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의문의 지시.
"예에~ 죽이는구나!"
"야, 빨리빨리 해! 아직 한번도 못 한 사람들도 많다고!"
311호에서 자리를 뜬 나는 이번엔 그 바로 윗층인 411호로 자리를 옮겼다. 거리가 멀어지면서 네트워크망이 끊기면 어쩌나 싶기도 했지만 역시 한 층 정도는 무리없이 전파 수신이 용이하게 이루어졌다. 411호에 새로이 모니터링 룸을 마련한 나는 다시 스크린의 전원을 올렸다.
통신망을 연결하자, 아까처럼 312호의 모습이 스크린에 떠올랐다. 불과 20분에서 30분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분위기는 아까에 비해 한층 더 광기어린 미치광이 소굴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아예 하진이를 뒤치기 자세로 엎어놓고, 한 놈은 밑으로 들어가 하진이를 몸 위에 태우고 보지를 점령하고 있었으며, 한 놈은 그 상태에서 뒤로 벌어진 항문에, 그리고 남은 한 놈은 얼굴 앞에서 하진의 입에 강제로 오랄을 행하고 있었다.
"아... 와우우욱... 똥구멍에 넣으니까 진짜 좆이 끊어지는 것 같다 야...."
"으엑, 이러다 에이즈 걸리는거 아냐?"
"알게 뭐야 씨발~ 자지에 똥이 묻더라도 나는 오늘 저년 세 구멍 다 따고 만다."
열네명의 남자들 손에 온 몸의 구멍과 육체 구석구석이 유린당하는 하진의 모습은 믿기 힘들 정도로 처참해보였다. 남아나는 구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까? 역시 한 놈이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1:1 윤간으로는 단체 떼씹에서만 우러나올 수 있는 특유의 광기를 형성해내기가 힘들었다. 그 미친 광란의 장면을 보고 있자니 그 사실이 과연 똑똑히 실감이 되었다.
분위기를 보니 열네명 중 약 절반 정도가 하진의 몸에, 어느 구멍에든간에 한번씩 삽입을 한 것 같았다. 나는 이쯤이 좋겠다 싶어 기획부 2팀 사람들을 초대한 단체 대화방에 파일과 함께 메시지를 올렸다. 하지만 역시나 집단 강간의 열기와 광기 때문인지 다들 금방 핸드폰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뭐 상관없지만.....
"야, 돌려돌려! 구멍 한 곳이라도 비게 놔두지 마! 적어도 오늘 한 사람당 세 발씩은 싸야 하는거 아냐?"
"옳소~!"
아까부터 기회를 노리고 있던 하진의 바로 윗 서열인 말단 직원의 차례가 마침내 주어지자, 그는 호기롭게 눈빛을 빛내며 비어있는 하진의 항문에 자신의 좆을 냅다 쑤욱 박아넣었다. 처음 김 차장의 자지를 받아낼 때만 해도 뻑뻑하기 짝이 없었을 그 가엾은 똥구녕은 이제 서너명의 자지를 받아내면서 완전히 걸레짝이 되었는지 말단 직원이 하진의 통통한 궁둥이와 골반을 콱 움켜쥐고 좆을 앞으로 내밀자마자 똥구멍 속으로 자지자 쑤욱 빨려들어갔다.
마치 블랙홀처럼 괴기하게 넓혀진 하진의 항문에 자신의 좆이 박히는 것을 보며 말단 직원은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아마도 그 역시 자신의 바로 아래 후임인 하진을 보며 평소에도 홀로 음탕한 생각을 즐겨왔으리라.
"야야, 잠깐만. 이 년 이거 우는거 아냐?"
"깨, 깼나?"
웅성이는 군중들. 누군가의 말마따나 개처럼 엎드린 하진의 새하얀 알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경련하고 있었다. 자극을 참지 못하고 마침내 깬 것일까? 아무래도 물뽕을 맥주에 혼합시키다보니 서희 팀장에게 먹인 것보다는 약빨이 오래가지 못하겠지만....
그렇게 장하진이 깨어난 듯 보이자, 그들은 잠시 주춤하는 기색을 보였다. 아마 지금이라도 당장 이 자리를 떠야할지 아닐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리라. 만약 그들이 거기서 곧장 그 길로 줄행랑을 쳤다면 그 날밤의 재미도 거기서 끝이었겠지만, 천만다행스럽게도 때마침 그들 중 누군가가 그 순간 휴대폰에 날아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 이게 뭐야!!??"
수군거리며 순식간에 집중되는 이목. 휴대폰 액정을 확인한 누군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화면을 들어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이... 이거... 우리들 아냐?"
휴대폰 화면에는 거기 모여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대된 단체 대화방이 개설되어 있었고, 동영상 파일 하나와 메시지가 함께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대화방에 초대된 사람들의 명단이 여기 312호에 모여있는 남자들의 이름과 일치하는 것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메시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조 부장님 이하 14명의 기획부 남자분들. 다른 부서 분도 두어명 있는 것 같지만 생략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앞으로 당신들을 '312호의 늑대들'이라 부르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셨는지요?]
"뭐, 뭐야 이거? 누가 장난질 치는 거야?"
누군가가 당황하여 언성을 높이자마자 그들의 휴대폰으로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그들이 이성을 잃고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전에 내가 알릴 공지사항을 모두 전달해야만 했다.
[312호의 늑대분들께 공지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이 방에서 제 허락 없이 마음대로 나가시는 분은 평생 감옥에서 콩밥 신세를 면치 못하실 겁니다. 못 믿으실 분들을 위해서 동영상 하나를 첨부하오니 우선 확인해주십시오.]
이제 그들은 그 메시지가 비단 몇 명에게만 날아오는 것이 아닌,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오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저마다 각자의 휴대폰을 꺼내어 대화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거 누구야? 이름이 왜 안 떠?"
명의 없는 대포 휴대폰에 찍히는 내 대화명은 오직 물음표 하나. '?' 라는 이름의 발신인이 보내는 의문의 메시지 앞에 조 부장이 눈을 희번득거리며 소리쳤다.
"아, 아까 온 메시지도 그러고보니 이런 식으로 날아왔는데."
"동영상이란건 뭐죠?"
누군가가 내가 첨부해 보낸 동영상을 재생하자, 자기 폰으로 확인하면 될 것을 어리석게도 그 한 사람의 액정으로 우르르 몰려드는 어리석은 늑대들. 동영상의 내용을 확인한 그들의 표정이 경악 그 자체로 물들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불과 한 시간도 되지 않은 이 곳에서 벌어진 일들이 생생하게 동영상으로 휴대폰을 통해서 재생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절초풍할 일이겠는가!
[저는 여러분들이 그곳 312호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을 고소하거나 하지는 않을테니 안심하십시오. 그리고 지금 현관문으로 나가러는 박 차장님, 그대로 나가시면 경고했던 대로 콩밥을 드시게 될 겁니다.]
"뭐, 뭣?"
현관문 쪽으로 슬금슬금 기어가던 박차장이 날아오는 메시지에 놀라 화들짝 움직임을 멈추었다. 번개라도 맞은듯 열 네명의 남성들이 순식간에 날을 곤두세우고 그제서야 방 안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은 CCTV의 유무를 살피는 모양이었지만 누구 하나 벽에 부착된 전등스위치 모델의 캠코더가 그들을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나는 이제 두 군데의 캠코더로부터 영상을 수신받는다. 하나는 312호, 또 하나는 바로 옆 방인 311호. 나는 우왕좌왕하는 그들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312호 늑대분들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아주 멋진 선물을 드리려고 합니다. 제 지시만 잘 따라준다면 오늘밤 일은 우리들만의 비밀이 될 것입니다,]
"이, 이게 무슨 미친 개소리야!"
버럭 고함을 지르는 박 차장. 그가 역정을 내며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조 부장이 그를 제지했다.
"자, 잠깐! 기다려보게."
"아니, 왜요? 나가서 어느 미친놈이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잡아야죠. 어떤 호로새끼가 어디 숨어서 이런 장난질을 치고 있는거야?"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잖나."
"무시하십쇼. 미친놈의 헛소리일 뿐이니까."
그런 박 차장 앞으로 메시지가 또 한 차례 날아온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방금 전까지처럼 단체 대화방을 통한 메시지가 아니라 박 차장 한 사람에게만 날아온 메시지다.
[박 차장님, 못 믿으시겠다면 지금 이 사진을, 여기 이 연락처로 전송해드릴까 하는게 괜찮으실까요? ㅎㅎ]
박 차장의 휴대폰 액정에 사진 서너장과, 세 명의 연락처가 전송되었다. 서너장의 사진 속에는 벌거벗은 열댓명의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마찬가지로 옷을 벗고 하진의 보지에 자지를 삽입하고 흔들어대는 박 차장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전송 된 세 명의 연락처는.... 바로 자신의 아내와, 두 딸의 연락처다.
"이.. 이 새끼 너 누구야!! 빨리 안나와!!??"
하지만 박 차장에게 수신된 메시지의 내용을 본 다른 기획부 남자들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보고 있다. 그 사실에 등골이 섬칫해진 것이다.
[진정하시고 지금부터 제 지시에 따라주십시오. 여러분들은 그저 한 가지만 해주시면 됩니다. 지금 이 시간부로 곧장 거기 널부러진 장하진을 데리고 바로 옆 방, 311호로 건너가십시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말입니다.]
"이건 또 무슨....."
[거기 가면 아주 멋진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여기 이 사진을 보면 좀 흥미가 생길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다시 한번 모두의 휴대폰을 통해, 그 메시지의 밑으로 한 장의 사진이 전송되었다. 무섭지만 확인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 다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사진을 확인한다. 그리고 일제히 수박만하게 커지는 기획부 남자들의 동공.
[그 동안 권력의 힘 앞에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참아오느라 많이들 힘드셨죠? 오늘만큼은 참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기 당신들의 잘난 팀장님께서 늑대분들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자, 어서 311호로 이동해주세요.]
자신들이 서 있는 곳과 똑같은 모습의 방 안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한 여인의 사진. 하체가 알몸이 되어 깨끗이 면도 된 백보지를 조용히 드러내고 있는 그 여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들의 팀장, 윤서희의 모습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 지시에만 따르면 여러분들은 오늘 최고의 밤을 누릴 수 있습니다. 비밀은 절대보장 해드리지요. 그럼 즐겁고 뜨거운 밤을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벙어리처럼 굳어지는 기획부 2팀의 남자들. 자신들의 유능한 팀장이 백보지로 벗겨져 있는 모습의 사진을 멍하니 들여다보는 그들의 눈빛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기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야무지게 클로즈업 된 윤서희의 백보지 좌우로, 활짝 벌어진 넓적다리와 허벅지 전체에 그녀가 평소 자주 애용하던 분홍색 립스틱으로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 기획부 늑대들, 나를 더렵혀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