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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3화 (3/173)



〈 3화 〉3화

“저기... 정말 죄송한데  변태 아니거든요? 지금부터 제가 뭘  하려는데 별 다른 의미가 있어서 그러는건 아니니까...”
“네..? 뭐 하시려는건데요?”
“저기, 그... 아, 뭐라고 설명해야되지. 미치겠네. 그니까 제가 뭔가 확신이 와서요. 아프신걸 낫게 해드릴테니까 눈 한번만  감아주세요.”

내 말에 그녀는 정말 눈을 질끈 감았다.

‘와, 예쁘다... 안 보는 사이에 화장이라도 했나?  아까보다 더 예쁘지? 아차. 이런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는 다시 그녀의 몸을 훑어보았다. 붉은점들은 발목 부근에서 시작해서 종아리쪽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러면서 쭉 올라와서 허벅지 뒷부분을 시작으로 분산되서 몸 이곳저곳에 퍼져있었다.
본능이다. 그저 본능. 아까도 심폐소생술을 할 때 똑같은 상황이었다. 내가 잘못된 위치를 잡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려는 듯 붉은점이 위치를 잡아줬고 그 위에 손을 얹었더니 여자가 살아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가 입에서 삼킨 물을 토하고 있을 때, 추워서 얼어죽을 것 같은 그녀의 몸에 붉은점들이 있어서 그것들을 쓸어줬더니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이 붉은반점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다리부분부터 시작해서 발목 부근으로 손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흣하면서 여자의 입에서 콧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너무 야릇하게 쓰다듬었나..?’

이런 생각이  정도로 기분좋은 숨소리였다. 방금까지 고열 때문에 숨을 몰아쉬던 사람이 그저 붉은점에 손을 댔을 뿐인데 차도가 있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마사지하는 느낌으로 약간의 압력을 줘야겠다. 나는 붉은점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발목부근을 손으로 주물거리기 시작했다. 붉은점은  손이 닿을때마다 물감 번지듯이 흐릿하게 퍼지면서 끝의 윤곽들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근데 문제는 내가 발목 부근에 집중하자 다른곳에 있는 붉은점들이 마구증식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특히 종아리와 허벅지 뒷부분이 그랬다. 나는 재빨리 손을 옮겨서  부분들을 떼밀 듯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여자도 처음보다는 숨결이 많이 차분해져서 이제 새액거리는 소리를 냈다.
근데 생각해보니 여자 살결을 만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보드라운줄은 몰랐다. 잡티 하나 없이 매끄러운 속살은 만져주길 바래왔던 것처럼 만질 때마다 부들부들 탄력있게 떨어댔다.
생각해보면 참 웃긴 일이다. 이런 피부와 보암직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섹스를 안하고 낭비한다? 국가적으로 뼈아픈 손실이 아닐까 한다.
나는 다시금 집중하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눈을 감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빤히 나를 올려다보고있는게 아닌가. 신기하다는 듯 내가 뭘 하느지 지켜보고 있었다.

“아... 민망하니까 다른데 보고 있을래요?”
“마사지하는 거예요? 그럼 마사지한다고 얘길 하지 그랬어요. 근데 완전 효과 좋네요. 배웠나봐요.”

천만의 말씀이다. 예전부터 할머니나 어머니에게 악력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다. 친구들도 종종 내게 어깨 한번만 주물러주면 안 되냐고 졸랐던 적이 있었고 심지어 여자애들도 가끔은 내게 어깨를 내어줬었다. 물론 항상 거기까지였지만.
나는 굳이 배웠냐는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내게는 번져나가는 붉은점들만 보였다. 이 붉은점들은 약오르게도 내가 만지면 다른 곳에서 피어났다가  그곳을 만지면  다른 곳에서 피어났다.나는 그녀의 아랫배부터 시작해서 허벅지 안쪽, 엉덩이 옆 등등. 골반 주변을 샅샅이 문지른 후에 뭉탱이로 뭉쳐있는 발목을 싹싹 풀어줬다.
발바닥까지 붉어져있는 상황이다. 내가 발바닥을 슥 훑자그녀가 간지럽다는 듯이 허리를 뒤틀며 꺄륵 웃었다.

“이것도 마사지 맞아요?”
“...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나는 발바닥을 조물락거리다가 다시 여리여리한 종아리를 쓸어올렸다. 이번에는 사심도 살짝 섞었다. 그리고 엉덩이 부근으로 올라가서 문질거리는데  가지 문제가 있었다. 붉은 점이 팬티 안쪽에 걸쳐 있어서 따라갔는데결국 조금씩 이동해서 볼기까지 내려갔다.

“저기, 미안한데 몸을  돌려볼래요? 엉덩이 쪽을 풀어야 할거 같아서요.”

여자는 피식 웃으면서내 말에 따라 몸을 돌렸다. 이 상황에서도 제법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걸 봐서 이제 말끔히 나은 듯했다.
그럼 굳이 마사지를 받지 않아도 되는데 왜 가만히 있을까?
성교육을 받지 않은  살짜리 꼬맹이도 그 이유는 알 것이다.
처음에는 윤곽쪽만 살살 문지르다가 여자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이젠 떡 주무르듯 마음껏 주물러댔다. 와.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무슨 아기 피부처럼 탱글탱글한 것이, 지방으로 쳐지지 않고 근육으로  잡혀 있는 느낌이다. 거기에 방금 샤워를 하고 나와서 그런지 엉덩이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여자는 “하큿”하는 소리를 내며 입가에 주먹을 가져갔다.
붉은점도 거의 다 없앴겠다. 슬슬 제동을 걸어볼까.나는 최대한 능숙해 보이기 위해 과감하게 손을 옮겼다. 엉덩이를 조물딱 대다가 자연스럽게 원을 그리며 내려가서 엉밑살 쪽을 만졌다. 그러다 손이 조금씩 사타구니쪽으로 이동했다. 가만히 반응을 봐도 아무런거부반응이 없다.

후-

기분좋은 숨을 내쉰 후에 팬티끈을 살짝 튕겼다. 그러자 이제야 좀 반응이 온다. 싫어하는 반응이 절대 아니다. 아무래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나는 내 손길에 기분 좋은 제스쳐를 취하는 여자를 내려다보며 아랫도리가 불끈 솟아오르는  느껴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아아... 이날이 오고 말았습니다. 드디어  삼십년을 묵혀뒀던 판도라의 상자가 개방하는 순간이다.
나는 숨을 죽이면서 여자의 팬티 끈을 완전히 들어올려서 연꽃같은 그곳을 두눈으로 확인했다.
야동으로 봐서 눈에 익혀둔 그 모양새는 맞다. 근데  다르다. 남자의 성기가 다르게 생겼듯이 여자의성기도 달랐다. 여자의 사타구니는 정말이지 꽃같이 예쁘게 똬리를 틀고 있었다. 색깔도 너무 짙지 않은 약간의 보랏빛이 감도는 색상이다. 판타지로만 여겼던 연분홍 빛깔 따위는 없었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이  현실감이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남자 경험을 많이 해봤겠지. 하, 이럴수록 초조해진다. 누군가에게 비교될걸 생각하니까.
그런데 여자가 상체를 살짝 말면서 밑에 생긴 공간을 통해 내게 말했다.

“거, 거기도... 마사지 해야되요?”
“네... 생각보다 안쪽 깊숙이 있어서요.”
“뭐, 뭐가요?”

붉은점이라고 대답하려다가 오히려 악효과가   같아서 둘러댔다.

“근육이 뭉친 부분이요.”

나는 손으로 사타구니쪽을 문지르면서 말을 이었다.

“이쪽에 있는 두툼하게 튀어나온 건 같은 부분. 여기가 말썽이에요. 아마 아까 발목을 접지를 때 골반이 심하게뒤틀렸나봐요.”
“아, 그렇구나... 윽! 근데 진짜... 흐큭. 자, 잘하시네요.”

나는 처음 보는 꽃봉오리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그 주변을 사악사악 문질러댔다. 동글동글한 부분도 있고 약간씩 돌출된 부분도 있다. 야동에서 보면 이쯤에서 코를 박고 핥던데.
스읍- 야한 생각으로 달콤해져 버린 침을 삼키고 바싹 마른 입술을 한번 훑었다. 다 잡힌 먹잇감을 노려보는 맹수처럼 눈을 낮게 떴다. 나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었다.
모쏠아다들에게 흔히들 하는 조언이 있다. 성급하게 하다가 너무 흥분해버린 나머지 3초만에 지려버렸다는... 그런 얘기들을 얼핏 들었다. 어쨌거나 나에게는 첫경험이다.  사람이 나와의 관계를 만족한다면이후에도 관계를 갖길 원할 거다. 치밀해지자, 강준현. 나는 뻐근해져가는 아랫도리를 달랬다.

‘이제와서 엎어버리지 말자. 차근차근 천천히 하나하나.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나는 잡아당기고 있던 팬티끈을 놓아주고 다시 마사지에 치중하는 척했다. 이제보니 상체에 붉은점이 남아있었다. 긴장해서 도드라진 기립근 주변을 살포시 눌러주다가 미끄러지듯 슥 올라가 브래지어가 있는 등쪽으로 올라갔다.

“이거 풀어도 되요?”

일부러 몸을 숙여 귓가에 대고 말하자 놀랐는지 상체를 부르르 떨었다.

“마사지하는데 불편할거 같아서.”
“네. 상관없어요.”

두근두근두근.
단 한번도 풀어본적 없는 브래지어 후크를 끌러서 풀었다. 처음이라  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이해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었다.
앞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는한데 일단은  정도에서 만족이다. 훤히 드러난 등. 도드라진 견갑골이 은근히 꼴릿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제일꼴릿한건 여자가 지금 팬티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다는 거다.
진짜 마사지를 하듯 등을 크게 문지르면서 겸사겸사 붉은점을 지워냈다. 그러면서 조금씩 옆으로 이동해 빠져나온 옆가슴을 문질렀다.

“하읏.”

와. 반응을 보아하니  부분이 이 여자의 성감대인 듯하다. 한번 느끼게 해주고 어깨쪽과 목덜미 쪽을 잡아서 시원하게 마사지를 해줬다. 그러자 여자가 녹아내리는 소리를 냈다.

“하아아아.”

나는 순간적으로 침대에 아가리가 달려있는줄 알았다. 여자에게 남아있었던 힘이 쭉 풀리면서 몸이 침대를 향해 깊게 꺼져서 꼭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목덜미와 어깨 마사지를 끝내고 나니 여자는 완전히 회복되서 감탄을 했다.

“와아아. 진짜 대박... 엄청 시원했어요.”
“제가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근데 대게 아줌마들이 이런 반응인데...”
“아니, 진짜요. 전문 마사지사보다 더 좋은거 같아요.”
“과찬이시네요... 이제 앞에도 해드릴게요.”
“앞... 음... 알겠어요.”

몸을 돌리는 그녀. 한손으로 젖가슴을 가리고 방황하는 눈짓을 했다.

“하, 덥네요. 여기.”
“집이 구리긴 구리죠.”
“아뇨... 그런게 아니라.휴, 이제 어디 마사지 남았어요?”

시원하긴 엄청 시원했는지 꽤 기대하는 눈이다. 나는 팔로 가리고 있는 두 개의 둔덕을 바라봤다. 눈을 그쪽을 향해 두자  밑에 깔린 듯이 누운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여기요?”
“네.”
“무슨 마사지가 이래요...”

말은 그렇게 해도 싫어하는건 절대 아니다.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말했다.

“그만 할까요? 마사지.”

이미 우리 둘은 알고 있었다. 이심전심이라고. 여자도  두툼해진 아랫도리와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직감했다.
혼자 사는 남자의 집에 겁도 없이 찾아온 여자다.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못했을까. 탄식하듯 숨을 내뱉으며 기어코 가슴에서 손을 뗀다. 천천히 떨어지는 팔뚝과 함께 유륜이 그 모습을 드러냈고 그 다음에는... 젖, 꼭, 지가...
아.
바로 그때. 요란한 벨소리가 울렸다. 내 스마트폰은 잃어버렸으니 이 소리는 여자의 것이었다. 그녀는 전부 보여줄듯했던 젖가슴을 다시 손으로 가리고 상체를 반대쪽으로 돌린채 전화를 수신했다.

“여, 여보세요? 응... 아니야... 금방 들어갈 거야. 응, 아니. 내가 해. 나머지는 다 퇴근하라고 해. 응... 고마워. 그럼 이따 봐.”

전화를 끊은 그녀가 주섬주섬 풀어진 와이셔츠 단추를 채웠다.

“아무래도 가봐야 할거 같아요.”
“...”

나는 마사지를 하던 중이라 무릎을 꿇은채 굳어버렸다.

“미안해요. 아직  끝났는데... 이렇게 신세만 지고 가네요. 와, 근데 아까 접질렀던 발목이 다 나았어요.  움직이는데요?”
‘분질러서  움직이게 했어야 했는데!’

 인생 최대의 실수를   같다.
옷을 다 입은 그녀가 옷장에서 내 양말을 꺼내 신었다.

“이거 아무거나 신어도 돼죠? 진짜 미안해요. 나중에 꼭 변상할게요.”
“...”

그녀는 신발장 앞에서  주섬주섬 뭘 챙기더니 내 슬리퍼를 꺼내서 신었다.

“저,  갈게요. 꼭 다시 뵈요. 아, 그리고  이름은 진아영이에요.”

인사를 하고 나가버린다.
나는 망부석처럼 굳어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차라리 한폭의 꿈이었다면 말을 안 해.  이렇게 내버려두고 그냥 사라졌다고? 나는 어제 저녁에 만났던 김서아를 떠올리며 방금 이름을알게된 진아영의 모습을 오버랩했다.
믿을 수가 없다.  잡은 고기를 놓친 어부의 심정이 이런 심정일까.
아니다. 어부가 뭘 알아? 시발.

*

오후 늦게 한바탕 초인종 소리가 울려대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났다. 단잠을 자고 있던터라 어제의 일이 더욱 씁쓸해지는 순간이다. 하, 생각할수록 허탈하네.
쿵. 쿵. 쿵.
초인종 소리에도 모자라서 노크까지. 귀찮지만, 가만히 있으면 더 괴롭힐거 같았다.

“누구세요?”
“퀵입니다. 서명 받아야 해서요.”

나는 귀를 의심했다.

‘뭐, 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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