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0화 (130/177)

Un Ballo in Maschera (7)

[아......아음.....아.....아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여자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신음의 간격은, 여자의 의지가 아니라, 

여자의 몸에 올라탄 남자가, 발기된 성기를 여자의 몸속으로 깊게 찔러 넣을 때마다 반복되어 터져 나왔다.

여자의 입에서 뜨거운 숨과 함께 새어 나오는 그 소리가 좀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좀 전의 그것은 무엇인가에 취해.....

남자의 움직임과 비교할 때, 한 박자 늦게 반응한 소리였다면.

이제는, 

남자의 발기된 성기가 여자의 젖어있는 보지를 헤집고 끝까지 들어가 박힐 때, 그 순간과 맞아떨어졌다. 

[하아....아.....아......아.....아 아음....]

여자가 토해내는 그 소리는. 

몸이 받아들이는 짙은 본능의 소리로 변해 있었다.

[하아....하아.....은...비 씨....아.....]

남자는 소파에 누워있는 여자의 목덜미에 깊게 팔을 둘러, 바짝 끌어안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소파 밖으로 벌어져 있는 여자의 허벅지를 감싸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성기를 여자의 달아오른 구멍 속에 쑤셔 넣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그는 무엇인가에 쫒기는 듯, 매우 서둘렀다.

[아앙......아아아!!!!]

소파 위에 닿아 있던 여자의 가냘픈 허리가, 위쪽으로 길게 한번 휘어짐과 동시에 이전과는 또 다른 소리를 토해냈다.

갑작스레 터져 나온 여자의 그 소리에 놀란 남자가 여자의 입을 서둘러 틀어막았다.

[아아......아앙........흐.....흡!!]

붉게 벌어진 진 채, 더욱 커다란 신음을 토해내는 여자의 그 붉은 입술을 틀어막은 건, 

남자의 손이 아니라, 남자의 입술이었다.

크게 울리던 여자의 소리가 갑자기 먹먹하게 묻혔다.

벌어진 남자의 입술에 담긴 여자의 입술에서 볼륨이 한참 죽어버린 오물거리는 소리만이 옅게 새어 나왔다.

여자의 입술을 틀어막고 있던 남자의 입술 속에서, 타액으로 흠뻑 젖어 있는 혀가 삐져나와, 

지금 자신의 터질 듯한 자지가 여자의 벌어진 분홍빛 보지를 파고들 듯, 여자의 입술 사이를 깊게 들어가 헤집기 시작했다.

여자의 입술주위 뺨이, 

자신의 입속을 아무렇게나 휘젓고 다니는 남자의 긴 혀로 불룩해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여자의 입속에서 자신이 머물 자리를 빼앗겨버린, 작고 연약한 분홍빛 혀가 밖으로 밀려 나왔다.

[흐으읍!!]

잠시 밖에서 머물러있던 여자의 혀가 남자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강제로 남자의 입속으로 깊게 빨려들어 간 혀의 통증 때문인지 여자의 입에서 고통스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남자의 입속에서 한동안 정신없이 빨리던 여자의 혀가 벗어나자, 조금 전의 그 여운 때문인지 여자의 혀가 잠시 허공을 헤집다 남자의 혀와 다시 만나, 부드럽게 뒤엉켰다.

그와 동시에,

위로 들려 힘없이 허공을 허우적대던 여자의 두 팔이,

오롯이 몸이 반응하는 본능에 따라 남자의 목덜미를 살포시 감았다. 

여자의 속살에 자신의 성기를 빠르게 반복해 쑤셔 넣던 남자의 움직임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러자 반복해서 들리던 마찰음이 사라지고, 질척이는 혀와.....입술이 한없이 엉키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여자는 눈을 꼭 감은 채, 정신이 나간 것처럼, 

긴박한 남자의 혀 놀림에 맞춰, 부자연스럽게 자신의 그것을 놀리고 있었다.

여자의 한쪽 다리를 팔로 감아올리고 있던 남자의 손이 풀렸다.

남자의 손이 향한 곳은 아래로 끌어내려져 있는 브래지어를 벗어난 여자의 한쪽 맨가슴이었다.

[아아앙!!!]

고통 때문인지 갑자기 여자가 고개를 돌리자, 

남자의 입술에 깊게 감겨 있던 여자의 혀가 떨어져 나옴과 동시에 또다시 오랫동안 참고 있던 신음이 여자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여자의 젖가슴을 터질 듯 움켜쥔 남자의 손가락 틈 사이로 이제 막 영글어, 빳빳하게 서 있는 복숭앗빛 유두가 바짝 삐져나와 있었다.

한쪽 다리를 감고 있던 남자의 손이 떠났음에도 소파 밖으로 나와 있던 여자의 가늘고 긴 그 다리는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위로 들려진 채 그대로 머물러있었다. 

그리고 조금씩.....조금씩....

여자의 그 다리가 위쪽으로 올라갔다.

벌어진 자신의 다리사이에서 헐떡이는 남자의 그것이,

자신의 몸을 더욱 마음껏 유린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 처럼....

남자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소파가 뒤흔들렸다.

[아아.....은비........으.........]

이젠 더 이상 멈출 수조차 없을 듯한 빠른 속도로 남자가 움직이자, 여자의 몸이 위아래로 요동치듯 크게 뒤틀렸다.

여자의 턱이 천정을 향해 바짝 들려 있었다.

여자의 새하얀 목덜미에 붉은 여러 흔적들이 남겨져 있었다.

[아...아......으으으....]

[아!!! 아앙........]

남자의 여자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절대로, 

붙어 있던 여자의 하체와 떨어지지 않을 것 같던 남자의 몸이 갑자기 떨어져 나왔다.

여자의 몸이 바짝 수축되어, 꿈틀거렸다.

위를 향해 있던 여자의 다리가 아래로 곧게 펴져, 다른 쪽 다리와 만나자 급하게 엉겼다. 

여자의 속살 속에 담겨 있던 남자의 성기가 그곳을 빠져나오자, 보기에도 끈적한 허연 줄기가 남자의 성기 끝과 여자의 속살에 줄처럼 이어져 있었다.

[하아....하아.....하아.....]

남자는 가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이 터질 듯 붉게 변해 있었다.

남자는 여전히 식지도, 줄어들지도 않은 자신의 성기를 손으로 감싸고 빠르게 흔들고 있었다.

남자의 성기 끝, 깊게 갈라진 구멍에서 하얀 덩어리가 울컥 울컥, 튀어나왔다.

끊임없이 뿜어지는 그 하얀 줄기들이,

여자의 배 위에 길게 한줄기 떨어져 내리더니, 조금씩 아래로 내려와 여자의 검은 털과 둔덕. 그리고 속살 주위를 빈틈없이 빼곡하게 하얀색으로 물들여갔다. 

남자는 조금 줄어들어 버린 자신의 성기를 쥔 채, 조금 전 여자의 새하얀 피부위에 떨어져 내린 자신의 정액을 멍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하아....하아.....하아......]

여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여자는 그대로 누운 채, 힘없이 아래로 떨어져 있던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깊이 감쌌다.

얼굴을 감싸고 있는 여자의 가느다란 손가락 몇 개가 파르르 떨고 있었다.

여자의 가쁜 숨소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나는 눈을 꼭 감았다.

이젠.....꿈에서 깨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흐...흐흑.......도대체.....뭘 한 거야....]

정정을 깨는 여자의 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

소파 위는 눈을 감기 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남자는 벌어진 여자의 다리 사이에 어정쩡하게 무릎을 꿇은 상태였고, 여자는 여전히 자신의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나.....나한테 멀 한 거예요. 흐윽.....]

흐느끼고 있었다.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흐느끼고 있었다.

[이....약.....이 주사....뭐야.....

도대체 나한테......뭘....한 거야...]

여자의 떨리는 목소리에 남자의 손이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어떻게.....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은...은비 씨.....미안....미안해요.....]

[흐윽.....당신.....선배잖아....

우리 오빠.....선배라면서........]

[정말 미안해요.....내가....제정신이...

미안해요. 은비 씨.......]

[이건....아니야.....정말 이건 아니야.....]

여자가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가로저엇다.

[흐으흑....]

여자가 소리 죽여 흐느끼기 시작했다.

남자는 굳은 얼굴로 그런 여자를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가 소파에서 일어나 자신의 발목에 걸려 있던 팬티와 바지를 입었다.

남자가 시야에서 벗어났다.

잠시 후 다시 시야에 들어온 남자의 손에는 하얀 티슈 조각들이 가득 들려있었다. 

얼굴을 감싼 채, 소파에 그대로 누워있던 여자를 바라보던 남자가 허리를 숙여, 여자의 배 위를 하얗게 물들이고 있던 자신의 정액을 티슈로 닦아냈다.

여자 몸이 놀란 듯 움찔거렸다. 

하지만 남자는 말없이 그것을 닦아내고 있었다.

[나가......나가요. 당장.....

그리고 다시는......오지마....

다시는 찾아오지마...

다시는 우리한테.....오지마....]

흐느낌이 말라버린,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자신의 감정을 모두 담아낸 그런 목소리였다.

[하아.....]

여자의 너무나 차가운, 그리고 단호한 말에 움직임을 멈추고 얼어붙어 있던 남자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남자가 자신의 정액으로 젖어 있는 티슈 조각을 든 채,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흐으윽........흐으으흑......]

안간힘을 다해 참고 있었던 듯한, 

여자의 참혹한 울음소리가 꿈처럼 아련하게 들려왔다.

눈을 떴다.

병실은 다시 암흑에 빠져있었다.

얼굴을 만져보니 조금 말라버린 거친 눈물 자국이 손끝에 느껴졌다.

병실은 나 홀로 남겨져 있었다.

침대에 몸을 일으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다.

뇌혈관이 터져 머릿속이 피범벅이 되었을 때, 

온전하던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 뒤섞여 내가 미쳐버린 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오늘이 며칠인지.....

꿈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이,

또다시 얼마나 시간이 지난건지 괴로웠다.

마지막 기억은 아내와 함께였는데.....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에 있던 화장실로 향했다.

“당신 거기 있어? 은설이니?”

병실에 공허한 내 목소리만 울릴 뿐, 그곳에선 아내도....은설이도....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불을 켰다.

병실에 걸려 있는 시계가 새벽 1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병실을 빠져나왔다.

대낮처럼 환하게 밝히던 복도의 형광등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하나씩 꺼져 있었다.

복도를 둘러보니 새벽 시간이라서인지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잡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병원 전체가 너무나 고요했다.

12층,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 앞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에도 다른 사람은 물론 아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가 조금씩 아팠다.

한쪽 부분에만 옅은 고통이 느껴졌다. 

아마도 그 부분이 부풀어 올라 터져버린 혈관을 작은 클립으로 집어놓은 곳이리라....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춰 있었다.

병원 건물의 1층 끝 쪽에도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젠, 아내를 찾으러 어디로 가야 할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다시 병실로 올라가려고 뒤돌아서는 순간,

아내가 나를 찾아 헤매다 만났던 그곳이 떠올랐다.

병원 출입구 난간 앞으로 빠져나오자 상기된 얼굴에 닿는 바깥공기가 좋았다.

아래쪽에 내려다보이는 주차장에 차들이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시선이 내가 앉아 있던 그 벤치에 향했다.

주차장의 노란 불빛이 그곳을 밝히고 있었다.

그 벤치.

내가 앉아 있던 그곳에. 

아내가 앉아 있었다.

다시 아내를 만날 수 있다는 마음에 반가웠다.

아내는 가만히 벤치에 앉아, 주차장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 왜인지 모르지만 가슴이 아팠다.

아내를 부르려다 말고, 건물 앞 계단 몇 개를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벤치에 앉아 있던 아내를 바라봤다.

아내의 고개가 옆으로 향했다.

그리고 벤치 위에 올려져 있던 무엇인가를 집어 들었다.

아내를 부르려는 순간,

무언지 모를 환한 빛이 아내의 얼굴을 밝혔다가 이내 사라져버렸다.

아내의 입에서 새어 나온 연기가 주차장의 노란 불빛과 함께 진하게 섞여 나갔다. 

아내의 입에 머물러 있는 것은 뜻밖에도 내겐 익숙한 길고 하얀 것이었다.

그 하얀 것 끝에서 빨간 불이 반짝이다 이내 옅어졌다.

그리고 또다시......

아내의 입에서 새어 나온 연기가 찬찬히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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