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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가씨와 번뇌의 호위기사-6화 (6/122)

00006  1. 미친 아가씨의 꿍꿍이  =========================================================================

속옷을 이리도 야하게 찢는 취미가 있는 줄 몰랐다. 눈을 가리는 건 제 판타지거나 부끄럽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 녀석은 어쩌면 침대에서 보통이 아닐지도.

‘취향이 가리고 때리고 괴롭히고 그런 쪽인가? 풉! 동정 같았는데 참 희한한 일이군.’

어디 얼마나 여자를 잘 흥분시키나 두고 볼 생각이었다.

하이너는 정작 목적을 잊고서 마리의 은밀한 숲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복잡한 레이스와 리본, 반투명한 천이라는 인위적인 것들 밑에 숨어 있던 살결은 자연 그대로였다. 아가씨도 음모가 나는 사람이구나, 아가씨도 점이 있는 보통의 사람….

‘점이 별 모양?’

하이너는 금빛 음모에 가려져 자칫 보이지 않을 뻔한 연갈색 작은 점을 보고 놀랐다. 누가 미친 아가씨로 불리는 아가씨 아니랄까 봐, 별나도 이렇게 별날 수가 없다. 삼각형과 역삼각형이 포개진 별 모양. 그것은 보나 마나 아가씨가 빠진 마법이나 괴상한 미신에 의해 새겨진 것이리라. 새끼손톱 크기의 별 문신은 습기를 머금은 연분홍색 살결 표면에서 호흡하듯 부풀어 오르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보면 볼수록 식은땀이 흘렀다. 신비롭고 어려워 보였다. 차라리 동양의 무술서에 적힌 그림 같은 문자를 해석하는 게 이 은밀한 부위를 흥분시키는 것보다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어려워 보이는 것만큼 호기심도 이는 법이었다. 아가씨가 이 은밀한 곳에 향수라도 쓰는지 생각보다 향기로웠다. 머뭇거리다가 손을 가져갔다. 세로로 움푹 팬 살결을 천천히 위아래로 쓰다듬었다. 수련으로 거칠어진 손이 미안할 정도로 아가씨의 살결은 보드랍고 촉촉했다. 너무나 여려서 조심스럽게 만지고 싶었지만, 어째 손이 주인의 명령을 듣지 않고 집요해졌다. 계속 그러다 보니 아가씨가 아닌 자기가 흥분할 것 같았다.

“읏…….”

은밀한 살결 틈에서 진주알 같은 작은 살덩이가 빠끔 고개를 내밀었다. 그 구슬 같은 부위에 손가락이 스치자 마리가 골반을 비틀며 야릇한 소리를 냈다. 하이너의 눈빛에 기묘한 빛이 스쳤다. 소리가 나는 부위라. 그 부위를 계속 만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검지 끝으로 꾹꾹 눌러보았다. 역시나 가장 민감한 부분인지 여태와는 반응이 달랐다.

“네 손은 너무 거칠어, 하이너.”

한때는 기사를 꿈꾸었던 청년의 손인지라 거친 게 당연하다. 또 그게 자랑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손은 지금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하다. 하는 수 없이 손을 돌려 상대적으로 더 부드러운 손등으로 그곳을 만졌다.

이번에는 마리가 만족스러운 듯 얌전히 있었다. 살결 틈에서 축축한 것이 흘러나와 윤활액으로 삼기에 좋았다. 그 액을 손등에 묻혀 더욱 부드럽고 섬세하게 마리의 진주알을 내몰기 시작했다.

“흐읏, 흐잇.”

누가 가르쳐준 것은 아니었다. 어디서 배우고자 한 적도 없었다. 다만 여자의 반응을 길잡이 삼아 열심히 하는 것뿐이었다.

손가락 속도가 빨라지는 것 또한.

“아앗!”

이번에는 아가씨가 골반을 비트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들썩이는 반응을 보였다. 진주알이 계속 단단해지는 느낌에 자기도 모르게 손등으로 세게 눌렀더니 그게 큰 실수인 것 같았다. 미안해서 얼른 손을 뗐다.

“아프십니까?”

“그럴 리가.”

“하지만 분명 아가씨 소리가.”

“순진하긴, 반대로 생각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반대인데 왜 앓는 소리를 내지? 하면서도 손은 다시 부드러운 손등으로 마리의 진주알을 찾고 있었다. 단단해진 진주알은 더욱 붉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붉은데 계속 자극하면 상처가 나지 않을까? 최대한, 최대한 부드러워야 한다…… 는 생각에 은밀한 살 틈에서 흘러나오는 미끄러운 물을 계속 쓰기로 했다. 마치 흘러나오는 물을 진주의 표면에 퍼 나르듯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렸고 그것을 반복하자 마리가 기분이 좋다는 의사 표시를 확실히 하고 있었다.

“읏… 좋아.”

분명 쾌감에 닿기 직전인 짜릿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고 하이너도 짜릿함에 몸을 떨었다. 그러다 갑자기 등이 아픈 걸 또 느꼈다.

“하아.”

등이 쓰라린 건 참을 수 있지만, 아가씨의 허벅지가 움직이고 풍만한 가슴이 거친 호흡으로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니 더는 참지 못할 것 같았다. 괜히 자신의 호흡도 거칠어지고 온몸에 열이 오르고 있었다.

“더 좋게 해줘, 하이너.”

“아가씨….”

더욱더 부드럽고 더욱더 축축한 것으로 저 진주알을 건드린다면? 하이너는 거침없이 혀끝을 갖다 대었다.

“아아!”

그 순간 생소한 맛을 느꼈다. 아가씨가 가느다란 다리를 어쩌지 못해 시트에 비비적거렸다. 키스도 안 해봤는데 여기부터 핥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미 혀와 함께 입술이 움직이고 있었다. 타액과 함께 섞여 들어오는 새콤한 맛이 참을 수 없이 야했다. 고귀하신 분의 이곳을 핥고 먹다니! 너무나 야하다 못해 죄악감마저 느꼈다. 잠시 고개를 떼고 보니 아가씨의 살 틈에서 맑은 액체가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아, 하, 하이너….”

무언가를 빨아들이고 싶은 듯이 움찔거리는 틈새. 그것을 홀린 듯 멍하니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아가씨가 두 손을 뻗치고 있었다. 얼른 오라고 보채는 것만 같았다. 한쪽 손으로는 빳빳하기 이를 데 없는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다른 쪽 손등으로는 아가씨의 꽃잎을 만졌다. 이 은밀한 틈으로 제 것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아가씨의 손짓이 그러라고 하지 않은가.

흥분시켜드려야 한다는 의무는 달성한 것 같지만 쉽지 않았다.

‘선을 넘어선 안 된다.’

이미 한 번 정액을 쏟아낸 성기를 여기 넣어버린다면 임신이 될지도 모른다. 아가씨를 지켜드려야 할 처지가 그런 짓을 저지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선을 지킨다는 의미는 바로 그런 것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곤란한 일을 만들지 않는 것.

‘게다가 저렇게 좁아 보이는 것에 내 흉물을 넣을 순 없지, 암…… 없는 거야.’

애 끓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이너, 하이너…….”

당장은 다시 혀와 입술로 달래드릴 수밖에 없었다. 대신 이번에는 더욱 좋게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숙이고 아가씨의 분홍색 균열을 혀로 갈랐다. 아까보다 진한 여성의 맛에 혀에 힘이 들어갔다. 더할 수 없는 흥분에 자신의 성기를 잡고 흔들었다. 그런데 너무 흥분해서 핥다 보니 그만 입술과 살짝 난 수염의 거친 경계가 진주알에 스쳐버렸다.

“읏…! 거칠어!”

“죄송합니다.”

호위 기사 노릇을 하면서 이번처럼 고분고분 사과한 적이 있을까. 그만큼 아가씨가 아파 보였다. 그래서 재빨리 아래에서 흘러내리는 애액을 혀끝에 훔쳐 진주알만 살살 달래다가 입술로 조심스럽게 빨아들였다. 반복하니 아가씨가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흩트리며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 읏…… 아아!”

그 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성기를 훑던 제 손도 빨라졌다. 사정할 것 같은 기분이 너무 좋아 사정하고 싶지 않았다. 짐승처럼 마리의 몸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아가씨의 목덜미와 가슴을 쉴 새 없이 핥으면서 성기를 차분히 달래었다. 목소리가 이상한 건 아가씨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꾹 참는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아가씨… 아가씨…….”

살면서 이다지도 애 끓는 목소리를 내어 본 적 없었다. 간절히 원하는 게 있는 사람처럼 아가씨를 불러댔다. 아가씨라는 ‘호칭’을 부를 때마다 선을 넘어선 안 된다고 자기를 세뇌했다. 자긴 어디까지나 흥분시켜보라고 해서 흥분시켜보는 것뿐이었다. 절대 아가씨의 은밀한 곳에 제 것을 쑤셔 넣고 싶어 이러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입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때 마리가 눈을 가리는 천을 스스로 풀어버렸다. 맑은 청록색의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이성은 맑기는커녕 도리어 음탕해졌다.

“하이너, 하이너, 얼른…….”

청록색 눈동자가 온몸을 물들일 것만 같았다. 아가씨의 유혹이 짙어질수록 등이 더욱 아파졌다.

이렇게 유혹당하기 싫어 눈을 가렸건만 아무래도 실패 같다.

“넣어달란 말이야…….”

하이너는 아가씨의 입에 성기를 넣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성기는 성기로만 들어가야, 성기일 수 있다고 생각, 아니, 욕망했다.

***

한스는 술과 사람과 마법을 좋아하는 약사다. 공식적인 직업은 약사지만, 그는 자기의 진짜 직업이 밀주업자에다 마법사라고 생각했다. 그야 밀주업이 약사보다 돈이 더 되고 마법 연구가 약을 연구하는 일보다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는 자기가 만든 술을 맛본단 핑계로 친구들과 신나게 마셨다. 최근에 영주님의 딸 마리니시네와 거래하여 큰돈을 만졌기에 제법 고급 재료로 술을 만들 수 있었는데, 벌써 그 술이 숙성하여 천상의 맛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술을 오를린 영지뿐 아니라 통합된 네히트 영지까지 팔고 거기서 만진 돈으로 또 만들어서 황도에까지 팔아 사업을 확장하는 게 그의 야망이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그를 보고 종자이자 조수인 루돌프가 헐레벌떡 뛰어와 부축했다. 열두 살밖에 안 된 루돌프에게 스물두 살 한스의 몸은 (한스가 날씬한 편인데도) 부축하기가 무거웠다. 한스는 묵묵히 자기를 부축하는 루돌프를 보고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루돌프 언제 커서 나를 번쩍 안으려나.”

루돌프는 ‘마스터가 술을 드시지만 않는다면 제가 이렇게 마스터를 안을 일도 없잖아요?’라고 따지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한스는 루돌프의 몸을 벗어나 작업대에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마스터 한스는 술에 취해 작업대에 앉을 땐 십 분 이내 잠드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담요나 준비해드릴까.’

루돌프가 그러한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작업대를 둘러보던 한스가 루돌프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루! 이 링클(여러 효과를 내는 마법돌을 두루 일컬어 부르는 말)이 왜 여기에 있지?”

한스가 말하는 약이란 사람의 멜라닌 색소를 서서히 변화시키는 약으로, 범죄자들이나 신변을 감춰야 할 이들이 몰래 찾곤 했다. 한스는 며칠 전 오를린 영주의 장녀인 마리의 부탁으로 그 약을 그녀의 호위 기사의 몸에 몰래 이식하는 일을 부탁받았다. 그런데 그날 중요한 계절성 약재료 수집을 위해 그 일을 루돌프에게 맡겼었고, 루돌프가 무사히 링클을 호위 기사의 몸에 이식했을 거로 생각했는데…….

루돌프는 한스가 내민 링클을 보고 멀뚱거린 표정을 했다.

“이 링클이 왜 여기 나와 있죠?”

“이런! 맙소사! 왜 여기 나와 있느냐니! 일부러 네가 발견하기 쉬운 곳에 놔두고 간다고 했었잖아! 이건 루돌프 네가 그 호위 기사의 몸에 심었어야 하는 거라고!”

다정하고 유순한 성격의 마스터가 이리도 화가 나서 말하는 것을 본 적 없던 루돌프는 자기가 뭔가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루! 하나만 물을게! 이게 여기 있다면 대체 그 호위 기사의 등에 이식한 건 뭐였어?”

루돌프는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왠지 그림이 더 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연필과 종이를 가져와, 자기가 호위 기사에게 이식했던 링클 조각의 모양을 그려 마스터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한스는 술이 확 깨는 것을 느꼈다.

루돌프가 호위 기사에게 이식한 링클은 여태 한스 자신이 사들인 링클 중 최고가를 자랑하는 것으로, 이식하면 인간의 몸이 마치 거대한 드래곤…….

***

그 시각 오를린 영주의 성, 하이너의 방 벽이 산산이 부서졌다.

벽을 깨드리고 나온 것은, 하이너의 등에서 골격을 뻗은 드래곤의 날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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