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1화 〉 81화 (80/173)

〈 81화 〉 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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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연 계약건은 성공적이었다. 아니, 역대급으로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상담실에 들어간 이후에도 계속 내게 노골적인 구애의 눈빛을 날렸다. 얼굴이 예쁜 여자에게, 그것도 저렇게나 눈이 큰 여자에게 이런 노골적인 시선을 받는건 싫지 않다. 다만 유부녀라는 게 문제일 뿐이다.

몸을 한 번 섞었다고 분위기가 이렇게나 다르다. 그녀는 상담실에 나와 혼자 남게 되자 내 손을 덥썩 잡았다.

“선생님...”

언제는 강준현 씨라며 날카롭게 쏘아붙이던 그녀가 부드럽게 손을 만졌다.

‘왜 이래... 이 사디스트가...’

잠자리에서 남자를 때리고 괴롭히는걸 좋아하는 성향을 갖은 한서연이 이러니까 수작 부리는거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박힐 때만 예쁜 이 여자... 집사의 성기를 짓밟고 불알을 걷아차고 손모가지를 사슬이나 수갑으로 묶어놓은 채로 정액을 질질 흘리게 만드는게 취미인 이 여자를 대체 어쩌면 좋을까.

어쩌긴 뭘 어쩌겠는가.

한서연은 반대쪽 손으로 파우치에서 지갑을 꺼낸 후에 신용카드를 꺼내서 내 손에 꼭 쥐어줫다.

“선생님이 원하는 액수만큼 긁으셔도 좋아요...”

눈에서는 하트가 뿅뿅 터져나왔다.

“근데...”

근데라니... 존나 불안해진다.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더 불안해진다.

나는 초조하게 입술을 혀로 축이면서 말했다.

“어떤 조건인데요?”

“아까 그 실장님이라는 분이랑 쇼핑했잖아요? 저랑도 매주 한 번씩 쇼핑해줘요...”

“예..? 뭐, 그거야 어렵진 않은데 제가 물건 살 일이 그렇게 자주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원래라면 1년에 한 번 옷을 살까말까 했으니 그녀의 제안을 들어줄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다.

“당연히 제가 사드리는 거죠! 그리고 꼭 평일이어야 해요. 대낮이어야 하구... 사람들 다 볼 수 있는 곳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한서연의 위아래를 훑게 됐다. 물론 앉아있었기 때문에 테이블 위에 봉긋하게 오른 가슴을 훑을 수밖에 없었지만.

‘가만히 있어보자... 한서연이 신이설한테 질투심을 느끼는 모양이구나.’

굳이 신이설과의 쇼핑을 들먹이면서 쇼핑 같이 가자는 얘기를 할 이유는 없을 테니 말이다.

신이설과의 쇼핑 데이트... 데이트라고 말하기에도 좀 애매한 상황이긴 하지만 연신 내 손을 붙잡고 돌아다녔으니 데이트라면 데이트다.

그리고 그 분위기와 달아오른 성욕... 이후에 예견된 마사지와 섹스까지. 그러나 그 일은 생각지도 못하게 마무리되었다.

이 모든 일이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서 한서연을 만난 후에 일어졌다. 물론 내가 한서연의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신이설은 내 뺨에 싸대기를 올려붙이고 뛰쳐나갔지.

하.

나는 한숨을 쉬고 말았다. 신이설이라는 여자에게 실망을 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약 10명 쯤 되는 섹스 파트너 중에 하나라도 잃고 싶지 않다? 그런 감정이라기보단 알고보니 정말 좋은 사람이었던 신이설을 잃은 것만 같은 상실감이 더 컸다.

내가 한숨을 쉬자 한서연은 걱정스럽게 날 쳐다봤다.

“왜요? 안 돼요..?”

“아뇨! 가능합니다... 원장님도 그 정도는 허용하실 거예요.”

“후... 다행이다.”

사실 기분이 째질 듯 좋아야하는건 나였다.

일주일 중에 하루 정도는 출근을 빙자한 데이트 및 섹스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거니까. 그것도 이렇게 예쁘고 돈 많은 여자랑...

그런데도 뭔가 석연치 않다.

하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는 법.

나는 한서연의 카드를 갖고 나가서 최원재에게 말했다.

“백지수표네요.”

“뭐! 뭐? 배, 백지?”

“원하는만큼 긁으라는데요?”

카드를 받아든 최원재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얼마나 긁어야 될까요?”

“너... 너... 한서연 집 갔다와봤다고 했잖아. 그럼 어느 정도 각이 나오겠지. 얼마 정도 쓸수 있을거 같냐?”

“흠, 글쎄요.”

정말 모르겠다. 집이 아무리 커봤자 남편 돈일수도 있으니까. 한서연이 쓸수 있는 돈이 얼만지 당췌 내가 어찌 알겠는가?

그래도 질러 먹을 때는 크게 질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가장 비싼 계약이 제가 해낸 계약들이죠?”

“어... 어... 그렇지?”

“그럼 삼천만원으로 다시 갱신하죠.”

“히야... 역시 통이 크구만! 삼천도 삼천인데 앞으로 관리 잘해드려서 재계약 갱신 꾸준히 하자고.”

“아, 그런데 조건이 있으시다고 하던데요. 일주일에 한번 평일 대낮에 밖에서 시간 좀 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출장 마사지 시간 이외에요.”

“그런거야 뭐 어려울 것도 없지. 우리 샵 에이스는 너니까 너가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해.”

최원재는 돈 앞에 눈이 돌아간 나머지 앞뒤 재지도 않고 승낙했다.

이게 얼마나 큰 일인지 모르는 모양이다. 내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건 손 쓸 도리가 없는 거다.

‘멍청이...’

지금까지 호구 소리 듣던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최원재가 결제를 끝낸 카드를 들고 상담실로 들어가자 한서연이 싱긋 웃으며 얼마나 썼냐고 묻길래 3천이라고 대차게 대답했다. 그러자 한서연이 뾰루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옆으로 와서 어깨를 쓰다듬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렸다.

‘설마 가격이 비싸서 계약을 파기하려는건가?’

염치없이 3천만원이나 긁었던 거라면 이 계약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한서연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리를 했다.

“선생님... 나를 몰라도 아직 너무 모르시는구나. 앞으로는 더 알아가는 시간 가져요, 우리♡”

나는 꿀꺽 침을 삼켰고 한서연은 카드를 갖고 직접 카운터 쪽으로 갔다.

나는 계약을 끝낼 동안 그녀가 얼마를 계산했는지 몰랐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인사를 하며 떠났을 때, 최원재가 내게 다가와서 얼싸안고 기뻐했다.

“아유! 이 귀염둥이 막둥이 복덩이!”

“예..?”

“한서연이 얼마 긁고 갔는지 알아?”

“얼만데요?”

“6천만원! 무려 6천! 지금까지 내가 들어본적도 듣지도 못한 금액이야!”

“유, 6천이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6천이면... 지금까지 벌었던 커미션만큼의 돈을 다시 리필 받을 수 있다.

최워재가 4천 정도 챙겨가고 나머지 2천은 내 몫이라는 얘기다.

‘미쳤다. 미쳤어.’

내 인생에도 드디어 봄이 오는구나!

백날 개미 꼬여봐야 소용없다는 얘기가 이래서 나오는거다. 인생은 한방. 큰 걸로 한방이다.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면 그 후부터 신이설은 샵에 출근하지 않았다. 신이설이 최원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따라서 실장직은 당분간 베테랑 마사지사인 김지연이 맡게 되었다. 그녀의 고객들은 전부 이연두에게로 인수인계됐다. 이연두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연두 역시 최근에 잠깐 친해지기 시작한 신이설이 출근을 하지 않는 부분은 걸리는 듯했다. 휴게실에 있을 때 계속 어딘가에 연락을 하는 모양인데 상대가 받지 않는 걸 보니 신이설이 맞는 듯하다.

나 때문에 신이설이 나갔다고 생각했는지 내게도 물었지만, 나조차도 자세한 설명을 해줄수 없었다.

신이설이 알게 모르게 직원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컸던 모양인지 요 며칠 분위기가 어둑어둑했다.

반면에 나는 조금 색다른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하아... 하아... 쭈, 쭌아... 사, 살... 사라...ㅇ.”

“후욱... 후욱... 뭐라는 거야...”

“아, 모... 몰랑...”

“허리 더 꺾어봐 가슴 만지면서 하게.”

“으... 으웅...”

서아는 허리를 꺾었고 나는 허리를 와락 끌어안으면서 동시에 두 개의 젖가슴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서아의 고개를 돌려 게걸스럽게 입술과 혀를 빨아댔다.

충견 서아는 저번 임태훈 사건을 계기로 내가 하라는대로 다 했다.

오늘도 신이설도 없고 분위기가 다운된 샵에 한가하게 있자니 심심해서 서아를 불렀더니 부리나케 달렬왔다. 그래서 끈적한 섹스를 즐기는 중.

육봉 교육대로 교육한 서아의 충성심으로 모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싸가지 없고 말 안 듣던 서아는 이제 없다. 지난번에 한서연의 목구멍에 잔뜩 퍼질러 쌌을 때가 기억에 남아 서아에게도 똑같이 했다. 목구멍 안까지 깊숙이 집어넣으면 싫어할만도한데 서아는 컥컥거리면서도 내가 쌀때까지 끝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샤워실에서 서로의 몸을 구석구석 잘 씻겨준 후에 함께 마사지 배드에 누워서 남은 시간동안 함께 낮잠을 잤다.

돈도 벌고 섹스도 하고. 직장에 왔는데도 휴양지에 온 기분이다.

“댕댕아.”

“읏풉! 뭐라고?”

내가 서아를 댕댕이라고 부르자 댕댕이가 몸을 웅크리며 내 안으로 더 파고들어왔다.

“지금 나한테 댕댕이라고 한 거야?”

“응. 서아, 너 댕댕이 같아. 말 잘 듣고 귀여운 댕댕이.”

“아힛... 개 취급 당했는데 왜 기분이 좋은 거지?”

“크크. 어때, 마음에 들어?”

서아는 내 가슴팍에 얼굴을 쳐박곤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너 나 좋아하냐?”

“푸학! 뭐, 뭔 소리야! 좋아할 리가 없잖아.”

가슴팍에 뜨거운 입김을 내뱉더니 얼굴을 뒤로 쭉 잡아당기는 서아.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서아를 다시 끌어당겨 내 가슴팍에 가까이 붙였다.

“그래. 우리는 댕댕이와 주인님의 관계지. 그치?”

“치... 너가 왜 내 주인인데...”

“나쁘지는 않구나?”

“몰라...”

나는 그런 그녀의 복잡한 속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등을 다독여줬다. 지난번에 임태훈 사건 때 제대로 달래주지 않은 건 같았다. 그때는 그냥 섹스만 주구장창했었지.

사실 서아가 내 품에 안겨 있다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꿈만 같은 일이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상황이 역전됐다.

섹스하고 싶을 때마다 부르면 된다. 심지어 일정이 있는데도 다 내버려두고 날 위해 달려와서 다리를 벌리는게 서아다. 그러니까 마음놓고 그녀를 부를 수 있는 거다.

그리고 사실상 서아가 아니라도 많은 여자들이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내일은 또 누구랑 하지? 나는 서아를 끌어안은 채로 전화번호 목록을 뒤적거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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