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슬라임 왕국 (29/200)



〈 29화 〉슬라임 왕국

이후 자하라는 자신의 컬렉션을 나한테 보여주겠다고 했다.

자하라는 나를 개미 배 위에 태웠다.

나는 자하라의 허리를 살짝 잡았다.

자하라는 나를 태운 체 컬렉션 방으로 갔다.

나는 자하라를 불렀다.

“자하라.”

“네. 부군.”

“나도 걸어갈  있는데?”

“호호호. 제가사랑하는 부군을 태워주고 싶어서 하는 겁니다. 이 세상에 자이언트 엔트 여왕의 등에 탈 수 있는 존재는 부군밖에 없을 겁니다.”

나는 고마움의 표시로 자하라의 목에 키스했다.

자하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우리가 지나가자 자이언트 엔트들이 길을 비키고 목례를 했다.

자하라가 말했다.

“부군의 소식이 온 왕국에퍼졌습니다. 모든 자이언트 엔트가 부군을 저와 동등하게 존경할 겁니다.”

“다행이다. 너의 남편으로서 부족하지 않도록 노력할게.”

“푸흣. 부군은 존재감만으로이미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자하라의 머리 위에 있는 더듬이  쌍을 보고 질문했다.

“이 더듬이는 무슨 역할을 하는 거야?”

“더듬이가 있으면 공기의 미세한 흐름을 느껴서 숨어있는 적을  있고 냄새도 굉장히 잘 맡아서 추격이 쉽습니다.”

“혹시 잘리면 바로 죽거나 하는 거야?”

“잘리면 약간 불편해질 수 있지만 죽지는 않습니다. 저희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잘려도 붙일 수 있고 주술사들이 제물을 바쳐서 더듬이를 다시 자라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구나. 그럼 조금만 만져봐도 될까?”

“더듬이는 굉장히 예민한 부위입니다. 옛날에 메이드가 제 더듬이를 실수로 스쳤는데 목을 자른 적이 있었지요.부군은 특별히 봐 드리겠습니다.”

“으응…. 살짝 만질게.”

나는 자하라가 다치지 않게 손바닥으로 사알짝 건드려보았다.

곤충의 피부 같으면서 부드러웠다.

자하라가 웃었다.

“호호호. 부군은 겁이 많으시군요. 부군께서 만지는 건 딱히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만지게 해줘서 고마워.”

나는 자하라와 나의 딸 생각이 났다.

내가 자하라한테 물어봤다.

“나는 자이언트 엔트의 생태는  몰라서 그런데 우리 딸은 이제 어떻게 자라는 거야?”

“저도 제 어머니께 들은 얘기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공주는 제 자궁에서 3개월까지 자라다가 애벌레 상태에서 제가 출산하게 됩니다. 애벌레 상태로 3개월간 제 모유를 먹고 자라서 번데기가 됩니다. 번데기 상태로 3개월이 지나면 우화해서  명의 소녀 자이언트 엔트가 되겠지요. 2년 3개월 정도가 지나면 다 커서 성인이 됩니다. 제 딸은 이 왕국에서 최고의 것만 먹으며 자랄 겁니다.”

“그렇구나. 우리 귀여운  빨리 보고 싶다.”

“지금도 제 자궁의 난자에서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빨리 보고 싶군요. 혹시 이름은 정하셨는지요?”

사실 어제부터 생각해놓은 이름이 있기는 했다.

지구의 역사에서 훈족 최후이자 가장 강력한 왕의 이름인 ‘아틸라’를 붙이고 싶다.

이유는  딸이 아틸라처럼 대제국을 건설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틸라’ 어때?”

“괜찮은 이름입니다만 무슨 뜻이 있습니까?”

“내가 아는 어떤 행성에서 대제국을 건설했던 왕이야. 내 딸이 대제국을 건설했으면 해.”

“호호호. 다른 행성도 아시는 겁니까? 제 딸은 ‘아틸라’라고 부르겠습니다. 대제국을 건설하는 왕이라. 정말 좋은 이름입니다.”

우리는 이윽고 거대한 금색 쌍여닫이문이 있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창을 든  명의 자이언트 엔트 병사가 금색 문을 지키고 있었다.

병사들이 경례했다.

“충---성!”

자하라가 지시했다.

“내 부군께 컬렉션을 보여주려고 한다. 문을 열어라.”

문을 열자 안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자하라의 등에서 내려서 내 발로 직접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반짝반짝 빛나는 광석들이 있었다.

어떤 광석은 표면이 마치 거품처럼 동글동글한데 무지개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떤 광석은 투명한데 안에서 붉은색 소용돌이가 움직였다.

종유석을 잘라서 거꾸로 세운 것도 있었는데 미스릴 실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자하라가 나에게 자랑했다.

“부군. 제 왕국에서 발견한 희귀한 광석들입니다. 저희 왕국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

“너무 아름다워. 별들이 반짝이는 작은 소우주에 온 듯한 느낌이야.”

“선조 대부터 내려오던 것이지요. 여기 무지개색 광석은 마력을 불어넣으면 주변에 무지개가 생긴답니다.”

자하라가 무지개색 광석을 잡고 마력을 넣자 광석에서 무지개들이 뿜어져 나왔다.

무지개는 어느 정도 커지면 허공에서 흩어지듯 사라졌다.

나는 아름다운 광경에 감탄했다.

“우와아. 신기하다.”

“원하시면 몇 개는 드릴 수도 있습니다.”

나는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야. 네 왕국이  흘려 얻은 것이잖아. 나는 너만 있으면 돼.”

“어머! 부군께서는 또 저한테 감동을 주시는군요.”

나는 무심한 척 자하라를 바라보았다.

아름답게 빛나는 광석들 사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자하라는 마치 한 폭의 명화처럼 아름다웠다.

나는 뒷걸음질 치면서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직사각형을 만들었다.

나는 사진을 찍는 것처럼 한쪽 눈을 직사각형에 대고 자하라를 바라봤다.

자하라가 호기심이 동한 얼굴로 물었다.

“그건 무엇인가요?”

“아름다운 광석들과 그 사이에 있는 너. 이 손가락 사이에 있는 광경을 평생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어.”

자하라의 도도한 눈이 감동으로 글썽글썽해졌다.

“부군…. 사랑합니다.”

“나도.”

자하라가 나한테 다가왔다.

자하라는 양손으로  머리를 부드럽게 잡고 상체를 기울여서 나에게 키스를 했다.

쪼옥 쪼옥  쪼오옥

우리의 입술이 떨어졌다.

자하라의 눈에는 나에 대한 흠모의 감정이 가득했다.

자하라는 나를 이끌고 돌아다니며 그녀가 아끼는 광석들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나는 자하라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런 좋은 광경을 보여줘서 고마워.”

“부군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이제 나갈까요?”

“그래.”

나는 루시 ㅜ나, 멜리사, 윈스톤에게 양해를 구하고 3일  자이언트 엔트 왕국에 머무르기로 했다.

이제  아내가 된 자하라를 조금더 보고 싶어서였다.

루시 누나는 이해해주었다.

멜리사는 자기만 아직 섹스를 못 했다는 것에 토라져서 입이 뽀로통하게 나와버렸다.

나는 자하라와 함께 자이언트 엔트 왕국을 관광했다.

우리는 자이언트 엔트 왕국의 중심에 있는 따뜻한 물이 솟아오르는 온천도,
가장 유명한 거대 두더지 스테이크 레스토랑도,
새로운 음식 재료를 만든다는 식품 연구소에도 가보았다.

이 3일간 자하라와 나는 서로를 더욱더 이해하고 가까워졌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3일째 날이 되었다.

나는 호텔에서 자하라와 섹스를 하고 같이 침대에 누웠다.

자하라가 행복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부군께서는 이제 슬라임 왕국에 가시는 겁니까?”

“그래. 슬라임 왕국에 내가 등용하려는 인재인 고대 슬라임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슬라임 왕국은 비밀에 싸여 있습니다.  옆에는 킬러 비라는 거대한 벌 몬스터의 왕국이 있습니다. 킬러 비들은 흉포하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래야지.”

나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너희 왕국은 왜 여기에만 있는 거야? 보하크  밖으로는 가고 싶지 않아?”

“저희도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인간 때문에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저희를 보자마자 군대를 이끌고 와서 박멸해버리니까요.”

“그렇구나. 나는 이 대륙을 통일해서 자이언트 엔트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을 만들겠어.”

“부군은 꿈이 크시군요. 호호호.”

“보하크  북동쪽의 브래돈 영지는 촉수 왕국의 첫 영지야. 네가 브래돈 영지 주변까지 왕국을 넓히는 걸 허락할게. 브래돈 영지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영지 밑에 땅굴을 파는 것도 허락할게.”

“부군. 저희 영토가 넓어지는 것은 기쁘지만 영토를 저희한테 주어도괜찮겠습니까?”

“어차피 나는 대륙으로 뻗어나갈 거야. 그리고 네가 내 아내가 되었으니 아내의 군대가 브래돈 영지 옆에 있는 게 더 좋아.”

“후후. 부군은 똑똑하시군요. 제 군대와 도시건설가들을 부군의 영지 주변으로 보내겠습니다. 브래돈 영지로 땅굴을 파는 공사도 시작해야겠군요.”

“아. 그리고 우리는 인간과 적대적이지만 아직은 힘을 숨기고 있어. 그러니까 우리 영지는 아직 인간이 방문하고 있지. 외부인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제가 아랫것들에게 잘 말해서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이후에 게일 왕국을  거야. 게일 왕국이 사라지면 자이언트 엔트도 맘 놓고 대륙을 횡보할 수 있을 거야.”

“부군의 야망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군요.”

“브래돈 영지의 영주는 에드가인데 머리가 아주 좋아. 네가 가까이 가면 촉수 정신 네트워크로 통신할 수 있을 거야. 에드가랑 의논해봐.”

“알겠습니다.”

“너는 내 아내이니까 절대 에드가보다 아래가 아니야. 에드가한테 네가 내 아내이고 내 딸을 임신했다고 말해.”

“호호호. 당연하지않습니까? 자이언트 엔트의 여왕은 남편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습니다.”

“그럼 됐어.”

나는 자하라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자하라는 눈을 감고 내 손길을 즐겼다.

우리 둘은 껴안은 채로 마지막 밤을 같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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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서 다음날이 되었다.

나, 루시 누나, 멜리사, 윈스톤은 자이언트 엔트 왕국의 경계에 있었다.

자하라는 자이언트 엔트 병사들을 이끌고 와서 우리를 배웅했다.

자하라가 떠나는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말했다.

“부군. 앞으로 2달 3주 후면 우리 아틸라가 태어납니다. 제발 그 안에는 꼭 돌아와 주십시오. 아틸라에게 아버지 얼굴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알겠어. 반드시 돌아올게.”

“부군. 마지막으로 굿바이 키스라도 어떤가요?”

나는 자하라에게 다가갔다.

자하라는 상체를 굽혀서 나를 안고 진한 키스를 했다.

쪼오옥 쪽 쪼르릅

키스가 끝나자 내가 말했다.

“자하라. 이제 가봐야 되겠다.”

“조심하십시오. 건강하게 뵙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자하라도 몸조리 잘하고. 나중에 보자.”

“네.”

나, 루시 누나, 멜리사, 윈스톤은 자이언트 엔트들의 배웅을 받으며 숲속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자이언트 엔트에게 슬라임 왕국의 위치를 들었다.

이제는 슬라임 왕국만 찾아가면 된다.

자하라가 길을 안내해줄 자이언트 엔트를 붙여준다고 했지만 내가 거절했다.

우리 힘으로 찾아보고 싶었다.

나는 자하라와 떨어지면서 약간 마음의 상실감을 느꼈다.

루시 누나와 멜리사가 내 분위기를 느끼고 나를 격려했다.

루시 누나는 커다란 가슴으로 내 머리를 감쌌다.

멜리사는 여동생 오오라로 애교를 떠는 것으로 내 기분을 풀어주었다.

아름다운 촉수 여성들의 관심을 받는 거는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일주일 정도 슬라임 왕국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걸어가던 와중이었다.

윈스톤이 어떤 낌새를 눈치채고 알렸다.

“주군. 전투입니다!  방향에서 전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멜리사도 동의했다.

“오빠! 저기서 이상한 냄새가 나. 빨리 가보자!”

윈스톤은 괴수인간으로 멜리사는 네발짐승으로 변이했다.

우리 4명은 몸으로 수풀을 헤치며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신속하게 돌진했다.

우리는 10분 정도 미친 듯이 뛰었다.

슬라임 5명이 킬러 비 10명과 전투하고 있었다.

슬라임은 인간 허리까지 오는 크기였다.

잠깐 킬러 비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킬러 비는 자이언트 엔트와 마찬가지로 인간형 곤충 몬스터이다.

킬러 비는 인간의 상체와 다리를 가지고 있고 등에는 2쌍의 거대한 벌의 날개가 달려있다.

킬러 비의 꼬리뼈에는 말벌의 배가 달려있다.

말벌의 배에는 곤충 다리는 없지만, 꽁무니에 굉장히 날카로운 침이 달려있다.

킬러 비 또한 여성체밖에 보이지 않는다.

슬라임과 전투하는 킬러 비들은 밀랍으로 만든 가슴가리개, 치마를 입고 창을 들고 있었다.

킬러 비들이 슬라임들을 창이랑 꽁무니의 침으로 마구 찔렀다.

슬라임들은 슬라임 촉수를 날려서 대항했지만, 킬러 비의 빠른 회피력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했다.

한 마리의 슬라임이 죽어서 추욱 늘어져 버렸다.

킬러 비 2명이  슬라임을 해체해서 등에 지고 있던 가방에 담았다.

남은 4명의 슬라임은  치열하게 싸웠다.

윈스톤이 나한테 물어보았다.

“주군. 누구를 도와야 합니까?”

어려운 문제였다.

우리는 고대 슬라임을 등용하러가는 거니 슬라임들한테 잘 보여야 한다.

하지만 킬러 비는 인간과 유사하다.

인간과 비슷한 점은 하나도 없지만 친해져야 하는 슬라임들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과 거의 비슷하지만 딱히 우리와 관련 없는 킬러 비들을 도와줄 것인가.

나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의 목표는 고대 슬라임 등용이다. 슬라임을 구한다. 킬러 비와의 관계를 고려해서 피해는 최소화하고 그냥 도망가게 한다.”

모두 내 결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소리를 지르면서 전투 현장으로 달려갔다.

킬러 비 한 명이 우리를 알아채고 소리쳤다.

“뭐야! 너희들은 누구야? 방해하지 마!”

내가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슬라임한테 볼일이 있다. 놔두고 꺼져!”

킬러 비 5명이 인상을 찡그리며 우리에게 날아왔다.

멜리사가 점프해서 킬러  1명에게 몸통 박치기를 했다.

킬러 비가 튕겨 날아가서 나무에 처박히며 정신을 잃었다.

나는 이마로 가시 촉수를 쏘았다.

내 가시 촉수가 킬러 비 2명을 스치듯 지나가며 피부에 긴 자상을 남겼다.

킬러 비 2명이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아파! 아파!”

“으아아앙! 피부가 다 찢겼어!”

킬러 비들은 전투력의 차이를 깨닫고 정신을 잃은 한 명을 챙기고 도망갔다.

남은 슬라임 4명이 우리에게 미끄러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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