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7화 〉제갈 vs 어둠의 왕 (77/200)



〈 77화 〉제갈 vs 어둠의 왕

이제 밤이 다 지나가고 낮이 되었다.

사인스 후작 성의 서쪽과 남쪽을 지키던 인간 병력은 도시의 중앙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 전부 중앙으로 돌아왔다.


사실 병사들이 허기로 사기가 떨어지고 슬라임들의 맹공격에 성벽이 거의 점령된 상태여서 패주나 다름없었다.


도시의 중심에 있는 구역에는 제갈, 선봉 기사단 102명, 클라리스 변경백, 변경백 기사 27명, 정규병 6.8만 명, 시민병 9만 명이 있었다.

이 구역에는 바리케이드 위에도, 건물 위에도, 거리에도 무장한 인간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구역을 촉수들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봉쇄하고 있었는데,

북쪽: 카일, 수확자 8백 명, 촉수 영웅 9명, 촉수 정예병 3.6만 명,


서쪽: 라임 선생님, 슬라임 4만 명,


남쪽: 아데벤, 슬라임 4.9만 명,


동쪽: 윈스톤, 촉수 영웅 6명, 촉수 정예병 8.3만 명,

이 지키고 있었다.


또한 촉수 정예병 2.5만 명과 마족 16.2만 명이 성벽과 성문을 지켰다.


인간의 정규병과 시민병을 합하면 15.8만이지만 슬라임과 촉수 정예병을 합하면 20.8만이었다.

시민병은 남녀노소가 다 포함되어 있고 무기를 처음 잡아본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인간 군대는 어젯밤부터 식량이  떨어져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사람이 많았고 지휘관들도 간에 기별도 안 가는 밀가루죽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촉수와 슬라임들은 인간을 잡아먹고 와서 전부 행복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라임 선생님은 얼마나 인간으로 포식했는지 황금색이 더 진해지고 피부가 탱글탱글했다.

촉수들은 인간을 먹기도 하고 오염된 식량 창고를 발견해서 식량을 먹기도 했다.


산성 독액으로 오염된 식량이지만, 촉수가 뿌린 침일 뿐이라서 촉수들은 맛있게 먹었다.


나는 이제 마지막 패를 꺼내기로 했다.


나는 어제 클라리스 변경백의 딸인 21살의 모나를 촉수 영웅으로 만들었다.

변경백의 남편은 배불뚝이 쓰레기라서 그냥 죽였다.


나는 모나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희 어머니보고 빨리 투항하라고 해라.”

모나가 주먹  오른손을 위로  뻗으며 즐겁게 대답했다.

“네! 오빠!”

루시 누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그쳤다.

“누가 네 오빠야!”

모나가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어머! 질투?”

내가 모나를 재촉했다.


“장난하지 말고 빨리해.”


모나가 북쪽의 촉수들 사이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가서 마나 스피커를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저는 변경백령의 모나입니다! 엄마! 이미 변경백령이 점령당했어요! 빨리 투항해 주세요! 어둠의 왕께서 투항자는 살려주고 식량도 주신다고 했어요!”

인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제갈이 인간 군대가 흔들리는 걸 막기 위해서 고함을 지르며 반박했다.

“저 여자는 감염자다! 속지 마라! 괴물들은 인간을 살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모나는 계속 달콤한 목소리로 투항을 권유했다.


나는 병사들에게 희망을 주기로 했다.

갑자기 촉수와 슬라임들이 불판과 알맞게 도축된 고기를 가져오더니 사방에서 고기를 구웠다.


루시 누나, 바람 슬라임이 도시 가운데로 고기 냄새가 흘러가도록 바람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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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들이 맛있게 익어지며 고소한 냄새가 인간 진영으로 흘러 들어갔다.


구워지는 고기는 모두 인간 고기이지만 도축되면 가축 고기랑 다를 바가 없었다.

며칠간 소식하고 오늘은 아침을 거른 인간들의 코가 벌름거리고 입에 침이 고였다.


클라리스 변경백은 고기와는 다른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클라리스 변경백은 44살의 여장부였는데 자신의 딸이 적의 손아귀에 들어갔고 변경백령도 점령당한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


클라리스 변경백은 자신의 영지에서 나고 자랐는데 그녀의 딸과 영지가 없다면 그녀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나가 클라리스를 불렀다.

“엄마! 빨리 와줘! 어둠의 왕님이 우리가 영지를 계속 다스리게 해주신다고 했어!”

클라리스 변경백은 기나긴 배고픔과 스트레스, 딸로 인한 충격으로 이미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클라리스 변경백이 모나의 얼굴을 자세히 봐도 학대당한 흔적이 없었다.

클라리스 변경백은 딸과 함께 영지를 다스릴  있다면 어둠의  밑에서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클라리스 변경백은 자신의 기사들에게 눈치를 주며 슬슬 모나가 있는 북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제갈, 루이사와 선봉 기사단이 눈치채고 클라리스 무리의 앞길을 막았다.

클라리스 변경백이 제갈을 노려보며 따졌다.

“이게 무슨 짓이지?”

제갈이 추궁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투항할 생각은 아니겠지?”

“내가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비키지?”


“미쳤군. 괴물에게 제물을 줄 수는 없다.”


클라리스 변경백이 무기인 검을 꺼내자 주변 모든 사람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클라리스 변경백 무리는 북쪽으로 나가려고 하고 제갈 무리는 그것을 막는 형태가 되었다.

모나의 간절한 외침이 또 들려왔다.

“엄마! 빨리 와줘! 엄마랑 있고 싶어!”


그게 도화선이었다.

클라리스 변경백이 외쳤다.


“나는 투항하겠다! 모두 북쪽으로 뚫고 나가!”

클라리스 변경백의 기사들이 우와아아아 하는 함성과 함께 돌진했고, 제갈 무리도 각자의 무기를 들고 클라리스 무리의 앞길을 막으며 전투가 벌어졌다.


그때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귀족도 나가는데 우리도 나가겠다며 고함을 지르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투항한다!”


“나는 나갈 거야! 나도 고기 먹을래!”

 분위기가 삽시간에  인간 군대에 전달되며 무수한 인간들이 나가려고 했고 그것을 막는 자 또한 있었다.

인간 군대 곳곳에서 투항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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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나가겠다는데 꺼져!”


“안돼! 나갈 수 없다!”


어떤 곳에서는 바리케이드가 부서지며 투항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투항자들이 촉수 무리에 도착하자 촉수들이 고기를 한 점씩 집어서 주었고 투항자들은 침을 질질 흘리면서 고기를 씹어 먹었다.

촉수들이 투항자에게 길을 열어주자 투항자가 환호를 지르며 달려나갔지만, 그들 모두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뇌 기생 촉수에 감염되었다.


이제는 촉수와 슬라임들도 큰 소리로 투항을 권유했다.


“키에엑. 투항자는 살려준다!”


“투항해라! 우리는 인간의 적이 아니다!”

“고기 먹고 싶으면 와라!”

배고픔과 스트레스로 정신이 피폐해진 인간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나는 클라리스 변경백이 나오려고 전투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다.


클라리스 무리가 제갈 무리보다 머릿수가 딸려서 힘들어하고 있었다.


내가 클라리스 무리를 도와줘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전군 진격해라! 투항자는 보내준다!”

촉수와 슬라임의 군대가 중앙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나오려는 인간들이 주춤했지만, 촉수와 슬라임들이 나오는 자들을 보내주자 신나게 달려 나왔다.

가뜩이나 방어할 병력이 줄어드는데 촉수와 슬라임들이 물려오자 제갈과 선봉 기사단에게는 이제 클라리스 변경백을 막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제갈이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의 힘으로 전 군대가 들을  있게 명령을 내렸다.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후작의 대저택으로 모여라!”

후작의 대저택은 저택 주변이 모두 돌담으로 막혀 있기에 농성할 수 있었다.


제갈과 선봉 기사단은 클라리스 무리에게 침을  뱉고는 대저택으로 달려갔다.


괴물에게 항복하지 않은 인간들도 대저택으로 달려갔다.

인간 병사들은 이미 사기가 바닥이어서 촉수와 슬라임의 군대는 삽시간에 후작의 대저택 돌담을 둘러쌌다.

주변에는 죽은 인간과 감염자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모나, 촉수 영웅들과 함께 천천히 대저택으로 걸어갔다.

클라리스 변경백과 18명의 변경백 기사들이 나를 맞이했다.

모나가 엄마한테 달려가서 푹 안겼다.


“엄마! 살아서 다행이야!”


클라리스 변경백이 딸을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다가가자 클라리스 변경백이 결심을 말했다.


“어둠의  밑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저와 제 딸을 살려주시고  영지를 통치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래. 그 대신 내 어둠의 힘을 받아들여야 한다.”


클라리스 변경백이 흠칫했다.


모든 장미에는 가시가 있듯이 어둠의 왕의 혀는 달콤했고 대가가 있을 것이었다.


그때 모나가 엄마를 안고 재촉했다.


“엄마! 어둠의 힘을 받아서 어둠의 권속이 되는 게 우리가 유일하게  수 있는 길이야. 그리고 나는 여전히 엄마 딸이야.”

클라리스 변경백이 잠깐 눈을 감고 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어둠의 힘을 받겠습니다.”


띠리리링

[200pt를 써서 클라리스 유즐라에게 세례를 내립니다.]

 촉수들이 클라리스를 덮으며 그녀에게 어둠의 기운이 들어갔다.

20분 후 그녀는 촉수 영웅이 돼서 상쾌한 얼굴로 나왔다.


내가 물었다.

“어떠냐?”


“감사합니다. 모나야. 네가 맞았구나.”

“그치? 엄마도 이제 나랑 같이 있을  있어! 우와아아아!”

나는 18명의 기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희들이 살 수 있는 길은 어둠의 힘을 받아서 내 권속이 되는 것뿐이다.”

클라리스가 기사들에게 윽박질렀다.


“어둠의 왕께 무슨 버르장머리냐! 빨리 어둠의 힘을 받아들여라!”

7명의 기사가 쭈뼛쭈뼛 다가왔다.

“저, 저희도 힘을 받겠습니다.”

그렇게 7명이 추가로 세례를 받고 촉수 영웅이 돼서 기쁜 얼굴로 다시 태어났다.


나는 남은 11명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냐?”


“우리는 엘리아 여신을 섬긴다! 아무리 변경백님의 말이 있어도 어둠의 힘을 받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인간으로 남겠다!”

클라리스와 촉수 영웅이 된 기사들의 얼굴에는 인간 11명에 대한 불쾌함이 서려 있었다.


내가 클라리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를 주었다.

클라리스가 한 기사의 어깨를 양쪽에서 팍 잡고 누르자 기사가 놀라서 물었다.


“유즐라 변경백님?”


“그러고보니 너. 엄청 맛있게 보이네?”

클라리스의 입이 열리더니 촉수가 나와서  기사의 눈을 꿰뚫자 기사가 미라처럼 말라버렸다.


남은 10명의 기사들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무기를 꺼내 들고 소리를 질렀다.

“진짜 괴물이 되어버렸어! 저건 이제 변경백도 아냐!”


새로이 태어난 7명의 기사 촉수 영웅과  주위의 모든 촉수 영웅이 달려들자 남은 10명은 바싹 마른 미라로 변했다.

나는 클라리스에게 말했다.


“너와 7명의 기사에게 대주교의 지위를 내리겠다.”


클라리스가 내게 고개를 숙이며 기쁘게 말했다.

“그렇게 하시지요. 주인님.”


클라리스와 모나는 클라리스 시를 관리할 것이다.

지금 후작의 대저택에서는 제갈, 루이사, 선봉 기사단, 몇천의 병사가 최후의 저항을 하고 있었다.

나는 촉수 날개를 쫙 펴고 하늘로 날아오르며 전군에 명령을 내렸다.


“제갈과 제갈의 여자를 데려와라!”


촉수 정예병들은 이미 대저택의 담을 넘어서 안의 인간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내 주위의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대저택으로 달려갔다.


클라리스가 웃으며 외쳤다.


“하하하하! 내가 먼저 제갈을 잡겠어!”


마법 지팡이를 든 모나도 질세라 외쳤다.

“엄마! 나도 잡을거야!”


나는 대저택으로 날아갔다.

내 눈에 대저택의 정문에 옹기종기 반원으로 모여서 저항하는 인간들이 보였다.


병사들은 대부분 죽었고 제갈, 제갈의 여자, 기사들이 촉수 정예병, 슬라임과 맞서서 분전하고 있었다.


제갈은 인간들의 가운데에서 4대 정령왕을 부리고 있었다.


물의 정령왕 엘퀴네스,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가 날아다니며 사방으로 물, 불, 바람의 창을 쏘아댔다.

제갈이 신호를 보내자 촉수들이 뭉쳐 있는 곳에 땅의 정령왕 노아스의 거대한 흙손이 나타나더니 그대로 찍 눌러버렸다.

나는 제갈에게 감탄했다.

“호오. 정말로 탐나는 능력이구나.”

제갈의 여자로 생각되는 자는 맨 앞열에서 방패 전사로 활약하고 있었다.

곳곳에 그녀가 만들어낸 반투명한 푸른 벽이 생겨나서 날아오는 원거리 공격을 막고 사라졌다.

제갈과 내 눈이 마주치자 제갈이 분노로 외쳤다.

“너만! 너만 없었다면!”

나는 공중에서 제갈을 보고 한 손을 들었다.

 위에 거대한 암흑 마법진이 생겨나며 남아 있는 인간들에게 수백 개의 무한한 암흑 촉수의 창이 날아갔고 새롭게 만들어져서 쏘아졌다.

파파파파파팡


미처 막지 못한 기사들이 창에 꿰뚫려서 비명을 지르다가 촉수가 자라서 터졌다.


“으아아아!” (펑!)


창으로 인해 조각조각 난 인간의 파편과 피가 날아다녔다.

제갈의 4명의 정령왕이  암흑 촉수의 창에 맞서서 창을 쏘아댔다.

물의 정령왕 엘퀴네스(여자)가 여러 개의 물의 창을 쏘며 외쳤다.

“제갈 지지 마세요! 선은 반드시 악을 이깁니다!”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여자)가 여러 개의 불의 창을 쏘며 소리쳤다.

“우리 꼬맹이를 괴롭히는 너! 지금 죽어!”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남자)가 여러 개의 바람의 창을 쏘며 고함질렀다.

“바람은 모든 것을 가른다!”


땅의 정령왕 노아스(남자)가 여러 개의 흙의 창을 날리며 츤츤거렸다.

“제갈을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야. 그래도 넌 없애주마!”

중간에서 내 암흑 촉수의 창과 물, 불, 바람, 흙의 창이 부딪히며 거대한 굉음을 만들어냈다.

쾅 콰가가강 파지직 캉 쿠아앙


현재 제갈의 몸은 영양부족과 스트레스로 인해 좋은 상태가 아니었고, 몬스터들과 싸우며 이미 많은 마나를 사용했다.

어둠의 왕의 공격은 제갈에게는 벅찼다.

제갈의 입에서 4대 정령왕의 무리한 사용으로 인해 마나 회로가 역류하며 피가 울컥 솟아올랐다.


그래도 제갈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악마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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