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7화 (7/173)



〈 7화 〉7화

남자를 마사지하려니까 확실히 무게감이있어서 힘이 들어갔다. 웬만큼 힘을 주지 않으면 압이 들어가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
최원재의 푸른점은 기립근 옆쪽에 위치했기에 그의 계곡처럼 파인 기립근 옆을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서 풀기 시작했다.
약간씩 번져나가는 푸른점. 내가 붉은점을 주무를 때는 아무 반응이 없던 최원재가 몸을 움찔했다. 아프지는않은지 말이 없다. 말은 없었지만, ‘어디 한번 해봐’라는 느낌. 오기가 생겨서 압력을 더 늘려서 눌렀다.
꾸우우욱.
그러자 푸른점이 급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 게이지가 차오르듯 푸른점이 점점 피부색깔로 변질되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뭐야, 끝이야?’

비밀을 알아채긴 커녕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려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최원재의 허리에서 손을 떼고 변화를 지켜봤는데 아무것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
1, 2, 3초.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걸까? 없으면 내심 서운하다. 푸른점을 제거하면 뭔 일이라도 일어나길 바랬는데 김이 샜다.
 포기하고 자신있어 했던 어깨쪽 마사지를 계속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최원재가 하반신을 꿈틀거리더니 한쪽 무릎을 스륵 올렸다.

“으음...”

?

내가 자세를 바꿔달라는 소리를 했던가. 아니면 그 부근을 주물러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건가? 알 수 없어서 그저 가만히 있자 갑자기 최원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나에게 등을 보인 채로 말했다.

“크흠... 그, 뭐야.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 네? 제가무슨 실수라도 했나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에요.”
‘무슨 말인지 제발 알아듣게  설명해 달라고요!’

푸른점은 면접을 떨어트리는 점이었던 걸까. 나는 진아영이 만들어준 자리를 이렇게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나는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원장님. 부탁드립니다. 저한테 제발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내가 목소리를 높이자 최원재 원장은 여전히 등을 보인채 고개만 돌려서  봤다.

“저한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배우겠습니다. 돈을 안 주셔도 상관 없습니다. 열심히 배워서 인정받은 후에라도 이곳에 꼭 취직하고 싶습니다.”

내 목소리에서 절실함과 진정성을 느꼈을까. 그는 아까보다 더 차분해진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는 긴장해서 그와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강준현 씨.”
“네.”
“나는 최근에 발기부전 때문에 아내와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
“근데 강준현 씨의 마사지가 효과가 있었는지. 발기부전이  나았어요. 지금 너무 건강해요. 이런데도 절 붙잡아야 합니까? 지금 당장 애 만들러 가야겠으니 말리지 마십시오.”

드르륵- 쾅! 탁탁탁.
문을 닫자마자 어디론가 쏜살같이 뛰어가는 최원재.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짜악-
정말 강하게  뺨을 후려쳤다. 아프다. 존나게 아프다.
뭐, 발기부전? 진짜 정신 나간거 아니냐고. 그럼 방금 자세를 바꾼건 발기돼서 그런거냐? 우욱. 지금까지 폼 잡았던 카리스마는 여름철 땡볕에 말려놓은 고추 마냥 쪼그라들었다. 편견은 반전 줄  효과 있다더니 진짜였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다시금 미닫이문이 열렸고 카운터에 있던 여자가 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이상한 눈으로 날 위아래로 훑었다.

“뭐해요? 일  할거예요?”
“?”
“원장님이 오늘부터 바로 일 시키라고 하고 나가시던데요. 설마 얘기 못들은 거예요? 하여튼 그 양반 진짜.”
“저기... 무슨 일인지...”
“옷장에 유니폼 있으니까 그걸로 갈아입으세요. 천천히  구경시켜 드릴게요.”

드르륵- 탁.
그렇게 말하고 나가버리는 여자. 어떻게 된  여기 직원들은 죄다 지 할말만 하고 나간다.
나는 그녀의 지시에 따라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검은색 티셔츠와 폭이 넓은 칠부 바지였다. 내가 옷을 갈아입고 카운터 쪽으로 나가자 그녀가 나를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여자의 이름은 신이설이라고 했다. 쓸데없이 거창한이름이 아닌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신비로운 느낌과 잘맞아 떨어진다. 보통 저런 이름을 해서 못 생기면 용서가  되는데 신이설은 용서가 되는 수준 정도는 됐다. 나이는 무조건 나보다 누나라고 생각했는데 나랑 동갑으로, 스물아홉이라고 한다.
여성전용 마사지샵 답게 모든 직원들이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영상에 남자직원처럼 나오는 사람도 알고보니 단발머리의 여자직원이었는데 인사할 때 직접 보니까 어깨가  넓은 편인 예쁘장한 여자였다.

“여기가 VIP룸이에요. 사이트에서 보셨으면 아실테지만, VIP랑 일반고객은 가격이 달라요. 다른 샵은 VIP고객이 할인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반대에요. 대신 서비스의 질이 완전 다르죠. 돈을  많이 내는 고객은 당연히 좋은 서비스를 받아야 하잖아요? 그런 사업 이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는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돈 많이 내는 고객이 왕이라는 소리겠거니.

“그리고 여기는 일반 고객들을 상대하는 방이에요. 앞으로 자주 오게 될테니까 위치도 기억해두시고 다른 방이랑 착각하지 않게 조심해요. 간혹 마사지를 받다가 주무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깨우면 안 되거든요.”

후- 신이설은 오늘 하루종일 말을했더니 힘들다면서 마사지 배드에 잠깐 앉았다. 신경질적으로 한쪽 어깨를 툭툭치는 그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목덜미며 어깨 부분에 속살에 붉은점들이 한가득이다.
나는 그녀가 쉬는동안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살폈다. 일반 마사지룸은 VIP 마사지룸에 비해서 배치된 물건이 거의 없었다. 아로마젤이라던지 마사지를 돕는 기구들.

“이거 한번 써봐도 돼요?”

내가 아로마젤을 가리키며 말하자 신이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로마젤 뚜껑을 열어서 아주 조금만 손바닥에 뿌리고 양손으로 문질렀다. 끈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오묘한 느낌. 찌걱거리면서 야릇한 소리가 난다.
손가락 사이사이를문지르다가 문득 신이설의 붉은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젤도 발랐는데 잠깐 어깨 주물러 드릴까요?”
“됐어요. 주무른다고 낫는것도 아닌데요, 뭘.”
“마사지샵에서 일하시는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뭔가 이상하네요.”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만약에 주물러서 다 나으면 아플 때나 찾아오지 중독성 있게 찾아오지는 않으니까. 의사들도 그런다면서요. 다 낫게 해줄 수 있어도 일부러 조금씩 천천히 고쳐준다고.”
“아, 그래요? 처음 듣는 얘기네요.”
“이 바닥이 다 그렇죠, 뭐. 준현 씨도 판타지같은 게 있으면 얼른 지우는게 좋아요.”

삶에 찌든듯한 소리들.이런걸 자본주의의 폐해라고 했던가. 오래되고 묵은 신념 때문에 결국 주변의 아무도 믿지 않는다.
바로 눈앞에 손으로 발기부전을 치료한 치료사가 있는데 말이다. 아, 말이 좀 역겹네.
나는 끈적이는 손바닥을 신이설에게 보여줬다. 마사지룸 특유의 은은한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시원할텐데.  잘해요.”

내 말에 신이설은 가자미눈을 떴다. 새초롬한 게 어디가서 꿀리지 않을 얼굴이다. 진아영이 완전 강아지상이었다면  여자는 딱 여우상이다. 화장도 진하지 않게 했는데 피부가 반들거렸다. 컨셉인지 치파오 드레스 비스무리한 걸 입고 있는데 허리가 잘록한 게 마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원장님이 혀를 내두를 실력이면 신용이 가긴 하는데.”
“믿어 보시라니까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역시나 하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귀찮게. 시원하면 얼마나 시원하겠어요.”
‘아, 진짜 답답하게 짜증나게 하네. 이 여자?’

그냥 받으면 되는데 뭘 저렇게 튕겨대는지 모르겠다. 오기가 생겨서 다시 말했다.

“내기할래요? 한번 받으면 또 해달라고 할게 분명해요.”
“오, 자신감~ 근데 어쩌죠? 여기 직원들 전부 한번씩 거쳤거든요. 저 원장님 마사지 아니면 절대 안 받아요.”
‘어우 재수없어. 뺨을 때릴까?’

하하하.
나는 최대한 인간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참았다.

“진짜로요. 저 지금 진지해요.”
“흐음, 내기? 돈은 많아보이지 않고... 주변에 잘생긴 사람 있어요?”

나는 친구 중에 영준이라는 바람둥이 녀석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이기면 그 사람 소개시켜줘요.”

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럼 내기 내용을 바꾸죠. 다시 해달라고 조르는 거야 꾹 참으면 그만이니까.”
“그건 그렇죠.”
“이거 어때요? 마사지 때문에 기분 좋아져서 이설 씨가 신음 뱉으면 제가 이기는 걸로.”
“하, 참나. 뭐라고요? 지금 신음이라고 하셨어요?”
“네. 대신 제가 이기면커다란 요구를 할 겁니다. 물론 들어줄  있을 정도로요.”
“참내. 뭔데요?”
“이기면 말씀드릴게요.”
“어차피 그럴 일 없으니까 들을 일도 없겠네요. 해봐요, 어디.”

나는 약간 말라버린 손에 다시금 아로마젤을 뿌렸다. 삭삭 골고루 묻힌 후에 가볍게 신이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뭉태기로 있는 붉은점들을 중심으로 저압으로 살살 문지르면서 손에 묻은 아로마젤을 신이설의 어깨부분에 조금씩 문대 바르기시작했다.
움찔. 곧 바로 반응이 왔다. 어깨가 넓지는 않아도 시원함을 느끼는 포인트는 정해져 있다. 그런데 압을 세게 준 것도 아니고 피부를 살짝 문지를 뿐인데도 바로 반응이 왔다. 요는 붉은점에 있었다. 뭉태기로뭉쳐있는 붉은점을 살짝 흐트러트린 것만으로도 꽤 시원할 터였다.
아로마젤을 목과 어깨를 포함한 손이 닿는 곳에 전부 바른 후에  끝에 압력을 조금씩 실었다. 만두피를 눌러 피듯이 압력을 주되 찢어지지 않게 아껴주듯 조심스럽게 눌러야했다. 나비모양으로 둥글게 피면서 어깨를 주무르자 신이설이 자기도 모르게 턱을 치켜들었다.
보통이라면이쯤에서 신음을 뱉을 거다. 진아영도 그랬으니까. 나는 어깨를 조물조물하다가 목덜미쪽을 어루만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압을 강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어린애 달래듯.
매끄럽게 이동하는 표면. 잡티 하나 없이 말끔한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붉은점을 천천히 물리쳤다.
땀이 삐질삐질 나오기 시작한다. 아무리 마사지 초보인 나라도 아로마젤과 사람의 땀 정도는 구분할  있었다. 몸이 뜨거울 데로 뜨거워진 신이설은 새로이 내 손끝이 닿는 곳마다 몸을 움찔거렸다.
정신이 아득해지겠지. 조금씩. 조금씩. 녹아내리는 거다. 신이설은 온도가높아진 아이스크림처럼 긴장하고 있던 팔뚝에서 힘을 빼고 꼿꼿했던 허리를 축 늘어트렸다.
나는 일부러 등뒤에서 마사지를 하지 않고 그녀의 앞쪽으로 이동했다.
클라이맥스로 쇄골 부분에 있는 붉은점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꾸욱.
그러자 딱딱하게 닫혀있던 신이설의 입술이 마침내 끈적하게 떨어졌다.

“하... 하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지 고개가 휘청이며 돌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