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268화 (268/295)

< 쇼핑 >

선미는 나중에 먹이고 일단 옷을 사러 가자.

나는 소라와 다희가 미리 연락한 동대문으로 갔다.

차를 주차하고 약속한 장소에서 조금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170cm가 넘는 커다란 다희와 164cm 정도의 소라가 같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런데 얘네들 뭐하냐? 둘 다 까만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워~ 너희 둘이 무슨 연예인이야? 선글라스는 왜 끼고 있어?"

"그냥요."

"선배. 선글라스를 꺼야지 바가지 안 써요. 눈빛이 안 읽히잖아요."

"유소라 바가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런데 나는 왜 불렀어? 너희 둘이 돌아다녀도 되잖아."

"선배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요. 없어서는 안 돼요."

"옷 들어주는 역할이라면 흥인지문에 소라 너를 동상으로 만들어서 박아 놓을 거야."

"흥인지문이 어디예요?"

"... 소라야 됐다. 미안. 내가 너무 어려운 말을 했어. 그런데 진짜 내가 왜 필요한 거야?"

소라는 씩 웃으며 다희 어깨에 손을 올렸고, 다희는 양 옆구리에 자기 손을 올리면서 모델 포즈를 잡았다.

"다희 언니가 옷 입으면 예쁜지 안 예쁜지 판별해줘야 해요."

"... 너 진심이야? 여자는 어차피 자기만족 때문에 옷 사잖아. 내 시선이 왜 중요해. 그리고 나 옷 몰라."

"선배는 옷은 잘 못 고르지만, 상대방을 보는 눈은 괜찮거든요. 몰랐죠?"

"영원히 모르련다. 그리고 민다희. 너는 왜 옆에서 포즈를 잡아줘?"

"재밌잖아요."

"하... 그래. 재밌으면 됐지. 여튼 이왕 온 거 빨리 보러 다니자. 어디부터 갈 건데? 도매시장?"

"아니요. 오늘은 그냥 쇼핑몰 갈 거예요. 요즘 트렌드가 어떤지 보려고 하거든요. 옷 장사의 법칙! 70%는 남들이 파는 옷을 팔고, 30%는 새로운 옷에 도전해라!"

"소라 네가 유명해지면 그 말이 널리 퍼지겠는데, 내 생각에는 딱히 그럴 일은 없을 거 같다."

"아씨! 왜 초장부터 초를 쳐요!"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야!!! 잠시만!! 너희들 그러고 보니!!!"

"갑자기 왜 뭔가를 깨달은 척해요?"

"오빠 왜요?"

"쇼핑하는데 심심해서 그냥 나 부른 거 아냐? 차 있으면 편하고!"

내 말에 민다희와 유소라는 고개를 서로의 반대 방향으로 홱 돌렸다.

"이것들. 야!!! 나 바쁜 사람이야!!!"

"... 소라야. 네가 알아서 해."

"다희 언니 도망가지 마요!!!"

"둘 다 도망가지 마! 그리고 너희 둘은 왜 친해진 거야? 야! 거기 안 서!!!"

망할 것들! 사람을 부려 먹다니!

나는 도망가는 두 사람 목을 잡고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지나가는 남자들이 나를 흘깃흘깃 쳐다본다.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

응?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이상하다.

키 크고 하얀 혼혈의 다희와 가슴 크고 육감적인 유소라.

모두가 나를 부러운 듯이 쳐다보고 있구나!

이 시선 나쁘지 않네. 쇼핑 한 번 같이 해줘야겠다.

동대문에 있는 한 쇼핑몰 타워.

지금 두 시간째 돌아다니고 있다.

전생에 썸 탔던 회사 여직원 따라갔다가, 머리띠 하나 사는데 세 시간 돌아다녔던 트라우마가 떠오른다.

나는 지쳐서 의식 없이 걸어 다니는데, 다희와 소라는 여전히 신난 아이처럼 활기차다.

"야···. 더 살 거 있어? 아니 그전에 제발 뭐라도 좀 사라!!! 두 시간을 돌아다녔는데, 산 옷은 왜 두 벌 밖에 없는 거야! 다희야. 나는 네가 산 청반바지 두 개가 어디가 다른지 전혀 모르겠어."

"하나는 끝이 깔끔하고 하나는 끝이 조금 뜯어져 있잖아요."

"너한테 험한 말 한 적 없는데, 머리끄덩이를 다 뜯어 버리고 싶네. 그리고 너무 짧은 거 산 거 아냐? 이거 앉아 있을 때 잘못하면 팬티 보이겠어."

...

너 왜 팬티 보인다는 말을 듣고 좋아하니?

다희는 남들에게 팬티 보여주는 상상을 했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이제 네가 무서워. 소라에게 가자.

"유소라. 너는 옷도 안 사는데 뭐 하고 있어?"

"나는 다희 언니가 입을 옷을 고를 뿐이에요."

"집사야? 그러면 좀 골라줘라. 아씨. 너희들 보는 눈이 너무 없다. 비켜! 차라리 내가 골라볼게!"

옷은 잘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거 같다.

보자···. 다희는 키가 크지. 게다가 조금 있으면 여름이 다가오고 있고.

이럴 때는 무조건 짧은 민소매 티에 청반바지지.

청반바지는 있으니 어울리는 민소매 티만 골라주자.

나는 눈앞에 보이는 가게에 다희를 끌고 들어갔다.

"보자···. 흐음···. 그냥 민소매 티는 조금 아쉬우니깐, 이건 어때?"

팔을 다 덮는 시스루 티에 안에는 까만색 민소매 티를 옷걸이에서 꺼내서 다희 몸에 슬쩍 걸쳤다.

그러자 점원이 나에게 다가왔다.

"어머! 남자친구분 보는 눈이 엄청 있다. 이거 정말 잘 어울려요! 되게 센스 있으시다."

"... 우선 저는 남자친구가 아니고요. 그런데 진짜 괜찮아요?"

"그럼 미래 남자친구분으로 하죠. 네~ 진짜 괜찮아요. 너무 예쁜데요."

"그래요? 흐음. 다희 너는 어때?"

"저는 마음에 들어요. 혹시 입어 봐도 돼요?"

"원래 여름옷은 안 되는데, 저도 입은 게 궁금하니 입어 보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다희는 어린애 같은 활기찬 미소로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다.

옷 가게 한쪽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소라가 나에게 다가온다.

"오빠. 혹시 미친 거 아냐?"

"이거 봐라. 다희 없으니깐 바로 반말하네. 그리고 뭐가 미쳐?"

"아니 옷을 너무 잘 고른 거 같아서. 그런 센스가 있었어?"

"옷걸이가 좋으니까 아무거나 골라도 되네. 저거 네가 입으면 뚱해 보일걸."

"말하는 싸가지 봐. 내가 입으면 가슴이 더 주목받아서 맛있어 보일 건데."

"다른 사람 듣겠다. 그런데 다희가 산 반바지 너무 짧지 않아? 넌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짧은 바지를 고른 거야?"

"내가 고른 거 아냐. 언니가 골랐어. 오빠 생각도 그렇지? 아니 흉터를 신경 안 쓰는 건 정말 다행인데, 너무 짧아진 거 같아. 어디 앉으면 속옷 그대로 보이겠어."

"너 솔직히 말해라. 다희한테 또 이상한 거 가르쳐 줬지? 진희도 야하게 만들고."

"나는 아무것도 안 가르쳐 줬거든. 아! 혹시 저번에 말해준 그거 때문인가?"

"뭔가를 말하긴 했단 말이네. 하여튼 진짜. 주둥이 대. 꿰매 버려야겠어."

"내가 먼저 말한 거 아냐. 다희 언니가 물어서 대답해 준 거야. 저번에 진지하게 나한테 묻더라고."

"뭘?"

"밖에서 섹스해봤냐고."

"풋!!!"

다희 애가 미쳤냐?

"켁. 그래서 너는 뭐라고 했는데?"

"나? 그냥 몇 군데에서 해봤다고 했어. 차에서도 해봤고."

"차에서도 해봤어? 누구랑?"

"너랑. 지금 내 앞에 있는 너랑!"

"아. 우리 신입생 오티때 했었구나. 잠시 깜빡해서 미안. 그리고?"

"공중화장실에서도 해봤고. 뭐 그 정도? 씨. 나도 사실 안 해봤어. 나 그쪽 스타일은 아니잖아."

"그것도 그렇네. 그러니깐 다희는 뭐라고 해?"

"되게 좋아하더라. 오빠, 한 번 다희 언니랑 밖에서 해줘. 아니면 둘이서 누드 비치 같은 데 가보던지."

"너는 말을 참 습자지 같이 가볍게 하네."

"그건 젖은 고추란 뜻이지?"

"됐다. 됐어. 흥인지문부터 배우고 와."

유소라랑 이야기하면 섹드립이 자연스럽게 나온단 말야.

겨우 정신을 차리는데, 다희가 나왔다.

와···. 나 진짜 패션에 안목이 있는 건가? 아니면 옷걸이가 우수한 건가?

너무 잘 어울려!!!

아래는 짧은 청반바지와 기다란 다희 허벅지가 날씬하게 뻗어있다.

상의는 밖에는 팔을 다 덮는 망사 시스루 옷을, 안에는 찐한 검은색의 민소매 티를 입고 있는데 다희의 하얀 피부를 부각해주면서 검은색이 한층 분위기 있게 만들어 준다.

나, 소라, 가게 사장님은 놀란 나머지 입만 벌렸고, 다희는 아무렇지 않게 거울 앞에 서서 옷을 가다듬었다.

"예쁘네. 오빠 괜찮죠?"

"어. 존시나 괜찮아. 이거 반칙 수준인데. 너 혼혈 너프좀 해야겠다."

"갑자기 무슨 게임 이야기예요. 소라야 어때?"

"언니 진짜 예뻐요! 대박!"

옆에 있던 사장님도 호들갑을 떤다.

"와~ 너무 예쁘다. 혹시 피팅모델 할 생각 있어요? 우리 가게 옷 좀 홍보하고 싶어요!"

"저는 허벅지에 상처가 있어서 안 해요."

"이런 상처 뭐가 중요해요! 하나도 신경 안 쓰여요! 제발 해주면 안 돼요."

"죄송합니다. 이미 일하는 곳도 있어서요. 그리고 저보다는 골라주신 오빠가 잘했죠."

"아니야. 나는 조밥에 불과해. 네가 너무 잘 어울리는 거야. 여튼 이걸로 사자. 얼마예요?"

"오빠. 괜찮아요. 제가 계산할게요."

"아니야. 이거는 내가 사주고 싶어. 하나도 돈 아깝지 않아."

내 말에 다희는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나를 보면서 씩 웃었다.

"알겠어요. 대신 제가 다음에 꼭 보답할게요."

보답할게요? 너 뭐로 보답하려고 하는 거니?

평소 같았으면 좋았을 단어인데, 오늘따라 갑자기 무서워진다.

쇼핑을 끝내고 커피숍에 다희와 단둘이 있다.

유소라는 도매시장 쪽을 보러 혼자서 갔다.

사실 같이 가자고 했는데, 피곤해서 안 갔다. 나도 좀 쉬자. 쇼핑을 세 시간 넘게 하니 영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오죽하면 사람 많은 곳이 싫어서 일부러 제일 한적한 커피숍에 왔고, 그것도 2층에 올라왔다.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아메리카노를 영양제처럼 마시는데 다희가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피곤하죠?"

"죽을 거 같다. 아니 죽은 거로 해줘. 그래도 예쁜 옷 입은 네 모습 보니 힘이 나네. 마음에 들지?"

"네. 마음에 들어요. 특히 짧아서 더 좋아요."

"짧은 게 왜 좋아?"

"후훗. 글쎄요. 남에게 보이는 게 자존감을 세워주는 거 같아요."

"그런 거면 다행이고. 다른 이유는 없지?"

"다른 이유요?"

"그. 왜? 있잖아."

"... 남들이 보는데 섹스하고 싶다든지? 그런 거요?"

푸웃!!!

아메리카노가 분수처럼 내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켁켁. 야! 너는 그런 말 안 어울려. 네가 하면 안 돼!"

"특별한 말도 아닌데 왜요. 으응~ 잠시만요."

다희는 갑자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스톱. 그만 생각해. 빨리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자."

"진짜 남에게 보여주면서 섹스하고 싶어서 짧은 옷 입나? 생각해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그런 거 아니야! 아닌 거로 해!"

"안 한 지 오래되어서 그런가?"

"그런 생각하지 말래도! 미치겠네."

"후훗. 당황하는 오빠 모습 보니 재밌네요.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래. 그냥 나 놀리는 거로 마무리하자. 그런데 너 아까 보답한다고 했잖아. 뭘 보답할 생각이야?"

"궁금하면 지금 보답해드릴까요?"

"지금 안 해줘도 되는데 궁금은 하네."

"잠시만요. 저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다희는 일어나서 한쪽에 있는 커피숍 화장실에 들어갔다.

따라 들어오라는 건 아니겠지?

기대감 긴장감 반으로 기다렸는데, 다희는 의외로 아무것도 변하게 없는 모습으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쳇. 아쉽네.

- 왜 실망하냐?

호구신님 깜짝이야! 실망했다뇨! 그냥 혹시나 했을 뿐입니다.

아쉬운 표정을 짓는데 다희가 하얀 손을 들더니 나에게 손짓했다.

"오빠. 내 옆에 와서 앉아요."

"왜? 움직이기 귀찮아. 여기가 에어컨 나오고 좋아."

"정말 안 올 거예요?"

"응. 안 가."

땡그랑.

그러자 케이크를 먹던 포크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너 뭐해? 혹시 지금 시위 하는 거야?"

"글쎄요. 포크 주우면 알 거예요."

"이거 소라랑 같이 다니다 보니 성격 이상해졌네. 그리고 포크는 너한테 가까이 있어."

"그래도 오빠가 주워주세요."

미친 게 맞다. 정신병원에 보내자.

아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다희잖아. 그냥 주우라고 할 리가 없다.

나는 테이블 밑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서 포크를 주웠다. 일어나면서 살짝 고개를 들었는데.

내가 지금 잘못 본 건가? 저게 보이면 안 되는데.

다희의 짧은 청바지와 허벅지 사이에 있어야 할 팬티가 없이 속살이 보였다.

정신이 아찔해지는 광경이다.

손가락을 집어넣고 싶지만, 일단 참자.

서둘러 테이블 위로 고개를 올린 후, 멀뚱멀뚱 쳐다봤다.

다희는 그런 내 모습이 좋은지 씩 웃었다.

"오빠. 뭐 봤어요?"

"핑크펜더. 아니, 잠시만. 너 미친 거야?"

"보답한다고 했잖아요."

"이건 보답이 아니라 네 만족 같은데."

"... 쳇. 어떻게 알았지."

"귀엽게 말하지 마라. 혼란 오니깐."

"옆으로 안 올 거예요?"

"마침 에어컨 바람 때문에 추워지고 있었으니 옆으로 갈게."

나는 다희 옆에 앉았다. 그러자 다희는 내 손을 잡아서 핸드백 속에 넣었고, 손에 팬티가 느껴짐으로써 잘못 본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 너 왜 벗었어?"

"여기 아무도 없어서요. 그리고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어요."

"굳이 내 앞에서?"

"오빠니깐요. 제일 믿는 사람이에요."

뿌듯 하긴 하지만, 뭔가 이상한 건 기분 탓이겠지.

이런 거로 믿지 마!

당황하는데 다희는 내 손을 잡더니 자기 허벅지에 올렸다.

"야. 여기 시시티비 있어."

"그래요? 더 좋아."

"왜 더 좋아하는데! 미치겠네."

"스릴 있잖아요."

점점 손을 청반바지 쪽으로 당긴다.

"잠시만, 우리 시시티비 앞에서는 하지 말자. 이거 기록으로 남아서 유포되면 어떻게 하려고? 전설의 사이버리아 영상들 몰라?"

"오빠 그거 알아요?"

"아니, 아무것도 몰라. 하나도 몰라."

"아래는 테이블에 가려져서 전혀 안 보여요."

"갑자기 모든 걸 알겠다. 아씨 이거 어떻게 해야 하냐?"

"그냥 살짝만 만져주세요."

스르륵.

내가 넣은 것인지 다희가 당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 손은 하얀 허벅지를 스르르 타고 올라가서 청반바지와 허벅지 사이로 들어갔다.

사락. 사락.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다희의 클리가 살살 만져졌다.

미치겠네. 나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란 말야.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 쇼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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