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65화 (165/295)

< 공부 >

슥삭. 슥삭.

소민이 허벅지 부드럽다.

나의 손놀림은 무릎에서 시작해서 치마를 걷을 정도 높이까지 올라갔다.

의기양양한 얼굴로 김소민을 봤는데, 너 왜 좋아하고 있니?

나와 김소민은 눈이 마주쳤고, 그제야 인상을 쓰고 나를 노려본다.

하이고. 이 판타지도 정상은 아니야.

김소민은 연습장에 뭐라고 끄적여서 나에게 건넸다.

- 오빠! 다희 보고 있어요.

- 괜찮아. 안 보여.

소민아. 오빠는 책상 마스터야.

모두가 다 있는 강의실에서 이혜민에게 고추를 내밀었던 나다!

너 잘못 걸린 거야. 오늘 하루 종일 나에게 까불었지? 단단히 혼내 줘야겠다.

사륵.

나는 치마를 걷고 팬티 위에 손을 올렸다.

"읍!"

김소민은 화들짝 놀라면서 입을 막는다. 다희는 시끄러운 게 싫은지 소민이를 노려봤다.

"김소민. 조용히 좀 해. 너 공부 안 해?"

"어... 아하. 할게. 미안."

"그래. 소민아. 공부 좀 해라. 다희는 얼마나 열심히 해."

"이 오빠가 진짜!"

"쉿! 스터디 룸에서는 조용해야 하는 거란다."

계곡을 꾹꾹 누르면서 말하자, 김소민은 열 받는지 화난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웃기네! 좋으면서 화난 척하기는. 싫으면 다리를 오므려야지 왜 더 벌려주는데?

나는 다희에게 들키지 않게 책을 보면서 손을 움직였다.

팬티가 덮인 계곡 위에 손가락을 살살 돌리자 갈라진 계곡 틈이 느껴진다. 스키 타듯이 그 틈을 왔다 갔다 하자 팬티가 조금씩 젖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없지!

손을 팬티 속으로 넣었다.

"읍... 하..."

한숨 쉬듯이 신음을 내는 김소민. 까칠한 음모를 지나서 더 내려가자 클리가 툭 걸린다. 거기서 조금 더 내려가자 중지에 끈적한 애액이 묻는다.

아쉽게도 구멍에 손가락을 넣기에는 자세가 안 좋다. 나는 애액을 중지에 묻힌 후, 클리에 바르며 돌렸다.

사륵. 사륵.

들리지는 않지만, 느껴는 지는 소리가 나와 소민이를 감싼다.

클리를 조금 더 세게 돌리자 김소민은 못 참겠는지, 서둘러 연습장에 뭔가를 적어서 나에게 건넸다.

- 오빠. 그만 하세요. 계속 그러면 나도 고추 만질 거예요.

- 그래? 그럼 우리 같이 만지자. 어때?

- 싫어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지금 당장 그만 만지세요!

아차차! 김소민은 강제로 당하는 걸 좋아하지. 멘트 잘못 날렸네. 나는 다시 연습장에 AV에서나 보던 흔한 멘트를 적었다.

- 그냥 가만히 있어. 너도 즐기고 있잖아. 몸은 이렇게 솔직하면서! 지금 너 음부에 물이 잔뜩 나오고 있어.

이렇게 하는 거 맞겠지? 시불! 이럴 줄 알았다면 망가 자주 볼걸!

- ...알겠어요...

맞나보네. 소민이는 이제 눈을 꼭 감고 가만히 있다.

"두 사람 뭐해요?"

깜짝이야! 다희가 우리 둘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어? 아. 뭐가?"

"아니 연습장에 뭘 주고받잖아요. 저도 보여 주세요."

"뭘 보여 달라고?"

"연습장요."

다희가 길고 하얀 팔을 연습장을 향해 뻗었다.

안돼! 거기에는 음부가 적혀져 있단 말야!

젠장. 이미 늦었다! 황급히 계곡에서 손을 빼서 올렸는데, 다희가 더 빨랐다.

"하앗! 다... 다희야! 나랑 오빠랑 별거 안 적었어."

휴. 다행이다. 김소민이 아주 조금 더 빨랐다.

"그런데 왜 안 보여줘?"

"응? 아... 그게. 안돼! 나와 오빠만의 비밀이야."

"비밀? 그래 알았어. 그럼 더는 안 물어볼게."

다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다시 책을 본다.

혹시 삐진 거 아니지?

나와 소민이는 눈치 보는데, 다희의 붉은 입술이 열렸다.

"나도 오빠랑 비밀 만들면 되니깐 괜찮아."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나와 비밀을 만들다니?

"다희야. 무슨 비밀을 만든다는 거야?"

"후훗. 오빠 아시면서 그래요. 여기서 말해도 돼요?"

"어? 아니아니 아니야! 어! 무슨 비밀인지 알겠어. 말 안 해도 괜찮아."

또 섹스하자는 말이구나.

하이고, 이 백치미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말을 이렇게 티 나게 하면 어떡해!

시불. 눈치 빠른 김소민이 놓칠 리 없지.

소민이는 갑자기 귀신이 되어서 나를 노려봤다.

"잠시만. 두 사람 혹시? 야이 민현찬!!!"

"가시나야! 스터디룸이다 조용히 해라! 글 말하는 거다 글! 자기가 적은 글 너 안 보여 준다는 거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다희야! 너 혹시 현찬 오빠가 너에게 잘 못한 거 아니지? 예를 들면 말야. 아씨! 이걸 어떻게 물어봐야 해!"

다희야. 제발 적당히 말해줘!

"후후. 소민아. 그런 거 아니야. 글 이야기야. 너 요즘 내 글 본 적 있어?"

"으응? 아니 없어."

"현찬 오빠한테만 보여 주거든. 조만간 또 하나 적어서 보여 주기로 했어."

"진짜? 무슨 주제로?"

응. 첫 경험이 주제야.

하. 이러다가는 끝도 없겠다. 대충 정리하자.

나는 괜히 김소민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그거는 네가 알 거 없어. 나와 다희 비밀이거든."

"아! 씨. 다희는 내건 데. 오빠한테 뺏긴 기분 들어."

"내가 왜 네 거야?"

"너 나랑 제일 친했잖아. 그런데 요즘 현찬 오빠랑 더 잘 놀고."

"알았어. 다음에 너한테도 보여 줄게. 그럼 두 사람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 잠시 나갔다 올게요."

이 분위기에 갑자기?

"너 어디 가는데?"

"필름 맡기고 올게요. 조금 있으면 문 닫아서 어서 가서 맡겨야 해요. 찾아야 하는 사진도 있고요. 갔다 올게요."

다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터디룸을 나갔다.

딸깍.

문이 닫히자마자 소민이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솔직히 말해요! 진짜 다희 건드린 거 아니죠?"

"내가 뭘 건드려? 너는 왜 나를 나쁜 놈으로 봐?"

"오빠는 잘생기고 성격도 좋잖아요! 그리고 배려심도 있고. 어떤 여자라도 반할 사람이니깐 그러죠!"

이건 칭찬이야 욕이야? 이상하게 기분이 좋네.

"일단 칭찬은 고마워. 근데 네가 왜 그래? 너 다희 보호자야?"

"네! 보호잔데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럼 남자친구 생기면 일일이 간섭할 거야?"

"아니요. 오빠는 남자친구가 아니니깐 그러는 거예요. 다희는 아직 연애한 적 없단 말이에요. 그래서 처음은 남자친구랑 해야 해요!"

김소민은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조선 시대 유교 사상을 나에게 주입 시켰다.

애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왜 이리 나한테 덤비지?

김소민 섹스 판타지가 당하는 거다. 그래서 자기를 덮치게 하려고 나에게 덤빈다고 해도, 정도가 너무 심하다.

그리고 그런 이유라면 자기의 즐거움을 위해 나에게 덤빈다는 말이잖아.

쓰읍. 이것 봐라. 한번 혼내줘야겠다.

"알겠어요? 진짜 다희 건드리면 나에게 혼날 줄 알아요!"

"너 요즘 너무 오빠한테 덤비는 거 아니야?"

거칠게 김소민 손을 잡았다. 당황해하면서 나를 보는데,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민이 뒤에 갔다. 그리고 옆구리에 손을 잡고 벌떡 일으켜 세웠다.

"오... 오빠?"

뒤에서 꽉 끌어 앉았다. 한 손으로 가슴을 만지고, 다른 한 손으로 팬티를 만지자 소민이는 조용해졌다.

맞네. 얘 지금 자기 판타지 충족 시켜 달라는 거네.

소민이는 내 손길에 꼼작도 못 하고 가만히 있다.

"야! 김소민! 너 오빠한테 대들래?"

"하읏... 잠시만요."

손을 팬티 속으로 넣었다. 그리고 클리를 손으로 세게 문지르자, 소민이 다리는 오므라들었다.

"너 되게 좋나 보다?"

"하앙. 아.. 아니에요..."

거짓말하기는.

지걱. 지걱.

구멍 속에 손가락을 넣었다. 따뜻한 애액이 느껴지고 질 주름이 내 손가락을 감싼다.

"하응. 아~~"

"좋아?"

"그게. 하지 마요..."

"그럼 더 하고 싶은데."

찌걱!

구멍에 중지가 두 마디 이상 들어가자, 소민이는 양팔을 책상 위에 올리고 겨우 버틴다.

"하아~ 오빠. 문... 문 잠궈 주세요."

"왜? 누가 들어올지 모르면 더 흥분되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봐. 아니, 솔직하게 행동해봐. 지금 그냥 해줬으면 좋겠지?"

아무 말 없는 김소민.

쓰읍 아닌가? 이 상황이 자존심 상할 수도 있잖아. 갑자기 미안해지기는 개뿔.

사르륵.

스스로 팬티를 무릎까지 내렸다. 책상에 팔꿈치를 붙이고 엎드리더니 나를 향해 엉덩이를 내민다.

"오빠..."

나는 김소민 엉덩이를 물끄러미 봤다. 소라만큼 크지는 않지만, 하얗고 앙증맞다. 가운데 있는 계곡에서는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조금 흘러 내린다.

이제 본격적으로 혼내보자.

나는 손을 들었다. 그리고

찰싹!

김소민 엉덩이를 한 대 때렸다.

"아! 오빠... 저 때리는 거는..."

"요 음흉한 것 봐라. 나 안 할 건데?"

"네?"

"나 안 할 거라고."

나를 말똥말똥 보는 김소민.

딱 3초 지나자 내 의도를 눈치챘는지 도깨비로 변했다. 지금 당장 내 가슴에 칼 꽂을 기세다.

야! 내가 너 하고 싶다고 무조건 하는 사람인 줄 알아? 무슨 스파르타쿠스에 나오는 로마 노예도 아니고. 왜 항상 네 판타지를 만족시켜줘야 해?

그리고 모름지기 섹스라면 마음과 마음의 공유가 기본이거늘.

너는 아직 멀었느니라. 갓 쾌락에 눈뜬 중생이여.

"오빠아~ 정말 안 할 거예요?"

아쉬운지 불쌍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응. 정말 안 할 거야. 소민아. 너 이렇게 하다가 중독되면 나중에는 헤어나올 수 없어. 오늘은 너를 위해서 일부러 안 하는 거야."

이것도 진심은 맞다. 자극에 익숙해지면 점점 더한 자극을 찾게 된다. 지금도 충분히 정상적이지 않은데 더 이상은 위험하다.

김소민은 팬티를 다시 입었다. 그리고 나의 복부에 일격을 가했다.

"윽! 야! 시불. 여기 다른 사람한테 맞았던 곳인데... 숨 안 쉬어진다."

"이씨! 오빠! 차라리 건드리지나 말지!"

"윽... 그것도 들은 말인데... 가시나야! 너 재미만 생각하면 되겠어? 앞으로 하고 싶으면 오빠한테 다정하게 대해! 하는 행동이 예뻐야지 하는 것도 즐거운 거야!"

시불. 섹스를 해주는 대가로 친절해지길 바라다니. 민현찬 많이 컸다.

"이씨. 오빠한테 잘하면 재미없단 말이에요..."

하긴, 딜레마기는 하네. 내가 열 받아서 거칠게 자기를 따먹어야지 흥분되는데, 하하 호호하는 사이면 거칠어도 몰입이 안 되니까.

나는 소민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할 거 다 하고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는데, 우리 처음은 이상했지? 내가 나쁜 놈이었다는 거 인정해. 부정하지는 않는데 잘못된 행동은 고쳐나가야 돼. 너도 점점 이상해지는 걸 느끼지?

결국, 마음과 마음이 중요한 거야. 네가 원하는 상황을 위해서 나에게 시비 걸면 나는 오히려 너와 하기가 싫어져. 알겠어?"

"이씨.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그런 상황이 야릇하고 흥분되는데 어떡해요?"

"그거는 롤 플레잉으로도 할 수 있어. 여튼 너 요즘 오빠한테 덤빈 거 찬찬히 떠올려 봐. 네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나에게 말해주고."

"그냥 됐어요! 나도 안 할 거예요!"

김소민은 입을 툭 내밀고 다시 자리에 앉아 책을 봤다. 뭐 삐져도 어쩔 수 없다.

소민아, 적당히 까부는 너는 좋지만, 마구잡이로 덤비는 너는 싫단다.

우리는 세 시간 정도 공부를 하고 나왔다.

김소민은 세 시간 동안 한마디도 안 하고 공부만 했다. 뒤늦게 온 다희가 무슨 일 있냐고 물었지만,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뭐. 나름의 결론을 가지고 오겠지. 기다려 보자.

스터디룸을 나온 나는 걷다 걷다 보니, 결국 이세연 아파트에 와 있다.

디리링.

- 네. 오빠. 왜요?

"뭐해? 공부하고 있어?"

- 네.

"나 지금 아파트 앞인데."

- 그래서요?

차갑기는.

"들어가도 돼?"

- 싫은데요?

"아직 화났어?"

- 화난 건 아니에요! 다만 오빠도 나 놀렸으니, 나도 놀리는 거예요.

아직 화났구먼.

"알았어. 일단 올라갈게."

- 못 들어오지만, 올라오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세요.

말하는 거를 보니 화는 났지만, 풀리기 직전이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파트 앞에 올라갔는데, 망할. 현관문은 돌덩이 인지 꼼짝도 안 한다.

"세연아! 나 왔어."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쓰읍. 에라 모르겠다!

"나 현관문 앞에 앉아 있을 거다."

나는 털썩 현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언젠가는 나오겠지. 뭐.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자 안에서 후다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드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신문 구멍의 문이 열렸다.

...

설마 여기로 들어오란 건 아니겠지? 통 아저씨도 못 들어가시겠다.

궁금해서 보고 있는데, 그곳으로 종이컵이 하나 툭 떨어졌다.

"세연아 너 뭐해?"

"아아. 민현찬 응답 바란다. 오바!"

응답 바란다고?

종이컵을 자세히 봤는데 끝에 실이 연결되어 있다.

이거 종이컵 전화기 아냐? 푸훗. 재밌네.

나는 종이컵 전화기를 주르르 당겨서 귀에 붙였다.

"아아. 민현찬 응답했다. 오바."

"잘 들리나 오바."

"여기는 잘 들린다. 거기는 어떻냐 오바."

"여기도 잘 들린다. 오바."

당연히 잘 들리지.

세연이도 지금 현관문에 등지고 있나 보다. 신문 구멍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아마 3인칭 관찰자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등을 맞대고 있을 거다.

"아아. 민현찬. 잘못한 걸 말해라. 오바."

"잘못한 걸 말하겠다. 다이아몬드로 만든단 거, 그거는 솔직히 선 넘었다고 생각한다 오바."

"알면 됐다. 더 말할 건 없나? 오바."

"남자답게 말하겠다. 술 마시고 실수한 거로 놀려서 미안하다 오바. 아침까지 얻어먹고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오바."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나? 오바."

"응. 인정할 건 인정한다. 앞으로 가녀린 소녀의 마음을 놀리지 않겠다. 오바."

"킥킥. 아하하! 웃겨 가녀린 소녀래!"

"그럼 가녀린 소녀지. 요렇게 삐지고 말이야."

"삐진 거 아니거든요!"

"그럼 왜 문 안 열어주세요?"

"얄미우니깐 그러죠!"

"그래도 엄청 얄밉지는 않나 봐? 이렇게 유선 전화기도 보내주고."

"아하하! 이거 그냥 공부하다가 있길래 해봤어요."

"혹시 중학교 공부하는 건 아니지?"

"아니거든요! 아! 또 얄미워! 문 절대 안 열어 줄 거야."

"알았다. 알았어. 안 놀릴게. 어서 문 열어주세요. 현찬이 밖에서 추워요."

"꺄! 징그러워! 하지 마요!"

"안 열어주면 계속 귀여운 척할 거다. 현찬이가 말이죠!"

"아! 진짜!"

투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 몸은 앞으로 팍 기울어졌다.

시불. 괜히 쭈그리고 앉았네.

"아! 야! 열어준다고 말하고 열어야지!"

"킥킥. 뭐래? 누가 그렇게 앉아 있으래요? 꼴좋다!"

개구리처럼 넘어진 내 모습을 보고 이세연은 웃는다.

훗. 하루 만에 보는 모습이지만 보기 좋네.

나는 문 한쪽을 잡고 말했다.

"이제 들어가도 되는 거지?"

"안 건드린다면 들어와도 돼요."

"오케이. 나는 오늘 돌과 같은 마음으로 왔어. 네가 건드려도 가만히 있을 거야."

"뭐래? 돌은 무슨. 오빠가 돌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물렁물렁한 돌일걸요?"

"물렁물렁? 그건 또 남자 자존심에 허락 못 하는 단어지. 오빠는 다이아몬드처럼 딱딱해. 만져 봐. 아! 아! 가시나야! 농담이다! 농담!"

"진짜! 그놈의 다이아몬드. 그냥 죽어! 죽어!"

이세연은 나를 또 때리는데,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있다.

한동안 투덕거린 우리. 끝날 때쯤에는 비 온 뒤 하늘처럼 둘 다 환히 웃고 있다.

"아하하. 때리니깐 스트레스 풀리네. 밥 먹었어요?"

"샌드백 하나 사줄게. 이제 나 좀 때리지 마라. 그리고 밥 아직 못 먹었어. 배고파."

"어서 들어와요. 같이 밥 먹어요."

이세연은 발랄하게 아파트 안으로 먼저 들어갔고, 나는 뒤를 따라갔다.

그때 갑자기 내 휴대전화가 울렸다.

"누구예요?"

이 분위기를 깨는 게 싫은지, 세연이는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선민데? 잠시만. 어 선미야."

- 현찬아. 아...

"너 왜 그래? 왜 다 죽어가는 목소리야?"

- 나 좀 살려줘.

"뭐라고? 살려달라고! 왜 무슨 일 있어?"

- 배가...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 아!!! 응급실 좀...

갑자기 배가 너무 아프다고?

"일단 원룸으로 갈게!"

- 웅. 빨리 와줘.

뚝 전화가 끊어졌다. 심각한 내 얼굴에 이세연도 화들짝 놀랐다.

"왜요? 선미 언니 무슨 일이래요?"

"배가 너무 아프다고 빨리 와달래."

"정말요? 어서 가요! 나도 같이 가요!"

"어. 빨리 가자. 갑자기 왜 아프다고 하는 거지?"

"갑자기 아프면 맹장 아니에요?"

맹장? 그럼 수술해야잖아?

선미 어머님 지금 서울에 계시는데. 그리고 병 요양 중이시고.

젠장! 일단 빨리 가야겠다.

나와 이세연은 서둘러 선미 원룸으로 달려갔다.

< 공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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