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무림치매대응반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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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했다는 증거는 확실히 남지 않도록 출장 나왔던 동창은 조져버렸고…. 얼마만에 그쪽 라인이 다시 복구될까는 확인 해 봐야한다.
“주선.”
“네. 문주님.”
“잠깐만. 화란아.”
“네. 삼랑.”
“태감놈한테 준의의 동창 전력이 언제쯤 복구될것 같은지도 물어봐.”
“네.”
“주선이는 다시 준의로 넘어가서 그놈들 복구 되는지 좀 확인해.”
“…네?”
“우리가 다 죽여놓긴 했지만 후임이 다시 올거 아냐. 그거 확인 해야지.”
“…네. 문주님.”
“오라버니, 그거 꼭 주선이가 가야 해?”
“누구 대신 보낼 사람 있으면 대신 보내든가 그럼. 그런데 괜찮겠어? 괜히 엄한애 잡는거 아닐까 싶어서 그러지.”
동창애들, 그 중에서도 태감급은 보니까 제법 무력이 되는것 같더만. 내가 무영문 무공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다가, 주선이 본인 입으로 밑에 애들은 안된다고 해서 주선이를 반로환동까지 시킨거니까. 아, 물론 그건 내부에 직접 잠입하는거 이야기긴 했다.
“동향만 살피는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현장에서 직접 이야기를 좀 엿들어주거나 하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주선이가 가는게 낫지 않겠냐는 거야.”
“…제가 그때 무영문의 문도들로 불충분하다 말씀드렸던 것은, 준의의 동창 인원들이 무영문을 특정하여 침입을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로 충원될 동창인력은 무영문에 대해서 모를겁니다.”
“정송이 무영문의 탈주를 보고하지 않았을 거란 이야기인가?”
“관리책임이 되니까요.”
“추측에 불과할 뿐이지. 직접 가는게 가장 낫지 않나?”
아, 거 좀 가라면 갈 것이지 말 많네.
“오라버니? 잠깐 이야기 좀 해.”
“왜, 또. 뭐 말만하면 이야기 좀 하쟤. 여기서 해 그냥.”
전음으로 이야기 해도 충분할 걸 꼭 이렇게 콕 집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자는건 무슨 심보인지.
“하아….”
“뭐, 왜 자꾸 한숨이야?”
“주선이한테 왜 그래 자꾸?”
“뭐가.”
“아니, 유하를 인질로 잡는다고 협박을 하지 않나. 지금도, 자꾸 주선이를 직접 보내려는 이유가 뭐야?”
뭔 이유를 찾아싸. 그렇게 유틸요원으로 써먹으려고 치료 해 줬는데 써먹어야지. 어제 지가 지 입으로 밑에 코찔찔이들 가면 위험하다면서.
“무슨 이유?”
“두 분, 그만하세요. 괜히 저 때문에 감정상하실까 두렵습니다.”
“주선이 너는 가만히 있어.”
“아까 문주님께서 대신 보낼 사람이 있으면 보내라고 하셨으니, 무영문에서는 일영을 투입하겠습니다. 일영이라면 충분하리라 판단합니다.”
주선이가 수습하려는 듯 황급히 말을 마무리 지었다.
“…일영이 가도 위험할 때 제 한몸 빼내는 데 문제는 없겠지?”
“...네?”
“안 위험하겠냐는 거야. 일영은 나이가 몇살이야? 걔도 그냥 반로환동을 시켜버릴까?”
서령이를 벌모세수 시키지 않는 이유는 아직 경지가 낮기 때문이다. 혹시나 길을 잃을까봐. 일영처럼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자신의 경지를 유지하거나 약간씩의 발전밖에 없는 상태라면 더 나은 상황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아직 완성되지 못한 무인은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연이와 화란이가 말렸었다.
“…꼭 주선이가 가야 하는게 아냐?”
연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어온다. 또 저 조막만한 머리통 속에서 이상한 오해를 했나본데.
“정확하게 다시 말하지. 직접잠입까지 해서 정보를 입수했으면 좋겠고, 그 과정에서 일이 틀어졌을 때 크게 다치지 않고 몸 하나 정도는 뺄 수 있는 인원이 있으면 신투 말고 대신 가도 상관이 없다. 주기적으로 연락할 수단만 제대로 확보 할 것. 됐나?”
“…네.”
“응…. 오라버니.”
내가 주선이를 싫어해서 치우려고 했다거나 뭐 그런 오해라도 한건지. 아니면 주선이가 없는 동안에 유하나 무영문 사람들을 어떻게 하려고 했다고 생각한건지 알 수는 없다만….
“됐어. 그럼 두 사람은 나가서 일 보고, 화란이와 자윤이는 정송한테 물어볼거 정리한거 물어 봐 주고.”
“네. 삼랑.”
말은 물어보라고 했지만 결말은 끔찍한 고문이겠지. 정송 개인의 인성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양질의 정보를 잔뜩 제공한 사람이니 명복을 빌어주기로 했다. 린이랑 더 노닥거릴까 싶었는데 린이도 나른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고는 입을 열었다.
“주인님, 전 서령이한테 잠깐 다녀올게요.”
“응. 서령이한테도 너무 무리 하지 말라고 하고.”
“흐으음….”
“왜, 연이 너는 뭐가 또 불만이야?”
“나랑, 주선이랑 잠깐 이야기 좀 하자.”
“이야기를 할 거면 여기서 하라니까?”
“아니, 오라버니한테 뭐라고 하는게아니고….”
“제가, 제가 언니께 말씀드렸어요. 문주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나한테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유하를 인질로 잡지 말라 뭐 이런 이야기인가? 흠. 그러면 곤란한데. 무영문은…. 사실 이번에 써먹어보려고 하니까 실제 전력은 좀 약하기도 하고 우리가 전 무림을 대상으로 음모를 계획하거나 하는게 아니라서 써먹을만한 부분도 없고…. 영 계륵같다. 정송을 잡아서 정보를 잔뜩 획득한건 지나치게 잘 풀린 결과긴 하지만.
“그럼 올라가자.”
“어? 여기서 안 하고?”
“여기는….”
따지자면 여기는 안방이잖아. 주선이를 여기까지 끌고온 것도 별로 맘에 안드는 판에.
“고지식하기는 정말.”
“일단 올라가. 올라가서 이야기 해.”
구시렁거리는 연이를 떠밀어 위로 올라갔다. 주선이도 이 정도 수직통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문제 없이 따라 올라왔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야?”
“…문주님. 유하를 인질로 잡겠다는 말씀은 거두어 주십시요.”
“왜 그래야 하지?”
언제 통수를 칠 줄 알고.
“오라버니. 그때도 좀 이상해서 말 하려고 했었는데, 왜 소문주를 굳이 인질로 잡아야겠다는거야?”
“나도 그때 충성심같은걸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 했다만?”
“아니, 따지자면 우리도 똑같잖아. 그래, 뭐. 나는 그렇다고 쳐. 그런데 화란이도, 린이도, 자윤이도 그냥 오라버니 밑으로 들어오겠다고 한게 전부 아냐?”
“그게 전부라니?”
“아, 오라버니하고 몸을 섞어서 그런건가?”
진짜 그 차이를 모르는건가?
“봐 연아. 다른 애들은 나 말고 우선할 가치가 없었어. 돌아갈 집도 없고, 돌볼 가족이 있는것도 아니고.”
화란이, 린이, 자윤이는 그렇다. 그녀들을 보살피고 있던 가족이나 친인들이 하나같이 한계에 달해 파탄이 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녀들 스스로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알았기에 치료가 되고 멀쩡해졌다고 하더라도 지난 과거에 대해 미련을 버리고 단호하게 나를 따라 나설 수 있는거였다.
서령이의 경우는 어릴때부터 내가 봤으니까. 백 아저씨나 어머님의 인성도 잘 알고 있고, 물론 나한테 그런 마음까지 품고 있는줄은 몰랐지만 긴 세월동안 어느 정도는 파악을 했다고 생각해서 받아들였다. 더해서 서령이의 무력이라면 탈주를 시도한다손 치더라도 우리 전력으로 충분히 저지할 수 있었고.
“그런데 주선이는 다르지. 가혜도 마찬가지였어. 이들에게는 나보다 더 우선할 가능성이 있는 가치가 있어. 주선이는 유하와 무영문일테고, 가혜는 당가겠지.”
아무렴 내가 단순히 몸을 섞었다고 니들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겠냐.
“너희들은 나를 배신해봐야 크게 얻을 이득이 없고, 옆에서 보면서 단호하게…. 그래, 따지자면 연이 네가 화산파의 누군가 인질로 잡힌다거나, 혹은 네가 낳은 자식들이 인질로 잡힌다고 해도 적어도 나를 두고 저울질 할 정도는 된다, 그 정도 확신은 생겼으니까 같이 갈 수 있는거야. 그런데 주선이는? 주선이 너는 유하가 인질로 잡혔으니까 네가 젊어진 비결을 이야기 해라. 협박을 당한다면 어떻게 할거야? 솔직히 이야기 해봐. 장담 못할거 아냐?”
“…그렇습니다.”
“오라버니, 나는.”
“너 상처주려고 하는 이야기 아니니까 그냥 들어. 연이 너도 살아가다 보면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주선이도 마찬가지야. 나는 거기다 대고 뭐 연을 끊으라거나 비정하게 외면하라거나 그럴 생각은 없어.”
“오라버니!”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막말로 연이가 제 자식들 때문에 내 등에 칼을 꽂을 일이 생긴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연이가 아니었으면 그날 거기서 죽었을테니까.
“그래서, 주선이한테는 그렇게 이야기 한거야. 유하를 내가 인질로 잡고 있으면 설사 무영문 전체가 인질로 잡히더라도 고민하겠지. 어미는 그런거니까.”
“…부정할 수 없네요.”
“연이가 만약 그런 상황이 되어서 나한테 죽어달라고 하면, 솔직히 웃으면서 죽을 수는 없겠지만 고민은 해 볼거야. 연이는 나를 살려줬고 그 외에도 흠. 소중한 사람이지. 그런데 너는?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아직 나는 너에게 무언가를 받은 적이 없고 앞으로 받을 생각도 없다. 네가 나에게 줄 수 있는것도 없어. 이해했나?”
“…예, 문주님.”
“하지만, 오라버니….”
“그만. 밑에 지하실까지 주선이를 데려온걸 보면, 주선이도 내 여자로 만들어서 어떻게 해 보려고 한 모양인데, 내가 오늘 주선이와 몸을 섞는다고 해서 유하를 인질로 안잡는다는 선택지는 절대 없다.”
하여간 연이 조거, 손속도 맵고 눈치도 빠른게 ‘가족’ 뭐 이런 이야기만 들어가면 물러 빠져서는…. 아마 제일매화 종리연으로서 만들었던 가족이 실패했다고 생각해서 저러는 모양인데.
“하오나 문주님.”
“응?”
“그래도 저는 오늘 문주님께 꼭 안겨야겠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아니 그냥 명목상, 명분으로 인질을 만들고 퉁치자니까 왜 여기서 레이스를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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