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271화 (271/295)

< 오디션 >

처음에는 진희가 심사위원을 보는 게 겁나서 몸을 돌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진희는 지금 선명하게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만약에 네가 간다면. 네가 떠나간다면~"

왜 이리 애절하냐?

노랫소리가 귀가 아니라 마음속으로 들어와서 가슴 한편을 아리게 한다.

나뿐만 아닌가 보다.

고개를 슬쩍 돌렸는데, 심사위원들은 얼굴을 쭉 내민 채 완전히 진희에게 몰입되어 있다.

스탭들도 마찬가지인지 멈춰 있는데, PD만 황급히 무전기 같은 걸 들고 뭐라고 한다.

-카메라. 얼굴 나오도록 카메라 붙여.

진희 옆모습을 잡고 있던 카메라맨이 서둘러 움직여서 진희의 앞모습을 잡았다.

"내가 바보 같아서~ 바라볼 수 밖에만 없는 건 아마도~"

노래는 점점 더 애절해져 간다.

아임 유얼즈를 부를 때보다 기교는 없지만, 감정은 더욱 충만하고.

가슴을 아리게 할 정도로 슬프지만, 질척거리지 않고 담담하다.

"만남 뒤에 기다리는 아픔에 슬픈 나날들이~ 두려워서 인가 봐~"

진희는 일절로 노래를 마무리한 후, 옅은 미소와 함께 다시 심사위원을 바라봤다.

...

고요하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멈춰있다.

짝! 짝! 짝!

처음으로 적막을 깬 사람은 수염 난 심사위원이었다.

"잘하네! 그래! 이거야!!! 이렇게 감정을 넣어야지. 와···. 나 숨 못 쉬는 줄 알았어. 진희 씨. 우리가 찾던 사람이에요. 다들 내 말 맞지? 내가 가능성이 있다고 했잖아. 합격! 나는 무조건 합격!"

"형 말이 맞네요. 생각도 못 한 감성이 올라와서 울컥했어요. 이게 사실 연습으로 되는 재능이 아니거든요. 타고나야 하는데, 안에 있네. 있어. 저도 합격입니다. 이 말 말고는 다른 평을 할 수가 없어요. 오우 소름 돋아."

잘했다 진희야. 그리고 너는 이제 나를 넘어섰어.

아임 유어즈는 내가 골라준 노래와 컨셉이다.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심사위원에게 통하지 않았고 탈락의 위기가 왔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진희는 나의 도움 없이 자기가 생각한 감성으로 당당하게 노래를 불렀고, 스스로 합격했다.

대학교 축제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 미국에 갈 때, 돌아왔을 때까지 모든 걸 나에게 조금씩 의지했던 너인데, 드디어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성공을 거머쥐었구나.

대단하다 진희야. 이건 네가 이룬 거야.

뿌듯하게 보는데 여자 심사위원이 갑자기 깊은 한숨을 내쉰다.

뭐지? 이상한 소리 하는 거 아니야?

한숨 소리에 수염 난 남자심사위원이 심각한 얼굴로 여자 심사위원을 바라봤다.

"왜? 별로야? 너 탈락 줘도 얘는 무조건 합격이야."

"나도 합격인데, 그냥 옛 생각 나서. 진희라고 했지?"

"네. 한진희입니다."

"목소리 봐. 나는 감정에서 못 빠져 나왔는데, 너는 빠져 나왔네. 혹시 최근에 이별한 적 있어?"

"네?"

"이 감성은 이별한 사람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거거든."

"아···. 이별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 그럼 어떻게 이런 감성을 낸 거야? 이거는 남자한테 차이고 소주 한 병쯤은 원샷 해야 나오는데."

여자 심사위원 말에 진희는 해맑게 웃는다.

"키다리 아저씨를 떠올렸어요."

"키다리 아저씨?"

"네. 키다리 아저씨 여주인공인 주디랑 아저씨는 서로 모르지만, 만약 안다면 어떨까요?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반하지 않을까요?"

"아하하. 상상력 좋다. 그래서?"

"제가 주디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키다리 아저씨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지 절대 답장을 안 해주죠."

"흐음···. 결론은 짝사랑이란 말이네."

"네. 맞아요. 미국에 있었을 때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거든요. 그래서 생각하고 불렀어요."

"거짓말!!! 방금 네가 지어낸 거지? 너 지금 짝사랑하고 있는 거지?"

"네? 아···. 거짓말 아닌데···."

"아하하. 재밌다. 여기까지만 할게. 오빠들. 나도 합격이야. 애가 이야기도 잘 만드네."

"저··· 정말 거짓말 아니에요."

"너 노래 부를 때 스텝 바라봤지? 차라기 거기에 네 짝사랑이 있다는 게 더 믿기겠다."

진희는 여자 심사위원 말에 화들짝 놀랬다.

...

야! 그렇게 놀라면 티 나잖아!

그 순간을 놓칠 리 없지. 수염 난 남자 심사위원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메라 돌려! 방금 쟤 표정 못 봤어? 분명히 여기에 있어!"

"형! 맞아. 저건 진짜로 놀란 표정이야. 빨리 찾아내자."

"오빠들 그만 해요. 지킬 건 지켜줘요."

"합격이니깐 우리 마음대로 할 거야!"

두 남자 심사위원들이 스탭들에게 달려오면서 촬영장에 우당탕 소동이 벌어졌다.

시불 이러다가는 들키겠네.

맨 뒤에 있어서 다행이다. 나에게 오기 전에 어서 도망가자.

촬영장을 나와서 모두가 대기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근처에 가자 이세연이 황급히 나를 부른다.

"오빠! 빨리! 빨리! 빨리 와요!"

"왜? 왜? 무슨 일 있어? 합격했대?"

"그건 모르겠는데 지금 나온대요. 어서 옆에 서요!"

스탭도 서둘러 나를 부른다.

"거기 마지막 친구 빨리 와요! 그래야지 더 그림이 좋아요!"

...

저기요. 이미 통보받았나 보네요.

환호하는 우리를 찍기 위해서인지 어느새 카메라가 두 대가 더 붙어 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뛰어와 6호 진혜리 옆에 섰다.

"오빠야! 진희 언니 붙은 거 아니에요? 다들 왜 이리 발바닥에 땀 나도록 뛰어요?"

"글쎄? 기다려 보면 알겠지."

"붙으면 어떡해요! 미치겠다. 학교에 플랜카드 달아야지! 이~~~따 만한 거 달 거예요!"

"그래. 그러자. 호들갑 좀 떨어. 계속 떨어."

"네? 뭐라고요?"

"그래야지 방송에 한 컷이라도 더 나와."

수많은 참가자 중에서 잘해도 재미없어서 방송에 못 나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오버를 해야만 한다.

- 지금 나옵니다.

스탭의 말에 독수리 6남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해졌다.

나도 일부러 긴장한 표정을 지었고.

조금 있자 진희가 나왔는데, 얼굴이 안 좋다.

그 모습을 보자 이세연이 제일 먼저 달려갔다.

"진희야. 어떻게 됐어? 야!!! 너 합격 했는데 이러면 죽여 버릴 거야."

"세연아···. 아니야···."

이번에는 이선미와 임석훈, 유소라가 달려 나간다.

"언니 성격 알지? 진짜 뒤질 수도 있다."

"선배 성격 알지? 저번에 별장 가서 논거 돈 받을 수도 있다."

"언니. 빨리 말해줘요! 아씨! 붙었죠? 맞죠?"

"석훈 선배. 선미 언니 그게 말이에요···. 하···. 소라야. 미안해."

진희 연기 는 거 보소. 달라붙은 애들은 진희를 보더니 어쩔 줄을 모른다.

쌍혜리는 안 친해서 그런 사람들 모습을 초조하게 바라만 보고, 다희는 카메라를 들어서 모두를 담았다.

이제 내 차례네.

나는 진희 앞에 가서 씩 웃으며 머리를 만져줬다.

"고생했어."

"오빠. 저 붙었게요? 떨어졌게요?"

"글쎄? 얼굴 보니깐 합격한 거 같은데? 안 했으면 나 뛰어 들어가서 심사위원들 멱살 잡을 거야."

"헤헤헤. 맞아요~~!!! 다들 저 합격했어요!!!"

진희는 등 뒤에서 하얀 티셔츠를 꺼내 흔들었고,

"까아아아아. 진희야!!!"

"야! 너 언니 놀라게 할래!!!"

"와씨!!! 양주 먹자!!!"

"언니 축하해요!!!"

"진희씨 축하해!!"

"진희 선배야!!! 진짜예요? 이야아아아아!!!"

모두 다 진희에게 달려들어 축하해 줬다.

특히 대박은 쌍혜리다.

이혜리는 번호 때문에 치수가 작은 옷을 입었는데, 움직이자 배꼽이 살짝 보이고 가슴은 윤곽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울트라 스타 K 흔한 일반인'하면서 한동안 화제 몰겠네.

진혜리는 비글답게 내 무릎을 밟고 뛰어서 덮쳤고, 임석훈이 뒤에서 안 받아줬으면 그대로 넘어갔을 거다.

이 정도면 방송에 내보내 줄 거예요?

스탭을 봤는데, 아직 만족 못 한 표정이다. 조미료 조금만 쳐야겠다.

"애들아! 어서 모여봐!!! 다 같이 손잡고 진희 둘러싸. 강강술래 하는 것처럼 말야!"

"네!"

우리 7명은 서로의 팔을 잡고 진희를 둥글게 둘러쌌다.

스탭을 봤는데, 나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요거 잘 돌면 무조건 방송 내보내 줄 거 같다.

"다들 돌면서 한진희! 한진희 외치자!"

"네!!!"

"한진희!!"

"한진희!!!"

"한진희!!!"

우리는 돌면서 한진희를 한동안 외쳤고,

"다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진희가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자!!! 됐습니다!!! 좋은 그림 나왔네. 여기 재밌어! 이렇게 하면 무조건 방송 내보내 주지!"

스태프의 기분 좋은 목소리로 셀레브레이션이 끝났다.

모두의 환호가 체육관을 가득 채운다.

내가 성공한 것도 아닌데, 성취감이 온몸을 감싼다.

기분 좋네. 어서 가서 뒤풀이하자!!!

짐을 정리해서 체육관을 나가려는데, 스태프가 나를 불렀다.

"학생이 대장이지?"

"저요? 네. 제가 대장입니다."

"그런데 다들 연극 영화과라도 돼? 왜 이렇게 얼굴이 좋아?"

"저희가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 모임이라서요."

"하나하나가 다 연예인이네. 혼혈도 있고. 다름이 아니라 지금 합격한 애 진희인가? 걔 스토리로 쓸만한 거 없어?"

"예를 들면요?"

"뭐 집이 가난하다든지, 노래에 대한 열정이라든지 그런 거 말이야. 감성 팔 수 있는 거."

"아버지는 의사시고, 미국도 갔다 왔는데···. 아! 이건 어때요? 진희가 피팅 모델 했거든요. 거기에 양념 살짝 치죠. 의사인 아버지의 반대 때문에 피팅 모델로 자기 스스로 돈 벌어 가수의 길을 걷는 거죠."

"흐음. 괜찮네. 혹시 피팅 모델 할 때 사진도 있어?"

"당연하죠."

"그럼 좀 보내줘. 배경에 넣을게."

"네. 알겠습니다. 우리 진희 예쁘게 나오도록 부탁합니다."

"으하하. 이렇게 활력이 넘치는 학생들은 뭘 찍어도 잘 나오니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럼요. 걱정 안 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방송국 놈들. 너희만 우리를 이용하는 줄 아냐? 우리도 너희를 이용한다.

진희의 피팅 모델 사진은 누가 봐도 예쁘고 잘 나왔다.

그럼 그 옷이 궁금해서 어느 쇼핑몰인지 찾아보겠지?

으하하하 공짜로 홍보되네.

유소라한테 홈페이지 메인에 진희 사진 걸어 놓으라고 해야겠다.

우리는 빌라에 돌아왔다. 그리고 파티가 벌어졌다.

거실 바닥에는 배달 음식과 소주병과 양주가 굴러다니고 있고.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이세연은 신나서 진희를 계속 먹이고 있다.

자기 일처럼 좋아하네. 보기 좋다.

"야. 민현찬!!!"

"왜 이선미. 술 취했으면 앵기지 마라."

"너는 왜 이 좋은 날 술 마시지 않아?"

"이미 많이 마셨거든. 너는 왜 이리 많이 먹냐?"

"아하하하! 좋은 일이잖아~ 우리 진희가 가수를 한대~~"

"아직 최종 합격한 건 아니야. 그래도 좋네. 먹자! 다들 잔 들어!"

"좋아! 좋아! 좋아! 나 오늘 마음껏 마실래!"

오래간만의 술자리여서 그런지 선미도 브레이크 없이 달린다.

그래. 오늘은 죽자.

술을 물처럼 벌컥벌컥 마시는데, 이혜리가 와서 내 옆에 앉았다.

"현찬아~ 현찬아~~"

"너 술 취했냐?"

"응! 너무 재밌어~ 애들 다 너무 좋아!"

"뭐가?"

"전부 나에게 잘해줘 헤헤헤. 나도 너희랑 같이 학교 다녔으면 좋겠다."

"아쉽게도 이제 졸업입니다."

"쳇. 휴학해! 한 4년 정도 안 돼?"

"그건 휴학이 아니라 제적이야. 네 동생은 어딨어?"

"내 동생? 이혜리~ 저~어기 서 있어~~"

"어디? 어? 혜리야 너 뭐해?"

"나는 네 옆에 있는데~~"

"큰 혜리 말고 작은 혜리. 진혜리 뭐 해?"

"오빠야!!! 이건 뭐예요?"

혜리는 벽에 걸린 액자를 보고 있다.

"그거 세연이 대학교 입학했을 때 만들어 놓은 액자야. 아 맞아!!! 애들아 잠시만!!!"

나는 방에 들어가서 빈 액자를 가져온 후, 진희가 오늘 받은 합격 티셔츠를 안에 넣었다.

그리고 모두를 향해 자랑스럽게 들었다.

사실 제일 기분 좋은 건 나야. 드디어 진희가 내 도움 없이 스스로 해냈잖아.

"다들 주모오오오옥!"

"아오! 저 꼰대 또 일장 연설하려고 한다."

"임석훈 닥쳐. 자~ 오늘 고생한 그리고 위대한 업적을 이룬 진희에게 상장을 수여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상장이야!"

"이선미 닥쳐. 우리에겐 상장이야. 이 상장을 받는 건 이세연이 의대 입학한 이후로 두 번째입니다. 본 선배는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오빠··· 제발 하지 마. 그거 존나 부끄럽단 말이에요!"

"이세연 합죽이 실시. 자. 한진희 앞으로."

"네~~!!!"

진희는 내 앞에 섰고, 다희가 카메라를 들었다.

"우리 진희는 자신의 힘으로 오디션에 합격했기에! 이 액자를 벽에 걸 수 있는 영광을 드리겠습니다. 너 이거 발롱도르 같은 거야. 엄청 중요해."

"발롱도르가 뭐예요?"

"엄청 좋은 거야. 자! 여기 액자를 수여할 테니, 한쪽에 걸면 돼!"

찰칵. 찰칵.

액자를 진희에게 줄 때 다희가 사진을 찍었다.

지금 내 모습이 재밌는지 모두가 얼굴이 뻘게져서 깔깔 웃는다.

진희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당당하게 액자를 한쪽 벽에 건 후, 나를 바라봤다.

"선배. 그런데 저거 다음 모임 때 가져가야 해요."

"···야 진작 말했어야지."

"아하하~ 선배 바보~~~"

"쟤가 하는 게 다 그렇지."

"역시 민현찬 내 친구다!"

"아씨! 내가 알았어? 선미 석훈 닥쳐!!!"

에이씨. 괜히 나섰네.

나는 민망함에 담배를 피우기로 테라스에 나왔다.

후~~ 여름 바람이 기분 좋게 내 뺨에 부는데, 누군가 내 옆에 섰다.

고개를 돌렸는데 진희다.

"왜 나왔어?"

"선배한테 할 말 있어서요."

"나한테? 뭐?"

"오늘 오디션 할 때 제 이야기 들으셨죠?"

"응. 너는 어떻게 그 순간에 내가 있는 줄 알았어?"

"선배는 어디에 있던지 항상 제 눈에 보이거든요."

진희는 나를 보며 해맑게 웃는다.

"그래?"

"네. 오늘 제가 이야기했던 키다리 아저씨 있잖아요."

"그거 나 아냐?"

"맞아요. '만약에'를 부른 것도 선배를 향해서 부른 거예요. 선배. 저 한 번만 안아 주시면 안 돼요?"

"당연히 되지."

나는 팔을 벌렸고, 진희는 나에게 안겼다.

"선배~ 아니, 오빠. 나 오빠 좋아하고 있어요~ 그런데 내 마음 받아주지 마요."

"응 알고있... 잠시만 뭐라고?"

"헤헤헤~ 나는 아직 키다리 아저씨 우산 밑에 있잖아요~ 오늘 스스로 그 순간을 돌파하고 깨달은 게 있어요. 우산 밑에 있으면 절대 옆에 설 수 없어요. 내가 오빠 옆에 서려면 오빠의 우산에서 벗어나야 해요."

"보통 연인은 우산 같이 쓰지 않나?"

"...여튼요!!!!"

이거 술 취했네. 취중 진담인 걸 고려하고 듣자.

"그래서요! 저는 이번 오디션을 개기로 선배 후배가 아니라! 진희라는 사람 그 자체가 될 거예요!"

"그래~ 그래~"

"아아앙~ 나는 장난 아니란 말이에요~~ 오빠!!!"

진희는 한 걸음 떨어지더니 나를 검지로 가리켰다.

"이번에 꼭 보세요! 오빠 없이 성공해서 올 테니깐요!!! 진희야~ 넌 할 수 있어!!!"

"···그래. 장하다. 그만 들어가자."

"헤헤헤. 여명 사주세요~~~"

바로 전에까지 진지했는데, 갑자기 여명?

그래. 술 취한 사람도 많으니 하나 사 오자.

"항상 술 취한 나에게 네가 여명 챙겨줬었지? 이번에는 내가 술 취한 너를 챙겨줄게."

"헤헤헤~ 고맙습니다~~"

진희는 1학년 처음 봤을 때 모습으로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진희의 모습을 보는데 둥지를 떠나는 아기 새를 보는 어미 새의 마음처럼, 마음이 배부르면서도 아쉽다.

이제, 내가 진희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술 깨는 약을 사주는 것처럼 소소한 거밖에 없을 거 같다.

진희는 오늘 일을 계기로 성장을 해버렸다.

< 오디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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