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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가씨와 번뇌의 호위기사-5화 (5/122)

00005  1. 미친 아가씨의 꿍꿍이  =========================================================================

하이너가 숨을 급히 들이마셨다. 부드럽고 축축하고 따뜻한 살덩이가 중지를 오물오물 조이고 있었다. 온몸의 피가 중지로 향하는 것만 같고 손 전체가 점점 녹아 흐를 것만 같았다.

이것은, 이것은 마치 그때를 연상하게 한다.

그날 밤 아가씨의 입에 사정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하얗고 탁한 액을 삼키던 아가씨의 색정적인 눈빛도 떠올랐다.

어느샌가 마리가 하이너의 어깨를 밀쳐 눕히고 있었다. 바람에 쓰러지는 풀잎처럼 호위 기사의 이성도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아마 그날 밤 네 물건… 그 후에도 괴로워했겠지. 답답했을 거야. 아랫도리가 가벼운 녀석들처럼 창녀를 찾지도 못했을 거고 그렇다고 네가 성격이 좋아서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이너의 새까만 눈동자가 번뇌에 휩싸여 있었다. 지금 그는 마리가 하는 말 따위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마리를 향한 육체의 끌림과 그것을 정당화하려는 아슬아슬한 남자의 시도만이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그날 밤 그 짓.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번에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아가씨는 다른 남자들과도 그런 짓을 즐기신다. 그런 아가씨에게 자기가 무슨 고고한 남자라고 버티려는 것일까.

그냥 해버릴까?

“나와 여행을 한다면 그땐 내가 너의 창녀이자 애인이 되어주지.”

“창녀라니, 애인이라니요! 누가 그런…!”

“기대하렴.”

마리는 하이너의 낡은 셔츠를 여미는 끈을 풀어 내렸다. 두껍고 기다란 목부터 날렵한 쇄골까지 꽃잎처럼 향기로운 입술과 말캉한 혀가 내려앉았다. 그게 몸에 퍼붓는 키스의 시작이란 걸 알아버린 하이너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

“하, 하아.”

마리는 하이너의 셔츠를 풀어헤쳐 그의 몸을 훤히 드러냈다. 언제 봐도 감탄을 자아내는 몸이었다. 목에서 어깨까지 이어지는 근육의 선은 바람에 잘 다듬어진 바위를 보는 듯 단단했고 터질 것 같은 근육질의 가슴팍은 그 속에 태양을 숨겨둔 듯 뜨거운 열기를 전하고 있었다. 게다가 조각 같은 복근 그 아래로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수풀, 그것은 아직 소년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그의 얼굴과는 대비되어 미묘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런 몸이 이런 시골에 처박혀있는 것은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고 추구하는 예술가들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까? 마리는 두 손을 펼쳐 그 아름다운 몸 곳곳을 훑다가 한순간 탄탄한 가슴팍에 고정했다.

하이너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쿵…… 쿵… 쿵! 빨라지는 박동은 마리를 더욱 거침없게 만들었다. 마리는 진귀한 음식을 앞에 둔 미식가처럼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조금 벌렸다. 입술 사이로 작은 혀가 슬며시 미끄러져 나와 하이너의 왼쪽 가슴을 부드럽게 핥고 지나갔다.

하이너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며 몸을 튕기고 말았다.

또, 등이 쓰라렸다.

‘젠장! 이럴 때 왜 하필….’

마리는 그런 그를 야릇한 시선으로 올려다보며 반대 쪽 가슴으로 혀를 옮겼다. 잔뜩 긴장하여 닭살이 오소소 솟아난 젖꼭지가 붉은 혀에 살살 굴려져 단단해졌다. 하이너는 등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쓰라림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가슴에서 전해지는 간지러운 자극이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미치겠군!’

마리의 입술은 가슴 사이의 옅은 수풀에 이르러 떨어지나 싶다가 탄탄한 복근을 타고 내려와 배꼽에 머물렀다. 어쩜 이리도 배꼽마저 제 주인을 닮아 잘 생겼을까. 마리는 가볍게 배꼽을 꼬집어버렸다. 억센 바지 끈을 풀어 하이너의 성기를 마주했다. 그것을 보고 입맛을 다시는 사람은 마리였는데 정작….

꿀꺽, 하고 침을 삼킨 쪽은 하이너였다.

마리는 한쪽 눈썹을 치올리며 웃었다. 역시나 너도 기대하는 게 분명하다고 비웃는 듯했다. 그녀의 손이 길쭉하고 굵은 살덩이를 아래위로 부드럽게 훑기 시작했다. 처음엔 귀여운 애완동물의 꼬리를 쓰다듬는 듯 느리다가, 점점 경쾌한 곡을 연주하는 악사의 손처럼 빨라졌다. 그러나 아무리 빨라진다 하더라도 세게 잡진 않았다. 다만 뭉툭한 끄트머리를 슬그머니 압박해줄 뿐이었다.

“…… 하아!”

어째서 아가씨는 남자보다 남자의 물건 다루기에 더 능숙할까! 자극적으로 손을 놀리면서도 입술로는 다시 가슴을 맛있는 사탕 찾듯 하는 이 모습을 보라. 분명 여유로운 표정인데도 수컷의 눈으로 보기에는 얼른 절정으로 가버리라는 재촉인 것만 같았다. 하이너는 이 얼굴을 자꾸만 보다간 더 큰 일을 저지를 것 같아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

그날 밤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가씨가 거침없이 성기를 삼켜버린 것이었다. 쑤욱 빨린 그것은 단단해진 고환을 펌프질하는 아가씨의 손길에 금방이라도 사정을 할 것 같았다…… 하는 순간, 어이없게도 사정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흐윽!”

완전히 팽창한 성기는 화를 내듯 엄청난 양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우읍!”

마리는 그날 밤보다 더욱 진한 액체가 입 속에 가득 차는 걸 느꼈다. 생각보다 이른 사정이라 조금 놀라서 하이너를 바라보았다. 하이너는 쾌감에 몸부림치다가 영혼이 나간 듯이 한숨을 쉬고 있었다. 마리는 하이너가 뿜어낸 액체를 꿀꺽 삼키며 입술을 훔쳤다. 으음,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나올 법한 탄성이 들리자 하이너가 정신을 차리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잘했어. 역시나 그날 밤처럼 빨리 끝냈네.”

그런데 그 말에 하이너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또 아가씨와 이런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후회와 허무함이 몰아치는 와중에, 아가씨가 말한 ‘빨리’라는 단어가 신경을 묘하게 긁기 시작한 것이었다. 바지를 추슬러 올리려던 그의 손이 서서히 멈췄다. 마리는 무슨 지루한 수업이라도 끝낸 듯이 기지개를 켜며 하품했다.

“아흐음, 그럼 여행에 관해선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출발은 열흘 후야. 자세한 이야기는 떠나면서 해도 늦지 않지.”

마리는 침대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자 하이너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마리는 그 손을 멀뚱히 내려다보았다. 여태 하이너에게 지금처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손을 잡혀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자신이 취해서 길바닥에 널브러져 귀족 아가씨의 체면을 깎을 때, 혹은 드래콘에 타는 걸 연습할 때, 혹은 넘어졌을 때나 있는 일이었다. 그녀가 별일이란 듯 그를 보았다.

“왜 그러지, 하이너?”

하이너는 아직도 식지 않는 몸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도 죽지 않는 흥분을 깨닫고 있었다.

“이방을 나가시면 안 됩니다.”

“으앗!”

순식간에 마리의 몸이 침대에 눕혀졌다. 하이너가 마리 위에 올라탄 자세로 그녀를 뚫어지라 내려다보다가 한 손으로 그녀의 입가를 만졌다. 입가에는 아직 따끈따끈한 액체가 조금 묻어 있었다. 이런 얼굴로 나가긴 어딜 나간단 말인가. 하이너는 제 몸에서 나온 그 액체를 손으로 훑으며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아직 끝이 아니니까요.”

“그래?”

“기대하라고 하셔놓고 벌써 가시는 건 이르지 않습니까? 저는 아직 부족합니다만.”

“이야아.”

마리는 하이너의 한쪽 어깨를 잡고 몸을 일으키며 명령했다.

“더 하고 싶다면 이젠 네가 나를 흥분시켜 봐.”

“기꺼이.”

하이너는 바지를 모조리 벗어버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의 몸은 여태 마리가 본 그 어느 남자의 몸보다 아름다웠다. 그러나 계속 볼 수 없었다. 갑자기 하이너가 드레스 허리끈을 풀어 그 끈으로 아가씨의 눈을 가려버렸기 때문이었다.

검 수련밖에 할 줄 모르는 이 남자, 애인도 없는 이 남자가 이런 짓을 하자 마리는 속으로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뭐, 못 배워도 타고난 건가?’

제대로 된 성교를 한다면 제법 능숙한 남자일지도? 그런데 그런 생각은 딱 그때뿐이었다.

여자의 옷, 그것도 귀족 아가씨의 옷이란 걸 단 한 번도 벗겨본 적이 없던 하이너는 드레스 허리끈을 푼 후에는 뭘 해야 할지를 몰랐다.

“…….”

여자의 옷이란 대체…! 허리끈만 풀면 다른 부분은 알아서 풀릴 줄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두 겹의 드레스가 아가씨의 몸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래에서부터 벗기자니 드레스 자락이 너무 풍성하여 거추장스러울 것 같고, 위에서 벗기자니 딱 달라붙는 어깨 부분이 잘 내려올 것 같지 않았다. 정답은 등 뒤에 있는 여러 가닥의 엉킨 끈을 풀면 되는 것이었으나, 하필 그 부분이 레이스 끈으로 되어 있어서 복잡해 보였다. 하이너는 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여자의 드레스는 난공불락의 요새라도 되는가?’

하이너는 당황하지 않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두 손으로 아가씨의 목을 감쌌다. 아가씨의 목을 잡다니. 감히 엄두도 못 내던 일이었다. 하이너는 두 손을 서서히 내려 아가씨의 풍만한 가슴에 머물렀다. 몇 번 부드럽게 쓰다듬자 그것은 생기 있게 부피감을 과시하며 드레스 밖으로 삐져나왔다. 연분홍색의 돌기는 핥고 싶은 꽃잎처럼 매혹적이었다.

하이너는 꽃에 유혹된 나비처럼 그곳에 입술을 가져갔다. 그리고 꿀을 빨아내듯 세게 빨아들였다. 아가씨의 살은 아가씨가 뿜어내던 달콤한 향기보다 더 달콤한 맛이었다.

“후읏….”

또한 아가씨가 내는 소리마저도.

마리는 하이너의 머리를 끌어안고 천천히 누웠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호위 기사가 자기 가슴을 탐하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야한 상황이라 생각했다. 호위 기사는 한쪽 가슴을 단물이 다 빠질 때까지 빨려고 하다가 아가씨의 리드에 다른 쪽 가슴으로 입술을 옮겼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두 개의 살덩이 사이에서 하이너의 조각 같은 얼굴이 거침없이 녹아내려 갔다.

‘젠장, 더는 못 참겠군.’

하이너는 서서히 고개를 내렸다. 서투른 두 손으로 아가씨의 드레스 자락을 걷어 올렸다. 거듭 생각하건대 이 풍성한 드레스를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건 거추장스러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속치마까지 함께 걷었음에도 아직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천들이 몇 개 더 들러붙어 있었다. 허벅지를 딱 달라붙는 반투명한 천, 화려한 레이스 띠와 리본들 등.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도무지 몰랐다. 그래서 급한 대로 방법을 생각해냈다. 기다란 팔을 뻗어 침대 옆 좁은 탁자에서 뭔가를 가져왔다.

그것은 나이프였다. 나이프의 날카로운 머리가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감싸는 천에 조심스럽게 닿았다.

‘젠장.’

나이프 다루는 데 있어선 천재란 소리를 들으니 아가씨의 피부에 상처를 낼 일은 없다. 다만 이런 비싼 천 가지를 뜯는 게 미안했다. 아가씨는 2000 자일이나 하는 지도를 덜컥 사버리곤 하지만, 그런 지도를 사는 건 사실 돈만 있으면 되니 간단하다. 하지만 이런 천 가지를 사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마음에 맞는 디자이너를 찾아야 할 테고, 주문 제작하여 걸리는 시간하며…….

“아가씨.”

“응?”

“…… 다음 달 급여는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리는 그 떨리는 목소리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날카로운 무언가에 의해 속옷이 찢기고, 가장 은밀한 부분이 드러나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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