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9. 구원회-4-
커다란 강당으로 보이는 곳은, 바닥에 장판이 깔려있어 맨 바닥에 앉을 수 있었다. 내부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무릎에 방석을 깔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통성 기도라는 방식이었는데, 저마다 큰 소리로 소리치며 오열하는 모습이 자못 섬뜩한 느낌을 줬다.
도훈은 기도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보고 추측했다.
'이 사람들이 아까 말한 청년부인가?'
[제 생각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 근데 저건 뭐지?'
신실한 자세로 기도에 열중하던 무리들이 어느 순간 하나둘 옷을 벗는 것이었다. 처음엔 상의만 벗는 줄 알았던 사람들은 급기야 바지와 속옷까지 훌렁훌렁 거침없이 벗어 집단으로 나체가 되었다.
'헐? 무슨 교회가 누드 비치도 아니고 저게 무슨 해괴망측한 짓이람?'
[기가 막히는 군요. 통성기도 중 전신 탈의라니.]
남녀 할 것 없이 알몸으로 변한 신도들은 주변에 있는 이성과 눈빛을 교환하더니 너나 할 것 없이 합체를 시작했다.
두 사람이 하다가 세 사람이 되고, 나중엔 한 명에 여럿이 붙어 돌려 먹는 등 그야말로 대환장 난교파티가 펼쳐졌다.
해당 영상의 주인공인 이서 또한 남자들 무리에 둘러싸여 정신없이 따먹히는 중이었다.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뒤로 박히고 입으로 좆을 무는 자세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쾌락에 취한 이서의 표정은, 아까 도훈의 말에 눈빛이 돌변하던 그때와 비슷했다.
'헐. 이게 대체 뭐야? 이서의 말이 전부 사실이었단 소리야?'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군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집단 난 교라니. 그것도 교회 건물에서.]
'이것들 단체로 마약이라도 한 거 아니야?'
도훈의 눈에 청년부의 숫자는 백여 명에 가까워 보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전혀 어색해하는 것 없이 짐승처럼 발가 벗고 바닥을 뒹구는 모습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러운 지경이었다.
'이런 미친년 놈들 같으니. 대체 교주는 뭐 하는 새끼야?'
비위가 상해 도저히 볼 수 없었던 도훈이 곧바로 다음 장면으로 화면을 전환했다.
뿌연 수증기와 함께 샤워기에 물이 쏟아져 내려왔다. 단체 샤워실로 보이는 이곳에선 여자들이 몸을 씻고 있었다.
"하아-. 오늘 엄청 시달렸잖아. 동시에 3명을 상대하느라."
"나도 죽을 뻔 했어. 청년부에 새로 들어온 그 오빠, 진짜 거칠게 하더라."
"후후. 조금만 참아. 이번 사역만 끝나면 교주님께서 엔젤 등급으로 올려 주신다고 하셨어."
"엔젤 등급부터는 집사님들 모시는 거 맞지?"
"응. 꾸밈비도 두 배로 올려 준대."
"난 얼른 쭉쭉 승급해서 교주님을 직접 모시고 싶어."
"수호천사 말이야? 성은을 입기 쉽지 않을텐데?"
"그래도. 수호천사에 뽑히면 집이랑 차도 준다면서."
"호호, 조금만 더 분발해봐 그럼."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대화를 주의 깊게 듣던 도훈이 화면 재생을 멈추었다.
'가만.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여신도들이 성행위의 대가로 돈을 받는 것 같은데요?]
'그건 나도 알겠어. 꾸밈비라는 게 일종의 월급 같은 모양인데, 금액이 상당히 많나 보지?'
[집단 난교도 서슴없이 하는 걸 보면 분명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슨 등급이 있다고 했는데?'
[엔젤 등급, 수호천사 등등이 있었습니다.]
'여기 무슨 다단계야?'
[네?]
'아니 그렇잖아. 새로운 신도들을 끌어들이는 방식도 그렇고, 신도 사이에 계급 차등을 두어서 보상을 달리하는 것도 그렇고.
무슨 교회가 이래?'
[듣고 보니 그렇군요.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인데요?]
'일단 여자들의 색계를 이용해 남자 신도를 끌어들인다는 것은 알겠어. 교회에 가서 섹스를 실컷 할 수 있다고 하면 20,30대 남자들이 충분히 환장할만 하겠지. 그리고 여자들에겐 엄청난 돈으로 보상해 주고.'
[네.]
'근데 내가 이상한 건 이 시스템이 대체 어떻게 유지 될 수 있냐는 거야.'
[헌금으로 최대한 뜯어내는 게 아닐까요?]
'그래도 한계가 있지. 전 재산의 90%를 바치라는 말에 몇 명이나 동의하겠어? 설사 그렇다고 해도, 20~30대의 남자들 재산이 얼마나···. 아아, 그거구나.'
[네? 뭔가 짚이는 게 있으십니까?]
'아까 교회가 사업체 운영한다고 했었지?'
[네, 주인님의 정보원인 최번개의 보고에 따르면 다수의 사업체를 인건비 절감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거네.'
[네?]
'이거 롤 모델이 딱 하사신 육성 방식이네.'
[하사신? 어쌔신이요?]
'어. 저번에 내가 한번 말한 적 있지? 산중 노인 이야기. 거기서 암살자를 기르는 게 딱 이렇거든.'
[호오. 기억납니다. 신체 건장한 소년들을 산중으로 데려와서 기름진 음식과 미녀를 제공했다가 빼앗는 것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한 번 쾌락의 구렁텅이에 빠져든 사람은 두 번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지 못하거든. 청년부에 들어가서 주말마다 떼씹 즐기던 놈들에게 갑자기 난교를 못하게 한다고 생각해봐. 어떻게 되겠어?'
[돌아갈 수만 있다면 교회에서 시키는 건 뭐든지 하겠죠.]
'그게 주 120시간의 무임금 노동이라도 말이지?'
[아아! 그렇군요. 사업체를 굴리면서 인건비를 아낄 수 있었던 이유가, 저렇게 모집한 청년들을 노예처럼 부려 먹었기 때문이군요.]
'그렇지. 그리고 그렇게 번 돈의 일부를 여자들에게 주면서 계속 선순환 시키는 거야. 종교 단체를 가장한 일종의 변형 매춘 사업인 셈이야.'
[와, 이건 정말 기발한 운영 방법이군요. 한데 이러면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뭔데?'
[재림 예수 구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가 방금 주인님이 간파하신 운영 방식 때문이라고 하면, 김비서의 어머님은 어떻게 전재산을 사기 당한 것일까요? 이건 젊은 사람들에게나 통할 것 같은데요.]
'거기까진 솔직히 모르겠어. 지금은 교세를 확장하고 신도들을 늘리는 비밀을 알게 된 것에 불과하니까. 아마도 분명 뭔가 더 있을거야.'
[하여간 주인님은 대단하시군요. 곧바로 구원회의 사기 수법을 간파하시다니.]
'운 좋게 얻어 걸린 거지 뭐. 사이코메트리 스킬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빨리 알아채진 못 했을 테니까.'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서양을 따라 구원회로 직접 침투하실 생각입니까?]
'하루 아침에 JMS에게 접근하긴 어려울 거야. 일단 오늘은 맛만 보는 것으로 하자.'
사이코메트리 스킬을 종료하자 순간 현기증이 일면서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해당 스킬이 활용되는 동안은 시간이 거의 정지한 것처럼 멈추기 때문에, 도훈은 혼자 급가속으로 두뇌를 빠르게 회전시킨 셈이었다.
"14K긴 해요. 갑자기 목걸이는 왜···."
"교회에 다니면, 이런 것도 주나 해서요."
"금 목걸이를요? 호호."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이서가 빵 터졌는지 깔깔 거리며 웃었다.
"민용 오빠는 진짜 재밌는 사람 같아요."
"정말요?"
"네. 뜬금없는 것 같으면서 다시 생각하면 너무 웃기잖아요."
"그런가? 그럼 사비로 사는 거예요?"
"그쵸. 대신 성경책은 공짜로 주긴 해요."
"성경책이요?"
"네. 저희 목사님께서 직접 집필하신 책이라 시중에는 안 팔거든요."
"오. 유명하신 분인가보네요."
"한번도 못 들어보셨어요? 장만석 목사님이라고."
"네."
"뉴스에 가끔 나오긴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은 조금도 믿을 필요 없어요. 목사님을 시기하는 무리가 정말 너무 너무 많거든요. 근데 실제로 뵈면 그렇게 훌륭하신 분이 없으세요."
"이서씬 목사님을 직접 만나보셨어요?"
이서가 다시 웃었다.
"당연히 매주 뵙죠. 먼 발치에서긴 하지만."
"네?"
"주일 예배 때는 목사님께서 직접 말씀을 전하시거든요. 민용 오빠가 교회 가시면 보실 수 있어요. 물론 신도들이 너무 많아서 2층에서 봐야겠지만."
"그 교회에 신도가 그렇게 많아요?"
"네. 엄청 많아요. 아마 만 명도 넘을 걸요?"
"마, 만 명이요?"
"모르셨구나. 저희 교회가 우리나라에게 두 번째로 큰 교회 건물이에요. 1위는 1만 2000석을 가진 여의도에 있는 교회고, 그 다음이 저희거든요."
"와."
"원래 땅값이 싼 곳으로 옮겼으면 더 크게 지을수도 있었는데, 목사님께서 서초동에 성령 충만한 기운이 흐른다고 이쪽으로 오면서 규모를 조금 줄이셨다고 해요."
"그렇구나···."
도훈이 관심을 보이는 척하자 이서가 다른 미끼를 던졌다.
"교회 규모가 워낙 크니까 재단 내에 사업체도 여럿 있어요. 물론 종교 재단은 아닌데, 저희 교인들이 운영하는 업체로요."
"그래요?"
"네. 나중에 오빠 공무원 시험 잘 안 되면 취직도 시켜주실걸요?"
"어? 진짜로요? 저 스펙 같은 거 하나도 준비 못했는데."
"상관없어요. 저희 교회 신도면 다 받아 주시거든요. 오빠가 원하기만 하면요."
"와, 대박이네요. 교회만 다니면 여자친구도 생기고 직장도 구할 수 있는 거네요?"
"그쵸. 그래서 인기가 많아요. 물론 저희 목사님 설교 한 번만 들어보시면 다른 조건 다 제쳐 두고 빠져 드시겠지만요."
"꼭 한 번 들어보고 싶네요."
"음, 근데 주임 목사님 예배는 아까 끝났거든요. 청년 예배는 목사님 동생 분께서 보세요."
"네? 동생이요?"
"네. 장만석 목사님 친 동생 분인데, 그분도 목사님이세요. 제가 알기론 아드님도 안수를 받으려고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헐, 무슨 가족 사업입니까? 형도 목사, 동생도 목사 심지어 아들까지 목사를 준비한다니.]
'이런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야. 이권이 많이 걸려있어서 배신하지 않을 사람들로 주변을 채우다보면 대부분 가족 친지들이 개입될 수밖에 없거든. 어쩌면 교회에서 운영하는 사업체도 다 가족 명의로 되어 있을 거야. 그렇게 해서 나중에 아들한테 담임 목사 자리까지 넘겨주면 왕국을 계승하는 거지.'
[어이가 없군요. 대체 장만석이란 작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큰 일을 벌이는 걸까요?]
'한두 번 사기치다가 자신감을 얻으니까 간덩이가 부은 거지.
의외로 이쪽 계통으론 국제적인 규모의 사기꾼들이 허다하거든.
장만석도 놀랍지만, 놈보다 더 큰 사이비도 많아.'
"그럼 오늘은 장만석 목사님은 못 뵙는 거예요?"
"네. 대신 다음 주 주일 예배 때는 뵐 수 있으실 거예요. 그러려면 오늘 한 번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죠."
"오후 예배요? 음, 스터디를···."
도훈이 고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이서가 도훈의 허벅지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 조금만 안 쪽으로 들어오면 잦이를 만질 수도 있는 위치였다.
"뭘 고민해요. 교회만 오면 오빠가 원하는 거 제가 다 들어 드린다니까요."
도훈이 꿀꺽 침을 삼켰다.
"노, 농담하지 마요."
"농담같이 들렸어요?"
이서가 커피숍 내부를 두리번거리더니 갑자기 도훈의 사타구니 안쪽으로 손을 쑥 넣었다.
"나 농담 같은 거 안 좋아하는데?"
"아, 앗!"
"어, 근데 바지 안에 뭐가···. 허억!"
"미, 미안요."
"아니에요. 근데 오빠 이거 설마···."
무심결에 잦이를 더듬거리던 이서는 상상 외로 큰 도훈의 물건에 놀란 표정이었다. 말투나 하는 행동을 봐선 반쯤 모지리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물건이 엄청 실한 것이다.
'세상에. 뭐가 이렇게 크담? 어우, 애들 또 죽어나겠네.'
도훈이 머쓱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제가 원래 좀···."
"와···. 저 진짜로 놀랐어요. 죄송한데 혹시 사이즈 물어봐도 돼요?"
"제, 제 사이즈요?"
"네. 안 재보셨어요?"
"아니 심심해서 예전에 재본 적이 있긴 한데···."
"알려줘요."
"20···."
"20cm라고요? 말도 안 돼."
"지, 진짠데?"
"저, 확인해요 진짜로?"
"그래도 돼요."
사이즈를 들은 이서의 눈빛이 묘하게 바뀌었다. 도훈 역시 변화된 낌새를 눈치채고 마음의 소리를 통해 그녀의 속마음을 엿들었다.
<정말로 이 바보 천치가 20cm의 대물이란 말이야?>
'뭐? 내가 바보 천치라고? 이게 확 씨.'
[그렇게 연기를 하셨으니까요. 찐따 연기는 주인님을 따를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칭찬하지 말라고.'
<그때 양 권사님이 사이즈 큰 남자들은 청년부에서 별도로 관리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20cm면 충분히 큰 거 아니야?>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양 권사는 또 누구야?'
[대물들을 별도로 관리하는 청년부라면 혹시 그거 아닙니까?]
'뭐? 창남 부대?'
[네. 구원회가 색계를 주 무기로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대물을 밝히는 여신도들에게 로비하기 위해서요.]
'그럴싸한데? 젊고 예쁜 여자를 청년부에 제공하는 것처럼, 대물인 청년들만 따로 선발해서, 미씨 공략에 활용한다? 이건 뭐 호빠까지 운용하는 건가?'
"저, 오빠. 제가 진짜 농담하는 게 아니라 거기 큰 사람이랑 한번만 해보는 게 소원이었거든요. 혹시 지금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거짓말일지도 몰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