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 구원회-108-
"Hey, Mr. jo. Why did body searches stop?"
(이봐, 미스터 조. 왜 몸 수색을 중단하는가?)
몸수색을 하다 마는 것 본 부하들이 딴지를 걸자, 체면이 깎인 조대위가 버럭 짜증을 냈다. 장목사의 지시를 어긴것은 자신임에도, 마치 방귀 낀 놈이 성내는 꼴이었다.
"씨발, 코쟁이 새끼가 팀장이 까라면 깔 것이지 무슨 잔말이 많아?"
"ssibal? 너 욕했어?"
"어쭈? 한국말 잘 알아듣네? 그새 한국물 좀 먹었다 이거냐?
내가 몸수색 다 했다고 새끼야. 이상 없으니까 끝낸다는데 니가 왜 잔말이 많아?"
"The other woman didn't do a body search! It's againstthe rules!"
(다른 여자는 몸 수색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규정 위반이다!)
"다른 여자? 저 돼지? 니 눈엔 쟤가 테러리스트로 보이냐?"
"speak english! i don't understand what you say!"
(영어로 말하라. 난 당신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좆까 병신아! 암내나 처 풍기는 양키 새끼가 아까부터 존나 깝죽대네. 확 김치로 싸대기를 갈겨 버릴라! 김치맛 좀 볼래?"
처음엔 단순한 말다툼이었지만, 갑자기 사내들끼리의 자존심싸움으로 번지면서 일이 커지고 있었다. 소란을 감지한 다른 용병들이 속속들이 모여드는 가운데 두 사람이 금방이라도 멱살을 잡을 정도로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경호원들이 서로 시비가 붙은 그때, 눈치 빠른 혜진이 갑자기 도훈의 손을 잡아 끌더니 조용히 속삭였다.
-신경 쓰지 말고 우린 안으로 들어가자.
-응?
-몸수색하게 되면 네가 곤란해 질 거 아니야. 그냥 모르는 척하고 들어가자고.
-아···.
입구에서 벌어지는 소란을 틈타 두 사람이 몰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제임스라는 용병이 몰래 들어가는 두 사람을 재차 제지하려 했지만, 조 대위가 흥분한 목소리로 그를 가로 막았다.
"야!!! 너 이 새끼, 상관 명령이 우습게 들려? 내가 아까 통과시켰잖아!"
"What?"
다국적 용병들로 이루어진 PMC는 일반적인 군부대와 달리 위계가 느슨한 편이었다. 팀장이라고 해도 상급자라는 개념보다 그저 감투를 하나 더 쓴 동료 정도만 인식했다.
제임스는 무척 완고한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고용주의 명령을 제멋대로 어기는 팀장 조 대위가 오히려 명령 불복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Funkig korean!"
"이 씨발 새끼가, 어디서 퍽퍽 거려? 대가리에 숨구멍 나고 싶어?"
[저 둘은 왜 저렇게 흥분한 겁니까?]
'군기 없는 용병단의 한계지.'
[네?]
'저 새끼들 군복만 입고 있을 뿐, 정작 군인으로선 폐급 떨거지들이거든. 충성심이나 명예도 없이 돈에 팔려온 새끼들이잖아.'
[그게 왜요?]
'그런 새끼들만 잔뜩 모아 놨으니, 팀장에 대한 존중 같은 것도 없는 거야. 마침 체 게바라가 대놓고 우릴 봐주니까, 평소 쌓여있던 감정이 터진 거지.'
[아.]
'체 게바라는 놈대로 혜진 앞에서 가오 부리려다가, 면이 안서게 되니까 존나 빡친 거고.'
[한마디로 조 대위가 자존심이 상한 거군요.]
'당연하지. 한국에선 상급자가 불법과 비리를 저질러도 눈치껏 넘어가주는 게 관례인데, 외국인들 눈에는 그게 전혀 이해가 안되는 거거든. 이젠 몸수색이 문제가 아니라 수컷들끼리 존심 싸움만 남은 거야.'
[혜진양이 굉장히 영리하게 행동했군요. 조 대위의 호색을 이용해 결과적으로 경호팀끼리 내분을 유도한 꼴이니까요. 다행히 무사통과입니다.]
'글쎄, 난 곱게 넘어갈 생각 없는데?'
도훈은 출입문으로 들어가는 길에 인벤토리에서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꺼내 손에 쥐었다.
[뭐 하십니까? 왜 동전을···.]
'체 게바라 저 새끼 아까 혜진이 추행하는 거 봤지?'
[네?]
'껄떡대는 모습이 꼴사나워서 못 참겠더라고. 게다가 나보고 돼지 테러리스트라고 했잖아. 씹새끼가 뒤질라고.'
[돼지라고 한 건 맞지만, 테러리스트라곤 안 한것 같은데요.]
'어쨌든 좆같이 생겨서 마음에 안 들어. 감히 누구 여자를 건드려?' 몸수색을 대충 넘어갔다는 이유로 시작된 용병끼리의 싸움은 금방이라도 주먹다짐을 할 것처럼 커지고 있었다.
"감히 하극상을 해? 너 이 새끼, 예전부터 벼르고 있었는데 잘걸렸다. 오늘 날 잡았다고 생각해라."
"what the fuck!"
두 사람이 육박전을 벌일 것처럼 으르렁대더니 순식간에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그 틈을 타 도훈이 손에 쥐고 있던 동전을 손톱사이에 끼우더니 빠르게 튕겨냈다.
탄지신통!
내공이 급격히 늘어난 이후로 처음으로 제대로 써보는 무공 기술이었다. 도훈의 투척 스킬은 이전에도 쇠 젓가락을 나무 기둥에 박아넣을 만큼 위력적인 편이었는데, 내공이 3배로 늘어난 지금은 단순한 동전 튕기기 조차 대량살상기술이나 다름 없었다.
팅-!
도훈의 손에서 발출된 동전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날아갔다.
지나치게 빠른 회전은, 동전의 테두리에 파인 홈을 톱날보다 날카롭게 만들었고, 회전수만큼 올라간 절삭력을 품은 동전이 조 대위의 질긴 가죽 워커를 뚫고 아킬레스 건을 가르고 지나갔다.
퓌슉-!
"으, 으악!"
조 대위가 총이라도 맞은 것처럼 느닷없이 발목을 붙잡고 쓰러지는 사이, 흥분한 제임스가 그의 몸에 올라타더니 거친 파운딩을 시작했다.
정말로 싸움이 벌어지자 놀란 동료들이 달려와 뜯어 말렸다.
"Hey! stop it!"
혜진은 갑자기 조 대위가 쓰러진 이유를 몰랐지만, 암기술을 시험한 도훈은 강화된 무공에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방금 봤어? 내가 쏘고도 움직임을 놓쳐 버릴 정도라니.'
[강화된 내공이 일신의 무공을 진일보 시켰군요.]
'나도 어지간하면 참으려고 했는데, 여자 약점을 잡고 협박하는 모습이 너무 꼴보기 싫더라고. 반군 코스프레 하는 모습도 병신같고.'
[근데 괜히 무기를 썼다가 걸리는 거 아닙니까?]
'무기라니? 무기가 어딨어? 아, 나중에 바닥에서 500원짜리 동전 하나 발견되긴 하겠네.'
[아···. 그래서 일부러 동전을.]
'지금의 나라면 동전 하나만으로 수십명의 목도 딸 수 있어. 장만석 그 새끼도 눈에 띄는 순간 이마빡에 팍 그냥!' 입구의 경비 초소를 벗어났는데도 장만석의 저택은 아직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여장을 한 도훈이 앞서가는 혜진에게 물었다.
"대체 집이 어디 붙어 있는 거야?"
"여긴 무척 넓어. 안으로 더 들어가야 해."
"흐음. 바로 장만석이 있는 곳으로 날 안내해줘. 지금 바로 숨통을 끊어 버릴 테니까."
"그건 너무 위험해."
"뭐라고?"
"아까 군인들 봤지? 경호팀은 반반씩 나뉘어 있어. 입구 밖을 지키는 군인이 절반. 저택 주변을 경계하는 군인이 절반."
"그럼 10명 정도구나."
도훈에게는 1분 컷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 얘기까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목사 방은 저택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어. 거기까지 도착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쉽지 않다니?"
"일단 넌 의사랑 면담부터 해야 해."
"의사? 저택에 상주하는 의사가 있어?"
"어. 주치의가 늘 대기하고 있어. 말했듯이 장목사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야. 당장 오늘 밤 죽어도 자연사라니까?"
"흠···. 의사랑 무슨 면담을 하는데?"
"음, 그게···."
혜진이 설명을 주저했으나 결국은 도훈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었다.
"처녀막 검사를···."
"뭐라고? 내가 처녀막이 어딨어? 청년막도 없구먼."
"지금 농담할때가 아니야. 어떻게든 검사를 무마시켜야 해."
"잠깐, 근데 왜 그 딴짓을 하는 거야? 교회에서 처녀를 선발해서 보낼 때 다 얘기 된 거 아니었어?"
"실은···."
혜진이 처녀막 검사의 내막을 설명했다.
장만석이 1000명의 처녀를 채우는 과정에서, 몇번 사고가 있었는데 그때문에 장만석이 크게 역정을 냈다는 것이었다.
가장 흔한 경우가 성관계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자기도 모르게 처녀막이 이미 손상이 되어있거나 처녀막이 없는 경우였다.
"처녀가 처녀막이 없다고?"
"몰라. 일종의 기형같은 건데, 사실 꼭 필요한 기관도 아니다 보니···."
두번째 경우는 좀 더 문제였는데, 이미 처녀막이 없는데도 산부 인과에서 재생수술을 통해 가짜로 만든 사례였다.
"아니, 왜 굳이 그런 짓을 하지? 과거를 숨기고 시집가려는 것도 아니고···."
"그게 아니라, 장목사에게 처녀를 바쳤을 때 보상이 너무 커서 그래."
"보상이라고?"
"그럼 처녀들이 아무 대가도 없이 장목사에게 가는 줄 알았어?"
"무슨 보상을 해주는데?"
"다양해. 원하는 것이 제각기 다르니까. 아까 분당지부에서 올려보낸 여자애는 강남 본원으로 옮기는 것이 조건이었어. 합숙소에 자리도 내어주고."
"미쳤구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나도 잘은 모르는데, 그래도 지방지부보다는 강남본원이 가장 진급에 유리한 모양이더라고. 물론 바로 수호천사같은 특진을 원하는 경우도 있어."
"달란트는?"
"사실 그게 제일 많지. 생각보다 많이 주는 편이야."
"얼마나 주는데?"
"현금 가치로 치면 1억에서 2억 정도?"
[와, 이건 완전히 성매매랑 다를바가 없군요. 처녀성을 1억에 파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여자애들도 대충 판단한 거지. 어차피 이 교회에 다니다보면, 질릴만큼 섹스를 하게 될 텐데, 기왕 처음 아다 땔 때 돈이나 받자는.'
[아···.]
"그럼 종교적인 신념만으로 처녀를 바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물론 있지. 의외로 많아. 장목사에게 완전히 세뇌된 애들. 나도 한 떄 그랬고."
혜진은 여전히 자신이 어떻게 세뇌에서 풀려나게 된 것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다만 스스로 세뇌에서 풀렸다고 할 만큼, 장만석에 대해 지니고 있는 충성심은 거의 없어진 상태였다.
"근데 처녀막 검사라는 게···. 설마 저택 내에 산부인과 시설이 있는 거야?"
"응."
"뭐?"
"있다고. 주치의가 늘 상주하니까."
"아니 무슨 저택에 개인 병원을 차린 것도 아니고···."
"넌 잘 모르겠지만, 구원회 내에 의사들이 제법 있는 편이야.
나름 자체 보건시설도 갖추고 있거든."
물론 도훈도 한 번 실려갔기 때문에 모를리가 없었다.
"잠깐 근데 처녀막 검사를 하는 줄 알면서도 내가 여장해서 들어온 걸 찬성했다는 거야? 팬티 내리면 바로 들킬텐데?"
"너무 걱정마. 매수할 자신 있으니까."
"어?"
도훈은 여전히 영문을 알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잠시후 장원을 지나 저택을 마주한 두 사람은 저택 주변에서 총을 찬 군인들을 또 다시 목격했다. 혜진의 말대로, 외곽 경계를 서는 용병들과 저택을 호위하는 군인으로 나뉘어진 모습이었다.
[확실히 경계가 삼엄하군요. 무장한 병력만 도합 스무명이라니 ···. 그것도 24시간.]
'근데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네? 뭐가 말입니까?]
'장만석 말이야. 대체 뭐가 두려워서 자기주변에 24시간 용병들을 상주시킨 거지? 비용이 상당히 들텐데.'
[돈이야 뭐, 죽을 때까지 다 쓰고 죽지도 못할 만큼 많지 않겠습니까?]
'비용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이상하잖아. 구원회는 자신의 왕국이나 마찬가지야. 구원회 내에서 자신의 목숨을 노릴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후계 구도를 놓고 경쟁중인 장만석의 동생이나 아들 정도가 있겠군요. 아니면 그의 장기 집권에 못 마땅해하는 다른 장로들도요.]
'그렇다고 해도 너무 과하지. 장만석은 구원회 내에서 일종의 왕이나 마찬가지야. 그것도 건국왕.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싶은데.'
[하긴 좀 과하긴 합니다. 60명의 용병들을 3교대로 부리면서 24시간, 365일 경계를 세우는 것이요.]
'어쩜 장만석은 다른 것을 대비한 게 아닐까?'
[다른 것이라뇨?]
'그가 정말로 플레이어 출신이라면 적은 많지. PK단도 있을테고, 탈주자를 잡는 플레이어 헌터도 그렇고.'
[흐음, 하지만 그런 인원이 막상 들이닥친다면 무장한 군인들로는 못 막아낼 겁니다.]
'막는게 아니면?'
[네?]
'플레이어나 PK단은 민간인을 함부로 못 죽이지 않아? 정당방위 요건을 만들려면 먼저 놈들에게 공격을 당해야 할테고.'
[설마 장만석이 그들을 시간 끌기용 방패막이로 세우려고 고용 했다는 겁니까?]
'그렇지. 장만석이 경호팀을 구성한 이유가, 단순히 시간 끌기라면 충분히 납득이 되는 부분이지. 그렇다면 왜 시간을 끌어야 하는지 이유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겠군.' 도훈이 계속 장만석을 어떻게 처단할 지 고심하는데 혜진이 별관으로 이루어진 조그만 건물로 그를 안내하며 설명했다.
"이쪽이 처녀막 검사하는 곳이야."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