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의 가족외에 사람을 대하는데 무뚝뚝함은 주변 사람들에겐 익히 널리 알려져서 학교에서 일진들도 단체로 혼자서 깨부순탓에 선생들도 갑자기 모든면에서 두각을 보이는 주원을 대하는데 어려워 할 정도였다.
감회장은 그런 주원이 오히려 사내다와 보여 기껍기만 했다.
"허허.. 이거 남자들끼리 이렇게 안 통해서야. 아! 우리 오늘 저녁에 술이나 같이 한잔하세! 어떤가?"
"네."
대답은 꼬박꼬박 잘 하면서 표정만은 포커페이스인 언밸런스한 주원을 보고 낯도 이상하게 가리는구나 생각하는 감회장이였다.
"허허.. 뭐 괜찮네. 남자들은 일단 술이 들어가게 되면 친해지는 법이니!"
이렇게 서로 묘한 감정을 가진채 남자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한편 여자들 쪽에선..
"호호홋! 그래서 그랬구나. 얘! 남자가 아니아니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그럴수도..
하아.. 너희 부모님들 왜 그러시니... 정말... 속상하겠다."
"으응... 하지만 그리 밉지는 않아 뭐... 그래도 생활비는 안 잊고 잘 보내줘.."
감수정은 미애가 아빠의 가정소홀을 이야기 함에도 아빠를 이해할려는 미애가 귀엽고 마치 자신의 동생처럼 느껴졌다.
"호호호... 물보다 진한게 피라잖니.. 가족끼린 사랑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휴우.."
"응? 언니도 가족고민 있어? 왜 갑자기 한숨이야?"
"으응? 어라? 호호호호호! 그랬니? 호호호호호!"
"뭐얏! 언니는 우리들 이야기만 듣고 언니 이야기는 왜 안해!"
큰 원형의 침대에 올라가 둘러 앉아서 수다중이던 감수정이 미애의 손을 잡아주며 달랜다.
"얘얘! 삐지지마 얘! 귀여운 애가 왜 이렇게 잘 삐지니? 호호호호! 그게... 휴우..
이 이야기는 하면 안 돼는데...."
"언니언니! 이야기 안 해주면 알지? 우리 오빠한테 혼나게 해줄꺼야?"
아직도 무섭기만한 주원을 미애가 떠올리게 하자 괜히 화들짝 놀란 수정이었다.
"뭐래니.. 너 이 언니가 불쌍하지도 않니? 나 네 오빠가 너무 무섭더라.. 너희 어떻게 그렇게 무서운 남자와 같이 있니? 신기해..."
"뭐랫! 우리 오빠가 얼마나 잘해주는데! 언니 나빠!"
오빠의 열렬한 추종자인 미애가 성질을 버럭 내자 그 귀여운 모습에 수정도 농담을 해댄다.
"어머.. 가재는 게편이라더니.. 나도 흥이다! 말 안할꺼야!"
"흥! 별꼴이야!"
"흥! 별꼴이야!"
팔짱을 가슴에 끼고 동시에 얼굴을 반대로 획 돌리는 미애와 수정의 똑같은 모습에 미영이 웃는다.
"풋! 후훗!"
"언니! 왜 웃어?"
"호호호! 둘이 너무 비슷해서.. 호호홋! 호호호호!"
미영이 가만히 중간에 끼어 둘어 대화를 듣다가 터진 웃음보는 쉽게 사그라지진 않았고 그런 즐거운 웃음이 주방까지 들린다.
"허.. 기분좋은 웃음이군.. 우리 미영인가..."
"네."
"자네! 정말 이럴건가?"
"네."
"나는 자네가 정말 아들같고 될수만 있다면 아들 삼고 싶어서 그런건데. 사내자식이 그게 뭔가! 자네 나랑 한판 붙어 볼텐가! 허억! 이말은 취소일쎄! 취소야!"
"......회장님."
감회장의 푼수끼는 딸앞에서만 나왔는데 어느새 주원의 앞에서 저도 모르게 나와버리고 있었다.
"왜! 설마 정말 붙어 볼려고? 우리 딸아이를 봐서 한번만 봐주시게!"
"....휴우.. 체통을 지키시죠. 회장님..."
감회장은 주원이 마음에 들고 자꾸만 편해져 격이 없어져 가다보니 주원의 말에 자신의 모습을 새삼 느끼고 흠칫 놀라고 있다.
"크흠... 다 자네 앞이니까! 그러는 걸쎄! 빨리 술이나 한잔 하고 싶구만. 우리 처음 마누라 첫날밤 이후로 이렇게 술이 땡기긴 처음이군.. 하하! 하하하하!"
"......."
감회장은 무뚝하던 주원의 불퉁해진 모습도 너무 보기 좋아서 마구 웃어 댔다.
주원이 목젖이 다 보이게 호탕하게 웃는 그런 소탈해 보이는 감회장의 모습에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가 미소를 짓자 감회장이 웃음을 멈추고 눈을 휘둥그래 뜬다.
감회장은 '요녀석이 이제야 마음을 좀 여는구나'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들고 있던 우롱차잔을 내밀며 말을 한다.
"오오! 목석같던 자네도 미소를 지을줄 아는구만! 자 한잔 받... 아.. 진짜.. 오늘 많이 망가지는구만... 아들 또래에게 모래바닥에 쳐박히질 않나. 딸에게 강간범 취급을 받질 않나.. 예쁜 아가씨의 멋진 모습을 구경... 허억! 아닐쎄! 이건 아닐쎄! 정말 아닐쎄!"
"아빠! 너무 엉큼한거 아냐? 그런건 기억에서 빨리 지워!"
언제 나왔는지 큰방쪽으로 향하는 벽쪽에 팔장을 끼고 기대어 있던 수정이 끼어 들었다. 미영과 미애도 옆에 서서 묘한 분위기의 두 남자를 조금전부터 보고 있었다.
"크흠.. 넌 왜 나왔냐.. 남자들끼리 진지하게 이야기 하는데.."
"흥! 여자 이야기나 하면서? 우리 아빠 가끔 너무 푼수 같아진다니깐!"
"키힉! 귀여우신데..."
감회장은 정말 귀여운 미애한테서 귀엽단 말을 듣자 너무 기가 막혀서 입을 딱 벌리다가 사실 자신은 저렇게 귀여운 아이의 취향이 아닐까 하는 엉큼한 생각을 한다.
"아빠! 너무 굳지마. 농담한거 같은데."
"키힉.. 농담 아닌데.... 우리 아빠 했으면 좋겠다... 정말... 진짜... 훌쩍.."
미애가 다시 울려고 하자 감회장이 그런 모습에 화들짝 놀라 소리친다.
"아아! 우리딸 미애야! 오늘부터 미애는 이 아빠딸하자!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빠! 왜 이래! 정신차려! 우리 아빠 이상해 졌어! 어떻해!"
감회장은 미애의 귀여움과 애처러움 안쓰러움에 지금 바로 굳게 미애를 자신의 딸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새로운 귀여운 딸이 생겼다는 기쁨에 너무 기분이 좋아져 미친듯이 웃었던 것이다.
감회장이 갑자기 통쾌한 웃음을 그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미애의 앞으로 간다.
미애가 훌쩍이며 자신을 동그란 눈으로 올려다 보자 감회장이 너무 귀엽고 안쓰러워미애의 작은손을 모아서 조심스럽게 잡고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눈 높이를 맞추고 다정한 표정으로 말을 한다.
"미애야. 우리 귀여운 미애야. 내 딸이 되어 주지 않겠니?"
"흐윽.. 흐윽.. 흐어어엉! 아빠아! 흐어어어엉!!"
미애는 그런 감회장의 품에 폴짝 안겨서 마구 울어 대자 그런 미애의 등을 천천히 부드럽게 쓸어준다.
미영도 가만히 서서 눈물만 주룩 한줄기 흘리며 막내동생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주원도 그런 막내의 모습에 부모의 정에 많이 굶주린 미애를 안쓰럽게 바라 본다.
"흐윽... 흐윽.. 아빠! 진짜 아빠지? 그렇지? 흐윽! 나중에 가짜 아빠 할거 아니지?
흐윽! 정말 그러면 나 죽어 버릴꺼야! 흐윽!"
"그럼그럼! 진짜 아빠란다. 내 죽기전까지 아니 죽어서라도 우리 미애의 아빠가 되어 주마! 그리고 그런 나쁜생각 하면 안돼요? 알았어요?"
"훌쩍.. 으응.. 아빠 미안.. 사랑해...."
"그래. 우리 귀엽고 예쁜 딸... 사랑하자구나 앞으로 영원히..."
감회장은 웬지 이 아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충분히 알것 같고 오늘 인연이 정말 특별하고 소중해졌다.
그래서 새삼 가족의 소중함이 느껴지고 감동도 되어 자신도 모르게 소리 없는 눈물이 흘러 나왔다.
감수정도 아빠의 다정함이 새삼 느껴지고 사랑스러워져 기분이 너무 좋아지고 있었다.
"아빠.... 정말 잘 됐다. 나도 우리 미애 친동생 할래! 호호! 호호호호!"
주원은 묵묵히 미애와 눈물을 흘리는 미영과 감회장 그리고 호들갑스러운 수정도 차분히 살폈다.
항상 속내를 알기힘든 이상하기만한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주원을 흘낏흘낏 훔쳐 보던 수정이 용기를 내어 주춤주춤 다가가 당돌하게 말을 한다.
"너..너도 내 동생 해! 미영이도!"
"헐...... 까분다..."
주원이 그런 수정이 귀여워서 장난스럽게 눈을 부라리며 말을 하자 그런 가족외엔 볼수없는 주원의 장난의 기미를 눈치챈 수정이 씨익 웃으며 같이 장난을 친다.
"뭐어? 너 나한테 맞아볼래? 나 이래뵈도 태권도 단증 있다? 보여 줄까? 아깐 아빠가 당하고 있어서 당황해서 내가 실수한거야! 다시 해!"
"....."
주원의 앞에 서서 주춤주춤 작은 주먹을 내밀어 대는 당돌한 아가씨를 어처구니가 없어서 멍하게 보던 주원이 미영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미영이 웃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뭐얏! 내가 만만해! 왜 눈싸움도 피하는데? 우씨! 너 나보다 나이도 두살이나 작다는거 나도 이제 다 알아! 다 물어 봤어! 그러니 앞으로 누나라고 불러! 알았어?"
"헐... 너희들 이 아빠가 헤어졌던 딸을 만나 감동해 있는데 왜 그러냐! 그만두지못해! 그리고 수정이 넌! 여자애가 심심하면 쌈박질이나 할려고 하고 내가 정말 널사내애로 키운적도 없는데 휴우.. 미애야. 우리 귀여운 미애는 절대로 큰언니 닮으면 안된다? 알았지? 흠... 그렇지! 우리 미영이 닮으면 되겠구나! 하하! 하하하하!"
"아빳! 미워!!"
'쾅!'
한껏 삐진 감수정이 큰방의 문을 쾅 소리나게 닫고 들어 가버린다.
"크흠... 나이값을 못해. 나이값을.... 자네가 이해를 하게나.. 쟤도 어미 없이 커서 그렇다네... 후우.."
"네."
미애가 갑자기 수심어린 감회장을 빤짝이는 눈으로 보다가 끼어든다.
"아빠...."
"응? 말해보려무나. 귀여운 우리딸."
"근데.... 나 요리 못하는데..... 언니가 다해서.... 난 먹기만 했는데..."
"하하하하! 괜찮다. 우리 미애는 이렇게 예쁘게 자라기만 해도 만족이다! 그럼그럼!"
"정말?"
"그럼! 정말이지!"
"아앙! 고마워! 사랑해!"
"하하하하! 너무 기분이 좋구나! 우리 새로생긴 아들아! 우리 술한잔 할까? 지금?"
"....."
미애의 애교는 감회장도 기겁하듯 달갑게 느껴지고 흥겨워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져 애주가인 감회장이 은근슬쩍 주원을 아들로 만들어 버린다.
감회장이 주원과 술을 대낮부터 마시려고 하자 주원이 머뭇대자 또 주책을 부린다.
"아! 녀석아! 정말 그럴래! 사내녀석이 계속 삐져 가지고! 미영아. 미안한데 술 안주 좀 준비해 주려무나! 아! 차에 귀한 양주도 있는데.. 그건 내가 내오마!"
"네... 그리고 저희들에 미안하단 말씀 하지 마시고 시킬것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다녀오세요."
"하하하하! 역시 우리 미영이라니깐! 녀석아! 보고 느끼는게 없냐?"
"....다녀 오시죠."
"까칠하긴.. 겉은 멀쩡하게 생겨 가지고... 크흠.. 술상 보고 있어라!"
주원은 소탈한 행동을 하고 포용성 있어 보이는 감회장이 결코 싫지는 않지만 자꾸두 누이들을 '우리 미애, 우리 미영이' 말을 붙이자 자꾸만 날이 서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예상치를 넘어서게 감회장이 더욱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자 놀랍기도 했다.
미애는 친절한.. 아빠가 하나 더 생기자 무척 활발해져서 새아빠인 감회장의 손을 잡고 따라 나간다.
감회장은 미애의 귀여운 손가락 감촉을 즐기며 미애와 함께 나가서 차의 트렁크를 열자 미애가 환호를 한다.
"와아! 아빠 차 되게 크다아!"
"하하하! 우리 딸 태워 줄까?"
"응? 오빠가 아무 차나 함부러 따라 타지 말랬어!"
"하하하하! 그건 맞는 말이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엔 말이다. 우리딸 기특하네?"
감회장이 아무에게나 짓지 않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미애에게 지어 보이자 미애가 무척 재미있어 한다.
"이히힛! 내가 좀 똑똑해!"
"하하하하하! 그렇지 우리 미애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