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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688화 (1,668/2,000)

1688. 빌드 업-23-

똑똑똑-

"매니저님, 박찬홉니다. 새로 오신 선수 모셔 왔습니다."

"어, 들어오라고 해."

방 안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간 중저음의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삐끼이자 웨이터인 찬호가 도훈을 안으로 안내했다.

"면접 잘 보십시오, 그럼."

"감사합니다."

찬호가 깍듯한 태도로 손수 문을 열어주었다. 약간은 부담스러웠지만, 본래 유흥 쪽 웨이터들이란 과잉친절이 몸에 밴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도훈도 그러려니 했다.

도훈이 룸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은 사내를 쳐다보았다.

'저 새끼가 새끼 마담인가?'

새끼 마담은 도훈보다 2~3살은 윗줄로 보였다. 떡 벌어진 어깨와 짙은 눈썹이 무척 잘생긴 미남이었다. 장소가 이런 곳이 아니었다면, TV에 나오는 탤런트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좀 생겼네.'

"어서 와. 잘 찾아왔네? 시우한테 얘기 들었어."

"안녕하십니까."

새끼 마담은 도훈을 위에서 아래로 훑듯이 쳐다보았다. 꼼꼼히 체크하는 시선이,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입혀놓은 모델을 보는 것처럼 섬세했다. 한참 도훈을 관찰하던 새끼 마담이 감탄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기고. 확실히 에이스 출신이라더니 옷태부터 다르네. 첫인상이 아주 마음에 들어."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계속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이쪽으로 와서 앉으라고. 어차피 형식적인 면접이니까 말이야."

"네."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맞은편 소파에 도훈이 착석했다. 그 와중에도 새끼 마담은 도훈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지지 않고 관찰했다.

남자에게 집중적인 시선을 받는 느낌에, 도훈은 속으로 몹시 불편했다.

'뭐지, 설마 게이 새끼인가?'

[혹시 게이더 발동하셨습니까?]

'아니. 그 정돈 아닌데, 왜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지? 부담스럽게.'

"햐-.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 생겼구나. 피부에 잡티 하나 없네. 이름이 뭐라고?"

"정웁니다."

"정우?"

"네."

"흠, 이름은 좀 밋밋하다. 어차피 가명이지?"

"네."

"우리 가게는 어차피 처음이니까 이참에 개명이나 할래?"

"개명이요?"

"정우라는 이름은 좀 촌스럽지 않아? 40대 구닥다리 감성이잖아. 솔직히 동명의 영화배우만 아니었음, 선수 이름으로 쓰이지도 않았을 걸?"

"······."

'뭐라는 거야 저 새끼가? 감히 내 본명을 가지고.'

"음, 서준이 어때?"

"서준이요?"

"그래. 지금 얼굴이랑 딱 잘 어울리네. 풀 네임은 하서준."

"하서준···. 좋네요. 추천해 주신 이름으로 하겠습니다."

"생각이 유연한 친구군. 고집을 부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우리 업계에선 꼭 필요한 자질이지."

"감사합니다."

"난 태오라고 해. 조태오. 서준이는 올해 몇 살이야?"

"스물셋입니다."

"그렇게 어리게 안 보이는데? 난 다섯쯤은 먹은 줄."

"제가 좀 노안이라···."

"아니. 노안이라는 뜻이 아니라, 어딘가 분위기가 있다고 해야 하나? 성숙한 느낌이 있어. 눈빛이 깊어서 그런가?"

"제가 그런가요?"

"누나들한테 인기 많지?"

"네, 뭐 좀···."

"하하. 편하게 하라고. 난 너 들어올 때부터 마음에 들었으니까."

태오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금속제 담배 케이스를 열더니 담배를 권했다.

"한 대 피울래? 사양 안 해도 돼. 날 그냥 편한 형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합니다."

태오는 고급 금장 라이터를 꺼내더니 손수 불까지 붙여 주었다.

상당히 반짝거리는 제품이었는데, 뚜껑을 열 때 "퐁"하는 말끔한 금속음이 인상적이었다.

"후-.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내가 좀 감이 좋은 편이거든."

태오가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도훈은 굳이 대답하지 않고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난 사람 볼 때 가끔 그게 보이더라? 여자들 같은 경우 집에 돈이 많은지 가난한지, 남자라면 이 새끼가 선수 생활 오래 할 놈인지 그냥 몇 달 하고 관둘 놈인지."

"네."

"서준이 너는 룸에 딱 들어올 때 보는 순간 느낌이 오더라니까?"

"어떤 느낌이요?"

"이 새끼, 물건이구나."

"감사합니다."

"노노, 빈말 아니야. 사실 시우 자식이 이틀간 잠수탔을 때 진짜 짜증 났거든. 왜 가끔 단골한테 공사 쳐서 스폰 계약하고 잠적하는 새끼들 있잖아. 그래놓고 나중에 질질 짜면서 찾아와서는, 자기 스폰서가 호빠 뛰지 말라는 조건으로 계약을 해줘서 어쩔 수 없었다는 둥 한 번만 기회를 달라는 둥. 하-. 씨발, 여기가 무슨 지들 심심하면 들락거리는 직업소개손 줄 알아."

"···네."

"근데 오늘 갑자기 전화 와서는 그러는 거야.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의식을 잃었었다고. 구라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입원한 사진까지 보내주더라."

"저도 아까 전화통화 했는데, 트럭에 치이셨다더라고···."

"어. 다리가 부러져서 한 3개월 누워있어야 한다나? 그래서 널 대타로 써달라고 추천해 주는데 솔직히 반신반의했거든.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 업장이 선수 관리가 제법 빡센 편이라 다른 곳에서 에이스했다고 넘어 온 놈들도 여기 오면 중하위도 못 들거든. 시우한테는 얘기 들었지?"

"네."

"특히 지방은···. 너도 알다시피 좀 그렇잖아. 사내 새끼가 고추달았으면 큰물에서 놀아야지, 지방 촌구석 돈 나올 구멍도 없는 곳에서 선수랍시고···. 근데 너 직접 보니까 생각이 확 바뀌네? 너 왜 그 와꾸 가지고 지방에 눌러앉았니?"

도훈이 미리 준비한 대로 대답했다.

"제가 실은 공부를 못해서 지방으로 대학을 갔거든요."

"아, 대학? 너 혹시 대학생이야?"

"아뇨. 그냥 학적만 겨우 유지하고 있고 이번 학기부터 휴학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일하려니까 너무 피곤해서요. 어차피 본가가 서울이기도 하고 이번 기회에 올라왔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봐서 그냥 학교 때려치우고 본격적으로 이 일이나 배워봐. 실은 나도 작년까진 직접 선수 뛰었어. 마담 된지는 아직 1년밖에 안 됐고."

"네."

도훈이 속으로 코웃음 쳤다.

'마담은 무슨? 구씨가 관리하는 새끼 마담이라더니, 내가 그것도 모를줄 알고 마담 행세를 하고 있군.'

[둘의 차이가 큽니까?]

'당연하지. 마담이 감독이면 새끼 마담은 그냥 플레잉코치야. 급이 다르지.'

[이해가 바로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가끔 일손 딸리면 선수로 뛰기도 해. 너 오늘 안 왔으면 내가 직접 뛸 뻔했잖아."

"저도 처음 뵙고 놀랐습니다. 너무 젊어보이셔서."

"마담치곤 어려보이긴 하지? 나 올해 스물여덟이야. 너랑은 다섯살 차이니까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

"네, 알겠습니다."

"근데 말투가 원래 그렇게 딱딱해? 무슨 군인처럼?"

"전역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군대도 벌써 다녀왔어?"

"네. 올봄에 전역했습니다."

"이야, 잘됐네. 난 아직 안 갔다 왔는데."

"아···. 네."

'미친놈이네? 저 나이 처먹고 군대도 안 갔다고?'

[많이 늦은 겁니까?]

'서른 살이면 강제로 끌려가야 하거든. 청춘을 아주 유흥에 바치셨구먼.'

"난 그냥 몇 년만 더 돈 모아서 아예 은퇴하고 가려고."

"그러셨군요."

"너 손 좀 한 번 줘봐."

"네?"

"그냥 줘봐. 손금 좀 봐줄게."

도훈이 테이블 위에 손을 내밀자 태오가 손을 덥석 붙잡더니 손금을 살폈다.

'볼 줄은 아는 건가?'

[그냥 사이비 아닙니까?]

"이야, 생명선이 아주 굵네, 굵어. 너 장수하겠다야."

"그런가요?"

"재물 운도 좋고. 집안도 화목해 보이고."

"감사합니다."

"근데, 바람기가 살짝 있네."

"네?"

"한 여자로 만족 못 할 타입이라는 거지. 옛날 말로는 난봉꾼 팔자랄까?"

"제 손금이 그렇습니까?"

"하하, 농담이야 농담. 내가 무슨 손금을 볼 줄 알겠어. 그냥 나오는 대로 씨불이는 거지. 너한테 사실 작업 방법 알려주는 거야."

"작업 방법요?"

"응. 처음 보는 여자 손님들하고 자연스럽게 손잡고 싶으면 손금봐주는 척 슬쩍 잡으란 말이야. 손바닥도 한번 살살 간지러 주고.

작업은 스킨십부터 시작이거든."

"네."

"흐흐. 아니다. 넌 뭐 이런 잡기술 쓸 필요도 없이 이미 얼굴로 다 씹어 먹겠다."

"아닙니다. 저도 알바식으로만 해봐가지고, 잘 모릅니다. 많이 가르쳐주십시오."

"내가 딱히 누굴 가르칠 실력은 못 되는데, 한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어. 호빠는 쉽게 말하면 심리 상담소 같은 곳이야."

"상담소요?"

"너 여자들이 남자랑 섹스하고 싶어서 여기 오는 줄 알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섹스만 하고 싶었음 뭐하러 돈 주고 이런 데 와서 푸냐? 클럽이나 나이트만 가도 남자들 골라가면서 먹을 수 있는데. 물론 여기처럼 잘생긴 남자들 찾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섹스는 실컷 할 수 있지. 섹스만 원한다면 그게 더 가성비가 좋아."

"그렇긴 하죠."

"근데도 기어코 우릴 찾는 건 사실상 하소연하러 오는 거야.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은데, 들어줄 남자가 필요한 거거든. 남편이 돈은 잘 벌어오는데 자기한테 소홀한 것 같다든지, 아니면 자기가 전문직 종사자인데 직장 상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죽이고 싶다든지···.

하여간 우린 그냥 귀 열어두고 얘기만 들어주면 되는 일이라는 거지."

"그래서 심리 상담소라고 하셨군요."

"그렇다니까? 그냥 우린 일종의 뭐랄까···. 카운슬러? 뭐, 그런 거지. 남 얘기 들어주고 시간 당으로 돈 받는. 의사랑 우리랑 차이 점은 자격증이 있느냐 없느냐 밖에 없다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근데···. 음, 이건 뭐 일반론적인 얘기고 혹시 시우한테 얘기 들었냐?"

"시우 형님요?"

"너한테 여기 뭐 하는 곳 인지 안 알려줬어?"

"대충은 들었습니다만 정확히는 면접 보고 직접 들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뭐 어느 정도 알고 왔다니 깨 놓고 말할게. 우리 박스는 여대생들 전문적으로 공사 치는 곳이야. 일반 손님도 받긴 하지만 주력은 대학생들이라고 보면 돼."

"근데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나요?"

"편하게 물어."

"그···. 대학생이 돈이 되나요? 저 예전에 일하던 곳에선 손님들이 아무리 어려도 20대 중후반부터였거든요. 그 아래는 진짜 뜨내기뿐이고 대부분 TC만 겨우 끊고 2차도 거의 없어서요."

태오가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우 이 새끼 또 대충 설명했네."

"네?"

"서준아. 네 말마따나 대학생이 돈이 어딨겠냐? 끽해야 용돈 받고 학교 다니는 애들인데. 스포츠카 몰고 다니는 강남 애들이 아무리 용돈 많이 받는대도 우리 입장에서보면 그냥 푼돈이잖아. 안 그래?"

"네."

"근데, 말이야. 대학생들은 돈 말고 다른 걸 가지고 있잖아."

"네?"

"안되면 그냥 오피에 넘겨버리면 그만이라고. 너도 알다시피 보짓값은 어릴수록 금값이라."

"아···. 어떻게 그게···."

도훈이 미리 준비한 카메라를 조용히 켰다. 카메라는 천상계 제 품으로 재킷에 달린 단추 모양이었는데, 크기가 너무 작아 절대 카메라로는 보이지 않는 제품이었다.

그 작은 단추 구멍에도 달린 카메라는 8K 화질로 24시간 녹화가 가능했다. 도훈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로시는 천상계의 나노기술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간략히 설명했다.

나중에 녹화된 파일은 블루투스를 이용해 파일을 빼낼 수 있다면서.

일부러 놀란 표정을 짓는 도훈을 보고 태오가 껄껄 웃으며 설명했다.

"왜? 쫄았냐? 우리가 무슨 신체 포기각서라도 강제로 쓰게 할까봐? 그런 거 아니니까 쫄지마 인마."

"그럼···."

"간단해. 너 학교 다닐 때 인기 많았지?"

"예 조금···."

"원래 여자들이란 어릴수록 얼빠가 많고, 나이 들수록···."

탁탁-!

태오가 제 손바닥을 주먹으로 두들겼다.

"알지? 좆빠가 많아지거든."

"무슨 뜻인지 대충 알 것 같습니다."

"밖에서 작업 치는 애들이 가게 손님으로 끌고 오기만 하면 끝이야."

"작업 치는 애들요?"

"어, 헌팅하는 선수들은 따로 있거든. 그렇게 일단 룸에 앉혀 놓고 서준이 너같은 에이스들이 출동하는 거야. 막 TV에서 보던 연예인같은 애들이 옆에 앉아서 술 따라주고 얘기 들어주고 하니까 신이 나서 주체를 못 하거든. 꼴딱꼴딱 술도 잘 마셔대고."

"네."

"그때 술에다 살짝 약을 타는 거지."

"약이라면···."

"물 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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