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Ballo in Maschera (8)
[오빠! 오빠! 담배가 그렇게 좋아요?]
한적한 산속 꼭대기에 자리 잡은 어느 호텔.
은비와 나는 한 차례 뜨거운 섹스를 끝내고, 알몸인 채로 새하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응? 하하....그냥 습관이지 뭐...]
[그럼....나도 한번 해볼까?]
나는 들고 있던 담배를 은비에게 내밀었다.
은비는 손가락 두 개로 조심스레 그것을 잡고는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콜록. 콜록........어머........아.......]
붉은빛이 옅어진 입술에 그것을 물고 작게 한 모금 들이마시자마자 은비는 기침을 토해냈다.
기침을 할 때마다, 은비의 입에서 아직 흡수되지도 않은 담배연기가 입 밖으로 황급히 빠져나왔다.
[콜록......아....매워.....오빠 이런 걸 왜 피워.....]
은비의 하얀 눈과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연애 시절 아내와의 추억이 떠올라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 벤치에,
아내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내의 손엔 붉은빛을 옅게 발하는 담배가 들려 있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병실에 누워있던 그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이미 많은 것들이 변해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꼈다.
나는 물론이고.....아내까지도....
나는 고민했다.
내가 지금 아내에게 간다면 아내는 무척 당황해할 것이 뻔했다.
하지만 나는 잠시 고민하다, 계단을 하나씩 내려가 벤치에 홀로 앉아있는 아내에게로 다가갔다.
고요한 새벽.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아내의 얼굴이 내가 있던 위쪽으로 천천히 돌려졌다.
[오빠!!!!]
놀란 듯 조금 높은 톤의 아내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담배를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내게 들켜버린 민망함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 목소리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내가.....
홀로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걱정과 책망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아내가 앉아 있던 벤치 바로 앞에 발길을 멈췄다.
[오빠.....혼자......]
아내는 벤치에서 일어나 얼굴을 찌푸리며 내게 말을 하다 멈칫했다.
아마 지금 자신의 손에 담배가 들려 있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아차린 것 같았다.
아내가 무척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내의 시선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담배를 향해 있었다.
[피곤할 건데 안자고 뭐해?]
[아.....그게.....]
아내가 옆에 솟아있는 은색 알루미늄 재떨이에 담배를 던지듯 올려놓았다.
아내는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재떨이 위에 올려진 아내의 다리처럼 늘씬한,
아직 꺼지지 않은 담배에서 여전히 뽀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 재떨이에 꼼꼼히 비벼 껐다.
나는 아내가 앉아 있던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오빠....미안...해요...]
망설이던 아내가 말했다.
[뭐가? 담배 필 수도 있지 뭐......이리와....]
나는 아내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러자 아내의 몸이 내 옆에 바짝 다가와 벤치에 앉았다.
[왜 안자고.....내일 출근하잖아?]
[자다가 깼어요. 그리곤 잠이 안와서....]
짙은 화장이 사라져버린 아내의 뺨은 여전히 홍조를 띄고 있었다.
[오빠는?]
[일어나보니 당신안보여서, 걱정돼서 찾으러 왔지....]
[피이~]
아내는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은비야. 나 누워있을 때, 누가 왔었어?
친구나......선배나........]
[음....승호 오빠는 거의 매일 왔고요.
다른 친구하고....대학 선배 분들이 가끔 왔어요.
그리고 결혼식에서 봤던 분들도.....많이 왔어요....]
[그랬구나....]
[그런데....그건 왜요?]
[아니.....다음에 만나면 인사라도 하게....
누가 왔는지 알아두려고....]
결혼식.....
아내와의 결혼식을 떠올려보려 아무리 노력해도,
그토록 찬란했을 아내의 얼굴이....
한 장의 장면조차도 끝끝내 떠오르지 않았다.
인형같이 예쁜 아내의 머리가 살며시 내 어깨에 닿아있었다.
“으으음....”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또다시 잠을 설쳤는지 몸이 무거웠다.
병실엔 불이 꺼져있었다.
하지만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병실 전체를 따스하게 감싸고 있었다.
침대 끝자락에 나와 같은 이불을 덮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길게 웨이브져 있는 긴 머리칼이 하얀 침대 시트를 풍성하게 뒤덮고 있었다.
침대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아내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뒤돌아 누워있는 아내의 허리를 감고 침대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너무나 쉽게, 아내의 몸이 안쪽으로 끌려 들어왔다.
뒤에서 아내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얇은 옷 위에서 느껴지는 아내의 몸이 솜사탕처럼 폭신폭신했다.
볼록하게 휘어진 아내의 엉덩이골이, 내 몸 중앙에 정확하게 붙어 있었다.
아내의 배 부분을 두르고 있던 내 손이 몸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이불속에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손이 높게 위로 솟아 있는 보드라운 언덕을 타고 올랐다.
아내의 가슴이 예전과는 다르게 부풀어 올라 있는 것 같았다.
한동안 그 주위를 헤매던 내 손에, 아내의 맨살이 느껴져다.
아내의 가슴을 감싸고 있던 브래지어를 헤치고, 그 속으로 손을 깊이 넣었다.
젖가슴 꼭대기, 유두가 벌써 일어나있었다.
그 작은 방울이 너무나 앙증맞게 내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으음....”
나는 희미하게 열린 눈을 감고서,
한참동안 아내의 가슴을 소중한 보물처럼 만졌다.
아내의 심장이 뛰는 미세한 울림이 한껏 부풀어 있는 젖가슴을 통해 내 손에 전해져왔다.
너무나 안락하고....기분이 좋았다.
아내도 얕은 선잠에 빠져,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 손놀림을 느끼고 있었다.
가슴에 한참을 머무르던 내 손이, 아내가 입고 있던 스커트를 훑고 지나자 까칠까칠한 스타킹의 촉감이 손에 닿았다.
스타킹에 싸여있는 탄력 있는 허벅지를 타고, 스커트 속으로 손을 넣으니, 전체가 팬티스타킹으로 답답하게 막혀 있었다.
아내의 음부를 만지고 싶었다.
촉촉하고 따스한, 너무나 그립 던, 아내의 보지에 손가락을 깊게 담가보고 싶었다.
스커트 윗부분에 손이 닿자 아내의 배가 급하게 수축했다.
아내의 몸과 스커트 사이 그 공간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가지런히 모여 있는 부드러운 아내의 음모를 지나,
둔덕 입구 아찔하게 갈라진 계곡 틈을 타고,
드디어 아내의 그곳에 손가락 하나가 닿았다.
[하아.......]
뒤돌아서 있는 아내의 몸이 움찔거리더니,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내의 속살은 이미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손에서 느껴지는 그 청량한 느낌이, 그곳이 얼마나 깨끗하고 투명할지 상상되었다.
분홍색 주머니로 살포시 덮여 있을 클리토리스가 부풀어 올라 작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아음.....]
아내가 작은 소리를 토해냈다.
이젠 아내도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듯했다.
클리토리스를 부드럽게 비빌 때마다 아내의 숨김없이 반응했다.
아래로 이어진 물길을 따라 손가락 하나가 갈라진 틈을 기어이 비집고 들어갔다.
[아......]
손가락을 더욱 깊게 넣어보고 싶었지만, 포개어져 있는 아내의 허벅지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손가락이 반복해서 아내의 음부를 조금씩 깊게 파고들었다.
그러자, 포개어져 있던 아내의 허벅지가 천천히 벌어졌다.
동시에 뒤돌아 누워있던 아내의 한쪽 어깨가 점점 내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러자 이젠,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끝까지 그곳을 파고들었다.
아내의 속살에서 연신 따뜻한 물이 흘러나왔다.
[아.......하아.......하아..........]
손의 움직임을 따라 아내의 신음이 더욱 짙어갔다.
마치 아내와 뜨거운 섹스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여전히 눈을 꼭 감은 채, 내 손가락을 빡빡하게 감싸 안은 아내의 속살과, 연신 터져 나오는 아내의 소리에만 집중했다.
조금씩 침대 안쪽으로 틀어지던 아내의 몸은 이미 침대에 거의 바로 누워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두 다리는 이미 벌어진 채, 안쪽으로 접혀 두발이 침대시트에 닿아 있었다.
팬티와 스타킹 안쪽까지 아내의 몸속에서 흘러나오는 물들로 엉망이 되어 손을 움직일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헐렁한 환자복 바지 중간에 터질 듯 발기해버린 나의 성기가, 아내의 엉덩이가 깊게 닿을 때마다 꿈틀거렸다. 그곳에서 무엇인가 흘러나와 환자복을 조금 적셨는지 축축함마저 느껴졌다.
[아.........아음.....아.........어머.....]
아내의 소리와 함께 음부를 향해 있던 손바닥에 따뜻한 물줄기가 몇 번 쏘아져 빠르게 아래로 흘러내렸다.
갑자기 아내가 내 쪽으로 몸을 완전히 틀었다.
아내가 내 입술을 혀로 감아왔다.
[아아음......]
내 혀가 아내의 입속으로 딸려 들어가 한참을 빨렸다.
작은 고통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내의 손이 환자복 위를 바짝 들어 세우고 있던 내 성기에 닿았다.
[아....오빠....]
아내가 바지 위로 그것을 감싸자 이미 찔끔찔끔 정액이 터져 나왔다.
아내의 손이 환자복 안쪽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멈출 수 없었다.
아내의 맨손이 닿자 더욱 세차게 그것이 터져 나왔다.
아내의 손이 이미 정액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아내는 멈추지 않고 내 물건을 계속 쓰다듬었다.
아내의 부드러운 손과 뒤섞인 그 미끌미끌 거리는 느낌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진하게 뒤섞여있던 아내의 혀가 떨어져 나갔다.
[하아....하아......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렸다.
[하아.....하아.......오빠.........아......형부...]
꼭 감겨 있던 내 눈이 번쩍 떠졌다.
욍욍대는 동굴 같은 기계 속에 내 몸이 들어가 있었다.
검은 안대가 씌어졌는지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번개처럼 반짝이는 환한 빛이 안대 가장자리를 통해 얼핏 보였다.
슬라이드처럼 움직이는 것에 이끌려 내 몸이 아래로 움직였다.
안대가 벗겨졌다.
“수고하셨습니다.”
눈을 떠보니 담당 교수가 누워있는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최종 검사입니다. 며칠 후 결과 보고 괜찮으면 퇴원하셔도 됩니다.”
몸을 일으켰다.
한쪽 구석에 처제가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처제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처제는 아내가 병실에서 입던 롱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저....저기.......미나....카페 닫고 지금 오고 있대요.”
검사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가는 길에 처제가 말했다.
처제의 두 손이 부축하듯 내 한쪽 팔을 감고 있었다.
“으응.....”
병실은 고요했다.
처제는 파란 소파에 앉아 말없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언니....연락이 안돼요. 전화를 안 받아....”
그때.
병실 문이 열렸다.
“오빠!”
미나였다.
미나의 모습이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이제 괜찮아요?”
“응. 오랜만이다. 너 혼자 많이 힘 들었지?”
침대 곁에 다가온 미나의 눈가가 글썽였다.
“많이 달라졌다.....변했다....”
한없이 동생 같았던 미나의 얼굴이 사뭇 변해 있었다.
아래로 가지런히 내린 긴 머리칼이 귀엽기만 하던 얼굴을 가려, 한층 분위기 있게 여성스러워 보였다.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미나의 눈빛에,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하고 있던 말들이 가득해 보였다.
“진욱 오빠하고 같이 왔어요. 주차하고 곧 올 거예요.”
“어? 누구? 진욱?”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미나가 소파에 앉아 있던 처제를 바라봤다.
처제는 미나를 보며 어색하게 웃고만 있었다.
“야.....김 치우!!!”
병실 문이 열렸다
그곳엔 한 남자가 서있었다.
나이는 나보다 조금 더 들어 보였다.
호리한 체형과 작지 않은 키가 눈에 띄었다.
“치우야. 이제 괜찮은 거야?”
침대 옆,
미나 곁에 서 있는 그 남자가 나를 근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도 좀 전 미나가 그랬던 것처럼 붉게 변해 있었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분명 나와 잘 아는 사이인 듯한데.....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
뒤쪽에 소리가 들렸다.
“언니. 왔어요? 오랜만이죠?”
미나가 뒤를 돌아보더니 그곳으로 향했다.
“어......미나 왔니?”
뒤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내였다.
미니가 아내에게 안겨있었다.
“아......은비 씨...왔어요? 잘 지냈습니까?”
진욱이라는 남자도 아내에게 인사를 했다.
“아......네 오셨어요?”
아내가 고개를 조금 숙여 그에게 인사를 했다.
나는 병실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을 찬찬히 훑어봤다.
서로를 향해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같았다.
그건,
어디론 가로 향해있는 아내의 시선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