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 무림치매대응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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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주변 풍경이…. 아, 화란이 까지 명상에 들어 갔으니 수레가 떨어지고 있는거구나. 얼른 수레에 내 기운을 불어 넣었다. 거 참 그 마기가 뭐라고. 일단 마교의 위치는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혹시라도 애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서 수레를 다시 몰았다.
결국 신강근처에 들어와서 이전에 들렀던 봉우리를 찾았다. 마교에 들어가기 전 시간이 애매해 하루 시간을 보냈던 곳이다. 그때 수레를 잠시 주차하고 쉬었던 곳이 나쁘지 않아서 일단 내 여자들이 깨어나기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기운을 뽑아서 연이를 살짝 들어 자리에 내려놨다. 다른애들은 이렇게 명상중에 건드리면 위험할 수 있지만 연이는 그런 경지가 아니니까 상관없을거다.
수레 벽에 기대어 저마다의 자세로 명상에 빠진 내 여자들 플러스 그냥 여자사람 하나를 쳐다봤다.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예쁜지 모르겠다. 처음 이쪽 세계에 떨어져서 내가 이 미개한 짱개들의 세계에서 살아가야 한다니 하고 절규했지만, 사람이라는게 적응의 동물인지라 살다보면 또 살아진다. 이제는 뭐 한 때 그런생각을 했었지 수준의 아련한 추억이다.
“…오라버니?”
“뭐야 벌써 깼어?”
“…잔거 아니거든?”
내가 연이를 건드려서 빨리 깨어났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연이는 경지도 높고 무공에 대해서는 오성이 뛰어나니까 금방 얻은것을 정리한 거겠지.
“음. 정말 그냥 내 기준으로만 자연을 보는 편견이었던 거네.”
“어, 그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그거야.”
아니 그냥 극천마기 좆도아닌거다 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는데.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먹으니까 나도 모르겠다 .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서 그냥 쉬어 가야 할 것 같은데. 연이나 화란이는 금방 깨겠지만 다른 세사람은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연이와 저녁을 먹고 수레에서 뒹굴고 있으니 천천히 하나씩 깨어나 정신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서령이가 깨어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갈자윤이 마지막이었다. 우리가 저녁거리를 잡아다 불을 지피고 구울때가 되어서야 일어났으니까. 아직 독기의 치료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내공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 원인인가.
“지존. 덕분에 마의 극의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또 오체투지로 부복해 온다. 아니 왜 이러세요 진짜.
“그…. 그래요 그거 다행이네요.”
“지존께옵서는 극천마기를 가지신, 당대의 천마이십니다. 말씀을 낮추시옵소서.”
“그,그래. 고개를 들라.”
“감읍하옵니다.”
눈을 반쯤 내리 깔고서는 그 자세 그대로 무릎을 꿇은채 상체를 일으킨다. 설마 눈을 내려깔고 있는건 나의 존안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인가?
“신녀에게 대면을 허 하노라.”
“감히 천녀가 어찌 지존의 용안을….”
“지랄들하고 앉았네 진짜. 오라버니 고기나 먹어 얼른.”
“어, 어? 고마워.”
갈자윤과 노닥거리고 있는데 연이가 옆에서 불쑥 꿩 다리를 내 밀었다. 내공으로 익힌게 아니라 간만에 숯불로 구워서 먹음직스러운 향기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종리연.”
“뭐. 너도 밥이나 먹어. 내가 우리 오라버니 정실이거든 어? 자꾸 그러면 니네 지존한테 너 버리라고 한다?”
으드득
생각보다 갈자윤은 진심이었는지 연이를 죽일듯이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어우야.
“하여간 신녀님. 아까 하던 이야기 말인데요. 아마, 그 천마가 죽으면 극천마기가 신녀지단으로 화해 다시 돌아가고, 천마신녀는 딸만 낳을 수 있고 하던 그런 금제는 죄다 사라졌을겁니다.”
“…예?”
“더 이상 천마신교에 얽매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에요. 언제든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누구를 만나 사랑을 하든 이제 평범하게 살 수 있을거에요. 딸이든 아들이든 잘 낳고.”
내가 가진 기운이라는게 그런 속성이다. 아마 핏줄로 이어지던 케케묵은 방술사의 금제따위는 정심한 ‘천지환원기’에 휘말려서 후루룩 날아가버렸을 거다. 자신할 수 있다.
“확인할 방도가 있다면 확인 해 보시죠?”
“…실은 이미, 확인을 해 보았습니다.”
아, 그럼 알고 있겠네. 꿩 맛있다. 더 없나? 내가 다리뼈를 쭉 빨아 내며 입맛을 다시자 옆에서 린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리를 하나 더 내민다.
“그럼 잘 됐네요. 아, 물론 신교로 돌아가셔도 상관 없어요. 내일 아침은 신교에서 먹죠.”
안력을 집중해서 갈자윤의 몸을 흝었다. 일단 몸 안에서 본인이 평소 가지고 있었을 내공 외에 다른 것들은 느껴지지 않는다. 머리속을 봐도, 원래대로라면 나랑 몸을 섞으면서 온 몸을 내 기운으로 가득 채워 전신을 씻어내듯이 남은 독기를 빼내야 했을테지만 방금 전의 깨달음으로 인해 깔끔하게 청소된 상태였다. 원래대로라면 방금전에 얻은 경지로 반로환동과 환골탈태가 일어나야 했겠지만 이미 내가 강제로 일으켜 버렸으니까. 결론은 천마신녀는 나랑 관계를 맺지 않아도 이제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목적은 세 가지 였다. 샘플을 획득하는게 하나. 우호 세력을 만드는게 둘. 사리사욕이 셋. 이 중에 샘플은 획득했고. 마교는 샷다를 내릴거고. 사리사욕은 채울까 말까 조금 망설여진다.
지금와서 내가 뭐 책임을 지고 말고 이런 소릴 할 생각은 없고. 혹시 우리 애들이 싫다고 할까봐. 당연히 그냥 따르라고 하면 따를테고 나를 마교출신임을 숨긴 천마의 전인으로 오해를 살짝 했을때도 망설임없이 날 선택했으니까 그 숭고한 마음들이 변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마음 아플일 없는게 좋지. 좋은게 좋은거 아닌가.
그런데 그거랑 또 별개로 늘씬하게 빠진 우즈벡미녀를 그냥 놔주기도 아까운건 사실이라 일단 마교에 들어가서 상황이 굴러가는 걸 보고 결정해야겠다. 솔직히, 성욕을 끌어오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날이 밝아서 아침. 날짜로 따지면 며칠 지나지도 않았지만 지난번과는 완전히 다른 기분으로 마교에 들어섰다. 문지기와 실랑이 하고 싶지는 않고 흑백마노와도 안면을 텄으니까 신녀를 데리고 천마 글자가 크게 박혀있는 연무장에 수레를 내렸다. 우리의 기운을 감지 했는지 펄럭펄럭 옷자락 휘날리는 소리와 함께 흑백 마노가 우리 앞에 떨어져 내렸다. 이번에는 그, 천마수호대였나? 걔들은 안나오나.
“…어서오십시오 장 대협. 신녀님의 치료는 잘 끝나셨소?”
“말해 무엇합니까. 잘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뵙지 못한것은 아쉽지만, 여생을 편히 보내신다면 더 바랄것이 없습니다.”
“그리 전해드리겠습니다. 마의께서는 교내에 계십니까?”
“아랫마을에 잠시 왕진을 가셨습니다. 아마 오늘은 돌아오실 것 같으니 안으로 드시지요.”
그런데 어째, 며칠 전에 왔을때 보다 확실히 인기척의 숫자가 적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사람이 많이 줄어 든 것 같습니다?”
“장 대협께서 다녀가시고 난 후, 다 정리하였습니다.”
“뭐를요?”
“신교를요. 천마수호대도 해산하였고, 천마비고도 정리 중입니다.”
거 행동력 한 번 기똥차네.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려 갈자윤쪽을 쳐다보았다. 흑백마노가 천마신녀를 극진히 모시고 있었기에 이렇게 치료가 잘 되었습니다! 하고 서프라이즈 파티라도 해 주려고 갈자윤에게 면사를 씌워서 데리고 왔다. 어차피 내 여자들은 모두 면사를 쓰고 있었으니까 딱히 튈 것도 없고. 한 명만 늘어난거면 티가 났을수도 있지만 그때는 연이와 화란이만 데리고 왔었으니까.
갈자윤의 몸에서 척 봐도 음울한 기색이 줄기줄기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으으음. 나름대로 딴에는 이제 극천마기를 다루는 사람도 찾았고, 자기 몸의 금제도 사라졌으니까 천마신교의 재 부흥을 위해 달려볼까 하는 결심을 세웠던 것 같은데.
“늙은이가 우린 차입니다만, 그래도 소싯적에 직접 신녀께 올리던 적도 있었으니 그리 나쁘진 않을겁니다. 드시지요.”
접객당 탁자에 앉아 있는데 흑백마노가 손수 찻잔을 내 왔다. 며칠 전에는 아랫사람이 들고 왔었는데. 진짜 한계까지 버티고 있었던 건가.
“중모.”
“예? 중모는 제 이름입니다만 어떤분 께서….”
“…혁중모.”
갈자윤의 옷이 펄럭거릴 정도로 기세가 휘몰아치고 있다. 면사가 들썩이며 갈자윤의 얼굴이 드러났다.
“…신녀?”
“호오…. 본녀의 얼굴을 까먹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이…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장 대협?”
“보시는대로, 치료를 하였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기연을 얻으셨습니다.”
“허, 허허허허….”
흑백마노가 실성한듯이 웃었다. 내가 다 미안해질 정도의 허탈한 웃음이었다.
“중모 네놈이 교를 말아 먹으려고 작정을 하였구나.”
“…말아 먹을 거나 남아 있습니까?”
“...뭐라?”
“보시오. 뭐가 남았는지. 신녀께서 노망이 나고서는, 아니지 그 전 부터 천마신교가 천마신교라 할 수 있었는가 말입니다.”
“그것이…, 대 천마신교 내각주가 할 소리더냐?”
“내각주는 무슨.”
“천마께서 다시 오시었는데 감히 네놈이….”
“천마라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존! 부디 극천마기를 일으키시어 우매한 수하놈의 눈을 틔워 주소서!”
어…. 나?
“그게…. 무슨…. 장 대협께서?”
“거, 그거 아니라니까요.”
“하오나 지존. 평생을 제가 품고 살아온 기운입니다. 설령 지존께서 아니라 하셔도 그것은 극천마기입니다!”
아…. 이거 분위기 어쩔거야. 에휴. 갈자윤은 면사 아래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다. 아 진짜. 즙은 반칙이지.
“좋소. 흑백마노께서도 평생토록 천마의 허상을 좇았을테니 내 보여드리겠습니다.”
바로 기운을 끌어올렸다. 내 입장에서야 흉내 내는데 잠깐의 고생도 필요하지 않은 간단한 일이었지만, 이들에게는 평생토록 목표로 했던 상징일 수 있는거다. 갈자윤은 뭐…. 오래 산다고 치고, 흑백마노 아저씨는 곧 있으면 관뚜껑 시세 알아보러 다니셔야 할 나이 같은데 까짓거 한 번 보여주는 거 정도야.
쿵
흑백마노는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트렸다. 두꺼운 자기로 만든 찻잔이 나무바닥에 떨어져 둔탁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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