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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678화 (1,658/2,000)

1678. 빌드 업-13-

"하앗, 하앗, 나와 계셨네요? 죄송해요. 수업 끝나는 대로 바로 뛰어온다고 했는데."

"뭘 뛰어오기까지 해?"

"오빠가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안 뛰어올 수가 있어요?"

계단을 급하게 올라온 서현이 숨을 크게 헐떡였다. 체육교육과 최고 글래머인 그녀의 젖가슴도 덩달아 위아래로 격하게 흔들렸다.

참으로 훌륭한 미드, 아니 마음가짐이다. 나를 위해 저렇게 열심히 뛰어오다니. 상을 듬뿍 줘도 모자라다.

"하아, 하아···."

"아이고, 심호흡 좀 해."

나는 서현의 이마에 송공송골 맺힌 땀을 닦아 주었다.

그러자 서현이 야한 표정으로 가슴을 내밀었다.

"오빠, 여기도 땀 찼는데."

워낙에 가슴이 커서 골이 훤히 보이는 티를 입은 서현의 말에 내가 피식 웃었다.

"그건 나중에. 그나저나 힘들게 뛰어올랐는데 미안. 1층으로 다시 내려가야겠어."

"왜요?"

"학생회실에 다른 애들 있어서 돈 얘기하기가 좀 그래."

"아, 그래요?"

나는 서현을 데리고 계단을 내려가 사범대 2호관 앞 벤치에 앉았다.

한숨 돌린 서현이 집행부 예산 사용 내역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했다.

"작년 기록도 살펴봤는데 집행부였던 유미 언니랑 성수 오빠가 잘 처리해 놨더라고요. 제가 직접 영수증이랑 입출금 내역 모두 확인했어요. 그리고 올해 제가 인수인계 받은 뒤로 제가 처리한 건 대학 축제 때 주점이 전분데, 그건 오히려 흑자가 나서 재정이 늘었고요."

"그랬어?"

"기억 안 나세요? 오빠가 금일봉을 주셔서 돈이 많이 남았잖아요. 오히려 갑자기 돈이 늘어난 바람에 이걸 어떻게 소명해야 할지 고민이예요."

"음, 졸업한 선배들이 기부한 것으로 하자."

"졸업한 선배들이요? 오빠가 주신 거잖아요."

"회장이 학과 예산에 자기 돈을 넣었다고 하면 모양새가 이상하잖아. 어쨌든 본부 측에서도 재정이 늘어난 건 별로 신경 안 쓸 테니까."

"그럼 그렇게 처리할게요. 걱정마세요. 저희 과는 지금 당장 감사받아도 아무 문제 없으니까요."

서현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나는 더욱 그녀를 신뢰하게 되었다. 확실히 총무 하난 야무지게 잘 뽑았다.

"고마워. 당연히 문제없을 줄 알았어."

"히히, 오빠가 곤란한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아요. 혹시나 펑크 났어도 제 돈으로 메꾸려고 했어요."

"뭐하러 그래? 그런 일 있으면 무조건 나한테 알려. 내가 해결할 테니까."

"알겠어요, 오빠."

서현이 갑자기 손부채로 자기 가슴 쪽으로 흔들기 시작했다.

"하아, 근데 가을인데도 아직 덥네요. 아까 뛰어서 그런지 땀이 ···."

그녀는 일부러 가슴골이 보이게 허리를 숙이더니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산이 높다 보니 골도 무척 깊었다. 그리고 골짜기 가운데에 업계 포상인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서현양이 주인님을 유혹하는 것 같은데요?]

'상을 줘야 마땅하긴 한데, 오늘은 시간이 좀 애매할 것 같은데.

곧 퀵 서비스 기사도 올 거고.'

"서현아. 오늘은 오빠가 급히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번 주에 저녁이나 같이 먹을래? 고생한 의미로 오빠가 밥 사줄게."

"아···. 이번 주요?"

"응. 괜찮지?"

서현은 살짝 실망한 표정이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빠. 저 이제 집착 안 하기로 했잖아요. 그렇게 하세요."

"이해해줘서 고마워."

"대신 약속은 꼭 지켜주셔야 해요? 아셨죠?"

"알았어. 잠깐만."

나는 주변을 둘러본 뒤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 후 서현의 가슴골에 얼굴을 파묻고, 골짜기에 고인 땀방울을 혀로 싹 핥아먹었다.

츄루루루릅!

"아, 아앗, 오, 오빠 짤 텐데···."

"오늘은 이걸로 만족해줘. 괜찮지?"

"힝···. 그러니까 더 힘들잖아요."

"미안. 그리고 학생회실 다시 올라가서 급한 일 때문에 나 먼저 갔다고 귀띔해줘. 후배들이 말없이 도망갔다고 오해할까 봐."

"네. 맡겨 주세요."

서현이 동그란 잠자리 안경테를 위로 추어올리더니 씩씩한 걸음으로 학생회실로 올라갔다.

[서현양이 무척 의젓해졌군요.]

'참젖 아니야?'

[네? 무슨···.]

'의느님이 만든 게 의젖이고, 자연산은 참젖이라고 부르잖아.'

[무슨 그런 개소리가···.]

'어, 타이밍 기가 막히게 퀵 도착했네. 나중에 얘기하자고.'

* * *

퀵 서비스 기사가 도착하자 미리 건물 밖으로 나와 있던 도훈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이쪽이요."

도훈 앞에서 폼나게 바이크를 세운 기사가 헬멧을 벗었다. 그런데 막상 헬멧을 벗고 나니 노랗게 염색한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여자였다. 게다가 생각보다 미인이었다.

'어라? 여자 라이더라고?'

보기 드문 광경에 도훈이 뻘쭘한 표정으로 서 있자, 바이크에 앉아 있던 여자가 시크하게 물었다.

"그쪽이 퀵 부른 사람이야?"

"네, 그렇긴 한데···."

"뭐 배달하면 돼? 목적지가 지하철 역으로 나와 있던데?"

여성 라이더가 껌을 잘근잘근 씹으며 물었다. 가죽옷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의외로 키도 크고 몸매도 쭉쭉 잘 빠진 편이었다.

'근데 왜 반말이지?'

[주인님이 대학생이라고 어리게 본 게 아닐까요? 아무래도 대학교 내에서 불렀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초면의 손님한테 반말 찍찍하는 건 무슨 매넌데?'

"물건 하나만 지하철 로커에 넣어주시면 돼요. 설정할 비밀 번호는···."

"참나. 안 해요."

"뭐라고요?"

"그런 배달 안 맡는다고요. 물건이 뭔 줄 알고 함부로 로커 에 넣어요? 마약이면 누구 인생 종 치라고?"

"마약이라뇨? 그런 거 절대 아니에요. 대신 돈은 두 배로 드릴게요."

도훈의 제안에 여자가 어이없다는 듯 비웃었다.

"지금 나랑 장난해?"

"네?"

"돈을 왜 두 배나 주는데? 그러니까 더 의심스럽지."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됐어요. 난 이런 심부름 안 하니까 다른 사람 찾아봐요. 아이씨, 괜히 시간만 낭비했네."

여자가 벗어 놓은 헬멧을 다시 머리에 쓰려다 말고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도훈에게 따졌다.

"맞다.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기름값은 받아야겠네. 만원요."

이번엔 도훈이 열이받았다.

"뭐라고요? 오는데 10분도 안 걸려 놓고 무슨 기름값이 만 원씩이나 해요? 바이크가 기름 먹어봐야 얼마나 먹는다고?"

"누가 진짜 기름값 달래? 당신 때문에 놓친 콜이 몇 갠데? 사람을 뺑이치게 만들고 만 원도 못 주시겠다? 지금 내가 여자라고 우습게 보는 거야?"

여성 라이더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걸치고 있던 라이더 자켓의 소매를 위로 걷어 올렸다. 그러자 오른 손목 위로 진한 문신이 드러났다. 위로 쭉 이어진 것으로 보아 어깨부터 내려오는 긴 문신으로 보였다.

이를 위협의 의도로 받아들인 도훈은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

'이것 봐라? 문신 보여주면 누가 겁먹을 줄 아나?'

[그냥 만 원 주고 돌려보내시죠? 라이더 입장에서 시간 낭비한 걸 생각하면 딱히 과한 요구도 아닌 것 같은데요.]

'내가 지금 돈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아?'

[그럼요?]

'눈빛이 마음에 안 들잖아! 처음부터 반말 찍찍하지 않나. 지가 깡패야 뭐야? 배기량 높은 바이크 타고 가죽자켓 좀 걸치면 누가 겁먹는대? 몸에다 그림 그려놓은 거 보니까 양아치가 따로 없구먼.'

[아이고 주인님, 고정을.]

로시가 말렸지만 이미 빡이 돈 도훈은 곱게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따지면 나도 시간 낭비했는데? 그건 어떻게 보상해 줄 건데?"

"무슨 시간 낭비?"

"나도 시간 안에 물건을 보내야 하는데, 그쪽 부르고 기다리느라 시간 낭비했으니 그에 대해 보상 해줄 거냐고. 누군 시간이 남아도는 줄 아나?"

"하-. 너 진짜 말로 해선 안 되겠구나?"

여성 라이더가 헬멧을 바이크 손잡이에 걸더니 안장에서 훌쩍 뛰어 내려왔다. 생각보다 키가 큰 편이었는데, 도훈과 나란히 서자 10cm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징 박힌 부츠의 굽 높이를 고려해도 상당히 큰 키였다.

'이래서 남자로 착각했구나. 무슨 여자 키가 175를 넘지?'

[마유미 양에 비견될 정도의 거구군요.]

'흥, 그래 봐야 계집애지.'

"야, 너 다시 말해봐. 방금 뭐라고 했어?"

이제 대놓고 반말하는 여자를 보며 도훈도 점점 짜증이 올라왔다. 하지만 남자도 아닌 여자를 두들겨 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학교 안에서 괜히 폭행 시비에 휘말렸다간, 체육교육과학회장의 명예만 실추될 뿐이었다. 여러모로 따져봐도 불리한 쪽은 자신이었다.

'아오, 진짜 이걸 확 조져 버릴 수도 없고.'

[괜히 성질부리시지 말고 그냥 돈 주고 끝내죠? 주인님이 늘 하시던 말씀 있잖습니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돈으로 해결하는 게 가장 깔끔하다고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니까? 난 저렇게 남자를 우습게 보는 여자애들이 제일 거슬려. 평소 저렇게 다니면 다들 걸크러쉬라고 우쭈쭈해줬을 거 아니야? 남자들이 참는 것도 모르고. 한 번 쯤 참교육을 받아봐야 남자들이 힘이 모자라 봐주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겠지.'

[그렇다고 여성분을 때리기라도 하시려고요?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야! 다시 말해 보라니까!"

여성 라이더가 갑자기 손바닥으로 도훈의 가슴을 툭- 밀었다. 물론 도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여자가 체격도 있겠다 평범한 남자라면 예상치 못한 밀치기에 한 두 걸음 밀려났겠지만, 강골인 도훈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도훈이 꿈쩍도 하지 않자 여자가 더욱 열 받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쭈? 꼴에 남자라 이거야?"

힘의 차이를 확연히 느꼈을 텐데도 여자는 전혀 겁내지 않았다.

자기보다 큰 키에 근육질의 도훈을 보고도 계속 화를 내는 모습에 도훈은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었다.

'어휴, 깝치는 것 좀 봐. 저걸 확 그냥.'

[주인님, 폭력은 절대 안 됩니다.]

'알았어. 폭력은 안 쓸게. 방금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든.'

[그게 뭔데요?]

'일단 아까 봉인했던 매혹 패시브 다 풀어봐.'

[갑자기요?]

'생각해보니까 여자를 굳이 힘으로 제압할 필요는 없지. 그냥 내식대로 참교육해줘야겠어.'

[설마 유혹하실 생각입니까?]

'응.'

[어휴, 주인님 고집은 도저히 못 이기겠네요. 그럼 분부하신 대로 패시브를 풀겠습니다.]

도훈이 봉인했던 패시브를 해제했다. 그 순간 도훈과 대치하고 있던 여성 라이더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제야 도훈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 것처럼 수줍은 표정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표정의 급격한 변화는 연극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퍽 인상적이었다.

'좋아, 효과가 있네. 정보창 열어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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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윤채이(비처녀, 21년 2개월)

나이 : 26 #걸크러시#딸배혐오#주짓떼라

호감도 : 67/100

개방성 : B

성감대 : 목을 조르면 극도로 흥분합니다.

*애무 포인트 : 신체가 구속당하는 모든 행위.

성욕지수 : 약간 높음.

공략팁

-윤채이는 고교 시절까지 창던지기 선수를 꿈꾸던 육상 유망주출신입니다.

-하지만 코치의 집요한 성추행에 못 견딘 그녀는 성적 부진까지 겹치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일찍이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각종 알바를 병행하던 그녀는, 우연히 바이크에 흥미를 느끼고 전문 퀵 서비스 일을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그만둔 후에도 워낙 몸 쓰는 걸 좋아해 2년 전부터 주짓수를 연마하기 시작, 현재는 블루 벨트의 소유자입니다.

-타고난 순발력과 피지컬을 이용, 남성 선수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실력을 자랑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남성 코치에게 가스라이팅 방식의 성추행을 당한 탓에 낯선 남성에 대한 경계심과 적개심이 무척 강한 편이며, 나 약한 남자들을 혐오하는 약자멸시의 경향도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강한 남자를 지나치게 추종하는 보기드문 성벽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을 압도하는 남성에게 강한 피지배욕을 느낍니다.

-추천행동 : 그녀에게 강한 남성성을 과시하세요. 그녀는 강한자에게 한없이 관대합니다. 매력을 느낀 상대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다 들어주는 헌신적인 성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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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창의 내용을 확인한 도훈은 그제야 처음 채이가 보여준 냉소적인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코치에게 성추행을 당한 탓에, 자연스럽게 남성 혐오의 정서가 자라난 것이다.

그녀의 까칠한 반응이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자, 도훈의 그녀에 대한 분노가 눈 녹듯 사라졌다.

'이런. 기구한 사연이 있는 여자구나. 어쩐지 처음 보는 사인데 지나치게 까칠하더니만.'

[이제 어쩌실 겁니까?]

그 순간 익숙한 알림음이 울렸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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