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M E M O R I Z E - IF편 [용이 잠든 산맥 징계편 #001] > (1/11)

< M E M O R I Z E - IF편 [용이 잠든 산맥 징계편 #001] >

저벅, 저벅, 저벅.

부슬부슬 비가 쏟아지는 거리에서 사내가 걸음을 멈추었다. 앞서 걸어가던 여인 역시 그걸 느꼈는지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빗줄기가 굵어. 얼른 가야지.”

“…….”

“…일단 가자.”

“…누님.”

“현아.”

여인의 나직한 목소리. 조금의 숨김도 없는, 오로지 자신을 걱정해주는 목소리에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어깨가 잠시 떨렸다. 빗줄기와 뒤집어 쓴 후드 덕에 보이지는 않지만 여인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슬픔과 자책. 그리고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을. 

“누님……. 정말 죄송해요……. 저 때문에……. 누님 말을 듣지 않고 고집 부려서……. 누님이 이렇게…….”

“…몇 번이나 말했잖니. 결국 승인 결제를 내린 건 나였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건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야. 일단 가자. 날씨가 추워…….”

여인이 손을 들어 사내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럼에도 사내의 눈물은 그칠 줄 모른다. 그 마음을 아는 듯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줄기가 더욱 거세진다. 

결국 여인의 손에 이끌려 사내가 이동했다. 그렇게 두 남녀가 향한 곳은 도심지 중심에 위치한 커다란 건물. 빗물에 씻겨 깨끗한 모습이지만 간만에 봐서 일까? 굉장히 허름해 진 느낌이다. 

머셔너리. 방금까지 둘이 소속되어 있던 길드의 명판이 빛을 잃은 채 그들을 맞이했다. 

“오랜만이네……. 고용인들을 뒀다더니 안은 깨끗하네.”

“…….”

건물 내로 들어선 여인이 빗물을 털며 후드를 걷었다. 순간적으로 어둠 속에서 빛이 비치는 느낌. 물처럼 시원한 푸른 기운이 도는 머리카락이 허공에 찰랑인다. 마찬가지로 상쾌한 내음을 흘리는 여인이 그리운 눈으로 내부를 살펴보았다. 

그때까지도 사내는 바닥을 바라본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인도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렸던 걸까? 작게 한숨 쉬곤 다시 사내에게 다가왔다. 

“현아. 일단 씻자. 따뜻한 물로 씻고 다시 이야기하자.”

“…….”

“사과는 그때 받아줄 테니까. 응?”

그제서야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후드 사이로 보이는 붉게 충혈된 눈이 여인을 바라본다. 정하연. 그녀가 어깨를 토닥여주자 사내, 안현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사내와 여인이 각자 몸을 씻은 후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먼저 내려온 정하연이 한쪽 테이블에서 촛불을 밝히고 안현을 맞아주었다. 빛을 받아 황홀하게 일렁이는 붉은 와인 잔을 흔든 정하연이 맞은편 의자를 툭툭 치자 안현이 천천히 그 자리로 가 앉았다. 

“누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어떻게든 형 옆으로 복직 시켜드릴 테니까…….”

“현아.”

막무가내처럼. 무작정 말하려던 안현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시원하고 청렴한 물빛이 힘을 얹고 일렁인다. 마력을 일으킨 정하연의 눈빛을 마주하자 마자 절로 위압감에 눌린 것이다. 

“더 이상 애처럼 굴지 말자.”

“…….”

“너도 잘 알잖아? 그 사람한테 결정이란 게 어떤 건지.”

“…하지만.”

“이대로 네가 나서 봐야 해결이 될 것 같아? 난 절대 아니라고 보는데.”

정하연의 냉정한 말에 안현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말이 맞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안현이니까. 자신이, 아니. 본인 할아버지가 온다 하더라도 김수현은 절대로 결정한 걸 바꿀 위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정하연에게 부리는 것이 어린 아이의 고집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아무 것도 하지마. 아니, 일단 돌아가기는 해야 하니 열심히 노력해야 하긴 하겠지만 당분간은 쉬자.”

“…누님.”

“일단은 회복이 먼저야. 아무리 치료 마법을 쏟아 부었다 해도 넌 환자야. 체력이 복구가 되야 가서 무릎이라도 꿇고 빌 수 있지 여기서 좌절해 봤자 아무 소용 없어. 그러니까 일단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자. 그리고 다음부터 열심히 생각해보자.”

정하연이 와인 잔을 들었다. 촛불 너머로 건네자 안현이 조심스레 잔을 받아 들었다. 

일렁이는 불빛 아래서, 두 남녀의 잔이 부딪혔다. 

가벼운 한잔, 이어지는 두잔. 사고를 친 작자와 피해를 입은 자의 관계는 이곳엔 없었다. 어찌됐건 마음고생을 많이 한 만큼 술은 진통제처럼 그들에게 다가왔다. 마시면 마실수록 가슴에 요동치는 감정은 더 격해지지만 그런 만큼 서로에게 마음을 더 쏟아낸다. 

술잔이 비고 채워진다. 처음 꺼내 둔 술병은 이미 넘어져 뒹굴었고 새로운 술병이 다시 잔을 채워갔다. 

“저도 이럴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다들 욕하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형을 욕하니까……. 제가 해야 한다고……. 꼭 해내야 한다고……. 그래서 갔어요.”

“…알아. 네 마음, 누가 모르겠니.”

“형도……. 물론 제가 잘못한 거긴 하지만 정말 너무해요. 저는 때려 죽여도 할말이 없는데 왜 죄 없는 하연 누님을……. 그래도 형 안 계실 때 누구보다 힘써온 사람이 누님인데.”

“…그건 맞아. 그 사람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너무 매정해.”

정하연의 입술이 삐쭉 튀어나왔다. 평소의 총명한 눈빛은 이미 술기운에 풀려 흐리 멍텅하다. 술기운으로 붉어진 볼을 부풀린 그녀가 투덜거렸다. 

“다 알아. 다 안다구. 사실 여기 오기 전에도 그랬다? 나한테 미안하대. 그런데 어쩔 수 없대. 공식적으로 결제를 올린 사람은 나구 다른 클랜원들이 보고 있으니 처벌을 해야 기강이 떨어지지 않는대. 근데 다 아는데도 그 사람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으니 너무 속상하더라.”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에이~. 그 말은 하지 않기로 했잖아. 지금은 그 사람 욕이나 하자구~.”

정하연이 다시 와인 한잔을 들이켰다. 안현은 조금 우려의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방금 좀 많이 따랐었는데……. 조금은 천천히 마시라고 가득 따라준 와인이 한번도 쉬지 않고 완전히 정하연의 입 속으로 사라졌다. 

“참……. 너무 하단 말이야아~.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날 너~어무 안 찾아. 가끔은 너무 밤이 외로워서 내가 먼저 찾아갔는데에~.”

“누, 누님. 좀 많이 드신 것 같은데…….”

정하연이 많이 취했다는 걸 느낀 안현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에 쥔 잔을 뺏으려 했다. 하지만 탁, 하고 정하연이 안현의 손을 쳐냈다. 

“어허~. 어딜 감히 누나의 잔을 빼앗으려 들어?”

“…취하신 것 같아요. 오늘은 이쯤 드시고 나중에 다시…….”

“엉덩이 떼지 마아~!”

“…….”

정하연을 방으로 들여 보내려던 안현은 정하연의 말 한마디에 동작을 멈추었다. 취기가 가득한 정하연의 시선이 매섭게 쏘아진다. 결국 안현은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쫘아식이 말이야~. 간만에 누나가 술 좀 마셔보겠다는데. 훼방을 놓으려고 하다니.”

“…누님.”

“자, 받아!”

다시 들어 올려지는 술병. 병의 입구가 가까이 다가오자 안현은 망설였다. 술자리는 이정도로만 끝났으면 좋겠는데 정하연의 기색을 보니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이걸 받자니 앞으로의 일이 걱정됐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데 돌연 정하연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흐리멍텅한 눈으로 안현을 쏘아보던 정하연은 비틀비틀, 그러면서도 쿵쾅쿵쾅 옆으로 돌았다. 

“너어~. 자꾸 뺄 거야?”

“누, 누님?”

“너 자꾸 그러면 누나 속상해~.”

테이블 옆을 돌아 느닷없이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이는 정하연. 술기운 때문에 중심을 잡지 못한 그녀의 상체가 안현에게 안기 듯 기대졌다. 순간 안현의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졌다. 술냄새보다도 더욱 진한 여인의 내음에……. 그리고 무엇보다 좋다고 느꼈던 정하연 특유의 상쾌한 물 향기에 저도 모르게 몸이 굳는다. 

“어허~. 잔 안 받을 거야?”

“…….”

“으음~. 그렇단 말이지? 에잇~!”

정하연이 돌연 몸을 돌리며 가까이 다가왔다. 안현은 숨을 들이켰다. 잠시 기대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얼어붙었는데 정면으로 기대어오자 숨이 턱 막혀왔다. 

“자아, 마셔. 마셔~.”

가까워지는 술병. 술에 젖어 반들거리는 입구를 보다가 돌연 정하연의 입술을 바라본다. 술병과 마찬가지로 술에 적셔진 붉은 입술을 보니 심장이 멎는 기분이다. 

‘안돼……. 이건 안돼.’

안현은 입을 꾹 다물고 마음을 눌렀다. 그동안 눌러 두었던 욕망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려 한다.

“자아아~. 술은 아직 많아. 너 이거 다 안마시면 나도 안 마셔…….”

그러나 술기운이 섞인 사내에게 욕망이란 거절할 수 없는 마약과도 같았다. 수년간 묻어오던 그의 숨겨진 마음이 이성을 뒤집고 튀어나왔다.

술기운에 스스로 신나 흥얼거리던 정하연은 순간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내밀던 손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바짝 굳어있던 안현이 어느새 그녀의 팔목을 강하게 붙들고 있다. 

“…현이, 너…….”

“…….”

그제서야 정신이 조금 돌아온 걸까? 정하연의 초점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서 마주한 눈. 그 어느때보다 선명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흔들리는 사내의 눈을 보며 정하연은 저도 모르게 입을 꾹 닫았다. 

대화가 오고 가던 로비는 침묵만이 자리했다. 숨막힐 듯한 긴장감 속에서 두 남녀의 시선이 오고 간다.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지만 얽힌 시선속에서는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두 사람 머리 속에서 가장 크게 요동치는 생각은 당연 같았다. 절대로 이 이후로는 가선 안된다고. 아니, 애초에 이런 상황까지 왔으면 안됐다고. 

하지만 그런 위험한 생각과는 반대로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을 가득 메우는 그 경종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 오르는 의문의 불길은 아무리 해도 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불길을 끄려 부는 바람을 타고 번지는 것처럼, 그 위험한 불길은 조금식 자리를 차지하며 마음 속에서 활활 타오르려 한다. 

“누님…….”

“현아……. 안돼…….”

남녀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미세하지만, 둘은 확실히 느꼈다. 점점 서로의 몸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그럴수록 급박해 지는 생각에 정하연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것은 포탄의 신호탄이었다. 그 말이 폭약이 되어 순식간에 폭발했다. 

“누님……. 죄송합니다.”

“안돼……. 현아아읍?!”

사내의 얼굴이 다가와 여인의 얼굴을 덮는다. 사내의 거친 입술이 닿자 여인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정하연의 몸이 이리저리 뒤틀린다. 갑작스러운 사내의 행위에 거부하는 행동이지만 불이 붙은 사내의 몸을 밀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아니, 그건 오히려 자극이 되었다. 

사내의 힘이 더욱 강해지며 자세가 역전이 되었다. 밀리는 힘에 져 정하연이 의자에 눕는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를 찍어 누르듯이 팔을 제압한 안현이 거칠게 입술을 몰아붙였다. 

“으으읍……! 현아! 안돼!”

“하아……. 하아……. 하아…….”

그제야 떨어진 둘. 하지만 금방이라도 맞닿을 거리에서 서로의 시선이 부딪혔다. 흔들리는 눈빛을 보며 정하연이 입을 열었다. 

“…이건 절대로 안될 짓이야. 아무리 그 사람이 미워도 이건 안돼.”

“…형을 싫어하지 않아요. 그 어떤 사람보다 완벽한 사람인 걸요. 형 때문에 몇 번이고 목숨을 건졌어요. 형을 미워하는 건 말이 안돼요.”

“…….”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

“아무리 책임이라 해도……. 누님을 냉정히 내쫓은 형이 원망스러워요.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누구보다 클랜원을 잘 챙겨준 누님한테 이럴 수는 없어요…….”

정하연은 입을 다물었다. 금방이라도 다시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사내의 눈빛에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흘러 들어와서……. 가만히 듣는 것밖에는 할 것이 없다. 

“…형의 여자라고……. 그러니까 나는 좋은 동생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현이 너……?”

“그래서 꾹 눌러왔는데……. 이렇게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시면……. 저는 어떡하라고…….”

짧은 몇 마디. 하지만 그것만으로 정하연은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안현이 무엇을 말하는 지를. 그리고 그동안 자신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놀람과 경악 속에서 정하연은 떨리는 사내의 눈을 바라보았다. 진정성 있는 눈빛에 정하연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떨리는 걸 느꼈다. 

‘이 아이……. 그동안 그렇게 나를…….’

어쩔 수 없다. 그녀도 사랑을 아는 여인. 사랑하는 이를 그리고,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애타는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자신의 남자이면서도 다른 여인의 남자이기도 한 사실을 직시할 때마다 속이 문드러지는 통증을 느끼는데 결코 넘봐서는 안될 여인을 사랑하고 묻어두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플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누님……. 죄송해요.”

“현아…….”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에 더욱 죄송해요. 저 때문에 형에게 쫓겨나게 된 것보다 더 죄송해요. 그리고 앞으로도 평생 죄송할 거예요.”

“안돼, 현아. 그것만은 절대로 안돼……!”

하지만 그걸 모두 안다 하더라도 이것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것을 직시한 정하연은 안현을 그대로 밀어내려 했다. 

“이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그러나 그것보다 안현의 움직임이 더욱 빨랐다. 다시 맞춰지는 입술.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뜬 정하연이 온몸을 비틀며 반항했다. 하지만 아무리 격하게 움직인다 하더라도 몸을 단련한 사내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다. 

해서 손에 마력을 일으키려 하던 찰나였다. 금방이라도 안현을 밀쳐낼 것 같던 그녀의 손이 안현의 가슴팍 앞에서 멈추었다. 

“…….”

공격하기 전 마지막으로 본 안현의 눈을.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떨리는 그의 손길을 느낀 순간 정하연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방금까지 굳게 먹었던 마음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 

‘안돼……. 못해…….’

자신이 안현을 공격한다? 동생을 잃고 그 자리를 대신해 오던 이 아이를 상처 입힌다? 

아무리 숙련된 사용자라 하더라도 그런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 없었다. 누구보다 밝게, 그리고 성실하게 노력해오던 이 아이를 상처 입히는 건 그녀로서는 절대로 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누님…….”

그리고 입술을 마주쳐오며 애타게 부르는 그 목소리에 정하연은 완전히 무너졌다. 마력을 머금었던 그녀의 손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녀의 몸에서 마력이 빠져나간 걸 느낀 걸까? 안현의 행위가 멈추었다. 입술이 떨어지고 다시 시선을 교환한다. 

그 시선 속에서 정하연은 갑갑함 속에서도 속으로 저도 모르게 납득하고 말았다. 오늘은……. 적어도 이 밤만큼은 자신은 안현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가 원함에 따라 그에게 안길 지도 모른다는 것 역시도. 

“…오늘 만이야.”

고개를 돌리며 작게 말한 그녀의 말에 안현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그의 손이 다시금 떨려왔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떨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위태위태한 손길이 아니라 여인의 허락이 떨어져 환희하는 그런 손길로. 

안현의 손이 조심스레 정하연의 얼굴에 다가간다. 그녀의 얼굴에 손을 대고 조심히 얼굴을 이쪽으로 돌린다. 

다시 마주하는 시선. 그 시선 역시도 방금 전과 달랐다. 아니, 완전하게 다르다. 이 관계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상황에서 이제 서로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먹으니 상황을 마주하는 부담감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뜨거운 시선이 오고가며 자연스레 두 남녀의 입술이 다시 가까워졌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정하연의 눈이 사르르 감기며 이슬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미안해요, 수현……. 오늘 밤만. 오늘 밤만 용서해줘요.’

이전과는 다른 부드러운 입맞춤. 서로간의 체온을 느끼며 입술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 동안 멀리서 바라보았던 여인의 입술을 느끼고자 사내의 입술이 여인의 입술을 쉴새 없이 찾는다. 그런 사내의 움직임을 받아들이며 여인 역시 입술을 움직여 사내의 입술을 물었다. 

“하아…….”

여인의 볼을 감싸 쥔 사내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더욱더 상대를 느끼고자 입술을 강하게 짓눌렀고 여인도 그런 사내의 가슴에 살포시 손을 올렸다. 

뜨거운 숨이 서로의 입가에 흘러 들어갔고 자연스레 서로의 혀를 찾아 혀가 움직인다.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동시에 움직인 혀가 상대의 존재감에 기뻐하며 타액을 훔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흐응……. 하응…….”

민감한 점막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그 열기가 서로간의 머리까지 치솟았다. 멍해진 기분과 함께 서로를 더욱 갈구하고자 행위도 다음 단계로 옮겨갔다. 

사르륵.

사내의 다급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손길이, 그런 사내의 손을 보듬어주는 여인의 손길이 서로간의 옷가지를 벗겨간다. 

“아…….”

씻으면서 걸치고 온 얇은 옷가지들이 너무나도 쉽게 풀려 바닥에 떨어진다. 안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은은한 촛불을 받으며 반짝이는 하얀 여체를 본 그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너, 너무 그렇게 보지마…….”

안현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정하연이 두 팔을 들어 가슴을 가렸다. 씻고 오며 속옷은 따로 걸치지 않았다. 자연스레 공개된 젖가슴이 그녀의 팔에 눌려 옆으로 부풀어 올랐다. 

“누님……. 예뻐요…….”

“아…….”

그 모습에 순순히 감탄한 안현이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정하연의 팔에 닿는 순간 그녀의 몸이 바짝 굳는 것인 느껴졌지만 조심스레 잡아 당기자 가드는 손쉽게 풀렸다. 

그리고 다시 보이는 풍경. 보기 좋게 부푼 젖가슴 위로 반들거리는 분홍색 유실에 절로 시선이 꽂힌다. 나머지 한 팔을 잡아 당기자 그녀의 나신이 완전히 공개됐다. 좌우로 부드럽게 흘러내리려는 젖가슴이 형태를 유지하며 위용을 뽐냈다. 시선을 내리자 군살 하나 없는 복부와 앙증맞은 배꼽 아래로 작은 물빛 보석이 보였다. 

“이건…….”

“…그가 준 아티펙트야.”

“…….”

안현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감격하는 이 여자의 육체를 그동안 다른 사람이 독점해왔다 생각하니 마음에 불길이 올랐다. 김수현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그저 작은 질투심일 뿐. 

그래서일까? 안현의 손이 절로 보석을 향했다. 부끄러운 듯 정하연이 얼른 손으로 가렸지만 이번에도 부드럽게 잡아당기자 방어는 무너졌다. 

“이게 형이 주신 선물이군요.”

“…응.”

“…오늘 만큼은 잊게 해 줄게요. 절대 조금도 생각나지 않게 해 줄게요.”

“응.”

안현이 질투한다는 걸 눈치챈 정하연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입에 작은 미소가 그려졌다. 김수현에 대한 죄책감이 들면서도, 언제나 사람을 그리워하는 쪽에 있었던 그녀로서 사랑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기쁨으로 다가왔다. 

다시 다가오는 사내의 얼굴. 정하연도 눈을 감고 턱을 들어 사내의 입술을 맞아주었다. 다시 얽히는 혀와 입술. 그 와중에 가슴 쪽에 느껴지는 낯선 손길에 정하연의 몸이 움찔 떨렸다. 

‘현이의 손길이……. 내 몸을 만져…….’

조심스럽게 만져오는 손길. 가슴을 간질이는 느낌에 정하연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눈 앞의 사내가 이미 나이가 찬 건장한 사내란 걸 잘 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항상 동생으로 생각해오던 이가 자신의 육체를 어루만진다는 상황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보다는 남매라고 생각했던 이. 그에게 만져진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으면서도 그런 감정과 함께 쾌감이 얽혀온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다고 생각됐다. 평소보다 감정이 복받치며 육체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이 급격하게 민감해진다. 

‘그 현이가……. 언제나 어리다고 생각했던 현이가 나를 안으려 하고 있어.’

배덕감. 그것이 가져다 주는 쾌감에 정하연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김수현이 주는 쾌감도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안현의 손길도 그에 못지 않다. 

안현의 손길이 더욱 과감해졌다. 

“아앗.”

조심스럽게 첨단을 건드리던 손이 부드럽게 살을 감싸 쥔다. 부드러운 젖무덤의 감촉을 천천히 느끼며 손이 가슴을 움켜쥔다. 

“으흥.”

단순한 자극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 정하연의 허리가 떠올랐다. 그녀는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와중에 더욱 당황했다. 

‘나……. 너무 느끼는 거 같은데…….’

몸 안에 차오른 열기가 하복부로 몰리는 느낌. 다리 사이로 습한 물기가 느껴진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의 눈이 번쩍 떠졌다. 

“자, 잠깐만.”

“누님?”

“조, 조금 천천히…….”

“죄송해요. 저 더 이상 참기가 힘들어서…….”

안현의 멋쩍은 웃음에 정하연은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자기만 신경쓰느라 안현의 상태를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느껴지는 사내의 존재감에 정하연의 몸이 굳었다. 

자신의 허벅지에 닿아있는 단단한 물건의 위용. 바지 속에 가려져 있지만 눈치 좀 채달라는 듯 뜨거운 기운을 풀풀 흘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바지를 뚫고 나올 듯한 성난 기색에 정하연의 입이 벌어졌다. 

“최대한 천천히 하려고는 하는데……. 잘 안되네요.”

“…너, 혹시?”

“하하, 죄송해요, 처음이라.”

멋쩍게 웃는 안현을 보던 정하연이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욕정을 꾹 참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것쯤은 그녀도 알고 있다. 그것도 방금까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안현이 아닌가. 자신을 생각해서 그렇게 참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하연은 마음이 순간적으로 크게 일렁이는 걸 느꼈다. 

그것은 분명 일순간이겠지만……. 분명 사랑이라는 감정이었다. 

“이리와.”

“누님……?”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자세를 바로 하자 안현의 얼굴이 다급해졌다. 하지만 가만히 손을 흔드는 그녀를 보며 천천히 그녀가 원하는 대로 다가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안현의 허리춤을 잡은 정하연이 그대로 바지를 풀러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안현은 순간적으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바지가 내려가고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속옷을 본 순간, 번뜩 정신이 들었다. 

“누, 누님?”

“…얼마나 참았던 거야.”

“구, 굳이 이러시지 않아도 돼요.”

“가만이 있어. 이런 것쯤은……. 누나가 이끌어 줄 테니까…….”

안현은 복잡한 얼굴을 하면서도 내심 기대되는 마음에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이런 것까지 해준다는 생각에 몹시 감격해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하아…….”

하지만 정작 그런 고마운 감정이 쏟아져 내린다는 사실도 정하연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살에 맞닿은 걸 인지한 순간부터, 사내의 뜨거운 열기에 몽롱하게 취한 상태였다. 그녀의 시선과 관심은 오로지 눈앞에 크게 부푼, 안현의 물건에 쏠려있는 상태였다. 

‘내 몸으로 흥분한 현이가……. 이렇게 커져서…….’

그렇게 그녀의 손이 안현의 속옷마저 끌어 내렸다. 허리를 조인 고무가 성난 물건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다. 하지만 살짝 힘을 주어 내리자 저항을 이기며 속옷이 내려갔고 반동으로 커다란 물건이 힘차게 위로 튕겨져 올랐다. 

그리고 그 물건을 마주한 순간. 

“커…….”

정하연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다. 사우나라도 온 듯, 얼굴을 덥히는 뜨거운 기운에 숨이 절로 멎는다. 

거의 배꼽까지 닿을 듯이 힘차게 고개를 든 물건. 금방이라도 사정할 듯이 움찔거리는 맥박과 귀두 끝으로 흘러내리는 쿠퍼 액을 보며 다시금 안현이 얼마나 힘들게 참았을 지 생각하게 된다. 

그 동안 안현을 너무 우습게 봐왔던 것일까? 김수현의 그것보다도 우람한 위용을 뽐내는 물건에 정하연은 당혹스러웠다. 절로 허리에 힘이 들어가며 다리가 오므라진다. 김수현의 것을 받아들였을 때도 몸이 통째로 휘둘려지는 기분이었는데 이것에 당한다면?

‘주, 죽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정하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꼬리뼈를 타고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감각에 알 수 없는 짜릿함이 느껴진다. 

동시에 가랑이 사이로 주르륵, 무언가가 흐르는 걸 느낀 정하연은 침을 꼴깍 삼켰다. 점점 가려워지는 비부를 최대한 숨기며 잔뜩 긴장한 얼굴로 우람한 물건을 향해 조심스레 손을 뻗기 시작했다.

< M E M O R I Z E - IF편 [용이 잠든 산맥 징계편 #002] >

조심스럽게 뻗어진 손가락. 그녀의 섬섬옥수가 발끈한 남근에 살짝 닿았다. 

“아…….”

“앗…….”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동시에 탄성을 흘린다. 여성은 생각보다 격한 남성의 반응에 놀랐고 남성은 민감한 부위를 통과하는 짜릿한 전류에 몸을 떨었다. 

“…….”

눈을 꼭 감고 꾹 참고 있는 안현을 보며 정하연은 침을 꼴깍 삼켰다. 이미 각오는 했지만 역시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방금까지 자신을 덮치며 입을 맞추어 왔던 안현은 어느 샌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 꼼짝도 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기다렸다. 

‘…내가 이끌어 줘야…….’

뒷짐을 진 채로 행위를 기다리는 안현을 보며 정하연은 다시 마음이 동하는 걸 느꼈다. 필사적으로 참는지 온몸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잔뜩 긴장해 있다. 그런 것과는 다르게 위아래로 계속 까딱거리는 양물을 하얀 손이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아흣……! 누님……!”

“괘, 괜찮니?”

돌연 안현이 허리를 뒤로 당겼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무얼 잘못했나 싶으면서도 정하연은 용케 손을 떼지 않았다. 안현이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으, 괘, 괜찮은 건 아닌데……. 아파서 그런 게 아니라…….”

다시 한번 안현이 허리를 배배 꼬았다. 정하연은 그런 안현의 반응에 확실히 알았다. 자신이 살그머니 손에 힘을 주었을 때 격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손 안의 맥박이 점점 빨라지는 것이 무얼 뜻하는 것인지도 매우 잘 알고 있다. 

“현아, 괜찮으니까. 참지 말고 내어내도 돼.”

“하, 하지만……. 지금 이상태로 그랬다가는 누님이…….”

“괜찮아. 이렇게 막아버리면 되니까.”

정하연은 반대편 손으로 귀두 부분을 살포시 덮었다. 그 상태서 기둥을 잡은 손을 조심스레 위아래로 쓸자 안현의 허리가 펄떡거렸다. 

“아흑……. 누님, 자, 잠시만요……!”

조심스럽게 자극하는 손길에 안현이 뒷짐을 풀었다. 황급히 정하연을 떼어내고자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했지만 닿기 직전에 우뚝 멈춘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격한 쾌감과 가슴속에서 폭발할 듯 치고 올라오는 감격에 이대로 손을 대 버리면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았기에. 안현은 본능적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으흑! 으으!”

그런 안현의 뜨거운 숨결을 고스란히 받으며 정하연 역시 심장이 터질 듯 뛰는 걸 느꼈다. 

어느새 안현의 허리가 꺾여 금방이라도 정하연을 덮칠 기세다. 이대로 살짝만 무너진다면 정하연은 그대로 안현의 밑에 깔리게 될 터. 단순히 깔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란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손길은 멈출 생각이 조금도 없는 듯 했다. 

‘금방이라도 내어낼 것 같으면서……. 필사적으로 참고 있어……. 내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내 손길을 조금이나마 오래 느끼고 싶어서…….’

사랑을 받는다는 기쁨을 간만에 느껴서 일까? 그녀의 마음에 지펴진 불은 좀처럼 꺼질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상황이 연료가 돼 그녀의 마음의 불길을 더욱 활성화 시킨다. 

그런 그녀의 마음은 행동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귀두를 덮었던 손이 비틀어지며 이번에는 살포시 쓰다듬기 시작한다. 쿠퍼액을 쉴새 없이 흘리던 틈새를 엄지 손가락으로 살며시 문지르면서 기둥을 잡은 손에는 압력을 넣어 쭉쭉 짜 올리기 시작한다. 안현이 정액을 쉽게 내어낼 수 있도록. 안현의 정액을 보고자 정하연의 손길이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아윽……!”

이미 터질듯한 상태에서 이런 손길을 버티기는 어려웠다. 결국 안현의 손이 정하연의 어깨를 강하게 쥐었다. 그의 허리가 경련하며 튀었다. 그의 반응을 고스란히 느끼던 정하연은 가만히 손바닥으로 그의 귀두 앞을 가로막았다. 

부룩, 뷰르릇. 부륵.

이어지는 뜨거운 폭죽. 손바닥을 뚫을 듯 쏘아진 하얀 액체가 멈추지 않고 사방으로 튀었다. 물총을 쏘는 것처럼 힘차게 쏘아지며 정하연의 손바닥을 수차례 두드렸다. 거의 젤에 가까운 짙은 농도에다 순식간에 홀을 메우는 밤꽃 향기에 정하연은 머리가 멍해지는 걸 느꼈다. 그런 와중에도 성난 남근은 계속 움찔거리며 사정을 멈추지 않았다. 

“하악……. 하악…….”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침묵이 흐르는 와중 드디어 안현이 숨을 내뱉었다. 사정하면서 꾹 참았던 긴 호흡이 터지는 소리에 정하연도 번뜩 정신을 차렸다. 

“많이도 냈네…….”

저도 모르게 뱉은 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꺾여 있던 안현의 허리가 움찔 떨었다. 당연히 질책의 소리가 아니었다. 정말 어마어마한 사정량에 저도 모르게 내뱉은 순수한 감탄사였으니까. 

정하연은 정액을 받아낸 손을 뒤집었다. 손안에도 가득 달라붙어 있는 백탁의 액을 바라보던 정하연은 문득 이 모든걸 배출한 남근을 쳐다보았다. 

“…너도 참 징하구나.”

대답이라도 하는 것마냥 껄떡대는 남근은 조금의 위축도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힘차게 솟은 물건을 보며 정하연은 기가 막히는 기분이었다. 사내라면 이전까지 김수현 밖에 모르는 그녀로서는 남자는 한 번으로는 만족을 하지 못하는 성욕의 화신처럼 느껴졌다. 

귀두 끝으로 흘러내리는 정액이 아니었다면 아무 일도 없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그게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세를 잃지 않은 모습에 대견한 기분마저 든다. 해서 정하연이 다시 손을 뻗었다. 다시 기둥을 감싸 쥔 그녀가 남은 정액을 짜내기 위해 오므린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쭈욱, 쭉. 

“앗……. 누님.”

“가만히 있어봐……. 깨끗하게 해 놔야지……. 앞으로 하려면…….”

본인이 내뱉은 말에 정하연 스스로도 놀랐다. 하지만 침을 삼키며 내색은 하지 않았다. 방금 사정을 한 건 안현이지 그녀가 아니었다. 아직 뜨거운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반면 그런 정하연의 말 뜻을 이해한 안현 역시 마른 침을 삼켰다. 열기에 취한 눈으로 자신의 물건을 응시하며 손으로 뒷 처리를 해주는 모습은 지금도 어색하기 그지없다. 혹시 이게 꿈인 게 아닐까 하며 정하연 몰래 볼을 꼬집은 것도 열 번이 넘었다. 물론 이번에도 통증이 느껴지는 걸 보니 꿈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런 모습을 봐서 일까? 안현은 순간적으로 충동이 일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좀더 정하연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일을 저지른다. 

“……!”

한걸음. 단 한걸음이었다. 

안현이 한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단순히 한걸음뿐이지만 지금의 형국에선 수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정하연 역시 숨을 들이키며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 

“…….”

“…….”

침묵 속에서 정하연은 다시 침을 꼴깍 삼키며 눈앞에 드리워진 성욕의 화신을 바라보았다. 조금 떨어져 있던 것이 방금 안현의 행동으로 한 뼘 밖에 되지 않은 거리로 다가왔다. 열기만 느껴지던 것이 이제 냄새까지 확연히 느껴진다.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녀 역시 바로 눈치챘다. 펠라치오. 그것을 아주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김수현을 기쁘게 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자처한 행위다. 

하지만 안현에게까지 이런 상황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이런 상황이 온 것 자체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지만……. 뭔가 다른 거부감이 든다. 

“…누님.”

하지만 그러한 거부감은 안현의 애타는 목소리 한번에 와르르 무너졌다. 그녀의 마음에 불이 다시 타오르며 생각을 다잡는다. 어차피 오늘 안현에게 안기기로 마음먹지 않았는가? 그에 비하면 이런 건 하나의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정하연은 천천히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아음…….”

비릿한 정액의 향. 귀두를 베어 문 그녀는 간만에 느끼는 사내의 체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물론 안현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매우 미세한 반응이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생각보다 크게 요동쳤다. 

‘하아……. 뜨거워…….’

자신으로 인해 잔뜩 성나 있는 물건이 사랑스럽다. 그 반응 하나하나가 정하연 본인의 매력을 나타내는 것 같아 스스로도 기쁨을 느꼈다. 해서 그녀의 행동이 점차 빨라졌다. 

“쮸릅, 츄릅. 쭈웁. 쭙, 쭙.”

“아흑……! 누, 누님!”

자신이 손으로 훑어온 남근을 확실히 마킹하 듯, 그녀는 정성을 다해 남근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입술을 잔뜩 오므려 남근을 조이며 머리를 앞뒤로 흔든다. 혀로 입술을 적시면서 남근 역시 축축하게 적시기 위해 그녀가 열심히 입을 움직였다. 

그런 행위에 안현은 허리가 빠질 것 같은 감각에 이를 악물었다. 어느새 뒤로 돌린 손은 의자가 부숴져라 움켜쥐고 있다. 눈을 감고 정성스레 애무를 해주는 정하연의 모습에 금방이라도 다시 사정할 것 같은 충동을 느꼈다. 

‘아, 안돼……. 이대로 또 내보낼 순 없어!’

돌연 마음에 독기가 생겼다. 괄약근을 힘껏 조이며 사정을 참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잘 단련된 허벅지 근육이 갈라지며 남근도 힘껏 팽팽하게 부풀었다. 

“우읍……?!”

그 반응은 당연히 정하연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커서 턱이 아파오기 시작하는데 돌연 물건이 더욱 팽팽하게 발기했다. 순간적으로 머리를 움직이기도 힘들어 그녀는 남근을 한껏 머금은 채 동작을 멈추었다. 

“…….”

그 상태로 정하연은 눈을 들어 안현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여유가 없는 얼굴. 남녀의 시선이 다시 부딪혔다. 정하연의 곤란한 기색과, 안현의 조급함이 느껴지면서도 재촉하는 듯한 얼굴에 남녀는 다시 마음을 먹었다. 

“누님……. 이제 입으로는 이제 그만 해주셔도…….”

“흐읍……!”

힘겨워하는 정하연의 모습에 그녀의 정성을 느낀 안현이 정하연을 뒤로 물려던 찰나였다. 순간적으로 정하연이 크게 숨을 들이키더니 턱을 더욱 힘껏 벌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앞으로 숙이며 안현의 남근을 점차 삼켜갔다. 

한껏 벌어진 턱, 잔뜩 부푼 목젖. 마치 뱀이 커다란 먹이를 집어 삼키는 것마냥 그녀의 목울대가 움직이며 안현의 남근이 서서히 모습을 감추었다. 

이윽고. 

“아윽……!?”

정하연의 입술이 기어코 안현의 뿌리에 닿았다. 김수현을 웃도는 거물을 한입에 삼킨 것이다. 물론 정작 본인은 죽을 듯한 표정이었으나 그녀는 안현을 놓아주지 않았다. 

“으응, 으읍.”

“아으윽?!”

목구멍 깊숙이 남근을 받아들였으면서 정하연은 다시 숨을 골랐다. 그러더니 돌연 몸에 힘을 주며 목구멍 전체를 조여 안현의 남근을 잡아당겼다. 

갑작스러운 쾌감에 안현의 허리가 붕 떠올랐다. 마치 블랙홀이 잡아당기는 흡입력에 안현은 쾌감을 참지 못하고 여성과도 같은 신음을 흘렸다. 

“쭈우웁, 쭙, 쭈우우웁.”

“누, 누님! 이건 아, 안돼……! 안돼요!”

“쭙, 쭙, 쭙, 쭙.”

입술로 뿌리를 잘라낼 듯 조이면서 목구멍으로 안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어느새 안현의 고환까지 어루만지며 안현의 정액을 받기 위해 정하연은 필사적으로 행위를 지속했다. 

그런 무지막지한 행위에 남자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안현은 구렁이에게 물린 새처럼 퍼덕거리며 정하연이 원하는 대로 그걸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윽……!”

안현의 허리가 다시 튀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미리 예상하고 있던 정하연은 아까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그에게 달라붙었다. 양 손으로 안현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엉덩이를 감싸 끌어당겼다. 탄탄하게 단련된 엉덩이 근육을 느끼면서 정하연은 목과 입을 조여 그의 정액을 받아내었다. 

“푸웁! 우욱……!”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부터 뿜어진 정액을 모두 받아내지 못하며 그녀의 입 사이로 토해져 나왔다. 억지로 참아보려 했지만 강제적으로 오는 구역감을 견디기가 힘들어 결국 양물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양물이 그녀의 입에서 뽑혀 나왔다. 그럼에도 아직 완전히 내뿜어지지 않은 정액이 고스란히 정하연의 얼굴로 쏟아졌다. 얼굴로 정액을 받으면서 입으로 정액을 토해낸다. 정액투성이가 된 그녀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하아……. 하아……. 현이의 정액이……. 나 때문에……. 이렇게 진하게…….’

입 속과 얼굴 전체가 정액으로 물들었는데도 일말의 불쾌감도 없다. 오히려 사내의 욕정을 받아냈다는 사실에 더욱 가슴이 쿵쾅거려왔다. 

“누, 누님……. 괘, 괜찮으세요?”

정작 씨를 뿌린 본인은 우려하는 듯 했으나, 정하연은 대답대신 정액투성이의 손을 입가로 가져갔다. 

“꿀꺽…….”

“…….”

“…하아, 뜨거워.”

손바닥으로 입술을 막은 그녀가 꿀꺽, 하고 정액을 삼켰다. 맛을 음미하면서 입안에 고여있는 정액을 모두 삼킨 정하연은 마력을 일으키며 손을 휘저었다. 물의 마법이 전개되며 정액투성이였던 그녀의 얼굴이 깨끗이 씻겨 나갔다. 

“누, 누나, 방금 삼킨 거죠?”

“응, 그런데?”

“아핫,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닌 척 했지만 입 꼬리가 올라가는 건 숨길 수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정하연은 속으로 갸웃거렸다. 김수현도 마찬가지였다. 정액을 왜 삼키냐며 그럴 필요 없다는 말을 했지만 묘하게 기쁜 기색이었다. 

“그렇게 좋니?”

“네, 네?”

“내가 네 정액을 삼킨 거. 그게 그렇게 좋아?”

안현이 당황스런 얼굴로 머뭇거렸다. 정하연은 풋,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직까지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하는 안현의 어깨를 짚으며 살포시 밀었다. 어? 하는 사이에 안현의 몸이 뒤로 무너졌고 그런 그를 가두 듯, 정하연이 두 무릎으로 안현 위로 서 올랐다. 

“누님……?”

“남자들은 의외로 사소한 걸로 좋아하더라. 앞으로 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촛불에 일렁이는 정하연을 본 안현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붉은 빛을 받아서 인지 평소의 푸른 모습의 정하연은 온데 간데 없다.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던 온화한 눈은 어느새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요녀의 그것이었고 가는 어깨를 따라 흔들리는 젖가슴은 무엇보다 치명적인 마약이었다. 

저도 모르게 안현이 손을 뻗었다. 정하연의 몸짓에 따라 움직이는 젖가슴에 살포시 손을 올리자 정하연이 미세하게 몸을 떨었다. 

“…너도 가슴이 그렇게 좋니?”

“…네?”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 되면서도 이런 쪽으로는 되게 한결같네.”

“…….”

“가슴 좋아하는 거.”

그녀가 무얼 말하는지 바보가 아니고서야 알 수 있다. 안현의 입가가 딱딱하게 굳었다. 다시금 언급되는 김수현의 존재에 다시금 질투심이 활활 타오른다. 

“그 사람은 테크닉이 정말 좋았어. 아무것도 안해도 가슴으로만 절정을 이르게 해. 젖가슴이라면 금화 백 개를 줘도 안 바꾼대.”

“…….”

“그 사람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나는 아무것도 못해. 그냥 그 사람이 하는 대로 교성 밖에 못 질러. 기절할 때까지 자게 해주지도 않아.”

갑작스럽게 변한 분위기. 안현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방금까지 성심 성의껏 봉사를 해주던 그녀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가? 방금까지의 정하연과 같은 인물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녀가 허리를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볼품 없다는 건 아니야. …가장 중요한 거. 그것만큼은 네가 앞서. 완전히.”

“…뭐죠, 그게?”

“이거.”

다시금 느껴지는 짜릿한 감각에 안현이 몸을 떨었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남근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절로 침음이 튀어나온다. 가까스레 정신을 차리며 올려다보니 정하연이 무릎 걸음으로 움직이며 비부를 남근 위에 갖다 맞췄다. 

“…이거 하나 만큼은 네가 훨씬 나.”

“…….”

“사실 여기 저기서 들은 이야기가 많아서……. 이해는 하지 못했거든. 사람이 중요하지 물건의 크기가 뭐가 중요할까, 그런 말을 들으면서 그게 정말 사랑이 맞는 걸까, 하고 의심 했어.”

“…….”

“근데 이걸 보니 알겠더라. 이거에 당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란 걸. 왜 그렇게 크기에 집착하는지, 굳이 해보지 않아도 알겠더라.”

황홀경에 젖은 그녀가 비부를 내렸다. 민감한 남근 끝으로 여체의 가장 은밀한 부위가 맞닿았다. 처음부터 내던진 상의와는 다르게 스커트는 아직 벗겨지지 않았다. 해서 가려져 보이지는 않았으나 오히려 그것이 안현의 욕망을 쉴새 없이 건드렸다. 

미끌거리는 감촉. 팬티는 챙겨 입었는지 천의 감촉이 느껴지나 얇은 천은 흠뻑 젖으며 그 기능을 잃어버렸다. 천 너머로 그녀의 부드러운 살의 감촉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금방이라도 잃어버릴 듯한 이성 속에서 안현은 꿋꿋이 입을 열었다. 

“…대체 그런 말을 왜 하시는 거예요.”

“…….”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질투심과 혼란스러움. 여러가지 감정으로 일그러진 안현의 얼굴을 본 정하연은 가슴에서 폭발할 듯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걸 느꼈다. 그녀가 지금 느끼는 감정. 그것은 바로 환희였다. 

“…좋아서.”

“…네?”

“네가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나를 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질투심에 가득 얼룩진 그 모습도 좋아. 지금은 그게 제일 좋아.”

“…….”

“…이런 내가 싫어졌니?”

안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었다. 조금 놀라긴 했어도 정하연을 사랑하는 마음엔 조금의 의심도 없다. 

“아니요. 제가 누님을 싫어하다니, 그런 일은 죽어도 없어요.”

“그러니? 그런 말 조차도 너무 기쁘네.”

정하연의 환한 미소에 안현의 낯이 다시 멍해졌다. 그리고 순간 귀두를 감싸는 따뜻한 감촉에 안현은 황급히 아래를 쳐다보았다. 속옷이 가로 막고 있음에도, 여인의 비부가 남근을 짓누르며 내려오고 있다. 

천에 막혀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음에도 정하연은 꿋꿋이 엉덩이를 내렸다. 이미 흠뻑 젖은 상태라 천만 없었다면 아무런 막힘 없이 삽입되었을 것이 분명한 상황.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몰라도 안현에게는 크나큰 자극으로 다가왔다. 

“누님……. 저……. 안돼요.”

“…뭐가 말이니?”

“…이제는 하고 싶어요.”

안현의 애처로운 목소리에 정하연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돌연 허리를 움직였다. 아래로 짓누르던 엉덩이를 옆으로 살짝 비틀자. 

쑤욱.

“읏?!”

남근을 두고 떨어져 있던 남녀의 하반신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철썩, 하고 남녀의 살이 부딪혔다. 

“아윽……?!”

“…….”

정하연이 의도적으로 허리를 비튼 순간, 가까스로 버텨내던 천이 젖혀지며 그대로 삽입이 된 것이다. 안현은 순간적으로 뜨거운 늪에 빠진 감각에 입을 뻐끔거렸고 정하연은 가만히 고개를 내렸다. 안현의 복부를 짚은 정하연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찔꺽, 찔꺽, 찔꺽.

“아아……! 누님……! 누님……!”

“…….”

“드디어……. 누님하고 이어지게 됐어……. 그렇게 꿈에서 그리던 누님하고……. 드디어……!”

드디어 소망이 이루어진 사내의 감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하연은 일절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정하연은 정하연 나름대로 경악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마, 말도 안돼. 이건……. 진짜 말도 안돼!’

속을 가득 채우다 못해 장기를 밀어버리는 감각에 숨이 절로 막혀왔다. 안현을 괴롭히며 즐기려 했던 생각과는 다르게 삽입한 순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허리를 움직이고 있는 건 그녀의 마지막 이성이었다. 가만히 있다간 안현에게 들통날 것을 염려해 온 힘을 다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누나……. 누나……!”

“으흥흥……! 하읍!”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쾌감과 감격을 참지 못한 안현이 돌연 정하연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입술을 꾹 물어 신음을 참아내던 정하연의 입이 열리며 뜨거운 호흡과 함께 신음이 터져 나왔다. 

“우으응……! 흐응! 흐으응……! 하악……!”

“누님, 뜨거워요. 질척하고 기분이 좋아서……. 미칠 것 같아요!”

“아, 안대……. 이럴 때 키스는 안대에에!”

꾹 눌러왔던 마음은 호흡이 터져나오면서 제어할 수 없게 되었다. 동시에 몸을 지배하는 쾌감에 정하연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반면에 정하연의 신음소리에 이성을 잃은 안현은 자제력을 잃고 허리를 튕겨 올리기 시작했다. 

“아으윽?! 아, 안돼……. 현아……. 조금 천천히…….”

“누님! 누니임!”

김수현을 웃도는 거근이 살을 헤집고 침투한다. 순식간에 뿌리까지 박힌 남근이 언제 그랬냐는 듯 귀두까지 뽑혀 나간다. 내장이 한순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감각에 정하연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질척거리는 애액 소리에 그녀의 머리가 더욱 혼잡해졌다. 

‘아, 안돼……. 이건 버틸 수가 없어……!’

그토록 크기를 강요하던 여성들. 직접 느껴보니 전혀 쌩뚱 맞은 소리가 아니었음을 인정했다. 자신만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던 게 무색하게 너무나도 쉽게 휘둘린다. 

“아흠…….”

다시 안현이 입을 맞춰왔다. 입술을 벌리고 침입해 들어오는 설육에 머리가 더욱 뜨거워진다. 입안을 이리저리 헤집는 사내의 혀와 아래쪽에서 쉴새 없이 쳐올리는 감각에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런 그녀의 가슴을 안현의 손이 움켜쥐었다. 동생이라고만 생각했던 남자에게 이리저리 주물러지는 감각에 정하연은 머리가 녹아 내리는 것만 같았다. 떡 주무르듯 움직이던 사내의 손가락 사이로 분홍 유실이 빼꼼 모습을 드러낸다. 

“누님……. 예뻐요.”

“…하응……! 지금 이 상태에서……. 그런 말으은……! 치사해에에!”

“누님……. 뜨거워요……!”

“너, 너도……. 너무 뜨거워어엇!”

여인의 간드러지는 소리에 남자의 움직임이 더욱 격해졌다. 정하연은 본능적으로 안현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안겨져 있는 사내가 힘차게 허리를 튕겨 올렸다. 안을 헤집는 사내의 물건을 느끼며 허덕이던 정하연은 순간 유두에 느껴지는 단단한 감촉에 허리를 비틀었다. 

“아흣!”

젖가슴에 묻혀 안겨있던 안현이 이로 유실을 깨문 것이다. 젖가슴을 만지던 손을 어느새 뒤로 돌려 가는 허리를 움켜쥔다. 

“아흑!”

“쭙, 쭙, 쪼옵.”

유두를 집요하게 빨아들이며 안현이 손을 옮겼다. 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손이 돌연 그녀의 엉덩이를 강하게 쥐었다. 가슴을 주무르던 것처럼 부풀어 오른 엉덩이를 이리저리 주물럭거리자 여인의 허리가 파르르 떨렸다. 

“아, 안돼……. 그건.”

“누님……. 보고 싶어요.”

“…현아.”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낀 정하연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애타는 안현의 눈빛을 보니 다시 마음이 꺾이는 걸 느꼈다. 그녀가 머뭇거리자 안현이 행동으로 옮겼다. 

스르륵. 

지금까지 의미없이 지켜오던 옷자락이 마침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옆으로 둘러 입을 수 있는 스커트였기에 남녀가 이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무사히 탈의에 성공했다. 그러자 아직까지도 보지 못했던 정하연의 은밀한 부위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도 서로의 하반신이 꼭 붙어있는 상태라 안현의 시야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가 살포시 정하연의 입술에 입을 맞추면서 그녀의 어깨를 밀어내었다. 정하연이 안현을 끌어안으며 거부했다. 

“보, 보지마…….”

이미 섹스까지 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뭐가 부끄럽겠냐마는. 그래도 부끄러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보고 싶어요, 누님 거.”

“…….”

“누님도 제거 보셨잖아요……. 저도 누님의 그곳……. 세심하고 보고 싶어요.”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정하연은 끝내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안현의 애처로운 저 눈빛을 보면 아무 것도 강요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임무장에 결제를 찍어줬던 이유도 저 눈빛 때문이었다. 

그동안에도 잠시 망설인 정하연이었지만 끝내 팔에 힘을 빼며 안현과 몸을 떼었다. 그녀가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안현의 팔에 의해 잠깐 눕혀지는 듯한 자세로 정하연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와…….”

살짝 떨어진 남녀. 그러나 결합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안현의 시야에 너무 확연히 들어왔다. 

머릿 빛과 같은 푸른 빛깔이 멤도는 작은 수풀림. 그녀의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것인지 모를 액으로 젖어 반들거리는 음모를 보며 안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상태로 안현은 정하연의 허리를 받치고 있는 팔에 힘을 더 뺐다. 정하연의 상체가 더욱 눕혀지며 연결부위가 보다 잘 보이기 시작했다. 

음모 아래로 모습을 빼꼼히 드러내고 있는 작은 콩알. 그 아래로 힘껏 벌려진 연약한 분홍색 살이 그녀의 심정을 나타내 주듯 쉴새 없이 파르르 떨린다. 안현은 속으로 다시 감격했다. 아까부터 느껴지는 이 작은 진동 같은 조임이 바로 이것 때문이었구나. 

그리고 그 소중한 살을 한껏 벌리며 틀어박혀 있는 남근에 절로 뿌듯함이 든다. 아직까지도 현실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 꿈만 같았는데 이제야 확연히 느껴진다. 지금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다 확실하게 인지한다. 

“누님……. 여기……. 누님과 제가 이어져 있어요.”

“마, 말하지 마…….”

“이거 같이 봐주세요……. 두 번 다시 잊지 못할 순간이니까……. 같이 봐주세요.”

다시 끌어올려진 덕에 정하연과 안현이 마주보는 형태가 되었다. 안현의 위에 앉아있는 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정하연이 서서히 손을 떨구었다. 그런 손을 안현이 부드럽게 잡았다. 잠시 동안 눈빛을 교환하던 남녀는 동시에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아.”

“보이세요? 누님과 저의 연결점이……. 누님과 제가……. 절대로 이어질 수 없었던 저희가 이렇게 이어져 있는 모습이 보이세요?”

“…응, 보여.”

남녀간의 결합. 섹스를 하면 필수적으로 행해야만 행위이건만, 안현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정하연에게도 그 모습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가 정하연의 미세한 떨림을 느끼듯, 그녀 역시 안현의 맥동을 그대로 느꼈다. 단순히 뛰는 박동임에도, 그 하나하나가 자신에게 보내는 애정같이 느껴졌다. 

“누님……. 조여요.”

“…네가 커진 거야.”

자신의 음부에 파고든 남근을 보며 정하연의 복부에 힘이 들어간 것이지만. 정하연은 웃으며 받아 쳤다. 다시 둘의 입맞춤이 이어졌다. 그리고 안현의 허리를 다리로 휘감은 정하연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인 순간, 둘의 행위가 다시금 시작되었다.

< M E M O R I Z E - IF편 [용이 잠든 산맥 징계편 #003] >

안현의 허리를 다리로 감싼 정하연이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그런 그녀의 하얀 엉덩이를 양 손으로 주무르며 안현 역시 그런 그녀의 행동을 도와주었다. 

퍽, 퍽, 퍽. 

“하응……! 읏, 으흥……!”

정하연의 허벅지에 근육이 도드라졌다 풀리길 반복한다. 서로 고리가 되어 걸고 있는 그녀의 발가락이 꼿꼿하게 세워졌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남성을 느끼기 위해 음부에 힘을 주고 있는데 안현의 손이 엉덩이를 일그러뜨릴 때마다 그런 집중력이 흐트러져 버린다. 그 엇박자가 그녀의 예상을 깨버려 점차 안현의 물건에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아, 안돼엣……. 너무 강해, 현아……. 조금만 천천히…….”

“헉, 헉. 헉.”

무차별한 공격. 결국 정하연의 신경은 오로지 발가락 끝에 몰려 버렸다. 운동을 할 때 근력이 부족하면 원하던 부위에 집중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정하연도 음부 쪽에 신경을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 결국 그녀가 원하던 행위가 되어버리지 않고 안현에게 휘둘리게 되었다. 

“아흑……. 아흑! 나, 가아앗!”

“윽, 누님!”

다시 불규칙적으로 진동하는 살결. 양물을 으스러뜨려라 조여오는 감각에 안현도 허벅지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강제적으로 뽑히는 느낌에 사정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괄약근을 조인다. 

파르르 떨리는 여신을 느끼며 안현 역시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여성의 절정. 그것도 정하연의 처음 보는 모습에 다시금 흥분이 올라온다. 

“…누님.”

“하으으……. 으응…….”

턱을 천장으로 들고 파르르 떨던 정하연이 고개를 내렸다. 안현의 뜨거운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가 자연스럽게 입술을 맞추어왔다. 

“츄릅, 쮸읍, 쯉.”

“쬽, 쬬옵, 쬽.”

서로의 입술을 찹쌀떡 먹듯이 입술로 베어 문다. 서로의 입술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놓을 생각으로 물고 빨던 둘은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혀를 내밀어 얽히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뒤엉키던 혀는 완전히 가까워진 입술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남녀의 혀가 이곳 저곳을 헤집으며 그들의 볼이 올록볼록 변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행위. 

“으응……. 으으응…….”

조금 쉬어 가려는 걸까? 더 이상 격한 움직임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서로 꼭 붙어있는 상태에서 정하연이 원을 그리듯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찔꺽, 찔꺽.

“하응……. 응…….”

여인의 엉덩이가 움직이며 사내의 남성이 이리저리 이끌린다. 단순히 비비는 행위였지만 안현은 형용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삽입하는 마찰보다 움직일 때마다 여러 방향으로 조여오는 감촉에 몸을 떠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는 약간 부족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방금까지 쾌락을 따라 마음껏 움직이던 몸. 템포를 죽이니 마음이 조급해 지기 시작한 것이다. 

“누님……. 저 움직이고 싶어요.”

“으응……. 조금만 더…….”

그러나 그런 안현의 간청을 정하연은 거절했다. 오히려 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어깨를 강하게 짓누른다. 근접 특성인 만큼 아무런 통제도 되지 않는 미약한 행위였으나 안현은 그녀의 손에 의해 꼼짝도 하지 못했다. 

“으응……. 쭙, 쭙.”

“아흑!”

그런 애타던 안현의 얼굴을 본 정하연은 문득 다시 피어 오르는 욕망을 느꼈다. 안달난 안현의 표정에 좀더 괴롭히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은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안현을 꼼짝도 못하게 속박해 놓은 후 고개를 내렸다. 허리를 구부려 안현의 탄탄한 가슴에 입술을 가져갔다. 자신의 표식을 새기듯 안현의 가슴에 입술을 맞추던 정하연은 안현의 젖꼭지를 입술로 살짝 베어 물었다. 

“누, 누님……. 이건 남자가 여자한테 해줘야 하는……. 흑!”

“쭙, 할짝, 할짝……. 쪼옵, 쭈웁.”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정하연의 행위가 격해졌다. 

입술로 살짝 베어 물던 그녀가 이를 쓰기 시작했다. 단단하게 솟은 유두를 앞니로 잘근잘근 깨물더니 입술로 베어 크게 빨아들였다. 안현의 귓가에 생생히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정하연은 안현의 젖꼭지를 빨았다. 

“으흑!”

“흐응……?!”

그 쾌감에 놀란 걸까? 돌연 안현이 허리를 튕겨 올랐다. 안현의 유두를 애무하던 정하연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으흑……. 흐응……. 흠…….”

안현이 흐느끼는 소리. 그것만으로 정하연 역시 엄청난 흥분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절로 요동치는 질. 끊임없이 꿀물을 쏟아내는데 갑자기 굵직한 봉이 찌르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하연은 안현을 진정시키고자 그의 뒤로 손을 돌렸다. 그의 엉덩이 부분을 토닥여주며 부드럽게 유두를 핥는다. 마치 어린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부드럽고 아늑하게. 

하지만 그것은 정하연의 실책이었다. 갑작스레 민감한 부분을 건드는 손길. 그 손길에 놀란 안현이 다시금 허리를 튕겨 올렸다. 

“하응?!”

“누, 누님!”

깜짝 놀라 엉덩이를 들던 정하연을 안현이 그대로 꽉 껴안아 버렸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몸을 돌려 자세가 반전이 되었다. 

“혀, 현아? 자, 잠깐만.”

“누님, 저 이제 못 참겠어요. 아니, 참고 싶지 않아요!”

“잠시만 진정해봐. 아직 끝난 게 아니니……. 까아으으윽?!”

정하연의 허리가 돌아갔다. 의자에 등을 대고 누운 자세에서 다리만 돌아가 옆으로 비틀린다. 그런 자세에서 안현은 양물을 음부에 갖다 대었다. 조금씩 비집고 들어오는 존재에 정하연이 몸을 떨었으나. 

“허읍……?!”

안현은 거침없었다. 단숨에 뿌리까지 박아 넣은 뒤 파르르 떨리는 여체의 반응을 조용히 즐긴다. 

“…누나, 움직일게요.”

정하연은 답하지 않았다. 아니, 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더 이상 안현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목이 꺾여라 얼굴을 돌린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파르르 떨고 있을 뿐이었다. 

찔꺽, 찔꺽.

거절은 아니니 안현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아니, 거절을 했어도 움직였을 것이다. 안현도 행위를 길게 끈 탓에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여러 전희도 좋지만 일단 한번은 쏟아내야 직성이 풀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굵은 양물이 여인의 안을 다시 헤집기 시작한다. 

척, 척, 척, 척.

천천히 안을 음미하던 양물이 점차 빠르게 왕복하기 시작한다. 흠뻑 젖은 음부에서 살이 부딪힐 때마다 작은 물방울이 튀어 의자를 적셨다. 점점 질척해 지는 소리가 남자와 여자의 귓가에 모두 들려왔다. 그에 반응하 듯 남성의 음부가 더욱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으으으…….”

“누님……. 누님의 신음소리 듣고 싶어요.”

“시, 싫어……!”

허리를 숙여 정하연의 안을 헤집으면서 안현은 정하연의 얼굴에 다가갔다. 얼굴을 가린 가는 손목을 잡아 당긴다. 그녀가 몸을 비틀며 반항했지만 조금 더 힘을 주자 곧 무력하게 방어가 해제된다. 

“…….”

여전히 돌리고 있는 얼굴. 안현이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잡아 당기듯, 입술과 혀로 그녀의 볼을 자극해 당긴다. 눈을 꼭 감고 버티던 정하연은 곧 뱃속 깊은 곳을 쿡쿡 찌르는 감각에 안현의 뜻대로 행할 수밖에 없었다. 

“아흐응! 아, 알겠어. 알겠으니까 거기 그만 찔러엇!”

“누님이 좋아하는 곳 여기군요!” 

“아, 안돼!”

정하연의 얼굴은 이미 엉망진창이 된 후였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은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침을 흘려내고 있었다. 자꾸만 뒤집히려는 눈을 어떻게든 붙잡아 놓으려 하지만 안현의 맹 공세에 위태롭기 그지없다. 

“아아아아아……! 가, 가아아! 또 가아아아!”

그런 상태에서 안현이 가장 깊숙한 부분을 집중 공략한다. 이를 악물고 버티던 정하연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큰 절정을 맞이했다. 미칠 듯이 조이는 음부. 안현 역시 헛숨이 들이켜질 만큼 어마어마한 자극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으으…….”

새된 비명까지 지르며 성대한 절정을 맞은 정하연이 추욱 늘어졌다. 엄청나게 조이던 음부도 서서히 긴장이 풀려가는 걸 느낀 안현은 다시 천천히 움직임을 재개했다. 

“아으으……. 혀, 혀나……?”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정하연이 놀라 불렀으나 안현은 멈추지 않았다. 절정을 맞이한 정하연처럼, 자신도 성대한 절정을 맞이하고 싶다, 이 생각밖에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 

척, 척, 척, 척, 척.

“으흐으읏……! 으그극?!”

“헉, 헉. 누님……. 누님!”

정하연의 입에서 쉰 소리가 흘러나왔다. 잔뜩 지친 상태에서 더 이상 신음을 흘릴 체력도 없다. 하지만 전신을 꿰뚫는 저릿한 쾌감에 절로 소리가 생겨 나와버린다. 

정상적이지 않은 신음. 쾌감에 부르짖는 그 소리에 안현의 허리가 더욱더 빨라지기 시작한다. 

퍽, 퍽, 퍽, 퍽.

“누니임! 누니이이임!”

“으흐흑?! 으히이익?!”

정하연의 허리가 다시 꺾였다. 활처럼, 부러질 듯 뒤로 꺾이는 그녀의 몸을 힘껏 끌어안고 안현은 온 힘을 다해 허리를 전진했다. 조여오는 그녀의 음부와 자신의 살과 부딪히며 울리는 소리가 안현의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다시 한번 정하연이라는 여자가 자신의 품에 안겨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남아있던 흥분을 모조리 한곳에 집중시킨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으히이익?! 오오오오옷?!”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소리. 안현은 이를 악문 채로 행위에 집중했다. 그리고 최고조에 이른 순간 정하연의 귓가에 속삭였다. 

“누, 누님! 안에……. 안에다 해도 되죠?”

“으흐으으읏?! 아네. 아네에에에에엣?!”

허락인지, 거부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다시금 절정을 맞이하는 정하연을 보며 안현은 멈추지 않았다. 있는 힘껏 허리를 집어넣은 채로 지금까지 참아왔던 모든 정을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에 모조리 쏟아낸다. 

뷰르르릇. 뷰릇. 뷰르륵.

“학……!”

정하연 역시 다시 온 절정에 온몸을 경직 시킨 뒤였다. 경악한 얼굴로 입을 크게 벌린 그녀가 그 상태로 굳어졌다. 

갑작스레 조용해진 홀. 남녀간의 뜨거운 열기만이 가득한 그곳에서 두 남녀가 모든 행동을 멈춘 채 간헐적으로 몸을 떨었다. 그때까지도 남자는 몸을 떨며 남아있는 정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허어억.”

“하아악!”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호흡이 터져 나왔다. 오랜 절정의 끝. 드디어 사내의 사정이 끝난 것이다. 

정하연을 부여잡고 온 힘을 다하던 안현이 추욱 늘어졌다. 격정의 쾌락속에서도 정하연에게 부담 가지 않도록 버티던 체중이 덮어오자 정하연도 움찔 떨며 반응했다. 

그런 침묵 속에서 먼저 움직인 건 정하연이었다. 부들부들 떨며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팔을 들어 안현의 등을 감싼다. 그리고 수고했다는 듯 조심스레 쓰다듬자 안현도 움찔 떨며 반응했다. 

“누님……. 괜찮아요?”

“…으.”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로 탈진한 걸까? 문득 미안함 감정이 들면서도 내심 뿌듯하다. 처음이지만 정하연을 만족시켰다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 수고했어.”

다시 마주한 시선. 그런 안현을 보고 정하연은 수고했다, 라고 말을 건넸다. 

평소 같았으면 누님도요, 라며 마주 받아줬을 테지만. 

“…….”

지금은 달랐다. 정하연은 힘낸 안현에게 칭찬을 해주면서도 이 행위의 끝을 알린 것이다. 

그건 싫었다. 처음엔 손만 잡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했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던가. 이대로 그녀와의 관계를 끝낼 수는 없었다. 

“아직. 아직이에요.”

“…현아?”

“아직……. 오늘 밤은 끝나지 않았어요.”

“현이, 너…….”

풀렸던 정하연의 눈에 다시금 힘이 돌아온다. 이러면 안된다고, 약속이 다르지 않냐며 안현을 타이르려 했지만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결합부. 그곳에서 누그러져 있던 물건이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안돼. 현아. 이 이상은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은…….”

“누님, 사랑해요.”

“……!”

기습적인 고백.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듯 애처로운 얼굴의 안현을 본 정하연은 금방이라도 밀어내려 했던 손을 다시금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 안돼……. 이 아이를……. 나는 밀어낼 수가 없어…….’

애초에 밀어내려 했으면 처음부터 밀어 냈어야 했다. 이미 한번 관계를 맺은 이상 돌이킬 수 없다고 정하연은 인정하고 말았다. 

“누님……. 누님……!”

“…현아.”

천천히 다가오는 입술. 정하연은 눈을 감고 그의 마음을 받아주었다. 다시금 움직이는 그의 남성. 뱃속을 가득 메운 정을 헤집으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움직임에 정하연은 다시 뜨거운 숨을 내뱉기 시작했다. 

*

[오케이. 인지했습니다. 하연의 말이니 만큼 다른 이견을 달 필요가 없겠죠.]

“…과찬이세요.”

업무 책상 앞. 수정구 너머로 보이는 사내의 미소에 정하연도 마주 미소 지었다. 잠시간 시선을 교환하던 남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달 보고는 이것으로 마치죠. 이번에도 완벽해요, 하연.]

“다행이네요. 조금이라도 테클 당할까 노심초사 하고 있었어요.”

[어디든지 꼬투리 잡아서 걸어보려고 했는데 흠잡을 곳이 없네요.]

보고 시간이 끝나자 두 남녀의 대화가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잠깐의 잡담을 주고받다가 수정구 속의 사내, 김수현이 대뜸 물었다. 

[안현은 어떱니까?]

“…현이요? 현이야 매일 같죠. 아침 일찍 나가서 일 처리 하고 다니다가 저녁에 들어와서는 뭐…….”

[또 잠도 안자고 수련하덥니까?]

“…네.”

김수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하다는 듯이 앞머리를 벅벅 긁는다. 

[걔는 조금 열정 좀 줄이라고 내보냈더니만 더 하고 앉아있네. 하연이 조금 말려보지 그래요?]

“제가 말려도 듣나요……. 더 노력해야 된다고 더 분발하기나 하죠.”

[음, 그것도 명령 불복종인데.]

김수현이 턱을 쓰다듬으며 읊자 정하연이 화들짝 놀랬다. 

“서, 설마요. 현이가 정말 그러겠어요? 다 자기도 도움이 되려고…….”

[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뭘 그렇게 당황합니까? 당연히 안현이 무슨 생각 하는지는 잘 알고 있죠.]

“…수현이 농담하면 농담 같지가 않은 거 알아요?”

정하연이 새초롬하게 핀잔을 주자 김수현이 다시 하하, 웃었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김수현이 통화의 종료를 알렸다. 

[이만 업무 때문에 들어가 볼게요. 하연, 힘들겠지만 조금만 참아요. 업무도 쉬엄쉬엄 하면서 편하게 휴가 갔다 온다, 라고 생각하고 즐겨요.]

“…네, 알겠어요.”

[네, 그럼 다음에 보죠.]

이윽고 마력이 끊기며 김수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허리를 곧게 세우던 정하연도 긴장이 풀렸는지 긴 숨을 흘리며 고개를 떨궜다. 

“쮸릅, 쮸릅, 쯉.”

“하윽……?!”

아니, 긴장이 풀려서가 아니었다. 무언가 흡입하는 소리. 그것이 다시 크게 울리자 접혔던 정하연의 허리가 다시 활처럼 튕겨져 휘었다. 

“아응! 흐으응!”

“쯉, 쮸릅, 츄르릅.”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던 정하연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로 힘껏 밀었다. 바퀴가 달린 의자가 밀리며 그녀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린다. 그러자 책상 안에 있던 자태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잘 차려 입은 정복. 그런 상의와는 다르게 하의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정숙하던 상반신과는 다르게 하반신은 음부가 다 보이도록 한껏 벌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 은밀한 부위에 안현이 머리를 틀어박은 채 열심히 혀를 놀리고 있었다. 

“아으응……. 너어, 진짜 이럴 거야?”

“으응? 쯉, 쮸르릅.”

“흐응……!”

정하연의 핀잔에도 안현은 혀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으로 대답하는 듯 그럴 때마다 그녀의 민감한 콩알을 힘껏 자극했다. 

결국 느끼다 못해 허리를 빼려던 정하연은 강하게 붙드는 손길에 다시 의자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허벅지를 통째로 팔로 감은 안현은 더욱 그녀의 안쪽을 향해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응……! 수현이 알면 어떻게 하려고 해……. 흐으응!”

안현의 머리를 밀던 정하연의 손길이 약해진다. 그 손길은 순식간에 뒤바뀌어 그를 당기는 손길로 변했다. 

사무실에서 하반신을 다 드러내놓고 남성의 머리를 잡아 끄는 여인. 그 배덕감 넘치는 상황에서 여성의 허리가 퍼뜩 튀어 올랐다. 여태껏 분홍 살갗만 핥던 혀가 한껏 벌려진 음부 안을 깊숙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민감한 내벽을 비집으며 들어온 혀. 마치 연체동물이라도 된 것 마냥 이리저리 찌르며 들어오는데 정하연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흐느끼기만 할 뿐이었다. 

“하, 하윽……. 나, 나 가아……!”

고개를 든 채로, 손가락을 깨물던 정하연이 절정을 받아들이려는 순간이었다. 돌연 안현이 혀를 빼며 뒤로 물러났다. 한순간에 쾌감이 빠져나가자 허전함에 눈을 동그랗게 뜬 정하연은 이내 굵직한 남근을 잡고 다가오는 안현을 보며 저도 모르게 감탄을 흘렸다. 

“…누님도 원하죠?”

“…모, 몰라.”

“원하면 직접 말해주세요.”

정하연은 망설였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너, 넣어줘.”

“에이, 똑바로 말하셔야죠. 그렇게 말하면 전 몰라요.”

“너, 너의 그 자지……. 내 안에 넣어줘…….”

그녀의 음란한 말에 남근이 불끈 튕겨져 올랐다. 안현의 심리를 고스란히 나타내주는 그의 아들. 그것을 모두 아는 정하연은 자신의 음란한 말에 격하게 반응하는 남성을 보며 하복부가 저릿해져 옴을 느꼈다. 

자신의 꾸밈없는 말에 남성이 크게 흥분한다. 아무런 자극을 하지 않았음에도 귀두 끝에서 흘러나온 투명한 액체에 젖은 남근을 보며 정하연도 하복부에서 흐르는 뜨거운 애액을 느꼈다. 

이대로 안에 넣는다면……. 분명 자신도, 안현도 크게 만족할 것임을 그녀는 확신했다. 

“네, 네. 갑니다. 가요.”

그것을 알고 있는 건 안현도 마찬가지. 굵직한 남근을 손에 쥐고 다가간 다음 여인의 음부에 맞춘다. 힘뻑 젖은 살을 느끼려는 듯, 위아래로 문지르기 시작하자 정하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으응……. 좋아…….”

“이것만으로 만족해요?”

“아니……. 안쪽을 헤집어주는 게 좋아.”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엄청난 쾌감으로 와 닿는다. 정하연과 첫 관계를 가진지 무려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많이 바뀌어 있는 상태였다. 

단 하루도. 두 달 동안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서로의 몸을 탐했다. 마치 허물어진 댐처럼, 넘쳐 흐르는 욕망은 점차 커져만 갔고 그것을 통제하는 이성은 점점 허물어져만 갔다. 이번 한번만이라는 서로의 맹세가 깨어진 순간, 둘을 막을 벽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당연히 변할 수밖에 없었다. 정하연은 자신의 욕망에 대해 솔직해져 갔고 안현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반면에 안현은, 여자의 몸을 알기 시작한 후로부터 커져가는 욕망을 모조리 정하연에게 쏟아내었다. 

해가 지고부터, 해가 뜰 때까지. 그리고 일을 해야할 일과시간마저 서로에게 욕망을 풀던 둘에게 있어 어느새 성교의 존재는 크게 변해 있었다. 밤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은밀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에 있어 당연히 있어야 할 일과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변해가는 욕망의 형태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침실이 아닌 곳에서의 섹스. 처음이야 술과 분위기에 취해 홀에서 일을 치렀다 하더라도 맨 정신으로 침실이 아닌 곳에서 관계를 갖기란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었다. 

처음은 문을 연 상태에서 하기. 그리고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복도로 영역을 넓혀 나가다가 이제는 사무실에서 거리낌없이 섹스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이 뿐이랴. 

“하응, 좋아……. 좋아아…….”

서로에게 자극이 될만한 행위를 서슴없이 하기 시작했다. 의자에 반쯤 누워 다리를 활짝 벌린 정하연은 넣을 듯 말 듯 애태우는 안현의 행위에 참지 못하고 음부로 손을 가져갔다. 가는 손가락으로 한껏 부푼 음핵을 이리저리 자극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살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문대기 시작했다. 

“아으응! 넣어줘, 넣어줘! 빨리 넣어줘어!”

촥, 촥, 촥, 촥, 촥.

“…….”

자신의 양물을 원하며 소리치는 여인. 자위까지 해가며 원하는 모습을 보고 흥분하지 않을 남성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을 증명하듯 안현의 양물이 한층 더 커지며 붉게 충혈되었다. 

양물 위로 쏟아지는 애액들. 그 뜨거움을 느끼던 안현은 그대로 허리를 앞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아, 잠시만요. 진짜 잠시만요.”

“아으흑……. 왜 또……?”

“이걸 깜빡했네요.”

잠시 주머니를 뒤적거린 안현이 책상 위로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또르르 한쪽으로 굴러가던 무언가가 책상 한 가운데서 멈추었다. 그것을 본 정하연의 눈이 동그랗게 치떠진다. 

“너……. 진짜로…….”

“왜요? 누님도 굉장히 좋아하셨잖아요. 저 몰래 저걸 보면서 자위까지 하셔 놓고선.”

“모, 몰라.”

안현이 꺼내놓은 것은 바로 녹화용 수정구였다. 통신 기능을 빼버린 주변을 녹화하는 용도의 수정구. 

이건 며칠 전부터 시작한 플레이로 안현의 단독적으로 이루어졌던 행위였다. 하지만 마력에 민감한 정하연에게 들키게 되었고 그녀의 화가 떨어지며 모두 빼앗기게 되었는데, 어느 날 용서를 구하기 위해 몰래 정하연의 방으로 찾아갔던 안현은 수정구의 녹화본을 보며 자위를 하고 있는 정하연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누님도 느끼셨죠? 누님이 저한테 박히면서 허덕이는 모습을 보면서 자위하셨잖아요.”

“모, 몰라……. 그런 거 묻지마.”

“누님. 완강한 부정이 아니면 인정하는 거나 다름 없는 거 알아요?”

정하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분한 얼굴로 무언가 말하려 하는 순간 안현이 그대로 허리를 앞으로 내질렀다. 

“아하아악! 커, 커어……!”

“끄으으, 뜨거워요 누님.”

이미 축축하게 젖은 음부 사이로 굵직한 남근이 매끈하게 드나들었다. 그녀의 안을 이리저리 쑤시던 안현이 안쪽 끝으로 밀어 넣으며 정하연에게 작게 속삭였다. 

“누님……. 좋아요?”

“조, 좋아……. 커서 좋아아……!”

“누님……. 제가 더 기분 좋을 것 같은 걸 생각해 왔는데…….”

“흐으응……. 더, 기분 좋은 거……?”

안현이 허리를 꿈틀대며 끄덕였다. 정하연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불안한 눈으로 안현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시선에서 묘한 기대감이 흘러나오는 걸 발견한 안현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면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 다음에는 가면 쓰고 녹화하죠.”

“가, 가며언……? 으항아앙……!”

“가면 쓰면 우리가 누군지 모를 거 아니에요? 그 수정구를 길거리에 뿌리는 거죠.”

“마, 말도 안돼, 흐응!”

정하연이 미쳤나며 고개를 내저었다. 안현은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며 허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한껏 벌려진 그녀의 다리가 안현의 몸에 눌려 더욱 벌어졌다. 그녀의 몸이 안현의 몸에 휘둘리며 크게 흔들렸다. 

“아아아앙! 안돼에에! 안돼! 그것만은 절대로 안돼에엣!”

“…왜요? 우리라는 걸 들키지 않을 텐데.”

“그, 그래도……. 나를 다른 남자들한테 보인다는 거잖아아!”

쾌락에 몸을 떨며 몸부림치는 정하연이었으나 내심 서운함을 느끼는 상태였다. 김수현을 배신하고 안현과 몸을 섞는 사이라지만, 자신을 소중하게 해주길 바라는 여심 때문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안현의 움직임이 다시 부드러워졌다. 다시금 잔잔해 지는 쾌감에 정하연이 작게 숨을 골랐다.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구나, 우리 누님.”

“너……. 너무해……. 아무리 그래도 난 네…….”

여자인데. 그 말을 정하연은 차마 하지 못했다. 뻔뻔하게도 김수현이 떠올랐기에. 

그런 정하연을 보며 안현도 숨을 골랐다. 여전히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이며 정하연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사인다. 

“…그래도 기분 좋을 텐데요?”

“흐응……. 흐응…….”

“누님의 보지가 제 자지에 박히는 걸 보면서 수많은 남자가 자위할 텐데.”

“흥앗……!”

정하연이 움찔 떨었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는 척, 다시 행위에 집중하려는 모습이었으나 안현은 확실하게 느꼈다. 안쪽이 갑작스레 쫄깃하게 당겨오는 감촉을.

‘역시 누님은 이쪽에 취약해.’

이미 반쯤 넘어왔다. 그렇게 판단한 안현이 다시 정하연의 하복부를 쑤시기 시작했다. 양 다리를 팔에 걸쳐 올리며 그녀가 힘없이 박힐 수밖에 없도록 몸을 고정시키고서. 

퍽, 퍽, 퍽, 퍽.

“아아아아! 아아앙!”

“이렇게 다리를 활짝 벌리고서 남자에게 박히는 누님을 보면서 다들 자지를 잡고 흔들 거라고요!”

“아아아앙! 싫어어어!”

“다들 누님 보지를 쑤시고 있는 게 제가 아니라 자기였으면 하는 상상을 하면서 흔들다가 그대로 싸버릴 거라고요! 누님을 임신시키는 상상을 하면서!”

“하앙! 하으응! 흐으응?!”

정하연의 허리가 붕 떠올랐다. 절정을 맞이하려는 동작이지만 안현에게 하체가 단단히 붙잡혀 있어 더는 움직일 수 없다. 

불편한 자세에서 절정을 맞이한 정하연이 몸을 크게 틀었다. 그러나 안현은 풀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불규칙적으로 조여오는 감촉을 느끼며 남근을 깊숙이 쑤셨다. 그녀가 더욱 크게 흔들리도록. 

“아, 안돼에에! 지금 흔들지 마아앗!”

“누님, 누님……. 누님, 다들 누님을 연호하면서……. 정액을 싸지를 거라고요……. 누님의 얼굴에, 가슴에……. 보지에, 자궁에. 싸지르는 걸 상상하면서 매일매일 자위할 거예요.”

“흐으어엉…….”

“생각만해도 짜릿하죠? 말 하지 않아도 알아요. 누님의 여기가 조여오면서 대답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우리……. 해요.”

“아, 안돼에에…….”

힘없는 저항. 그것을 느낀 안현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정하연의 깊숙한 곳을 찌르는데 집중한다. 퍽퍽퍽, 그녀의 내부가 통째로 흔들리는 걸 느끼며 안현은 폭발할 듯한 쾌감에 그대로 정을 토해냈다. 

“으히이익?!”

“끄으윽…….”

머리가 새하얘지는 쾌감 속에서 안현은 간신히 정신을 붙잡았다. 그리고 또다시 망가져버린 정하연의 귓가에 다시 한번 묻는다. 

“누님……. 하실 거죠? 누님이 자지러지는 모습, 녹화해다가 길거리에 뿌리실 거죠?”

“으으으으……. 흐으으…….”

철썩. 

“하, 할게에……. 할테니까……. 좀 쉬게 해줘어…….”

드디어 떨어진 승낙. 안현이 환하게 미소지었다. 

“알겠어요. 누님! 바로 준비하게요. 아, 그전에 한발 더 빼고.”

“아아아아아……! 거, 거짓말……! 쉬게 해준다고 했으면서어어! 흐이이익?!”

다시금 시작된 움직임. 그렇게 두 시간을 더 휘둘리고 나서야 정하연은 안현의 품 안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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