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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64화 (164/295)

< 공부 >

젠장.

나는 왜 이세연만 보면 선을 넘는 걸까?

그날, 이세연은 결국 삐져서 나를 개 잡듯이 패고는 집으로 휑 돌아갔다.

여자들은 보통 삐지면 그냥 돌아가지 않나? 때리기는 왜 때려! 아씨. 아직도 맞은 데 얼얼하네.

뭐 그렇다고 세연이가 내 연락을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니다.

- 세연아~ 이제 시험 기간이니깐 너희 집에서 같이 공부하자.

- 즐! 꺼지셈!

라고 카트라이더 하는 초딩처럼 답장이 올 뿐이다.

매정한 것.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씨... 도서관에 혼자 있으면 심심한데.

나는 왜 일 년 만에 아싸가 된 걸까? 선미는 언제나처럼 잔다고 안 나왔다.

결국, 이번 기말고사도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게 생겼다.

오늘따라 도서관 벤치에 앉아서 피우는 담배가 쓰네.

저것들 때문이다. 도서관 앞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는데, 부럽다.

"에이씨! 그래! 인생은 독고다이야! 나는 이제부터 고독을 즐기는 남자다. 혼자서도 잘하는 걸 보여주겠어!"

"헤헤헤 선배님~ 안녕하세요."

"와씨! 깜짝이야!"

시불. 혼잣말하는데 들어오는 건 반칙이지! 놀라서 고개를 돌렸는데 유소라다.

소라야 안녕. 이 아니라 너 잘 걸렸다. 그날 이세연 옷에 국물 튄 거 이야기 좀 하자!

"야! 너 잘 만났다. 너 그날 세연이한테 일부러 국물 튀겼지?"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선배! 저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울 것 같은 얼굴로 나에게 말한다.

흐음. 소라가 말이 고분고분한 거는, 보는 사람이 있다는 뜻인데.

아니나 다를까 다섯 걸음 뒤에 후배들이 웅성거리고 있는데, 다들 부러움에 가득 찬 눈빛이다.

잠시만! 이 가시나! 지금 나를 팔아서 자기 지위를 올리고 있잖아!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랑 친하다는 건 자랑거리가 되니깐. 괘씸하네.

어찌 되었든 이 상황에서 물어볼 수는 없겠다. 일단 데리고 나가자.

"소라야 우리 커피 한잔할까?"

"어머 정말요? 그럼 저기 후배들."

"아니! 너만."

나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바라봤다.

당황해하는 유소라. 조금 있자 강아지 같은 눈이 여우 같은 눈으로 바뀌더니, 나를 뚫어져라 본다.

"네. 선배님. 애들아 미안. 선배님이 단!둘!이!서! 커피 한잔만 해서 잠시만 갔다가 갈게."

망할. 도서관이 떠나가도록 소리쳤다.

왜 차라리 결혼한다고 말하지?

나와 유소라는 커피를 하나씩 들고 학교 근처 숲길에 있는 벤치에 왔다.

여기는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고 외쳐도 아무도 들을 수 없고, 섹스해도 아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울창하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전생에 여기서 섹스하는 사람 봤어!

"오빠. 사람 불렀으면 말하죠? 나 바쁘거든요."

시불. 섹무새가 된 거 보니 유소라 디버프 걸렸네.

바람막이 잠바를 입은 유소라. 팔짱을 끼고 있는데, 펑퍼짐한 잠바인데도 가슴이 커다랗게 보인다.

정신 차리자. 까딱 잘못하면 또 헷가닥 넘어간다.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소라에게 말을 던졌다.

"너 제대로 말해. 그날 왜 세연이한테 국물 튀겼어?"

"무슨 소리야 오빠? 그날 서비스 갖다줬더니 먹지도 않고 가놓고서는. 내가 섭섭해야 하는 거 아냐?"

눈빛 하나 안 바뀌고 나에게 따지는데, 자못 억울해 보인다.

와씨. 어렵네. 얘는 거짓말 못 하는데? 그럼 이선미가 착각한 건가?

"너 정말 아니야?"

"그냥 내가 한 거로 하자. 오빠 눈빛 보니 죽어도 안 믿을 거잖아."

"아니 그건 아니고."

"하... 열 받으니깐 갑자기 덥네."

유소라는 바람막이 잠바를 벗었다.

헉! 너 살이 다 어디로 갔니?

흰색 달라붙는 옷을 입었는데,

꿀꺽.

출렁이는 뱃살은 사라졌고 이제 애교 뱃살만 살짝 남아있다. 다행히 가슴은 안 빠지고 여전히 거대하다. 흰 티에 찰싹 달라붙어서 형태가 그대로 보이고, 목 아래에는 깃발을 세워도 될 것 같은 가슴골이 보이는데, 꿀꺽. 지금 당장 막대기를 꽂아보고 싶다.

"킥킥. 이 오빠 봐라. 화낼 때는 언제고 이제 따먹을 기세로 나를 보네. 나 맛있어졌지? 한 번 먹으면 오빠가 나보고 치토스라 부를걸? 언젠간 또 먹고 말 거라고~"

"안 먹어봐서 모르겠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야! 말 좀 예쁘게 해라."

"솔직하게 말해도 지랄이야. 지금 내 자취방 갈래? 나 오늘 알바 안 해서 내일 아침까지 해도 되는데."

그래? 너 오늘 죽었다. 다이아몬드 맛을 보여주겠...

시불! 정신 차리자! 유소라한테 말리면 안 된다. 아직 의혹이 안 풀렸다.

"됐어. 공부할 거다. 여튼 정말 아니라는 거지?"

"이미 결론 내린거 아냐? 내 말은 죽어도 안 믿을 거자나."

"일단은 알았다. 이번은 그냥 넘어갈게."

"그게 다야?"

"뭐가?"

"그게 다냐고?"

"그럼. 이게 다지."

"하! 섭섭하네. '나는 섹스하면 믿어줄게'라고 말하길 바랐는데. 그랬으면 여기서 바로 했을걸?"

"정말? 아니다. 정신 차리자. 섹스는 무슨. 너 그렇게 나오니깐 수상하다?"

"훗. 줘도 못 먹는 오빠가 바보 아니고? 나 이제 예뻐졌어. 오늘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기회는 무슨. 예뻐진 게 뭐 대수야? 사람 그 자체가 좋으면 되는 거지. 나는 네가 예뻐지기 전부터 친했었어."

"살 빼라면서!"

"그거는 너 성형 말리려고 한 거래도."

"그게 변명이 아니라 진짜야?"

"그래. 진짜다. 여튼 예뻐진 거 축하한다. 아니! 너 말 돌리지 말고! 이번은 넘어가는데 다음에는 조심해."

"키키키. 알았어. 그럼 갈게."

유소라는 몸을 돌려서 도서관 쪽으로 걸어가는데, 짧은 치마에 윤곽 잡힌 엉덩이가 보인다.

내 말 듣고 스쿼트 열심히 했구나. 예전에는 크기만 했는데, 이제 탄력도 있다.

그런데 너 왜 다시 돌아오니?

소라는 한 다섯 걸음 정도 걷다가 몸을 돌려 다시 나에게 왔다.

"왜? 할 말 있어? 어 너 뭐하냐?"

갑자기 내 손을 잡아서 커다란 자기 가슴 위에 올렸다.

여기는 숲속이라 보는 사람이 없는데...

일단 조금만 만지자.

주물럭. 주물럭.

"키키. 먹고는 싶나 봐? 오빠가 만든 몸매인데 맛은 한 번 봐야지."

"그래. 인정. 솔직히 하고는 싶다. 그 말 하려고 온 거야?"

"아니. 고맙다는 말 하려고 온 거야. 고마워."

"그래! 너는 살 빼면 예쁜 얼굴이래도. 내가 그래서 살 빼라고 한 거야. 어때? 오빠 말 들으니깐 자다가도 떡이 나오지?"

"떡은 오빠가 쳐야 하는 거고. 살 때문이 아니라, 나 뚱뚱할 때 진심으로 친하게 대해줘서 고맙다고."

왜 갑자기 캐릭터 안 맞는 말씀 하세요?

나는 황급히 가슴에서 손을 땠다.

"너. 범인 맞지? 이세연 옷에 국물 튀긴 거! 그러니깐 지금 고맙다고 하는 거 아냐?"

"끝까지 나를 안 믿어주는 건 섭섭하네. 갈게. 혹시나 하고 싶으면 말해. 원룸 비번 가르쳐 줄 테니까."

이제 진짜로 숲속으로 사라졌다.

끝까지 자기가 안 했다는 말은 안 하면서 섭섭하기는 개뿔. 그럼 '아니야'라고 딱 잘라 말하면 되잖아.

물론 그렇다고 했다는 뜻도 아니니. 아직은 회색분자다.

그래서 나는 유소라 원룸에 갈 수가 없다.

만약 진짜 고의로 세연이에게 국물을 튀겼다면?

이번이 두번째다. 그 정도로 시기 질투가 강한 사람은 아웃오브 컨트롤이다. 통제불능인 거다.

솔직히 말해 소라와의 섹스는 육체적 기준으로 나에게 최고의 기쁨을 안겨준다. 속궁합이 정말 좋다. 늘 만족스럽다.

하지만 손 위에 올릴 수 없는 여자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어떻게 튈 지 모른다. 너무 위험해.

- 지랄한다. 다시 태어나도 호구인 놈이 무슨 탐정 놀이를 해요.

아씨. 호구신님 지금 과몰입 중이거든요. 그리고 그런 여자만큼 피곤 한 게 없어요.

자.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나도 다시 도서관으로 가자.

다시 도서관에 돌아왔다.

아까 앉은 벤치에 앉자 유소라 가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얼굴도 아른거리고.

쓰읍.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1등일 줄이야.

처음에는 국물 사건 때문에 흥분해서 못 봤는데. 헤어지니깐 떠오르네.

얼굴은 앳 띤 아이 같고, 가슴은 아메리카 뱅버스에서 본듯한 크기에, 뱃살은 이제 애교 수준으로 조금 있는 정도로 변했으니...

지금이라도 원룸 가서 딥한 이야기를 해볼까?

"오빠 뭐해요?"

시불! 깜작이야! 오늘 몰래 온 손님 찍나? 왜 다들 나를 놀래켜!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는데, 다희가 나를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다.

"깜짝이야. 너 닌자냐? 솔직히 말해. 나 암살하러 왔지?"

"네?"

"아니다. 개그 한 거다. 좀 웃어주라."

"후훗."

"···됐다 됐어. 공부하러 왔어?"

"네. 오빠 잠시만요."

필름 카메라를 꺼내더니 나를 겨냥한다.

찰칵!

다희는 내 사진을 한 장을 찍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 너 갑자기 뭐하냐?

"다희 씨. 저 초상권 있거든요. 너 예전에 쓰레기봉투 사진 찍은 것처럼 범인 사진으로 나 찍은 거지?"

"아니에요. 글 적으려고 찍었어요."

"글? 나를 주제로?"

"네. 오빠랑 처음 섹스 했..."

"그만! 여기 사람들 많아!"

"아. 깜빡했다. 후훗. 여튼 그날을 글로 적고 싶어서요."

그럼 막대기를 찍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물어보며 바지 벗고 싶지만, 참자.

첫 경험을 글로 적어 준다니. 설레면서도 당혹스럽네.

"그래 기대할게. 혼자서 왔어? 소민이는?"

"조금 있으면 올 거예요. 기다리다가 오빠 봐서 왔어요."

"도서관 자리는 잡았어? 오늘 자리 다 차서 거의 없던데."

"그래요? 그럼 스터디룸 가죠 뭐. 그런데 오늘은 별말씀 안 하시네요?"

"뭐가?"

"저 치마 입었잖아요."

어? 그러네?

나는 다희의 다리를 물끄러미 봤다.

와우! 키 177cm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 다희가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으니 다시 봐도 절경이다.

지나가는 남자들이 안보는 척 힐긋힐긋 거리는게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이지. 시선의 끝이 한 곳을 향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신경 안 쓰여?"

"괜찮아요. 오히려 오빠가 더 신경 쓰는 거 같은데요?"

다희의 얼굴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훗. 괜한 걱정 했네.

"그러게 말야. 감추지 않길 잘했어. 너 다리가 정말 예쁘네."

"그래서 지금 그렇게 뚫어지라 쳐다봐요? 이 변태야!"

시불 깜짝이야! 몰래 온 손님이 또 왔네.

고개를 돌렸는데 김소민이 씩씩거리고 있다.

"오빠아! 우리 다희 다리 계속 봤죠?"

"이 가시나야! 너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더 보겠다."

"흡!"

김소민은 양손으로 입을 막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철딱서니 없기는.

나는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아! 이 폭력쟁이야!"

"사랑의 매다. 사랑의 매. 하여튼 너는 까불어서 문제야. 그리고 제발 인기척 좀 드러내고 나타나라. 애 떨어질 뻔 했다."

"헤헤헤. 오빠가 놀랐다니 작전 성공! 그리고 오빠는 조금 놀라도 돼요."

"왜?"

"오빠는 애 못 가지잖아요~"

그래 남자는 못 가지지. 너 배부르게 만들어 줄까?

···

정신 차리자.

"그래. 나는 애 못 가진다. 너도 가지지 못한 게 있지."

"뭐요? 남자친구?"

"아니, 도서관 자리."

"꺄악!!!!! 도서관 자리 없어요?"

"당연하지. 오후 두 시에 와서 자리 찾는 건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냐?"

"히이잉. 그럼 어디서 공부하지. 아! 어차피 여기서 노는 오빠가 자리 비켜주면 참 좋을 텐데~"

"까분다. 내가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봐도 너한테 자리는 안 비켜준다."

"칫. 쪼잔하기는."

김소민은 계속 나를 보면서 자리를 달라고 앵긴다.

하지만, 어림없지! 절대 안 줄 거다.

한동안 나와 소민이는 눈싸움을 했고, 결국 다희가 개입하고 나서야 싸움은 끝났다.

"김소민 그만해. 오빠 우리 가볼게요."

"너희 어디 갈려고?"

"스터디룸 가서 공부하려고요. 오빠도 같이 가실래요?"

나도? 잠시만, 안 그래도 혼자 공부한다고 심심했는데, 잘 됐다.

크흑! 역시 내 팬클럽밖에 없구나!

"그래. 같이 가자."

"네. 같이 가요. 소민아 괜찮지?"

"쓰읍. 나는 반대입니다!"

"왜?"

민다희 앞에 선 김소민. 양손으로 팔을 벌려서 막더니,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오빠는 공부 안 하고 너만 쳐다볼 거 같거든. 변태같이 말야."

"소민아. 오늘 그냥 너 죽고 나 죽자."

"어머? 오빠~ 이 여린 아이를 때리려는 거예요?"

"아니 안 때릴 거야."

"헤헤헤. 역시 나처럼 예쁘고 여린 아이는 보호 받아야죠. 어? 잠시만요! 아!!!!!!!!!!!"

나는 때리는 대신에 김소민 팔을 잡고 꺾었다.

가시나 꼭 맞아야 정신 차려요!

김소민은 한참을 괴롭힘 당하다가 항복 탭을 쳤고, 결국 우리 셋은 도서관을 나와서 스터디 룸으로 갔다.

학교 앞 스터디룸.

들어가기 전에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애들아 여기 갈 거야?"

다희와 소민이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본다.

"네."

"우리 항상 여기 가는데요. 왜요? 흐응. 혹시 여기 숨겨둔 애인이 있나? 아! 잠시만요! 때리지 마요!"

"그럼 까불지를 마라. 아니다. 어서 들어가자."

신입생 때가 기억나네. 여기서 혜민이랑 공부로 게임 하면서 섹스했는데.

흑! 이혜민 사랑했었다. 그런데 얘는 요즘 뭐하나? 코빼기도 안 보이네.

스터디룸에 들어왔는데, 하필이면 혜민이와 섹스 했던 방이다.

흠흠. 다른 여자애들이랑 이 방에 있다니. 기분이 묘하다.

끈적했던 옛 생각을 잠시 하는데, 다희가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오빠. 죄송한데 저 혼자 앉고, 소민이랑 둘이서 앉으면 안 돼요?"

"나는 상관없어. 왜?"

"책이 많아서요."

"그러자."

나와 소민이가 나란히 앉고 맞은 편에는 다희가 앉았다.

드디어 시작된 공부.

각자의 전공 서적을 펼치고 공부하는데, 딱 20분만 집중했다.

심심한 고요를 제일 처음 깬 건 김소민이다.

"하아~ 공부하기 싫다. 아! 그런데 세연이는 뭐한데요?"

"집에서 공부한대. 너 솔직히 말해. 전혀 안 궁금하지? 공부하기 싫어서 물어본 거지?"

"치. 변태라서 그런지 눈치 빠르단 말야."

"오빠한테 말투가 그게 뭐냐."

"메로옹~"

"요거요거 또 혼난다!"

"헤헤헤~ 나는 귀여우니깐 봐줘요. 다희야 공부 잘 돼?"

"응."

"칫. 자기만 공부 열심히 하고."

"너도 열심히 해."

"알았다. 말 걸지마라. 나 공부만 할거다!"

김소민은 다시 책에 머리를 박고 공부했다.

얼마나 가는지 보자.

"악!"

"오빠 왜요?"

"히히히. 현찬 오빠. 자다가 깬 거 아니에요?

뭐? 자다가 깬 거 아니냐고? 발로 내 발을 꾸욱 밟고 있는 게 누군데?

고개를 아래로 숙이자 소민이 발이 내 발 위에 올라가 있다.

나는 소민이를 노려봤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키득거리고 자빠졌다.

하. 요것 봐라.

다희가 그런 소민이를 향해 검지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소민아. 조용히."

"응. 다희야~ 알겠어. 읍!"

"왜? 그래?"

"하... 하하하... 아냐."

다희는 다시 공부한다고 고개를 숙였고, 소민이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후후후. 너 시비 걸 사람에게 걸어라. 내가 책상 마스터다.

어느새 내 손은 김소민 허벅지를 주무르고 있다.

잠시만, 그러고 보니 소민이 판타지가 예상 못한 장소에서 당하는 거잖아.

얘가 까불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오늘 해달라고 이렇게 나를 툭툭 건드렸구만! 그래야지 열 받은 내가 거칠어지니깐.

크흑! 미안하다. 섹스 판타지를 깨닫게 해주기만 하고 정작 섹스 한 건 한 번뿐이네.

소민아. 그 유혹 당해줄게.

< 공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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