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 모니터링. (43/50)

# 37. 모니터링. 

"하하하, 하하하하하!"

와이파이에 의해 실시간으로 312호의 모습을 전송해오는 스크린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광소를 터뜨렸다. 알몸의 장하진을 윤간하던 조 부장이 기획부 2팀 남자들에게 쫓겨 방 밖으로 달아난 장면이었다. 서희 팀장은 내가 지시한 대로 장하진을 철저히 알몸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렇잖아도 호색한인 조 부장이 최음제까지 한 사발 마셨으니 그 꼴을 가만히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 결국 내 계획대로 조 부장은 그 직후 몰려든 기획부 2팀 남자들에게 윤간의 현장을 똑똑히 발각되고 말았다.

애초에 내가 조 부장으로 하여금 이 상황을 연출시킨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조 부장의 비행 장면을 사람들 앞에 공개함으로써 조 부장의 이중적인 회사생활을 몰락시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나의 손을 쓰지 않고 장하진을 농락하는 색다른 재미를 즐기기 위함이다. 물론 결국 나중에는 장하진도 내가 직접 조교를 하고 말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실 이 이후의 상황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맡길 뿐이었다. 어차피 조 부장이 알몸의 장하진을 희롱하는 영상은 이미 내 손에 확보되었고, 기획부 2팀 남자들이 대거 몰린 312호 방 안에는 발가벗은 장하진이 정신을 잃은 채로 잠들어 있다. 과연 이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 그것은 아직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머릿 속에 떠오른 특별한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내가 보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긴 했다.

"흐흐흐. 조 부장님 똥줄 한번 태워드릴까."

일명 대포폰. 명의 없이 개통시킨 익명의 휴대폰. 나는 오늘을 대비하여 준비한 이 예비 휴대폰을 이용하여 조 부장의 번호로 서너통의 문자 메시지를 날렸다. 조 부장으로 하여금 그 문자가 방금 전 맞닥뜨린 2팀 남자들 중 하나에게서 날아온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말이다.

[조 부장님, 실망입니다,]

[어떻게 이런 짓을 하실 수 있습니까?]

[당장 본사에 보고 하겠습니다.]

문자를 받은 조 부장의 모습을 여기에서 확인할 수 없다는게 아쉬웠다. 이 정도 쪼아놓았으면 조 부장도 분명히 뭔가 반응을 취해올 것이다. 물론 별다른 해프닝 없이 지나간다해도 나에겐 전혀 아쉬울 것이 없었지만, 혹시라도 자극을 받은 조 부장이 이성을 잃고 재미있는 짓을 벌여준다면.... 흐흐흐. 

"이.. 이거 어떡하지?"

그렇게 내가 조 부장을 압박하며 재미를 즐기고 있는 사이, 스크린에 떠오른 312호 안에서는 기획부 2팀의 남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대고 있었다. 가장 서열이 높은 박 차장이 좌중을 진정시키려 시도하긴 했지만, 정작 박 차장 본인조차도 어떡해야 할 지 모르는 모습이었다.

"서, 서희 팀장에게 보고하는게 좋으려나?"

"아냐... 잠깐 있어봐. 일 크게 벌리지말고." 

"잠깐 생각 좀 해보자고."

캠코더에 음성 도청기능까지 있다는 것이 그리 즐거울 수가 없었다. 본디 첩보 임무에서 사용되는 위장 캠코더의 기능을 그대로 가져와서 제작된 모델이기 때문에 312호 내부의 모습은 장면과 음성 양쪽을 모두 생생하게 스크린으로 전달해오고 있었다. 정신을 잃은 장하진의 알몸과 그 알몸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2팀 남자들의 대화내용까지 나는 여기서 전부 생생히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문자를 받은 조 부장은 그것이 저 남자들 가운데 한 명으로부터 날아온 것이라 여기겠지만, 실상 그들은 이 충격적인 상황 앞에 벙쪄 그런 메시지를 날릴 생각은커녕 윗선에게 보고해야한다는 판단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물며 그들은 내가 섞은 최음제를 돌려마신 상태. 양주와 섞인 돼지발정제의 약효가 온 몸에 퍼진 그들은 벌개진 목덜미와 얼굴을 연신 두리번거리며 하진의 알몸으로부터 애써 시선을 떼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성욕이 크게 부채질 된 몇몇 남자들은 아예 대놓고 하진의 나신을 구석구석 살피고 있기도 했다. 그나마 이성이 남은 박 차장이 보다 못해 하진의 알몸에 담요를 한겹 덮어놓았으나, 얼마 못 가 다시 하진의 몸으로 시선을 돌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312호는 약물에 의해 성욕을 자극 받은 열댓 명의 남자와, 발가 벗겨진 젊은 여자 한 명남이 남은 아주 기상천외한 공간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팽팽한 긴장상태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결정적 인물이 돌아오고 말았으니.....

"부, 부장님?"

바로 312호의 문을 다시 열고 들어서는 조기철 부장이다. 스크린에 다시 조 부장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나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 부장이 내 덫에 걸려들고 있다는 뜻이다.

"흠, 흠... 자네들 중에 이 문자 보낸 사람이 누군가?"

스크린에 비친 조 부장은 휴대폰 액정을 사람들에게 들어보이며 좌중에 대고 물었다. 하지만 당연히 묵묵부답인 남자들. 조 부장은 일부러 나오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는지 최대한 어르는 듯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숨을 필요 없네. 내 뭐라고 하지 않음세. 그저 누군지나 좀 알고 싶어서... 어흠.."

그럼에도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조 부장이 안색을 붉히며 다급히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 그런데 자네들 말일세. 방금 본 걸 어디가서 함부로 떠들고 그러진 않겠지? 내 맹세컨대 잘못 입을 놀려서 불미스런 일을 만드는 사람은 앞으로 회사생활하기 아주 피곤해질거야."

그들이 입을 놀리는 순간 회사생활이 먼저 끝장나는 쪽은 조 부장일텐데도, 궁지에 몰리니 쓸 데 없는 허세를 부리는 조 부장이었다. 그런 협박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도 아는지 딱딱하게 굳은 남자들의 표정을 살피며 조 부장은 살살 회유책을 꺼낸다.

"그렇게 인상들 쓰지 말고.... 차라리 우리들끼리만의 비밀로 하는건 어떤가? 여기 보니까 대부분 기획부 2팀 남자들인 것 같은데, 회사에다 함부로 말만 하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자네들 편의는 확실히 보장해주지. 서로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나? 허허."

"비밀.... 이라니요?"

긴장한 표정의 최대리가 마른침을 꿀떡 삼키며 묻는다. 조 부장은 은근슬쩍 312호의 현관문을 재차 다시 닫고는, 두번 세번 문을 잠그며 문단속을 확인했다. 문이 단단히 잠긴 것을 확인하자 그는 다시 군중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크, 크흠. 어차피 자네들, 술도 한잔씩 걸쳤고 여자 생각들 나지 않나? 좋은 구경 한번 하는 셈치고 좋게좋게 넘어가자는.... 그런 말일세."

"저, 저기.. 부장님... 그럼 평소에 하진이하고는 원래 이런 관계를 자주...?"

"아, 아니야, 아닐세.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여기 와보니 이미 하진이가 옷을 훌렁 벗고 누워있길래...."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남자들. 원래 이성이 남아있는 상태였다면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도덕 혹은 윤리에 기초한 사고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돼지발정제가 한껏 자극해놓은 성욕은 그러한 이성적 잣대들을 삼켜버린 모양이었다. 조 부장의 악행을 비난하기에 앞서 장하진의 상황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의 모습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에에잇! 씨팔, 그래, 아무래도 좋다 이거야!"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성큼성큼 움직이는 최 대리. 모두가 깜짝 놀라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스크린을 들여다보고 있던 나조차도 깜짝 놀랄만큼 갑자기 벌떡 일어선 그는 하진에게로 다가가 박 차장이 덮어놓았던 담요를 훌렁 치워버렸다.

"야, 야, 최 대리. 갑자기 왜 그래?"

"몰라, 씨발! 부장님 말씀대로 기왕 이렇게 된거 우리 눈요기나 제대로 하자 이거야! 아, 부장님, 거 안 그렇습니까?"

평소라면 감히 얼굴도 마주보기 힘든 부장에게 핏대를 세워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최 대리. 박 차장이 당황하여 그를 만류하였으나 기묘한 흥분상태에 빠진 남자들 사이에는 이미 이상야릇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어흠, 흠. 최대리 말대로.... 눈요기 정도라면 다들 괜찮지 않겠는가?"

조 부장이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하자 좌중은 더욱 술렁이기 시작했다. 평소 장하진에 대한 흑심이 가득했던 최대리는 특히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눈이 뒤집어진 듯 보였다. 그는 더욱 적극성을 얻어 조 부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조 부장님. 그러면... 그러면 말입니다. 조 부장님하고 저랑 둘이 하진이 데리고 잠깐 조용히 밖으로 나가는게 어떻겠습니까?"

"뭐? 최 대리, 그게 무슨 소리야?"

"야, 왜 너랑 부장님만 간다는 거야!"

그러자 발끈한 최 대리가 열에 들뜬 붉은 얼굴로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아, 그럼 다들 끼던가! 솔직히 아까부터 이상하게 자꾸 좆꼴리는게 미칠 지경이었는데 오히려 잘 됐지! 2차 갈 필요 없으니까 우리끼리 몰래 재미 좀 보자고!"

"........."

최 대리의 폭탄 발언은 312호 방 안에 모인 남성들의 머릿 속에만 맴돌던 위험한 상상을 고스란히 현실로 옮겨놓은 말이었다. 가끔 신문이나 뉴스에서 다루어지는 직장 내 상사들에 의한 여직원 돌림빵, 이른바 집단 성폭행을 최 대리가 제안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그랬다가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아, 부장님이 우리끼리만의 비밀로 하자고 하시잖아! 알아서 책임져주시겠지!"

욕정에 눈이 돌아가서 소리치는 최 대리. 그리고 어이없게도 그 연설에 동조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었다. 약물에 의한 지배가 그들의 눈을 하나같이 멀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야릇한, 아주 위험천만한 열기가 방 안에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에잇, 썅! 야, 문 잠겼는지 한번 더 확인하고 가서 커튼부터 쳐!"

여태껏 점잔빼던 박 차장의 이성이 무너졌다. 그것이 마치 방아쇠를 당긴 것이라도 되듯, 일시에 열댓 명의 남성들이 이성을 잃고 소란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욕 앞에 무너진 한 무리의 수컷들이 커튼을 치고 문을 잠근 후, 알몸의 장하진을 중심에 두고 마치 원을 그리듯 빙 둘러앉았다. 마치 자그마한 먹이 하나를 한 입씩 쥐어뜯기 위한 늑대무리들처럼.

"흐, 흐흐. 부장님. 어쩌실 겁니까?"

"험... 내 말해두지만 이건 우리끼리 확실히 비밀로 하는거네."

조 부장의 긴장했던 얼굴에 마침내 한 줄기 화색의 미소가 지어진다. 그는 이로써 공범이 생긴 것이라 생각했는지, 스크린 너머로 바라보는 나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스크린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기대 반 흥분 반으로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기대 이상의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솔직히 나도 일이 이렇게까지 크게 진행되리라고는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성욕이 자극된 남자들 앞에서는 집단 돌림빵이라는 비현실적인 사태도 결코 불가능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순간 이 자극적이고 짜릿한 전개 앞에서, 나는 이 상황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줄 묘책이 떠올랐다.

[서희 씨, 이제 311호로 올라와요.]

312호의 문이 굳게 닫힌 것을 확인한 나는 한번 더 윤서희를 호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미 내 지시에 따라 3층 화장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서희 팀장이 얼마 지나지 않아 311호의 문을 조심스레 노크했고, 나는 그녀를 방 안으로 들였다. 서희 팀장은 죄책감과 역겨움이 뒤섞인 일그러진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흐흐, 여기서 같이 구경해요. 서희 씨."

".........."

스크린 속에서는 이제 서서희 몇몇 남자들의 손길이 장하진을 향해 뻗쳐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윤서희 팀장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나는 그런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가 냅다 한 손으로 입을 막고 바닥에 눕혔다.

"읍! 왜 이래요!"

"흐흐, 조용히 해요. 옆 방에 들리고 싶어요?"

"갑자기 왜 이러는.... 웁.... 우웩... 웩...."

나는 바닥에 널부러진 그녀의 몸 위로 타고 올라가 엉덩이로 그녀의 유방을 깔고 앉으며 한 손으로 그녀의 꽥꽥대는 주둥이에 약물 병 하나를 강제로 처넣었다. 그것은 내가 장하진에게 따른 술에 혼합했던 GHB의 원액병이었다. 물뽕이 고스란히 입 안으로 꾸역꾸역 흘러들어가자 서희 팀장은 기겁을 하여 버둥거리고 몸부림을 쳐댔다. 그 결과 방 바닥에 그녀가 뱉어내고 토해낸 액체들이 흩뿌려졌지만 이미 상당량의 약물이 그녀의 목구멍을 타고 강제로 식도로 넘어간 후였다.

"무슨 짓이...!!!! 아아악!!!"

나는 그녀가 발작하며 떠들지 못하게 힘껏 목을 졸랐고, 그녀는 고통과 두려움에 몸부림을 치며 얼마간 저항하더니 잠시 후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얌전해졌다. 그리고 그 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녀도 정신을 잃었다.

"흐흐. 미안하게 됐어. 그래도 메인 이벤트가 남아있으니 잠시 얌전히 있으라고."

나는 윤서희 팀장의 옷 주머니에서 그녀의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그녀의 휴대폰을 뒤져 기획부 2팀 남자들의 연락처를 하나하나 대포폰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두어 명 정도의 타 부서 남자를 제외하고, 스크린 속에서 웅성이는 대부분의 2팀 남자들의 연락처가 익명의 휴대폰에 저장되었다. 입가에 저절로 악마같은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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