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화 (68/177)

Reunion (11) 

[으....으.....으아....으아.....]

언젠가부터 조 사장의 입에서 짐승이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은 피가 쏠려 붉다 못해 시커멓게 변한 채, 정 수연의 온몸을 미친 듯이 만지고 있었다.

정 수연이 입고 있던 폴라티 중앙, 갈라진 초승달 모양의 틈 사이로 가슴이 완전히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가슴 한쪽 젖꼭지가 조 사장의 연이은 거친 입질로 새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하아.....하아....하아....]

뜨거운 숨이 쉴 새 없이 새어 나오는 것은 정 수연도 마찬가지였다.

정 수연의 활짝 벌어진 다리사이에 박혀 움직이던 조 사장의 손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그러자 처음에는 들을 수 없던 질척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조 사장의 손이 그 속에 깊게 박힐 때 마다 정 수연의 입에서 다소 앙칼진 신음이 터져 나왔다.

정 수연은 몸은 바짝 소파에 기댄 채 머리는 천정을 향해 있었다.

[아아악....]

조 사장의 손길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던 정 수연의 큰 비명이 갑자기 룸에 울렸다.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스피커에서 찢어질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조 사장의 움직임이 멈췄다. 

[하아....하아....하아......]

조 사장의 손이 자신의 몸에서 이미 떠났음에도.....정 수연의 입에서눈 가쁜 숨이 계속 새어나왔다.

[수...수연씨...아팠어? 미안해......]

정 수연의 눈치를 살피며 묻는 조 사장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아.....조....사장님.....하아........최 실장님.....부탁.......들어 줄 거죠?]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정 수연이 최 실장의 은행 영업에 동참을 하고 있는지.....더군다나 처음 보는 사내에게 자신의 몸까지 내어주면서까지 이러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너무나 궁금했다.

나는 처음 정 수연이 이곳에 스스로 찾아와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 수연은 사내 없이는 못사는 미친 여자라고만 생각을 했었다. 

예전 정 수연이 결혼을 앞두고 남자친구와 파타야에 여행을 가서 황 경태에게 그 일을 당하고 나서부터 변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여자였는지는 모르겠으나.....어쨌든 간에 지금 정 수연의 이런 모습은 나에게 미친 여자라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은비의 얼굴이 떠올랐다.

처음 보는 남자와 함께 카페에 찾아온 날.

그리고....새벽에 다시 카페에 홀로 찾아와 울고 있던 그날의 은비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울던...은비...

그날 내방 침대에 걸터앉아 나에게 들려주었던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빠...

예전에 우리 집은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아빠가 지방교육청에 발령을 받을 때마다 우리 가족은 모두 그 지방으로 이사를 갔어요.

그럴 때 마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나 싫었지만, 저는 익숙해 졌어요. 

내가 고2때였어요. 그때도 아빠가 작은 지방도시에 있는 교육청에 발령을 받아 우리는 또 다시 그곳으로 갔어요.

전학을 간 곳은 시골에 있는 작은 고등학교였어요. 전학을 많이 다녀서인지 다행히 저는 그곳에 적응을 잘했어요.

선생님들도 절 예뻐해주셨고.....친구들도 큰 도시에서 온 저를 좋아했어요.

그곳은 너무나 예쁜 곳 이었어요.

학교 바로 뒤에 있던 산에는 마치 하얀 눈이 내린 듯......아카시아 나무가 가득한......그리고 그 달콤한 향기까지도......

제가 그곳에 전학을 온지 3개월 즈음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그때.....저는 한참 시화전을 준비하느라 무척 바빴어요. 그림을 곧잘 그렸던 나는 우리 반 대표로 시화전에 작품을 출품하기로 했어요.

거의 매일을 학교에 남아 시화전에 출품할 작품을 준비했어요. 

어느 날 미술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그날....열려 있던 창을 통해 그 좋은 아카시아 향이 유독 짙었던 걸 지금도 기억해요. 

같이 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미술실을 떠났어요. 밖을 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저와 함께 남아 있던 다른 반 친구가 이제 늦었으니 집에 가자고 했어요.

시계를 보니 저녁 8시가 넘어있었어요. 하지만 그림을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한 시간 정도만 더 그리면 완성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 친구를 먼저 보냈어요.

그리고 저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거기누고? 은비가? 니 아직 안 갔나?”

뒤를 돌아보니 학교에서 이런저런 소일거리를 하는 나이 많은 아저씨가 나를 보고 있었어요. 

“이야....은비 그림 참 잘 그리네...”

저 또한 내가 그린 그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그 아저씨는 저를 볼 때 마다 항상 저에게 친절했어요. 

그 아저씨는 한 동안 미술실에서 제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한 참을 그림을 그리고 나서 마무리할 때 즈음....뒤를 돌아보니 그 아저씨가 없었어요. 

복도는 어느새 까맣게 변해 있었어요.

시간을 보니 9시가 넘어 있었어요. 저는 서둘러 그림을 마무리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불이 꺼졌어요. 저는 너무나 놀라 소리를 질렀어요.

복도에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어지러운 노란 불빛이 보였어요. 잠시 후 그 아저씨가 손전등을 들고 달려왔어요.

“은비 놀랐나? 정전이다.”

저는 그 아저씨를 보고 안심을 했어요. 

다시 집에 가려고 급하게 정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였어요.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려 문 쪽을 보니 그 아저씨가 미술실에 들어와 서있었어요. 열려있던 문이 닫혀 있었어요.

아저씨가 저에게 다가왔어요.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바로 앞까지 와서 한참을 저를 내려다봤어요.

갑자기 아저씨가 제 머리를 쓰다듬었었다. 그리고 귀.....뺨......입술.....

아저씨의 거친 손이 내 얼굴에 닫자 아팠어요. 그래서 얼굴을 돌렸어요.

“은비야...가만히.....있어봐라....”

그 아저씨의 목소리가 무섭게 달라져 있었어요. 그 소리에 저는 꼼짝도 못하고 그렇게 앉아 있었어요.

아저씨가 허리를 굽혀.....교복을 천천히 들어 올렸어요....내가 입고 있던 그....하얀....팬티가 보였어요.

아저씨의 얼굴이 저에게 바짝 다가와 내 입술을.....한참 동안 빨았어요....

그 아저씨 입에서 더러운 냄새가 났어요.

저는 눈을 꼭 감았어요.

꿈을 꾸는 것 같았어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그 아저씨는 그러면서 교복위로 내 가슴을 계속 만졌어요. 너무나 아팠어요....하지만 그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어요. 

교복 단추가...하나씩 풀렸어요. 

“은비야. 니.....잘 들어라....만일 니 담임이나....집에 가서....이야기하면.....내가 다 잡아 죽이 뿐다....절대 헛투로 하는 말 아니다.....단디 들어라.........씨발년아.....”

“으아앙!!!!”

갑작스런 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내 눈에 눈물이 조금 스며있는 것 같았다.

테이블위에 있던 노트북에 정 수연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언제 그랬는지 정 수연과 조 사장이 좀 전과 다르게 엉켜 있었다.

테이블 위에 정 수연의 하얀 팬티와 남색 스커트가 구겨진 채 올려져있었다. 

조 사장이 조금 전 정 수연이 그랬던 것처럼 소파에 깊게 기대어 앉아 있었고......정 수연은 소파위에서 조 사장의 몸 위에 올라타 있었다.

[으아....으아.....으아.....]

정 수연의 허리가 원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 사장은 멍한 눈으로 자신의 몸에 올라타 움직이는 정 수연을 보고 있었다.

[아아.....아아앙.......아흑.....]

조 사장의 몸에 올라타 그의 물건을 자신의 몸속에 삽입한 채 움직이는 정 수연의 몸과 더불어 터져 나오는 신음이......너무나 음탕하게 느껴졌다.

그때. 

문이 열렸다.

최 실장이 룸으로 들어와 그 광경을 보더니 급하게 문을 닫았다. 그는 문 앞에 서서 정 수연과 조 사장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엉켜있는 정 수연과 조 사장은 최 실장이 룸으로 들어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절박한 몸의 움직임만을 집중하고 있었다. 

한 동안 우두커니 서있던 최 실장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가 향한 곳은 원래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가 아니라.....정 수연과 조 사장이 엉켜 있는 그쪽을 향했다.

최 실장의 손이 잠시 자신의 허리춤에 머물 더니 움직였다. 그러자 이내 그가 입고 있던 검은 정장 바지가 아래로 스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헐렁한 사각팬티가 다시 그 아래로 흘러내렸다.

[아......아....아....하음......]

옆에 바짝 다가와 있는 최 실장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인지 정 수연이 신음을 토하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조 사장의 몸을 부비 듯 빠르게 움직이던 정 수연의 허리는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음......]

정 수연이 몸을 조금 틀어 최 실장의 성기를 자신의 입속으로 깊게 담자 최 실장의 입에서 깊은 숨이 새어나왔다.

그제야 조 사장도 고개를 돌려 최 실장의 성기를 빨고 있는 정 수연을 바라봤다.

최 실장의 발기된 물건을 빨던 정 수연의 얼굴이 점점 빠르게 움직였다.

[아....으아......조....사장님.....우리 이제.....모른척하기 없습니다.....으하.....오늘은.....밤 새도록......으하....]

나는 테이블에 있던 노트북을 내 앞으로 가지고와 그 동영상 창을 껐다.

“어.....야...치우야....”

그러자 달아오른 얼굴로 상태 형이 나에가 말했다.

“이거 복사본 또 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은 누가 봤어요?”

“그...그게 다야....다른 사람 보기는.....나만 봤지...”

상태 형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인터넷 창을 열어 내 웹 하드에 접속했다. 그리고 그 지금 보던 두 번째 동영상 파일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세 번째 동영상 파일을 업로드 했다.

“야...인마...너 뭐해?”

상태 형이 급히 소파에서 일어나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대꾸를 하지 않았다.

파일 업로드가 완료되고 나는 노트북 바탕화면에 있던 그 동영상 폴더를 삭제했다. 그리고 휴지통에 담긴 것도 지워버렸다.

“상태 형. 잘 들어요. 앞으로 수연 씨 여기 다시오면 연락해줘요. 내가 좀 확인 할게 있어서 그래요. 부탁해요.”

나를 바라보는 상태 형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아마도 내가 허락 없이 그 동영상 파일을 삭제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급하게 룸을 빠져 나왔다.

“야 인마. 너 그냥 그렇게 가면 어떡해....아이씨.....이야기 좀하고 가 인마.....나도 궁금하다고......야!!! 김 치우!!!”

손님이 없는 복도에 상태 형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카운터에 앉아 있던 김 부장이 그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현수야 다음에 보자.”

“아네...형님....가.......”

김 부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서둘러 계단을 올라갔다.

흩뿌리던 비가 여기에 올 때보다 더욱 굵어져있었다.

마침 바로 앞에 노란 택시가 서있었지만 나는 지나쳐 걸었다.

파타야에서 정 수연이 내게 해주었던 말들이 복잡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 수연은.....예전에 은행에 다녔다.

정 수연이 파타야에서 돌아온 후.....협박을 당했다.

정 수연이 다니던 은행.....상사가....정 수연을 협박했다.

내 머리칼이 비로 젖어있었다.

나는 신호등 앞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 바라봤다.

수많은 빗방울이 가로등의 노란 불빛을 품은 채 떨어져 내렸다. 

메말라 있던 내 얼굴이 빗방울로 조금씩 젖어갔다.

그리고.....

검게 변한 저 먹구름 사이에.....그 슬픈 얼굴이 걸려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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