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morphosis (18)
늦은 아침 우리는 식탁에서 둘러 앉아 있었다.
정 수연이 내 옆에 앉아 너비아니 같은 양념된 돼지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 연신 건내 주었다. 그녀는 말끔하게 화장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이 조금 까칠해 보였다.
“수연 씨. 어제 잠 편하게 못 잤어요?”
“네에? 아...아니요.”
“얼굴이 조금 까칠한데....어제 어디서 잤어요?”
“아...거실에서 잤어요.”
정 수연의 얼굴이 단번에 붉게 변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그가 헛기침을 하며 무엇을 찾는지 주방으로 갔다.
정 수연이 나에게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파여져 있는 헐렁한 티셔츠 사이에 그녀의 가슴골이 드러나 보였다.
나는 그런 그녀가 원래 사내를 좋아하는 몸을 가진 소위 말하는 ‘끼’ 있는 여자인지, 아니면 파타야에서 자신이 당한 일련의 사건들로 성향이 변한 것인지 궁금했다.
나는 정 수연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색기나 도화살을 가지고 있는 여자들은 주위에 사내들이 끊이지 않는다.
대학시절 한 여자 후배가 떠올랐다.
동기들뿐만 아니라 선배들까지 그 여자 후배 주위를 맴돌았다. 예쁘장한 얼굴과 섹시한 몸매를 가진 후배였지만 그 보다도 얼굴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가 묘했다.
그 여자 후배를 좋아했던 모든 사내들은 그 후배를 한번이라도 따먹어 보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했다.
결국 그 여자 후배는 허망하게도 대학가 앞에서 술집을 하던 자신보다 7살이나 많던 가게 사장과 눈이 맞아 원치 않던 임신을 하고 졸업을 하자마자 서둘러 그와 결혼을 했다.
문제는 그 여자 후배가 결혼한 지 일 년 만에 이혼을 했다는 소식에 그 여자를 흠모하며 따르던 많은 사내들이 열광을 했다. 자신에게 또 다시 그 여자 후배를 따먹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 했을 것이다.
그 여자 후배가 한껏 차려입고 오랜만에 OB모임에 참석했을 때 여자 선후배들에겐 따가운 눈총을 받았지만, 남자들의 모든 관심은 그 여자 후배에게 향했다.
결국 그날 술에 취한 그 후배를 한 선배가 모텔로 데리고 갔다.
다음날 우리 카톡방은 난리가 났다. 끊이지 않는 사람들의 요구에 그 선배는 의기양양하게 그 여자 후배의 젓 가슴 모양과 속살의 맛 그리고 신음소리는 어떤지 알려주었다.
그것이 첫 번째였다.
그 일이 있은 후 그 여자 후배는 우리의 모임에 빠지지 않고 매번 참석했다. 그 후배는 항상 자신의 화려한 몸매가 잘 들어나는 그런 옷을 입고 왔다. 그리고 또다시 술에 취해 남자를 바꿔가며 모텔로 갔다.
모임이 있을 때 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었다.
보다 못한 내가 그 여자 후배를 따로 불러 모임에 물 흐리지 말고 앞으로 조심하라고 따끔하게 충고를 했지만, 그 후배는 갑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술집 사장과의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되었고 결혼생활이 지옥 같았다고 말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리고 나에게 돌아온 그 여자 후배의 마지막 말은 이전부터 나와 단 둘이 술을 한잔 하고 싶었다고, 오늘 자기와 함께 있어줄 수 있냐는 말이었다.
젖어 있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 여자 후배의 모습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결국엔 잘 타일러 집으로 보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고지식했던 그때의 나를 유혹하기 위한, 그 여자후배의 전략이진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은비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 치우. 정말 오늘 한국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가 물을 한 컵 들고 식탁에 돌아오자마자 말했다.
“네. 은비도 걱정되고....여러 가지 걸리는 게 있어서요.”
“으음......그래도 하루정도 더 있다가지......이렇게 가버리면 내가....너무 미안하잖아.”
내 옆에 바싹 붙어 앉아 음식을 챙겨주던 정 수연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웠다.
나는 오늘 새벽에 급히 한국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첫 번째 이유는 은비가 걱정되었고, 너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더 이상은 이곳에서 머무르기가 싫었다.
“저녁 비행기지? 내가 방콕 공항까지 태워줄게 같이 가자...”
“아닙니다. 세희 씨. 챙기세요. 혼자 두면 안 됩니다.”
내 말에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 수연이 발라낸 하얀 생선살을 말없이 내 수저에 조심스레 올려놓고 있었다.
오후 1시가 넘었지만 세희는 여전히 잠에 빠져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세희의 얼굴을 한번 쓰다듬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를 보고 있을수록 은비가 떠올랐다.
“으음....”
세희가 잠시 몸을 뒤척였다.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던 내손이 멈췄다.
잠에서 완전히 깨어났는지 깊은 눈이 서서히 깜빡이고 있었다.
“치우 씨....라고 했죠? 감사합니다.”
심장인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 닿아 있던 내손이 급하게 그곳을 떠났다.
“고맙습니다. 저를 구해주셔서.....치우 씨 아니었으면 저는 아마 지금도 그곳에서.......”
세희의 눈가가 붉어 졌다.
“기...기억이....납니까?”
“우리...오빠가 정말 자살.....했나요?”
내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쉽게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에 또 다시 반짝이는 눈물이 타고 흘러내렸다.
“모두.....저 때문이었어요. 내가 이렇게 만든 거예요. 오빠는 그 사람 싫어했어요......황 경태......
처음 보는 남자들이 내 몸에 올라타 있을 때 소름 돋을 정도로 싫었어요. 하지만 한번 두 번....내 몸이 이상했어요.
나는 오빠 몰래 호텔에서 빠져나와 황 경태를 만나러 갔어요. 그리고 그 사람 집에서 그리고 차에서.....섹스를 했어요. 그리고 나서 호텔로 돌아올 때도 그 사람 몸이 생각나서 오빠가 잠들어 있는 호텔 화장실에서 자위를 했어요.
두 명....세 명....함께 그 짓을 하는 남자들이 늘어날수록 내 몸을 감당 할 수 없었어요. 마치 꿈을 꾸는 듯이.....술에 취한 것도 어떤 약에 취한 것도 아니었어요.
단지 내 몸이 원하는 대로 그냥 그렇게 두었을 뿐이에요.
저는 미친 여자에요.”
그녀는 두 눈을 꼭 감았다.
나는 차마 그녀에게 오늘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수 없었다. 단지 앞으론 다시 만날 수 없겠지만 그녀가 모든 기억을 되찾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랄 뿐이었다.
한국으로 향하는 수완나품 공항의 어느 한 게이트에 한국인들로 바글바글했다.
나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로부터 받은 은비의 모든 동영상 자료들을 작게 부셔 변기통에 버렸다.
끝내 그의 이름을 물어 보지 않았다.
일주일동안 그렇게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붙어 지냈음에도 나는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은비와 한국을 떠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들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고객님. 탑승권 확인하겠습니다.”
게이트 앞 의자에 앉아 탑승을 대기하고 있었다.
타이트한 제복을 입은 승무원이 내 앞에 서서 나를 보며 생글거리고 있었다.
나는 다소 무미건조하게 그녀에게 탑승권을 전해줬다.
“어머.....”
“뭐가 잘못됐습니까?”
나를 보던 그 여자의 미소는 여전했지만 입이 조금 삐죽거렸다.
“김 치우 고객님. 지난주에.....제가 얼마나 고객님 이름을 불렀는지 아세요? 목이 너무 아플 정도였어요. 그리고 출발도 30분 딜레이 됐고요.”
아마도 지난주 나를 찾으며 하염없이 애절하게 ‘라스트 콜’ 을 외치던 여자인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훑어 내렸다.
오목조목한 얼굴이 귀여웠다. 제복위로 적당한 크기의 가슴이 볼록하게 솟아 있었고 스커트가 허벅지와 엉덩이를 타이트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내 물건이 서서히 부풀어 올랐다.
“아...그랬군요. 미안합니다. 그렇게 라스트 콜과 내 이름을 애타게 찾던 분이 그쪽이군요. 그때 생각했어요. 목소리가 참 예쁘다고....그런데 얼굴은 더 예쁘군요.”
내 말에 여자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네? 그렇다면 그때 공항에 계셨어요?”
“네. 6층 전망대에 있었습니다.”
“너무 하셨어요. 정말.....”
시종일관 미소로 응답하던 그녀의 표정이 어느새 새초롬하게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작은 애교가 담겨 있었다.
“그때 일이 좀 있었습니다. 아주.....안 좋은 일.......최악의....일 이었죠.”
“아....그러셨....구나....”
“하지만 덕분에 그 좋은 목소리 주인공을 오늘 볼 수 있게 됐네요. 이건.....저에게 아주 좋은 일 인거 같은데요?”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변했다. 내 시선은 그녀의 얼굴을 타고 내려가 타이트한 스커트에 숨겨져 있을 속살로 향했다.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나를 떠났다.
멀어져 가는 그 녀의 뒤태에 집중했다. 스커트 위에 방긋 솟아 있는 그녀의 엉덩이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그 스튜어디스가 떠나자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내가 왜 이런 말을 처음 보는 여자에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런 내가 나쁘지 않았다.
비행기가 지면과 점점 멀어졌다.
고통스러웠던 태국에서의 2주....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도려내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시는 이 지옥의 땅에 오지 않겠노라고....
기류가 안정되자 승무원들이 바삐 지나다니며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다행이 공석이 많아 3열을 나 홀로 독차지할 수 있었다. 주위 좌석에는 승객이 없었다.
기내에 불이 꺼졌다.
벌써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필요 하신 거 있으세요?”
게이트에서 봤던 그 스튜어디스의 미소가 나를 향해 있었다. 목소리가 예쁘다고 했더니 조금 전 보다 더 신경 써서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방금 뿌린 듯한 짙은 향수가 느껴졌다.
“필요한건 많은데.....내가 원하는 걸 다 해줄 수 있어요?”
그 스튜어디스가 말없이 자신의 붉은 입술을 작은 혀로 한번 적셨다.
그리고 위로 곱게 말려 올린 머리임에도 그녀는 지금 착각을 하는지 자신의 한쪽 귀 뒤로 보이지 않는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 있었다.
농익은 암컷이 수컷에게 색을 날리는 순간이었다.
나에게 향해있는 흔들리는 그 여자의 시선에 내 물건이 터질 듯 발기되어 바지를 뚫고 나올 것 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