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 열네 명의 꼭두각시. (48/50)

# 41. 열네 명의 꼭두각시.

"다 헛소리야! 어느 미친놈이 장난을 치고 있는게 분명하다고."

"그, 그래도 이 사진.... 진짜 서희 팀장 같지 않아?"

"내 눈에도 그렇게 보여.... 일단 가서 확인이나 한번 해보는게...."

"정신들 차려! 이 누군지도 모를 새끼의 말대로 했다가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쩔거야?"

"박 차장님, 그래도.... 만일 이 놈 말이 사실이라면 순순히 안 가도 봉변을 당하게 되잖습니까."

"........"

주둥이가 열넷이나 되다보니 서로 한 마디씩만 해도 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종착점 없는 갑론을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자신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귀띔해주었는데도 여전히 내가 지켜보는 한가운데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어리석은 영혼들.... 음료수와 팝콘이 아쉬울 정도로 마치 한편의 꽁트영화 내지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모습은 너무도 바보같고, 단순했으며, 희극적이었다.

"이거 혹시... 서희 팀장이 장난치는거 아니겠지? 일부러 이러는거 아냐?"

"우리 팀장이 그럴 사람이냐? 차라리 회사 윗선에서 남직원들 고생한다고 준비한 깜짝 이벤트라고 믿는게 더 현실성 있겠다."

"드, 듣고보니 진짜 그런거 아냐?"

"병신아, 말이 되냐? 개소리 작작해."

최음제로 이성을 잃은 그들이 여태까지 상황판단보다는 눈 앞의 먹이에만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사태파악을 하려고 용을 쓰는 것 같았다. 그들이 그렇게 이성적으로 나올수록 내게 좋을건 없었다. 어차피 그들의 눈 앞에 다시 먹음직스런 먹이만 깔아주면 약에 취한 그들은 불나방처럼 되돌아올 터, 나는 약간의 자극을 가해주기로 했다. 단체방에 다시 띄워지는 한 줄의 메시지.

[여러분들의 결단력 있는 판단을 위해 고민을 덜어드릴 이벤트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가장 의심이 많은 박 차장님이 지금 즉시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이게 또 무슨 소리야? 회사 홈페이지라니?"

"바, 박 차장. 일단 한번 확인해보게."

조 부장이 고릴라 같은 얼굴을 식은땀으로 흥건히 물들이며 박 차장을 재촉했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통해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박 차장. 게시판을 확인한 그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액정을 들여다보는 그의 눈이 휴대폰과 더더욱 가까워졌다. 

"이게 뭐야? 312호의 늑대들...? 비밀번호가 걸려있잖아."

[참고로, 비밀번호는 2941 입니다. 지금 즉시 비밀번호를 풀고 그 게시물을 확인해주시죠.]

욕지거리를 삼키며 내가 지시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회사 사원 게시판 맨 위에 올라온 그 게시물을 확인하는 박 차장. 당연하게도, 내가 업로드해놓은 그 게시물을 확인한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며 휴대폰을 쥔 손을 덜덜 떨기 시작한다.

"뭐야? 뭔데 그래?"

박 차장의 휴대폰을 잡아챈 조 부장이 마찬가지로 게시물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역시 마찬가지로 입을 쩌억 벌리고 경악한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방금 전에 게시판에 비밀글로 올린 그 게시물에는 2팀 남자들 포함 조 부장이 막내 장하진을 단체로 강간하는 장면들 십여장을 순차적으로 올려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각각의 사진에 짤막한 설명도 한두줄씩 첨부해놓았다.

- 기획부 2팀의 현란한 단체 섹스파티 -

- 막내 장하진의 육체를 한껏 맛보는 2팀의 선배들, 즐거워보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집단 돌림빵의 쾌락을 엿볼 수 있다 -

- 무리를 이끌었던 인물은 바로 조 부장. 분위기를 주도한 최 대리의 선동에 힘입어 결국 박 차장도 막내의 보지에 대차게 삽입! -

- 막내의 보지와 똥구녕, 입에 자지를 하나씩 물리는 선배들. 세 구멍을 처참하게 희롱당하는 막내는 여전히 기절한 상태 -

사진 하나하나에 적나라하고 세세하게 붙어있는 나의 친절한 설명 앞에 휴대폰 화면을 돌려보는 기획부 2팀 남자들의 표정이 하나하나 차례대로 굳어지며 떨기 시작한다. 회사 게시판에 이런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면 그들은 이미 빼도 박도 못하게 완벽한 범죄자가 된 것이다. 지금은 비밀글이라 여기 있는 사람들 외엔 그 내용을 볼 수 없지만 만약 이대로 내가 비밀번호를 풀어버린다면..... 나는 이쯤에서 그들에게 메시지를 한차례 더 보낸다. 

[아직은 비밀번호를 풀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끝까지 내 말을 믿지 못하고 불신으로 우왕좌왕한다면 당장 이 게시글의 비밀번호를 해제할 것이고, 그럼 내일 당신들은 사이좋게 다같이 철창으로 가게 되겠죠. 거기 일부러 당신들 얼굴이 똑똑히 찍힌 사진들만 골라서 넣었는데 좀 더 많은 사진을 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올려드리겠습니다.]

"그, 그만! 그만해!!"

모니터로 줄곧 주시하고 있었던 최 대리가 고함을 버럭 지르며 스크린 너머로도 쩌렁쩌렁 울릴만큼 크게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씨팔, 그래! 알았다고! 지금도 여기 보고 있지? 원하는게 뭐야?"

그의 고함소리와 나의 메시지 간에는 다소의 시간 차가 있긴 했으나, 나는 친절히 그의 말에 대한 대답을 메시지로 전송해주었다.

[말씀드렸듯, 지금 당장 막내 장하진을 데리고 311호로 건너가십시오. 지금 당장.]

"조 부장님... 어, 어쩌시겠습니까?"

"......."

바짝 마른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뇌하는 조 부장의 얼굴. 그러나 그는 곧 판단을 내린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걸 돌대가리가 아닌 이상 이제는 느낄 수 밖에 없을 테니.

"이, 일단 가보세.... 어찌되었든..... 이미 약점을 잡혀버렸지 않나. 문자 내용이 그리 적대적이지는 않으니 일단은 무슨 장단인지나 한번 알아보세."

"아, 아니... 그래도... 부장님."

의심 많은 박 차장은 여전히 못 미덥다는 얼굴이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제 조 부장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서서히 하나둘씩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그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장하진의 세 구멍을 능욕하던 자지 몇 개가 흉물스럽게도 일제히 덜렁거리며 다들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조, 조 부장님. 그럼.... 하진이는 어쩝니까?"

조금 전에 '하진이년'이라고 마음껏 욕설을 부으며 신나게 하진의 후장을 농락하던 말단 직원이 이미 몇 남자의 정액을 뒤집어쓴 모습으로 처참히 널부러져있는 그녀의 알몸을 내려다보며 난감하게 묻는다. 그러자 조 부장이 잠깐 고민하더니 턱짓으로 하진을 옮기라고 명령을 내린다.

"일단 데려가.... 기왕 가는거 시키는 대로 해야지."

"........."

조 부장의 지시에 말단 직원과 대리 한 명이 하진의 알몸을 아래 위로 나누어 든다. 마치 들것에 올리듯이 양팔과 양 다리를 잡고 한 여인의 나체를 이동시키는 그들의 모습은 꼭 원시부족 같았다. 한 무리의 남자떼들에게 주물러지고 유린되고 쑤셔지던 새하얀 육체가 고스란히 허공에서 대롱거리며 남자들의 손에 의해 옮겨진다. 하진은 아까부터 연신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린 것인지 아니면 그저 육체만 반응하고 있는 것인지 여기서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재빠른 걸음으로, 하지만 더없이 조심스럽게, 그들은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거리를 이동한다. 불과 방금 전에 있었던 곳과 벽 한칸을 사이에 두고 있는 바로 옆 311호실. 복도에 인기척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일순간에 열 네명이 동시에 우르르 옆 방으로 뛰어들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보았다면 아마 은밀한 기동작전이라도 펼치는 듯한 모양새였을 것이다. 복도에까지 캠코더를 설치한 것은 아니라서 직접 보진 못했지만 말이다.

"여.. 열려 있습니다."

311호 내부에 설치한 같은 종류의 네트워크 연동형 캠코더에 처음으로 비친 그들의 모습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직접 나서 문을 연 정 대리의 모습이 스크린에 비치고, 그 뒤를 이어 나머지가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조 부장의 시선이 방 안 곳곳을 두리번대더니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치떴다.

"저... 저거....!"

"티, 팀장님이잖아...."

객실 바닥에 정신을 잃고 뻗어있는 기획부 2팀 팀장 윤서희. 그 모습을 본 2팀 남자들이 일제히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들의 팀장의 모습이 방금 전 메시지로 날아온 사진에 찍혀있었던 그 괴기스런 장면과 한 치도 다를 바가 없이 똑같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허리 아래로 옷이 모두 벗겨져 정장 상의만 입은채, 보지는 털이 반질반질하게 면도되고, 허벅지에는 분홍색 립스틱으로 쓰인 글귀가 새겨진 바로 그 모습.... 

"지.. 진짜였어! 사진이 진짜였다구!"

"뭐야... 이거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그, 그보다.... 우리 팀장님 지금 진짜 벗고 있는거야? 거, 거기... 구, 구... 구멍이... 다 보이는데...."

"야... 지금 그게 문제냐...."

312호에서 건너올 때까지만 해도 불신가득한 표정으로 분노하던 박 차장은, 자기네 팀장의 믿을 수 없는 꼬락서니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 이제는 도무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모르겠단 얼굴이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천국을 보여준다는데 그들은 왜 저리도 어리버리한걸까. 꼭두각시면 꼭두각시답게 말이라도 잘 들으면 오죽 좋겠냔 말이다.

"야, 씨, 씨발... 일단 문부터 잠궈. 그리고 다들 조용히 모여봐."

결국 박 차장이 지금까지의 불신과 고집을 버리고 좌중을 통솔하기 시작했다. 조 부장 역시도 별 대안을 내지 못하고 그저 군중 속에 섞여 조용히 원을 그리고 앉았다. 하진의 알몸을 운반했던 두 남자가 서희 팀장의 옆에 조용히 하진을 내려놓는다. 꼭 그렇게 서희 팀장 옆에 놓을 필요가 있었겠냐만, 어쩐지 계집은 계집 옆에 놓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고 놓고 보니 백보지가 된 여팀장 옆에 정액줄기가 여기저기 묻은 알몸의 막내가 놓여있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막내와 팀장. 팀의 최상위 권력자와 최하위 말단이 한곳에, 그런 꼴로 나란히 정신을 잃고 있으니 그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면서도 무척이나 야릇하게 느껴져, 2팀 남자들은 순간 자신들의 상황을 잊고 멍하니 넋을 놓았다.

"이, 이제 뭘 어쩌란 말이야?"

빙 둘러앉아 어수선대는 그들에게 나는 또다시 제우스의 목소리를 내리듯 메시지를 보낸다.

[거기 윤서희 팀장의 보지 주변에 적힌 글씨가 보입니까? 그 글씨대로 음란한 윤 팀장의 육체를 오늘 마음껏 더럽히십시오. 평소 윤 팀장의 지시를 받으며 쌓인 스트레스를 오늘 모두 풀어버리는 겁니다. 나는 그저 여러분의 성욕을 풀어주고 싶은 히어로일 뿐입니다.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내 말대로만 잘 따른다면, 이 일은 조용히 묻어질 것입니다.]

"도, 도대체가...."

열넷 장정들의 고개가 한순간에 돌아가 윤서희 팀장의 홀랑 벗은 아랫도리, 그 중에서도 새하얗게 면도되어 반질반질하게 가꾸어진 백보지에 시선이 꽂힌다. 열넷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윤 팀장의 분홍 립스틱으로 새겨진 음란하기 짝이 없는 글귀.... 기획부 늑대들, 나를 더럽혀 주세요.

"이게... 회사에서 준비한 이벤트건, 서희 팀장의 장난이건, 아니면 저 미친놈의 장난이건... 이 상황에서는 저 놈의 비위를 맞춰줄 수 밖에 없어... 아, 아까 그 게시글을 회사 사람들이 보기라도 한다면...."

"씨, 씨발...."

"조 부장님.... 어, 어쩌실 겁니까."

떼씹에서는 더없이 능동적으로 행동하던 그들이 절망적인 상황 앞에 지도자의 결정을 주목한다. 그를 제외한 열셋의 시선 앞에 조 부장의 턱수염 자욱한 입이 천천히 떨어졌다.

"나... 나는.... 이 자가 시키는 대로 하겠네."

"부, 부장님."

"어쩔 수 없지. 이 자가 누군지 알아보는건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아. 내가 보기에 지금은 이 상황을 비밀로 덮겠다는 이 자의 말을 사실이라고 믿고 지시대로 행동할 수 밖에 없어... 그리고 내가 윤 팀장을 개인적으로도 좀 아는데, 이런 일을 당하고 나서 자기 입으로 떠들고다닐 여자가 절대 아니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윤서희라면 그 부분은 안심해도 될테니.... 나는 시키는 대로 하겠네."

과연 조 부장은 그동안 윤서희를 수차례 따먹어왔던 인간답게 그래도 이 상황에서 남들보다 한가지는 더 고려할 수 있는 건덕지가 있었다. 그는 내심으로 눈 앞에 던져진 미끼가 자신으로서는 안심할 수 있는 윤서희라는 사실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을 만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 즐거웠던 오피스 섹스도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완전히 박살날 것이란 사실을 그는 느끼고 있을런지.... 

그런 조 부장의 의견에 가장 먼저 동조하며 극단적으로 나선 사람은 최 대리였다. 그는 아까부터 이 상황에 대해, 그리고 내 지시에 대해 이성적 판단 없이 최음제의 약기운만으로 무조건 맹목적인 동조를 표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케이스였다. 사실 스크린으로 천천히 파악해본 바, 그의 그런 저돌적인 음욕이 최음제로 자극을 받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본성 자체가 그런 것인지 정확히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애, 썅! 대가리 아프게 이것저것 따지지말자! 일단 지금 상황만 놓고 보자고, 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누가 우리 앞에 진수성찬을 차려놓은거 아니냐? 그것도 윤서희 팀장이라고! 우리가 맨날 딸딸이치면서 상상하고 따먹으려고 했던 그 잘난 팀장님 말이야. 그 서희 년이 아주 나를 잡아잡솨 하고 뻗어 있잖아! 안 그래?"

"야, 야... 혹시 누군가가 꾸민 음모 같은거면 어쩌려고...."

"씨이발, 그럼 빠질 사람은 빠지던가! 어차피 지금 우리 증거영상인지 뭔지 찍힌 상황 아니냐? 그 새끼 말이 거짓말 아닌거면 비밀을 지켜준다잖아."

"나, 난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럼 겁나는 사람들은 그냥 앉아서 구경이나 해! 어차피 그 놈이 여기서도 보고 있을테니 밖으로 나가지도 못할 거 아니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최 대리. 그래도 돌머리가 조금은 굴러가는지 이 곳에도 캠코더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러자 그제서야 그 사실에 신경이 쓰이는 나머지 남자들이 방 안 곳곳을 두리번거리며 불안에 떠는 얼굴이 되었다. 최 대리는 마구잡이로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지만 그는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는 렌즈가 벽의 전등 스위치 내부에 있다는 것을 끝내 눈치채지 못하고 렌즈와 완전히 180도 반대되는 방향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때문에 나는 흥분하는 그의 등짝만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 그러고보니... 여기도 보고 있다는거 아냐."

"야, 이거 이랬다가 괜히 죄만 하나 더 늘어나는거 아니야....?"

"병신 같은 소리하네. 강간 한 번하든 두 번하든 똑같은 콩밥이지...."

"돼, 됐네. 다들 조용히 하게. 밖에서 누가 듣기라도 하면 큰일날 테니.... 이, 이보시오. 거기서 보고 있는 자네, 아직도 여기를 보고 있나?"

조 부장이 멍청하게 느껴질 정도로 방 안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내게 목소리를 전하려 노력한다. 나는 메시지로 그렇다고 긍정의 문장을 보냈고, 그는 이렇게 물었다.

"당신 말대로 하면.... 정말 비밀을 보장해 주는 건가? 아니, 보장해 주는 거요?"

[방금 전에도 말했듯이 여러분은 앞으로 최고의 밤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거기 눈 앞에 당신들 팀 최고의 미녀 두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할 일은 그저 눈 앞에 있는 맛난 음식을 사이좋게, 즐겁게 먹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더러 서희 팀장님을 강간하라 그 뜻인가?"

"척 보니 그런 말이잖아! 이게 말이 돼?"

"말이 안 될건 또 뭐야. 방금 전까지 막내년은 신나게 따먹었잖아."

"그, 그래도 팀장님인데.... 막내랑은 다르지 않나....?"

"좆 까는 소리 마. 팀장은 씨발 보지구멍 없냐?"

최 대리가 성큼성큼 걸어가 아까 전 하진의 두 다리를 잡아벌렸던 것처럼, 이번에는 바닥에 쓰러져 있던 자기 팀장의 두 다리를 하나씩 움켜쥔다. 평소라면 완전히 위로부터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었을 지엄한 팀장의 몸에 그 우악스런 손을 가져다 댄 것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좆같은 상황! 나는 즐기련다!"

잘 생각했다, 최 대리. 꼭두각시는 그렇게 맹목적으로 움직일 때 가장 보기 좋은 법이니까. 흐흐흐.

"에라이 썅! 그래, 언제까지 떠들고 있을 겁니까! 어차피 답도 없는 문제, 그냥 자기가 생각해서 각자 하고 싶은대로 알아서들 합시다! 난 이렇게 할랍니다!"

얼굴이 한계점까지 붉어져 터질 것만 같았던 정 대리가 성큼성큼 최 대리의 곁으로 걸어가 쓰러진 윤서희 팀장의 등 뒤에 섰다. 그리고 자신의 팀장이 걸치고 있었던 고급스런 정장 상의의 옷깃을 움켜쥐고는 좌우로 확 뜯어버렸다. 상의만 입혀놓은 팀장의 몸뚱이를 더욱 적나라하게 오픈시키며, 그가 군중들을 향해 외친다. 

"이런 날 아니면 우리 팀장 언제 한번 따먹어봅니까! 난 지금부터 최 대리랑 같이 우리 잘나신 윤서희 팀장 구멍 맛 좀 봐야겠으니까 다들 자기 할 일 알아서 합시다!"

"흠, 흠. 정 대리나 최 대리의 말대로 하지."

조 부장이 두 늑대의 말에 동조하며 나서자 군중들은 이제 더이상 술렁이기보다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 정말 현실적으로 가능하긴 한가를 따져보고 스스로 전율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현 상황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는,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극단적 환희나 다름 없었다.

"자, 여기봐. 나를 더럽혀주세요, 라고 지 보지에 써놨잖아. 씨발, 소원대로 더렵혀주자고!"

"제기랄! 나도 찬성이다! 그래, 까짓거 먹고 죽자."

최 대리와 정 대리, 조 부장에게 찬동하며 몸을 일으키는 몇 명의 꼭두각시. 20평도 안 되는 좁은 룸 안에서 14명의 남자들이 무리를 나누기 시작했다. 윤서희 팀장을 먹어보겠다고 찬동하고 나서는 부류와, 하나는 겁이 나서 선뜻 끼어들지 못하고 우선은 구경만 하기로 마음 먹은 듯한 부류. 나는 윤서희가 자기 팀 부하들 전체에게 단체로 강간 당하는 모습이 얼른 보고 싶었지만, 이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 생각하여 그대로 방치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최음제의 약효가 남아있으니, 그들이 그렇게 계속 구경만 하고 있을 리도 없지 않은가.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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