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292 믿을 수 없어 (4)
"아앙♥ 이제, 그만... 그마안...!"
"한 번만 더 할게요, 조금만 참아, 응?"
동이 트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건만, 기진맥진해서 애원하는 여인의 목소리와 부드럽게 달래는 사내의 목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완연한 가을날씨 되어 새벽에는 날이 제법 쌀쌀한데, 남녀가 몸을 섞어 음양의 도리를 다하고 있으니 실내에는 따스한 훈기가 감돌 지경이었다.
"이, 짐승, 짐승아아아...! 아윽♥"
매소향은 지금껏 사내가 그나마 저를 배려해주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지금도 체내를 휘감아도는 내력이 기력을 보해주는 덕에 그나마 버티는 것이지, 이런 도움도 없이 이렇게 범해졌더라면 다음날 제대로 걷지도 못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쉼없이 범해져서야 사내의 손길 한 번, 허리놀림 한 번에 온몸이 저려올 지경이었다.
"짐승이면 어때? 이렇게 꼴리는 여자 따먹을 수 있으면 짐승이라도 괜찮아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귓가에서 속삭이며 피부를 맞대오는 사내가, 여인이 한계에 다다른 것을 정확하게 알고 양물을 거칠게 쑤셔박는 대신 느릿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그래봐야 커다란 양물이 뱃속을 꾹 누르며 집요하게 속살 비벼대는 쾌감을 이겨내는 것도 쉽지 않을만큼, 지금껏 축적된 쾌락의 잔향이 허리 아래를 뒤흔드는 상황이었지만.
침상에 옆으로 누운 여인의 교구는, 그 뒤에 찰싹 달라붙어 젖가슴과 음부를 농락하는 사내의 거구에 폭 감싸인채 바들바들 떨면서 목 아래에서 치밀어오르는 교성을 토해내는 것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기절할 것 같아...!'
이건 좋아도 너무 좋았다. 단순히 사내가 횟수 따위 더는 따지지 않고 교접을 나누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겨우 하루이틀, 몸을 달구어놓았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극적인 변화를 겪지는 않을 터였다.
매소향은 이것이 아마 자신의 마음의 문제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남편하고는 전혀 달라...'
본디 동문의 사형이었던 남편은 제게 별 정이 없었다.
대를 이으면 혼인을 해야했고, 기왕이면 뛰어난 여인과 혼례를 치러야하는데 마침 몸이 달았던 제 쪽에서 은근히 의사를 표해왔기에 받아들였을 뿐.
무공 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남편은 뭐든지 담백해서, 이런 식으로 노골적인 욕정을 표해오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너무 좋아... 소향, 소향...!"
양물을 아랫도리로 물고 있는 쪽은 자신이로되, 마치 여인을 잡아먹을 것 같은 욕정의 사내가 뜨거운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몇 번이나 그 욕정의 산물을 뱃속에 토해내는 모습을 보니 가슴 깊은 곳이 홧홧해졌다.
"내 아이 임신한 보지, 꼭 조여요...!"
이어지는 망측한 소리에 그 홧홧해진 가슴도 곧 식어버리기는 했지만.
아무튼 사내가 압도적인 정력으로 밀어붙이며 드러내는 욕망은 분명 남편으로서는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보여줄 일이 없을 종류의 애정인 것은 확실했다.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한 번 마음을 먹고 나니, 육신은 쾌락에 더욱 솔직해져 안 그래도 헐거워졌던 그녀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버렸다.
"너, 너... 아응♥ 나, 버리면 안 돼..."
매소향은 경황없이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결국 사내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기어코 아이까지 낳게 되었고, 이젠 사내의 여인이 되기로 했는데 막상 사내가 질렸다면서 내던지면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다.
"당연한 소리를 하네요. 걱정하지..."
"믿을 거니까, 흐윽♥ 이번에야말로, 믿을 거니까... 이번만큼은, 이번만큼은 속이면 안 돼엣♥"
"..."
당연히 바로 대답이 돌아올줄 알았는데 등 뒤의 사내가 대답이 없자 매소향은 덜컥 불안해졌다.
"왜, 왜 대답을, 아아아앙♥"
"소향!"
물론 바로 다음 순간 그 불안이 완전히 무의미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지만.
팡팡팡팡♥
사내가 매소향을 엎드려눕히고 그 위에서 허리를 힘차게 내리찍자, 악랄하리만치 집요하게 쏟아지는 쾌감에 간신히 이어지던 여인의 사고가 조각조각 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믿어도 돼요! 평생 질리지도 않고 따먹을 거니까! 이젠 당신이 싫다고 해도 안 놓아줄 거니까!"
"알았, 어... 알았으니까... 아윽♥"
"이렇게 귀여운 소리 해놓고서, 내가 참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폭력적인 쾌락 속에서 매소향은 겁에 질렸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표할만큼의 한 마디조차도 꺼내지 못할만큼, 목울대는 양물을 받아내는 쾌락성을 질러대기에 바빴다.
"우리 귀여운 아가 낳아줘요! 소향 닮아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 낳아!"
사내의 말에 매소향은 뱃속이 울리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양물이 쑤셔대는 쾌락의 감각과는 또 다른 느낌.
자궁 속 깊은 곳에서 호응하는 그 느낌에, 매소향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가...?'
아마도 착각일 것이다. 열 달을 다 채우고 태어난 아기도 어른이 하는 말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데 하물며 이제 두 달이 되었을 아이였다.
"아가, 건강하게만 태어나렴. 아빠랑 엄마가 정성껏 키워줄테니까!"
사내의 손길이 여전히 쏙 들어간 배를 훑었고, 그 손길이 지나간 자리는 한층 더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매소향은 배덕적인 쾌감을 느꼈다. 남편을 배신하고, 고작 아들뻘의 사내에게 희롱당한 것으로 모자라 결국 그의 아이까지 낳으려는 자신.
도덕이라는 이름 하에 자신이 하는 행위가 얼마나 배덕적인가 인식할 수는 있었으나, 가슴을 가득 채우는 행복감만 느껴질 뿐 죄책감은 없었다.
"지금은, 잠깐만 귀를 막고 있으련? 잠깐 엄마랑 즐거운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니까!"
다정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와는 달리, 격하게 꿈틀거리는 양물은 당장이라도 뜨거운 정액을 양껏 토해낼 것 같았다.
단단한 쇠꼬챙이처럼 아랫도리를 마음껏 쑤셔대는 양물의 쾌락에 암컷으로 타락한 매소향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 잠깐, 멈... 하읏♥"
하지만 꿈틀대는 양물은 멈추지 않았고, 도리어 지금처럼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상황에 찬물 끼얹지 말라는듯 일부러 그녀의 속살 깊은 곳을 후벼 말문을 막아버렸다.
'안 돼, 안 돼...!'
사내도 좋고 양물도 좋고 방사도 좋고 아이도 좋았다.
하지만 이것만은...
"싼다...!"
그녀의 속도 모르고 기어코 움찔거리는 양물을 깊이까지 처박은 사내는, 아랫도리의 쾌감을 선명하게 짐작할 수 있는 목소리로 선언했다.
"싫어엇...!"
뷰루루루루루룩
사내는 매소향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기분좋은 숨소리를 흘리며 진한 정액을 싸질렀다.
그에 맞추어 매소향의 음부 역시 절정의 쾌감에 휩쓸렸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뜨끈한 정액이 뱃속에 쏟아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매소향은 자신 역시도 뜨거운 액체를 쏟아내고야 말았던 것이다.
"안 돼, 멈춰, 멈춰엇...!"
솨아아아아
양물이 꽂혀있어 벌어진 큰 구멍 위의 작은 구멍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액체를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뱃속에 쑤셔박힌 양물을 다시 조이게 되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등 뒤의 사내는 자신이 오줌을 지린 것을 알면 양물을 급히 뽑고 비켜날만도 하건만 대체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결국 오줌을 전부 내보내고 나서야, 사내는 천천히 양물을 뽑으며 일어났다.
"괜찮아요, 뚝. 울지마요."
"안 울어..."
일전에 한 번 그의 앞에서 오줌을 지리고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때와는 사정이 전혀 달랐으니 울 생각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사내가 비켜주지 않고 계속 양물로 아랫도리를 틀어막은채로 버틴 탓에 완전히 아랫도리와 이불이 오줌으로 척척해진 것만은 조금 원망스러웠다.
'대체 왜...'
엎드린채 지렸다고는 해도 사내도 아랫도리가 그녀의 오줌으로 범벅이 되는 것은 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내는 벙글벙글 웃으면서 그녀를 달랠 뿐이었다. 그 얼굴을 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너... 혹시 여자가 오줌 싸는거 좋아해?"
매소향은 징그럽다는 듯이 표정을 일그러뜨렸지만, 사내는 어디까지나 당당한 모습으로 대꾸했다.
"오줌 자체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내 자지가 너무 기분 좋아서 어쩔 수 없이 지릴 때만."
세부적인 상황 설정에 매소향은 더욱 징그럽다고 얼굴을 찌푸려야할지 말아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 내가 좋아한다고 일부러 오줌 싸줄 필요는 없어요. 어디까지나 '어쩔 수 없이' 라는 부분이 중요한 거니까."
그녀의 복잡미묘한 표정을 고민의 증거라고 생각했는지 주의를 한 번 준 사내는, 갑자기 허공에 손을 뻗었다.
"으음..."
미간을 찌푸리면서 무엇을 하나 했더니, 하얀 수건이 너울너울 흔들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민간의 사람이라면 그것을 보고 귀신을 연상할만도 했지만, 매소향은 그것이 허공섭물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기함을 했다.
"너, 벌써..."
"자, 이거 받아요."
급한대로 아랫도리를 닦으라는 듯이 사내는 수건을 내밀었지만, 매소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허공섭물이라면, 절정 상급에 도달해야 비로소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예였다.
비록 가벼운 물건이라고는 하지만, 벌써부터 허공섭물을 연습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고작 1년 사이에 일류 상급에서 절정 하급, 어쩌면 중급까지 올라왔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안 써요? 일단 대충 닦고 씻어야죠. 조금 있으면 해뜰텐데."
"으, 응? 그, 그래..."
그의 나이에 그만한 경지에 도달한 자들은 소수라고는 해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급격하게 무공이 발전하는 경우는 길고 긴 무림사에서도 매우 드물 것이 분명한 상황.
'어쩌면... 정말 굉장한 인간이 될지도 몰라.'
문제는 대협이 아니라 색마, 대마두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길지도 모른다는 점이었지만.
뜨끈하게 데워진 물에 함께 몸을 담근 상태에서도, 여인의 젖가슴을 쉼없이 주물거리는 사내의 모습을 보면서, 매소향의 판단은 후자로 굳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