군, 네녀석은 미쳤다.!, 맹주는 천하제일인이다!."
"어쩌라고 난 구독자다. 씹새끼야"
"!?!?!"
"들어라 주광, 나는 이재원의 모든 것을 빼앗고, 부숴버릴 생각이다. 그 비루한 목숨을 붙들고, 이재원에게 당도한다면, 전해라. 내 손으로 직접 목숨을 거둬주겠다고!!!"
불길이 더욱 거세지면서, 공동까지 번지기 시작하였다.
거센 불길을 본 주광은 의미 모를 선우의 말을 뒤로 한채, 통로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젠장할 젠장할!!!!!!"
그 모습을 지켜 본 선우는 비웃음 지었다.
"멍청한 새끼, 거기 다시 올라가려면 피똥 좀 쌀거다."
불길이 거세짐에도 선우는 한껏 여유를 부리며 , 어기적거리며,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은신처를 바로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는 따로 있었기 때문에, 지을 수 있는 여유였다.
선우는 첫번째 토굴로 들어간 뒤, 벽곡단이 잔뜩 들어있는 항아리 하나를 옆으로 치웠다.
그 밑을 보니, 조그만 문이 하나 달려있었다.
끼이익
선우는 문을 열자, 낡은 경첩이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문 속으로 들어가기 전 , 선우는 뒤를 돌아, 불타고 있는 공동을 바라보았다.
"다음에 보자고. 이재원."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선우가 반 년간 시간을 보냈던 무림맹의 비밀 은신처는 그렇게 화마에 휩싸여 ,그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