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화 (28/74)

'그렇게 개장국이 싫나? 누나가 오늘따라 왜 저렇게 까칠하지? 정말 욕구불만인가..

하긴 뭐 잠자리가 시원치 않으면 밥상이 달라진다더니... 휴.....'

주원은 개장국 그릇까지 들어가며 국물을 다 먹고 배를 두드리며 나왔고 미영과 미애도 음식점을 나와 같이 차를 타고 근처 팬션에 도착했다.

삼림이 무성하고 전면엔 작은 강이 흐르는 그림같은 휴가지였다.

미영과 미애는 나들이용 넓은 모자를 쓰고 앞의 멋드러진 정자에 올라 앉아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주원이 낚시대를 챙겨들고 나오자 미애가 정자에서 쪼르르 내려와서 조끼까지 걸친전형적인 낚시꾼으로 변신한 오빠를 새삼스럽게 본다.

"와! 오빠 낚시도 할 줄 알아?"

"그러엄! 이 오빠가 못하는게 뭐 있겠냐? 미애도 할래?"

"응응! 내 낚시대도 있어?"

"그러엄! 이 낚시 가방에 여러개 있어!"

"아앙! 언니! 우리 낚시하러 가자아!"

"갔다 오렴.. 난 공부 하고 있을께..."

미영은 수험이 마음에 걸리는지 정자에 앉아 테이블의 위에 벌써부터 참고서등을 놓고 내려다 보고 있다.

그런 미영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던 주원이 못 마땅한 기색으로 말한다.

"누나.... 원래 놀땐 화끈하게 놀고 공부할땐 열렬히 공부하는거야! 시작부터 그러면 피서 온 기분 다 깨갰다."

"원아.... 휴.. 알았어. 잠깐만.. 미애야 차광썬크림 발랐어?"

"아앙? 안 발랐는데?"

"얘가 그러고 돌아다님 화상입어! 언니랑 바르고 나가자."

"알았어! 오빠 먼저 가 있어. 바르고 올께!"

"흐흐흐.. 얼른 바르고 와...."

주원은 오두막처럼 생긴 팬션안으로 들어가는 화사한 원피스차림의 두 자매를 쳐다보다 낚시가방을 다시매고 강가로 가기 시작했다. 비록 작은 강이지만 예전 생애에서 혼자서 자주 낚시를 가곤 했던 주원이기에 플라이 낚시대를 조립해서 루어를 셋팅하고 익숙한 포즈로 챔질을 해서 낚시대를 움직였다.

예전의 생애에선 미영이나 미애가 온갖 남자들에게 몸을 제공하며 휘둘렸지만 마지막에 주원이 발각하기전까지 그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자신을 자꾸만 따돌리거나 외면하는 둘에게 실망하여 혼자서 낚시를 자주 가곤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두 자매가 자신의 여자가 되고 자신의 책임하에 데려와서 이렇게 낚시를 하게 되자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 차라리 지금이 훨씬 낫지 않을까? 누나는 정말 끔찍하게 예전의 모습을 스스로 싫어 했었고 미애는 스스로 즐기긴 했지만 그건 내가 사랑을 안 받아 주니까 그랬던거였고 말이다. 사실 미애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가 생겨도 다른 놈들에게 끌려 가기 일수였지... 개같은 놈들... 내눈앞에 다시 보이기만해봐라..'

주원은 강에 반사된 찬란한 햇빛의 산란에 눈을 살짝 찌푸리며 지난 외로웠던 시간이 자꾸만 생각나 괜히 낚시를 해서 이런 재미없는 기분에 빠지게 된걸까 자조를한다.

'아니야.... 차라리 절대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낚시를 해서 지난 생애에서의 기억을 절대로 잊어선 안돼... 그래야 정신을 바짝 차리고 누나와 미애를 잘 보호할 수 있을거야...'

"오빠아! 많이 잡았어?"

"어? 왔어? 잠깐만!"

활발한 소녀답게 언니를 뒤로 한채 달려온 미애가 오자 이내 웃는 얼굴이 된 주원은 챔질하던 낚시줄을 릴로 감아 들여 한쪽에 치웠다. 그리고 미애가 쓸 낚시대를 조립해서 루어를 셋팅했다.

"오빠가 시범을 보이면서 설명 해줄께. 잘 봐?"

"응응!"

주원은 루어 낚시는 낚시대를 자주 휘둘러 더 멀리 던지기에 미애를 멀찍히 물러나게 한 후 자세하게 설명을 하며 시범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와! 오빠 정말 잘한다! 그런데 너무 어려워. 하나도 모르겠어..."

"그..그래? 하긴 루어 낚시가 쉬운건 아니지..."

주원이 몇번에 걸쳐 가르쳐 주고 시범을 보였지만 미애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혀낚시에 소질이 없었다. 결국 미애는 울상을 지으며 그늘에 앉아 가만히 둘의 모습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던 미영의 곁에 가서 나란히 앉아 주원의 낚시하는 모습을 같이 구경하기 시작했다.

"언니... 오빠 너무 멋지다 그치..."

"그러게... 잘 어울리네.. 강태공처럼..."

"강태공?"

"그래 낚시 잘하는 사람을 강태공이라고 하지.."

"오빠는 언제 낚시하는 법을 배웠을까? 아빠랑 낚시한 적도 없는데.."

"그러게..... 정말 이상하지?"

미영은 동생의 수상함을 미애도 느끼자 다시 속으로 수상해를 거듭 중얼거린다.

"아니.. 나는 멋지기만 한걸... 뭐든지 잘하는 오빠니까..."

"...."

그래도 미영은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에서 본 남주인공이 지금과 같은 강가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멋지게 낚시를 하던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고 감동적이였다.

그런데 지금 남동생이 거의 흡사하게 반짝이는 강가에 서서 능숙하고 유연한 동작으로 낚시에 열중하는 진지한 얼굴이 너무 멋있지만 너무 낯설기도 했다.

미영은 주원의 그런 진지하고 보기좋은 모습을 보면서도 무언가 외롭고 슬프다라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는걸을 느꼈다.

동생인 주원의 진지한 얼굴에서 뭔지 모를 안타까움과 슬픔도 느껴지는것 같았다.

'하아.... 내가 왜 이러지... 주원아... 넌 누구니....? 난 점점 너무 네가 낯설어...

너는 아니...? 이런 내 마음을.... 넌 주원이가 맞는거니...?'

미영은 하염없이 주원이 낚시하는 모습을 촞점흐린 눈빛으로 보고만 있었다.

"언니!언니! 오빠가 물고기 잡았나봐! 와아아!! 오빠아!!!"

"...."

미영은 미애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화들짝 놀라 저도 모르게 울적해 있던 심상에서 벗어나 주원을 주시하니 주원이 익숙하게 잡힌 물고기를 바늘에서 빼내어 살림망에 집어 넣고 있는게 보였다.

미애는 살림망을 들어 보며 펄쩍대는 물고기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보며 마구 감탄을 하고 있다.

"오빠! 오빠! 물고기가 너무 예쁘다! 이거 이름이 뭐야?"

"그게 산천어란 물고기야. 계곡에서 봤잖아?"

"아아! 그렇구나! 물위에서 봤을땐 그냥 검은색이던데?"

"그건 일종의 보호색이라 등만 검게 물위로 보이는거지.. 그래야 날짐승에게 낚아채이지 않을 확률이 크니까."

"와아! 그렇게 깊은 뜻이! 우리 오빠는 모르는게 없구나!"

"흐흐흐... 오늘 매운탕 어때?"

"으응? 매운탕? 그것도 이상한 맛 나는거 아냐?"

"그럼 회로 먹을래?"

"회? 글쎄에... 회는 안 먹어봐서 별로일것 같은데..."

"흐흐. 그래? 다시 살려주지 뭐..."

미애는 주원이 다시 낚시대를 들자 방해되지 않게 물러서 언니에게로 달려와 묻는다.

"언니언니! 매운탕 끓일줄 알아?"

"응..."

"맛있어?"

"글쎄... 재료가 없을텐데..."

미영의 대답에 미애가 크게 소리를 친다.

"오빠오빠! 재료가 없다는데?"

"하하하하! 그거 걱정하지마 내가 따로 사왔으니까! 우리 오늘 저녁은 매운탕 먹자!"

"와아아아! 오빠 최고! 언니언니! 오빠가 매운탕 재료 있대!"

"그래? 잡다한걸 많이 사더니 미리 준비했나 보네..."

주원은 해가 질녁쯤엔 씨알이 굵은 산천어 세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생물을 죽이는데 익숙하지 않은 미영을 아는 주원이 익숙하게 비늘을 치고 내장과 머리를 따로 잘라내자 그 모습을 미영이 묘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자아! 이제 누나는 내가 다 잘라 놓았으니 이것들을 끓이기만 하면 돼."

"으응. 이제 내가 다 할께. 정자로 가 있어.."

미영은 동생이 냄비에 넣기 좋게 잘라 놓은 산천어 매운탕을 끓이며 다시금 상념에 잠겼다.

미영은 주원의 탈을 쓴 수호신장은 뭐든지 익숙하게 뭐든지 잘하며 뭐든지 자신있는 모습이 그렇게 싫지만은 았았다. 단지 혐오식품은 이제 안 먹었으면 했다......

'훗..... 역시 내 생각이 옳았어.... 주방 근처에도 안오고 남자가 무슨 요리를 하냐며 정색을 하던 원이가 절대로 오늘 같은 모습을 보일리가 없잖아? 훗.. 누굴 속일려고 가증스럽게.... 하아.... 나 어쩌면 좋을까.... 그런데 우리 원이는 도대체 어디 있을까 이미 하늘나라로 가 있는건 아닐까....'

미영의 착각은 커져만 갔고 뭐 실제로 지금의 주원이 예전의 주원이라고는 할 수가 없었다. 예전의 주원이라면 설사 누이의 알몸을 보았다 하더라도 제 친누이를 탐내지도 않았을 것이니까.

단지 미래의 주원의 모습을 미리 보여 주는것에 불과했지만 가족으로서 느끼는 감정의 차이는 훨씬 컷기에 미영의 혼란이 당연한 거기도 했다.

'아... 그래도 오늘 우리 수호신장은 정말 멋졌어... 내일은 내가 배워 볼까나.. 명색이 애인인데 같은 취미를 가져 보는것도 좋겠지...?'

미영은 매운탕이 완성되자 주원을 불러 상을 차려 조명이 설치된 방충망 속의 정자 속에서 고즈넉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배경음으로 저녁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캬!! 얼큰하네! 쐬주생각 난다아!"

"오빠! 술 먹을 줄도 알아?"

"......"

"아! 지금은 좀 그런가... 크흠... 못들은 걸로 해줘.."

"에이 오빠도 차암.. 나도 술 먹을줄 아는데?"

"뭣? 말도 안돼! 우리 미애가 벌써 술도 먹어?"

"히히... 나나 칵테일도 먹어 봤다아!"

"누구랑 먹었는데?"

"아이! 친구들이랑 만들어 먹었지롱!"

"헐...."

"순영이 집이 잘 살잖아? 걔네집에 놀러 갔을때 먹어 봤어."

"아! 그 버스 회사 사장이라는 집 딸?"

"아앙. 걔네 집에 가니까 집에 홈바라는게 있어서 순영이가 만들어 주길래 맛만 봤어..."

주원은 마구 자랑하는 미애를 물끄러미 봤다.

미애는 그런 오빠의 시선에 자신을 나무라는줄 알고 고개를 숙이고 밥 먹는 척을 한다.

'그 사장놈이 미애를 얼마나 가지고 놀았는데 내가 모르겠니 미애야... 그 새끼는 발랑까진 지 딸을 이용해서 미애를 포함한 여중생과 여고생 애들을 집에 자주 출입하게 해서 얼마나 희롱하고 농락했는데.... 휴우....'

"미애야... 그 순영이랑 인연 끊어라..."

"응? 왜? 걔 괜찮은 애란 말이야. 친구도 많고 집도 부자구..."

미애는 순영이가 먹는거나 노는데 비용을 거의 다 댔기에 친구를 하지 않게 되면 재미있게 놀 수 없기에 그래서 오빠 말이라면 껌뻑 죽는 미애라도 자꾸만 오빠를 설득하듯 말한다.

"미애야... 오빠 소원이라 생각하고 절대로 그 애하고 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술먹은것 때문에 그래? 그런거라면 앞으로 안 먹으면 되잖아. 괜히 오빠한테 이야기 했나 보다. 오빠아.. 무서워 그런 눈빛... 싫어.. 흐윽...흐흑...흐어어엉."

주원은 자신도 모르게 미애를 농락한 순영이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치솟아 미애를 보는 눈빛에 그것이 표출되어 무섭게 노려보듯 보여졌고 급기야 오빠의 차갑고 살기 어린 눈에 놀라 울고 말았다.

"원아... 왜 애를 울리고 그래? 앞으로 술먹지 말라고 하면 되지. 그리고 친한 친구라는데 어떻게 인연을 끊으라니 하니.."

"누나.... 휴우... 누나 나 좀 봐..."

주원은 미영과 함께 정자의 방충망을 젖히며 바깥으로 나갔고 오빠에게 미움받은 미애는 너무 슬퍼서 혼자 남아 훌쩍였다.

미영은 주원이 잡아끄는 손에 따라 팬션쪽으로 걸어 갔다.

"누나 알지? 내 능력?"

"뭐... 그 미래를 보는 능력?"

"응.... 그 순영이 아버지라는 놈이 미애를 탐내고 있단 말이야."

"뭐? 정말? 큰일이네! 어쩌면 좋아!"

"휴우.... 미애를 그 집에 출입하게 하다간 결국 미애가 몸을 버리게 돼."

"정말? 하아... 그랬구나... 알았어. 내가 미애를 설득 해볼께."

"누나... 누나도 조심해. 누나를 탐내는 사람도 많아."

"그..그래?"

"그래... 뭐 누나는 내가 처음을 막아서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조심해! 원래 성추행을 하고 강간을 하는 상대는 의외로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 대부분이야."

"흥! 그래서 원이 너도 나를 가졌고?"

"뭐? 나..난 정말 누나를 사랑해서 그런거지! 단지 누나가 아름다워서 탐한게 아니야! 아직도 내 진심을 몰라?"

".......모르겠어... 나도 잘 모르겠다구!! 흐흑... 흐윽.."

주원은 미영이 갑자기 화내고 주저앉아 울어 버리자 골이 찌근거렸다. 미영은 아침에 미애와 주원이 알몸으로 안고 자는 모습을 본후 자신의 영문모를 혼란만 계속 커져 결국 터지고 만 것이다.

'아.... 진짜 여자들이란 왜 이렇게 복잡해.... 휴.....'

"누나 왜 이래.... 미애도 불안한데 누나까지 이러면 어쩌라구?"

"흐윽.. 몰라.. 나도 잘 모르겠어.. 흐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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