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 129화
* * *
이혜인은 그 이후로도 틈만 나면 김광래와 만나서 섹스를 했다. 김광래는 섹스에 미쳐있었고 회춘한 기념을 섹스로 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샌가부터는 내가 예견했던대로 김광래에게 이혜인이라는 존재는 파블로프의 개의 종소리 마냥 침을 질질 흘리게 만들었고 서아가 내게 그렇듯이 절대복종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두 사람은 결국 동거를 하게 됐다. 앞으로 밤마다 섹스를 해댈거다. 뭐, 두 사람이 좋아죽겠다면 뭐... 말리지는 않겠다.
그 동안 치요는 다니엘과 그레이스의 한국어 패치 교육을 받은 탓에 정말이지 끔찍한 혼종으로 재탄생했다.
“빽보지! 박아박아! 딸딸이! 좆나 맛있어!”
“음, 맥락이 맞지 않는거 같아요. 딸딸이는 자기 스스로 하는걸 딸딸이라고 해요. 박는다는 표현이랑 안 어울린다고 할 수 있죠.”
다니엘이 대체 뭘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치요는 그걸 듣고는 또 고개를 냉큼 끄덕거린다.
“신부님 쓰리썸 좋아해?”
“어휴, 저는 그런 거랑 거리가 먼 사람이랍니다.”
그런데 진짜 그랬다. 다니엘은 고추가 잘린 고자마냥 두 여자랑 같이 지내면서 놀라울만큼 성욕을 억제했다.
내가 가끔씩 근무시간에 집에 들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다니엘과 그레이스가 함께 샤워를 하고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었다. 그렇게 샤워를 같이 하고 샤워 가운 하나 걸치고 아무렇지 않게 TV를 보면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떠들고 있는 거다.
나나 다니엘이나 둘 다 그레이스가 처녀성을 잃지 않길 바라는 입장이다. 그러니 동반샤워 중에 섹스를 했을 리는 만무하고... 대체 어떻게 남녀가 동시에 샤워를 하고 나올 수 있는 거지? 내가 그들을 이상하게 쳐다보자 다니엘이 대뜸 손뼉을 치면서 내게 뭔갈 건네줬다.
붉은빛으로 빛나고 있는 액체 플라스크는 영롱한 빛을 내며 내 손바닥 위에 올려졌다. 내가 아무 말 없이 그걸 바라보고 있자 다니엘이 설명을 해줬다.
“전에 말씀드렸던 오일입니다.”
“오일?”
“그렇죠... 오일... 계속 접착했다가 떨어트리면 찐득찐득하게 변하는 그 오일... 마사지하실 때 쓰라고 드리는 겁니다.”
우리 머발에스에도 최원재가 직접 만드는 오일이 있기는 하다. 효과가 좋은 편이라서 따로 개별주문을 원하는 사람이 있지만, 용량이 많지 않아 VIP 중에서도 특급 VIP에게만 사용하는 오일인지라 판매를 거부했던 적도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 오일만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다른 오일이 얼마나 좋은지 알지 못하지만, 이 오일이 확실히 특이하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이거 근데 색깔이 왜 이래요?”
“색깔이 왜요?”
“오일이면 보통 투명한 색깔 아닌가?”
“투명한데요?”
“뭐라고요?”
나는 다니엘의 말에 눈을 부릅뜨고 액체 플라스크를 노려봤다.
아무리 봐도 이리봐도 저리봐도 붉은색이었다.
“붉은색으로 보인다고요?”
다니엘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날 바라봤다. 덩달아 그레이스도 날 걱정스럽게 곁눈질했다.
“나 미친거 아니고요... 그냥 그렇다고요...”
“음, 아무튼 그 오일을 잘 사용해보세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그 오일을 그레이스나 치요에게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럴 일은 치요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없을 예정입니다.
“어? 근데 치요는 어디갔어요?”
“밖에 나가던데요.”
“후... 정말 미치겠네. 한동안 밖에 나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잖아요.”
“잠깐 편의점 가서 먹고 싶은거 사오겠다는데 말릴 수가 없죠. 여기가 무슨 감옥도 아니고.”
나는 겉옷을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치요는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면 대한민국의 하이에나같은 남자들의 레이더망에 걸려서 하루종일 따먹힐지도 모른다. 많은 외간 남자들이 치요가 19살이라는 걸 모를 터. 갑자기 능청스럽게 “섹스! 섹스하자!” 이러면 당연히 득달같이 달려들 거다.
편의점으로 향했다고 하니 제일 가까운 편의점으로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편의점 카운터 아르바이트생이랑 수다를 떨고 있는 걸 발견했다.
“치요!”
“오빠!”
내가 편의점으로 들어서자마자 치요는 부리나케 내 쪽으로 달려와 안겼다. 그 때문에 하의실종 패션의 치요의 엉덩이가 훤히 드러났다. 나는 엉겁결에 밑을 받치려고 손을 아래로 내렸다가 탱탱한 살결이 손에 닿자마자 화들짝 놀라서 그녀를 내려놓았다.
편의점 알바생이 나와 치요를 번갈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안쓰럽게 느껴졌다. 치요가 알바생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랑 자고 싶다는 메시지를 엄청 날려댔을테니 자기도 모르게 꿈이라는게 부풀었겠지. 이러니까 치요가 위험하다는 소리다.
나는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걸으며 말했다.
“치요. 너 조심좀해.”
“왜? 섹스하고 싶어?”
“아니. 그게 아니라 다른 남자들한테도 나한테 하는것처럼 하면 그 사람한테 매우매우 안 좋은 행동을 하는 거야.”
“왜지? 왜지?”
“치요는 아까 그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
“아니! 하지만 섹스를 할 뿐인걸?”
겁나게 개방적인 생각이다. 이런 생각이 모든 여자들한테 주입되었으면 좋겠다.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다. 시발, 섹스한다고 사귄다는 고정관념 자체가 꼰대마인드 아닌가? 나는 엉겁결에 치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치요는 그 남자랑 섹스가 하고 싶었던 걸까?”
“응... 그렇진 않아! 하지만 준짱이 나랑 해주질 않는걸...”
“뭐, 뭐...”
“괜찮아! 알고 있어. 준짱은 날 지켜주고 싶어한다는 걸. 그래서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거지. 그치?”
“어... 맞지.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네.”
“맨날 나랑 자면서 한 번도 하자는 얘기가 없는걸 보면 그래. 준짱은 고자가 절대 아니니까. 난 알아.”
나는 싱긋 웃었다. 그래도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어떻게 알았는데?”
“발기! 좆발기! 엄청 커져있던데?”
...
감동할 시간 정도는 남겨주지 그랬냐.
“큰 자지 좋아! 안에 꽉 차!”
“그만해...”
“응!”
그래도 어느정도는 절제가 되는 모양이다. 그만하라 할 때 그만하면 그걸로 다행이다.
그렇게 둘이서 나란히 걷고 있는데 치요가 내 소맷자락을 끌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 쪽을 쳐다봤는데 입고있는 커다란 셔츠는 아무래도 내 옷인 듯 하다. 생각해보니 아까 닿았던 뭉클거리는 촉감으로 미뤄봐서 T팬티를 입고있거나 아예 속옷을 걸치고 있지 않은 치요. 그녀는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봤는데 눈이 마주치자마자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무슨... 할 말 있어?”
나는 그녀 모르게 조그맣게 침을 꼴깍 삼켰다. 이런 차림으로 얼굴이 시뻘겋게 되면 설레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여자로써 느껴지는건 아니다. 그냥 작디작은 소녀가 이러는게 보기 좋을 뿐이다.
“준짱.”
“응?”
“내가 스무살이 되면 나랑 해줄래요?”
“으어?”
나는 대답하지 않고 멀뚱히 서 있었다. 내가 봐도 멍청하게 느껴질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나갔고 치요는 거절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눈가에 몽글몽글 눈물이 고였다.
“왜? 왜? 왜 안 되는건데?”
“어흠흠... 그니까 치요는 아직 자기 생각을 책임질 수 없는 나이이기 때문이 아닐까?”
“책임?”
“응. 책임. 진짜 하고싶은지 아닌지 아직 모를 수도 있잖아.”
“그치만 이제 앞으로 50일밖에 남지 않았는걸. 그때 돼서 내 생각이 바뀔거 같지는 않아.”
한국말이 많이 늘었구나, 치요.
어쩜 저렇게 섹스하고 싶다는 말을 능숙하게 잘하는지. 대체 왜 다른 말을 할 때는 어눌하고 이런 얘기할때만큼은 능숙한건지.
치요는 내가 보일 수 있게 한손으로는 손바닥을 펴서 보여주고 한손으로는 주먹을 쥐어서 오십을 그렸다.
이제 곧 있으면 2호점이 오픈한다. 크리스마스 이벤트와 더불어 신장개업과 신년 이벤트의 겹경사로 엄청난 오픈빨 매출을 노리는 신이설의 작전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제안거리를 떠올렸다.
“치요가 말을 잘 들으면 해줄게.”
“정말?”
“그래. 대신에 성적인 단어를 말하면 안 돼. 그리고 나랑 했던 약속도 절대 깨서는 안 되고. 사람들 앞에서 돌발행동도 절대 하면 안 돼. 그렇게 약속할 수 있어?”
“응. 치요 약속할게.”
그녀는 내게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고 나는 그걸 내 새끼손가락으로 끌어안아서 약속을 맺었다.
“대신에 꼭꼭 그 커다란 자지로 날 범해줘.”
“응, 알았어.”
이제 치요도 교육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
다음날, 나는 치요를 데리고 머발에스로 출근했다. 그녀를 이연두와 신이설에게 소개시켜주고 마사지를 알려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이혜인에게는 최고의 스승이 있었으니 오픈 때 부를 생각이었다. 두 사람이 섹스에 질릴 때까지 내버려두는게 현실적인 답안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왜...
“그레이스는 왜... 다니엘은 또 왜...”
두 사람은 왜 때문에 내 차를 같이 타고 있는 걸까.
“치요 씨가 걱정돼서요.”
“나도.”
“그니까 왜 걱정되는 건데요? 내가 뭐 납치라도 하나?”
“...”
침묵은 긍정이라더니. 묘하게 열받는 상황이다. 우리 두 사람이 어떤 언약을 맺었는지 모르니까 저럴 수 있는 게지. 허허...
“사실 치요 씨가 준현 씨한테 할 일이 걱정된다고 하는게 맞는 말이겠죠?”
“다니엘!”
“무슨 말이예요?”
“치요가 그랬거든요... 자기가 스무살이 되자마자 준현 씨 고추가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하고 싶다고요. 저는 그 시기가 앞당겨질까봐 두렵습니다... 아직 준현 씨는 죽어서는 안 되거든요.”
무슨 말을 하려나 했더니... 결국 날 써먹기 위해서 내가 죽어선 안 된다는 소리였다.
“근데 그런 의미에서...”
다니엘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더 얘기를 이었다.
“저랑 그레이스 씨가 준현 씨네 샾에서 일하는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엉?”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이야기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