鬼?祭 (10)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이곳.
최 진욱의 안방에 들어선 것은 다름 아닌 아내였다.
금빛 머리칼이 해변에 깔린 노란 모래처럼 형광등 조명 아래에서 반짝거렸다. 단발이었던 아내의 머리칼이 좀 더 길게 변해 있었다.
아내가 입고 있는 회색 스커트는 테니스 스커트와 비슷해 보였다.
무릎 한 뼘 위 정도 짧은 길이에, 앞쪽에 두 라인으로 절개된 회색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 카라가 세워진 스트라이프 블라우스가 아내의 상체를 완벽하게 감싸고 있었다.
아내 얼굴엔 살이 쏙 빠져있었다.
살아있는 얼굴의 선들이 날카로워 보였지만, 화려한 얼굴의 윤곽을 더욱 또렷이 드러내 매혹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은비 씨. 오늘도 술 마셨어요?]
[그거 줘요....]
최 진욱의 물음에 아내가 무미건조하게 대꾸했다.
너무나 변해버린 아내의 그윽한 눈가가 무엇에 취한건지 아니면 짙은 눈 화장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최 진욱이 화면에 바짝 다가와 책상에서 하얀 약봉지를 꺼내 내밀자, 아내는 것을 받아 들어, 한쪽 팔뚝에 걸려있던 푸른 백에 서둘러 집어넣었다.
[피임약도 같이 넣어뒀어요. 필요할 거 같아서....]
최 진욱이 아내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아내가 곧바로 뒤돌아섰다.
몇 걸음 앞으로 내딛던 아내의 몸이 휘청거렸다. 아내의 한 손이 하얀 문틀을 아슬아슬하게 집고 있었다.
[은비 씨. 취한 거 같은데, 좀......앉았다가요]
최 진욱이 서둘러 아내가 있는 안방 문 입구로 향했다.
그의 손이 너무나 자연스레 아내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아내의 몸이, 허리를 깊숙이 감고 있는 최 진욱의 손에 이끌려 다시 방안으로 끌려왔다.
그리곤, 최 진욱이 아내를 침대 끝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아내는 침대 끝에 앉은 채, 머리가 힘없이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최 진욱은 그 앞에 선체로 침대 끝에 앉아 있는 그런 아내를 한동안 말없이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요즘도 그러고 다녀요?]
최 진욱이 말했다.
충분히 모멸감을 주는 그런 말투였다.
[매일 이렇게 술 마시고.....약 먹고.....
아무 남자들하고 자고.....
병원에 누워있는 치우는 어때요?]
아래로 떨어져 있던 아내의 얼굴이 서서히 올라와 바로 앞에 서 있던 최 진욱의 얼굴로 향해있었다.
하지만 아내의 얼굴과 멍한 눈빛에 어떠한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반면 그런 아내를 내려다보는 최 진욱은 달랐다.
당당해 보였다.
그의 목소리가 그랬고, 표정이 그랬다.
[술 취해 약 받으러 온 거 보니까.....
오늘도 하고 온 거 같은데.....
오늘은 누구하고 했어?
학교 선생하고 하고 왔어?
아니면......
병원에 그 담당 교수하고 하고 왔어?
너 그 교수하고도 병원서 했지?
들리는 소문에, 그 교수 병원에서 유명하던데...
간호사들하고 환자 보호자들 건드리는 걸로....
아마 내 생각에는 말이야.
그때, 그 교수가 치우 연명치료 그만하자고 했을 때.
니가 교수한테 몸 대주고 막은 거 같은데....
맞지?
교수 방에서 했어? 아니면.....지난번 나처럼
치우 누워 있는 병실에서 했어?
그 새끼한테 대주니까 치우한테 좀 더 잘해줘?]
최 진욱이 허리를 굽혀, 그의 한 손이 아내의 스커트 들쳐 그사이를 빠르게 헤집고 들어갔다.
아내의 스커트 속에 깊게 들어간 최 진욱의 손이 무엇을 쓸어내리듯, 아래위로 빠르게 한동안 움직였다.
[짝!!!]
최 진욱의 갑작스런 손길에,
침대 위 뒤로 조금 밀려난 몸을 지탱하기 위해 아내의 한 손이 침대를 짚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은 자신에게 바짝 다가와 있는 최 진욱의 뺨을 내리쳤다.
아내의 매서운 손길에 최 진욱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가 있었다.
[예쁜 손이 매섭네.....
그런데.....니 보지는 왜 이렇게 젖어 있을까?
아마 여기 올 때 너는.....
이미 나하고 섹스할 걸 알고 있었지?
그래서 이렇게 니 보지가 젖어있는 거 아닌가?]
자세를 고쳐 잡은 최 진욱이 조금 전 스커트에 들어가 있던 손을 아내의 얼굴 바로 앞에 내밀었다.
[오늘 세희는 미나집에서 잔다는데.....
그러니까 시간 많아.
온 김에 저번에 맞았던 약 맞자.
내가 편하게 해줄게. 기분이 좋아질 거야.]
최 진욱이 방 한쪽 구석 철제 캐비닛을 열어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의 손엔 투명한 주머니 속에 담긴 노란 링거 약과 작은 유리병에 담긴 하얀 병이 들려 있었다.
최 진욱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아내가 앉아 있던 침대 옆에 링거 스탠드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엔 조금 전 꺼낸 링거약이 걸려 졌다.
최 진욱이 스커트위에 힘없이 올려져 있던 아내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서둘러 아내의 팔뚝 윗부분에 밴드를 감고 링거 끝에 달려 있던 기다란 주삿바늘을 팔뚝 중간, 푸르게 부풀어 오른 정맥에 깊게 꽂아 넣었다.
흐릿하던 아내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그리고 동시에 아내의 몸이 뒤로 쓰러지듯 서서히 침대 위로 떨어져 내렸다.
최 진욱이 아내가 앉아 있던 침대 앞에 무릎을 꿇어앉았다. 그의 두 손이 아내의 허벅지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자 이내 곧 아내의 검은색 팬티가 그 손에 끌려 나왔다.
최 진욱이 침대 아래 바닥에 닿아 있던 아내의 두 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그 속으로 들어가 아내의 한쪽 허벅지를 혀로 핥으며 안쪽으로 조금씩 올라갔다.
최 진욱의 얼굴이 아내가 입고 있던 그 회색 스커트 속에 파묻혀 들썩였다.
[흐으흠.......]
팔뚝에 링거가 꽂힌 채, 침대에 누워있는 아내에게서 흐느낌 같은 소리가 얼핏 들려왔다.
그 소리에 아내의 스커트 속에 처박혀 있던 최 진욱의 얼굴이 떨어져 나왔다.
그의 입술주위 전체가 심하게 젖어 번들거렸다.
흠뻑 젖어 있는 자신의 입술을 혀로 스스로 핥아먹고 있는 최 진욱의 얼굴을 보니 갑자기 그날 밤이 떠올랐다.
최 진욱이 나를 찾아온 그날 밤.
아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과일 치즈를 꺼내, 그 과일 치즈에 노란 가루와 하얀 가루를 듬뿍 뿌리고는 샌드위치처럼 또 다른 치즈 조각을 덮어놓았던 그때....
그것을 맛있다고 연신 입에 집어넣어 오물거리던 최 진욱의 입술과....
노란 가루와 하얀 가루가 듬뿍 들어있던 두 번째 쉬라즈 와인 병....
화면에 최 진욱이 입고 있던 바지와 팬티를 급하게 벗고 있었다.
그리곤 책상 위에 있던 콘돔 하나를 들고 와 찢고는 위로 바짝 서있는 자신의 성기로 가져갔다.
하지만 귀두 입구에 잠시 걸려있던 그 콘돔은 결국 방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최 진욱이 침대 입구에 다가가 바닥을 짚고 있던 아내의 두 다리를 다시 집어 들었다.
아내의 그곳이 조금 전 최 진욱이 한동안 빨았던 것 때문인지 작은 물방울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최 진욱의 한쪽 무릎이 침대 입구에 걸쳐졌다.
최 진욱의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성기가 아내의 속살을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하아음....]
순간 아내의 상체가 위쪽으로 조금 밀려가면서 닫혀있던 입술이 활짝 열려있었다.
[하아....하아......하아.....]
침대 입구에 걸쳐있던 아내의 엉덩이가 그 움직임에 위로 조금씩 밀려가자, 최 진욱의 무릎이 이젠 완전히 침대위에 올라서 있었다.
아내의 두 다리가 최 진욱의 어깨에 한쪽씩 걸려. 그가 삽입을 할 때 마다 하늘색 매니큐어가 발린 아내의 발끝이 천정을 향해 힘없이 흔들렸다.
[하하.....아음.....]
최 진욱의 입속으로 아내의 발가락 몇 개가 동시에 빨려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하늘색 매니큐어가 깔끔하게 발린 아내의 발가락을 맛있는 사탕처럼 그렇게 빨아댔다.
아내의 야위어있는 몸 전체가 최 진욱의 급한 움직임과 손길에 아무런 저항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침대 위에 힘없이 떨어져 내려 있던 아내의 한 손이 힘겹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손이 향한 곳은 반대편 자신의 팔뚝에 밴드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던 링거 주삿바늘이었다.
아내는 그것을 한 번에 뜯어냈다.
주삿바늘이 떨어져 나오자, 아내의 하얀 팔뚝 정맥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침대 시트를 새빨갛게 물들여갔다.
그 모습에 놀란 최 진욱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자 아내는 그를 무릎으로 밀쳐냈다.
침대 끝에 아슬하게 올라타 있던 최 진욱이 바닥으로 미끄러지듯 떨어져 내렸다.
아내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이 너무나 힘겨워 보였다.
[이......씨발........]
최 진욱이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 몸을 간신히 일으키고 있던 아내를 자신의 몸으로 덮쳐 눌렀다.
아내의 머리가 다시 침대에 닿아 있었고, 최 진욱의 상체가 아내의 몸을 완전히 덮고 있었다.
[오늘 병원 갈 생각하지 마.
밤새도록 약 먹고 쑤실 거니까...
가만히 있어!!!]
최 진욱이 아내가 입고 있던 그 스트라이프 블라우스를 두 손으로 거칠게 잡아당겼다.
그의 손에 블라우스가 두 갈래로 힘없이 찢겨졌다. 그리고 브래지어도 같이 뜯어졌는지 아내의 한쪽 젖가슴이 완전히 노출되어 출렁거렸다.
흔들리는 그 젖가슴을 최 진욱이 한입에 베어 물었다.
그리고 아내의 벌어진 다리 사이에 달라붙어 방향을 찾지 못해 몇 번을 더듬던 최 진욱의 엉덩이가 다시 아내의 몸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 버렸다.
[아아아.....]
[으.........
이 은비, 개 같은 년......너는 평생......
평생 이렇게........]
최 진욱의 거침없는 골반의 움직임에 밀려 나온 아내의 두 다리가 다시 양옆으로 활짝 열렸다.
[아.....아악.......하지마!!!!!]
노트북 스피커를 찢어버릴 듯한 아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노트북 화면을 향해 있던 내 얼굴이 천천히 뒤를 향했다.
안방 문 입구에....
미나의 떨리는 눈이 내 얼굴을 비껴가, 책상 위 다른 한곳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미나가 서 있는 바로 뒤에, 이쪽을 향해 있는 또 다른 눈빛이 보였다.
검은 상복을 입은 그 여자가,
미나 바로 뒤에 서서....
가느다란 손으로 미나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검은 상복을 입은 여자의 퀭한 눈이,
정면으로 나를 향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