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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820화 (1,800/2,000)

1820. 구원회-25-

미숙이 급히 화장지를 풀어 도훈에게 건넸다. 도훈은 코피를 막으며 급히 둘러댔다.

"죄송합니다. 실은 어제 잠을 못 자고 오느라···, 무리를···."

"뭐라고? 아니, 무슨 그런···."

두 번째 섹스를 기대하고 있던 미숙에겐 참으로 김빠지는 얘기였다. 처음엔 잘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찍 싸버리고, 이후 코피까지 쏟는 도훈이 당연히 못 미더울 수밖에 없었다.

'이거 양 권사가 사람 잘 못 뽑은 거 아니야? 무슨 젊은 애가 체력이···.'

미숙은 도훈이 무리한 섹스로 인해 코피를 쏟는다고 생각했다.

30분도 못 채운 섹스 한 번에 코피를 줄줄 흘릴 정도라면, 성기사단으로는 절대실격이었다.

"괘, 괜찮습니다. 이제 멈춘 것 같습니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피까지 본 마당에, 할 맛 뚝 떨어지게.

참나."

미숙은 완전히 흥이 식은 것처럼 쌀쌀맞게 굴었다. 당장이라도 도훈을 내치고 싶었지만, 앞서 즐겼던 섹스가 미련이 남았다.

'하아-. 이걸 어쩐다. 아주 실력이 모자란 애는 아닌 것 같은데, 하필 체력이 저질이네···. 정말 날 밤을 새서 그런가?'

일시적으로 컨디션이 저하된 것이라면, 이대로 내치기엔 너무 아까운 인물였다. 성기사단에 속해 있는 다른 대물들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미숙은 그 점이 못내 아쉬웠다.

고민 끝에 미숙이 말했다.

"오늘 테스트는 더 진행 못 하겠으니 일단 쉬도록 해. 양 권사에게는 내가 말해 놓을테니."

"아···. 그럼 전 탈락하는 건가요?"

"탈락이 아니라 유보야."

"유보라면···."

"다음에 다시 보겠다는 소리야. 그때 또 이러면 진짜로 각오해."

"가, 감사합니다!"

"암튼 난 가볼 테니까, 뒷정리하고 와. 세상에 하다말고 코피라니···. 나참."

미숙이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입고 왔던 후드 가운을 걸치고 방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게 된 도훈이 뻘쭘하게 앉아있는데,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참회는 다 끝나셨나요?"

"네?"

도훈이 멍하니 있는데, 메이드 복을 입은 젊은 여성 한 명이 마스크를 쓴 채 꾸벅 인사를 건내왔다. 아직 옷을 입지 않고 있던 도훈이 황급히 가운으로 중요 부위를 가렸다.

"뭐, 뭐예요, 갑자기?"

"룸 청소하러 왔는데요?"

도훈이 거의 알몸에 가까웠지만, 마스크를 쓴 여자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미숙이 나가자마자 들어온 걸 보면, 미숙을 제외한 성기사단에 대해선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여긴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어떻게 남자가 발가벗고 있는데 젊은 여자가 되서 전혀 신경도 안 쓰는 거지?'

[어쩌면 이런 상황이 너무 익숙한 게 아닐까요? 어차피 이들에게 부끄러움은 없는 감정이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랑 나이도 엇비슷해 보이는데···.'

시트를 정리하는 메이드복 여성에게 도훈이 물었다.

"죄송한데 제가 오늘 여기 처음이라 그런데 저는 이제 어디로 ···."

"사우나로 다시 내려가시면 됩니다. 가운은 나가시는 길 회수함에 넣어주시고요."

"아, 네."

사무적으로 응대하는 여성을 뒤로하고 방을 빠져나온 도훈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다시 사우나로 향했다. 마침 나가는 길에 다른 남성과 마주쳤는데, 자신과 똑같은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응? 저놈도 성기사단인가?'

두 사람은 서로 신기한 듯 쳐다보다, 남성이 먼저 도훈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누구···."

"아, 네. 오늘 입단 테스트를 받은 신입입니다."

"그래요? 양 권사님한테는 못 들었는데 신입이 왔나보구나. 그럼 수고하세요."

"네."

사내는 도훈에게 별 관심이 없는지 곧바로 정해진 방으로 들어갔다. 도훈이 가운을 세탁함에 벗어 넣으며 생각했다.

'설마 성기사단끼린 전혀 교류가 전혀 없는 건가?'

[아무래도 1:1로 상대를 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렇겠죠?]

'아까 미숙의 마지막 사이코메트리 영상에서 보니까 5명을 동시에 부른 적도 있던데?'

[어쩌면 그게 예외적인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미숙은 나름 권력자 편에 있으니까요.]

'권력자라니?'

[장만석에게 버림받긴 했지만, 한때는 그의 오랜 정부였잖습니까. 개척교회 시절부터 과거를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숙은 쉽게 건드리지 못할 인물이지 않을까요? 표면적으로는 교주의 총 애를 입었으니까요.]

'호오. 그렇단 말이지.'

다시 사우나로 내려온 도훈은 탕으로 바로 들어가 생각을 정리 하기로 했다.

아까 우르르 몰려왔던 청년부 남자들이 모두 씻고 나간 것인지 다시 돌아간 사우나실 내부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간혹 몇 명이 샤워를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어느새 혼탕에 적응된 도훈은 여자가 멀리서 발가벗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신기하네. 혼탕에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무지 어색했는데, 이것도 적응되니까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아.'

[이 교회의 신도들도 그렇게 된 걸지도 모릅니다. 세뇌로 인해 부끄러움이 사라진 상태로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많이 무뎌졌겠죠.]

'암튼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고.'

도훈은 뜨거운 탕 안에 몸을 녹이며 앞으로의 계획을 떠올렸다.

'일단 장만석의 얼굴은 확인했어, 젊었을 때 모습이긴 하지만 어차피 10년이 지났어도 그 얼굴이 크게 바뀌었을 것 같진 않으니.'

[생각보다 너무 평범한 인물이었습니다. 주인님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만큼요.]

'뭐, 플레이어라고 다들 잘 생기고 예쁜 건 아니니까. 보미는 제법 예뻤지만.'

[주인님이 실제 만나 본 플레이어는 보미양 밖에 없는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암튼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렇죠. 장만석은 얼굴이 아니라 다른 게 무기죠.]

도훈은 영상에서 본 만석의 발기된 거근을 잊지 못했다. 포르노에서나 볼 법한 30cm가 넘는 잦이를 실물로 보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시발. 나보다 큰 놈들은 몇 놈 봤지만, 그렇게 차이나게 커버리니까 할 말이 없네.'

[그것도 타고난 재능인가요?]

'일종의 돌연변이라고 봐야지. 아시아 인종에게서 나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그냥 미쳤다고 밖에. 아니 30cm가 말이 되냐고.'

[왠지 주인님이 많이 의식하시는 것 같군요.]

'뭐? 장만석을? 그것도 어느정도 적당해야 의식이라도 하는 거지. 이건 뭐 비빌수도 없으니.'

도훈은 사이즈를 24cm까지 늘렸음에도 끄떡없던 미숙을 떠올렸다. 심지어 그 상태로 최대한 오래 끌었는데도 미숙은 크게 만족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과거의 연인이었다는 장만석과 비교되었다.

'장만석 같은 초대물과 수년을 뒹굴었으니, 어지간한 좆으로는 성에도 안 차는 게 맞지. 어떤 면에서 보면 미숙도 난 년은 난 년이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필 그 시골 교회에서 두 사람이 만난 것이 천생연분이었군요.]

'그렇지. 미숙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에게 딱 맞는 사내가 갑자기 나타난 셈이거든. 물건도 크고, 정력도 센. 문제는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장만석이 이미 유부남이었다는 점이겠지만.'

[장만석은 처음부터 이혼 생각이 없었던 걸까요?]

'아까 승아도 그랬잖아. 장만석의 아들이 부 목사를 하고 있다고.'

[그랬죠.]

'시기상으로 봤을 때 그 아들이라는 놈은 본처의 소생일 가능성이 커. 그리고 놈에게 교회를 물려주려는 의도를 봐서는, 아마 본처와도 헤어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봐야지.'

[결국 미숙은 철저하게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 셈이군요.]

'그걸 이용당했다고 봐야 하나? 어차피 유부남을 건드린 쪽도 똑같다고 보는데. 둘 다 똑같은 년놈이야.'

[흐음. 그나저나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일단 성기사단 입단에 실패했으니, 다음 기회를 노려야지.'

[다음 기회요?]

'다행히 미숙은 아직 나에게 미련이 있는 것 같아. 아마도 처음 보여줬던 테크닉에 아쉬움이 남았던 모양이야.'

[그랬죠. 입단 결정은 유보라고 했으니까요.]

'분명히 미숙이 조만간 다시 나를 호출할 거야. 그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숙을 내 편으로 사로잡아야 겠어.'

[미숙을요?]

'네 말대로 미숙은 이 교회 안에선 나름 끝발이 좋잖아. 성기사단 5명을 자기 집으로 불러들여 난교파티를 벌일 정도로. 그녀를 통해서 장만석에게 접근 하는게 가장 빠른 방법일 것 같아.'

[괜히 일만 복잡해졌군요. 단순히 사이비 교주라면 차라리 처리하기는 쉬웠을텐데, 전직 플레이어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보니.]

'근데 장만석은 대체 어떻게 플레이어가 된 걸까?'

[네?]

'아니. 하는 짓을 봐선 완전 범죄자 쓰레기잖아. 처음에 어떻게 플레이어로 낙점됐느냐가 미스테리야. 신께서 플레이어를 선발하는 기준이 있을 거 아니야?'

[음, 주인님이 뭔가 착각하시는 거 같은데 개인의 도덕성과 플레이어의 선별과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없다고?'

[네. 도덕적으로 훌륭한 순서대로 플레이어를 선발하는 건 아니니까요. 역사적으로 기록된 수많은 플레이어들도 모두가 선인은 아니었죠.]

'그럼 기준이 뭔데?'

[굳이 하나 뽑자면 간절함이랄까?]

'간절함?'

[네. 뭔가를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간절히 소망하는 게 신과 우연히 맞닿게 되면 플레이 어로 선발됩니다.]

'아니 그럼 범죄자도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거야? 원칙에 어긋나지 않아?'

[플레이어가 된 이후에는 지켜야할 선은 당연히 존재하죠. 형법을 어기는 것은 대부분 신벌의 사유가 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엄격하게 재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님이 이제껏 해왔던 모든 행위가 도덕적으로 온당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탕에 몸을 담그고 머리를 내밀고 있던 도훈은 로시의 마지막 말을 곱씹었다.

따지고보면 도훈도 그렇게 착하게만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

유부녀도 가리지 않는 난봉꾼에 가까웠고, 먹튀한 여자들도 부지기수였다. 범죄로 처벌을 안 받을 뿐이지,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 일을 벌인 게 셀 수 없이 많았다.

'듣고보니 그렇네. 따지고 보면 현행범으로 잡힐 범죄를 저지르지만 않으면 플레이어에게 걸린 제약이라는 것도 그리 엄격한 편은 아니구나.'

[네. 아무튼 장만석이 우연히 플레이어의 계시를 받아 능력을 개화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의 도덕성과는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그가 부인 몰래 불륜을 저지르는 변태 목사였더라도 말이죠.]

'좋아. 그럼 어떤 식으로든 장만석이 플레이어가 되었다고 쳐.

놈의 능력은 정말로 정액을 이용한 세뇌 능력 뿐일까?'

[그 부분은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런 유사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혀 다른 직업의 플레이어일수도 있겠죠. 주인님도 플레이어 클래스는 섹서지만, 실제론 무림 고수에 가까운 것처럼요.]

'내가 무림 고수라고?'

[맞지 않습니까?]

스스로를 고수라고 생각해 본 적 없던 도훈은 로시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현대에 무림이 존재한다면 나같은 사람이 고수는 맞겠네.'

어느 정도 피로를 회복한 도훈이 탕에서 일어섰다.

체력적으로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극심한 마나 소모로 인한 정신적 피로가 몸을 무겁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일단 오늘 탐색은 여기까지만 해야겠어. 더 쓸 스킬도 없고, 변장도 곧 풀릴 것 같으니.'

도훈이 변장술로 사용한 역용마스크는 시간에 따라 점점 풀리는 문제가 있었다. 주말 하루 동안 충분히 탐색을 마쳤다고 판단한 도훈은 그대로 사우나에서 옷을 갈아 입고 교회 건물을 빠져나왔다.

건물을 나오면서 전체적인 크기를 다시 한 번 가늠했는데, 실로 말도 안되게 큰 교회였다.

예배당을 비롯, 별도의 부속 건물들이 종합병원처럼 복잡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느 시설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지도를 참조해 가야 할 정도였다.

'보면 볼수록 기가 막히네. 교회 안에 사우나 시설에, 참회방까지. 장만석이 아주 그냥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었구나.'

[장만석의 정체가 무엇이건 없어져야 할 인물인 건 확실합니다. 이 모든 것이 김비서의 어머님같은 순진한 사람의 재산을 빼돌려서 지은 건물일 테니까요.]

이런 대형 교회를 쌓는데 지은 벽돌 하나하나 까지 모두 혹세무민하여 빼돌린 돈으로 쌓아 올린 것이었다.

교회 가운데 높게 솟은 붉은 십자가를 보며 도훈이 주먹을 불끈쥐었다.

'감히 신의 사명을 거부하고, 스스로 신이 되려 했겠다? 변절한 플레이어에게 최후를 선사해 줘야 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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