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8. 빌드 업-3-
대체 뭐가 공평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어차피 정기를 뽑아 먹을 생각뿐이면서.
결국 나는 바지까지 벗었다. 이제 남은 건 달랑 팬티 한장 뿐.
물청소 한다고 양말을 벗고 있던 게 화근이었다. 양말 두짝이 있었다면 좀 더 버틸 수 있었을 텐데.
"흐음, 하체도 역시 튼실하네."
"몸매 감상 그쯤하지?"
"왜? 보기 좋은데. 보라고 만든 거 아니었어?"
'미향이 말고 저렇게 색을 밝히는 영혼이 더 있었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미호의 몸속에 든 영혼들의 성적 취향까지 모두 파악할 정도는 아니라···.]
"가만있자, 그럼 한 번 내가 추리를 해볼게."
"해봐."
"두나는 아니라고 했으니, 하나나 세나도 아닐 거 같아. 그 자매들은 싸움박질만 배워서 말재주는 영 아닌 것 같거든."
"다 듣고 있어."
"들으라고 하는 말인데? 요나라는 계집애도 절대 아닐거고."
"그건 왜?"
"저번에 한 번 봤는데 살짝 조증같아 보이더라고. 그에 비해 넌 너무 침착해."
"···요나가 너 죽여버린다는데?"
"그리고 양반 출신 효옥도 아니겠지. 그분 말투는 훨씬 점잖았거든."
"그 말은 내가 점잖지 않다는 소리야?"
"아니. 말투가 약간 예스럽다고 해야 하나? 요새 말투는 아니라고."
"당연하지. 옛날 사람이니까."
"또 말투로 따지면 그때 저격수 출신이라던 평양출신 여자도 아니겠지. 사투리는 생각보다 고치기 힘들거든."
"······."
"말수가 점점 없어지는 걸 보니 내 추리가 진실에 근접해 가는 것 같은데? 맞지?"
"생각보다 말이 많은 타입이었군."
"사실 처음부터 내가 놓친 사람이 하나 있었어.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당연히 한국 말을 못할 거라고 봤는데, 생각해보니까 임진왜란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한국에 귀화해 살았으면 한국어가 유창할 수밖에 없잖아?"
"······."
"네 정체는, 후마 린. 일본 전국시대 패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부리던 후마 닌자단의 일족. 내 말 맞지?"
그 말에 미호가, 아니 후마 린이 모자를 벗으며 깔깔 거렸다.
"생각보다 멍청이는 아니라 다행이네."
"뭐야? 언제부터 미호가 아니라 너였던 거지?"
"처음부터 쭉. 사실 요 며칠간 내가 대표인격으로 활동하고 있었어."
"네가?"
"추적자를 따돌리는데는 닌자가 최고니까."
"처음부터 그럼 밝히지 그랬어?"
"그냥, 시험해 보고 싶었어."
"나를?"
"미호가 목숨걸고 지키려는 상대가 섹스만 밝히는 바보라면, 그냥 내 손으로 죽여버리는 게 낫겠다 싶어서."
"말이 좀 심한데?"
"어쨌든 내기는 네가 이겼으니 약속은 지켜야겠지?"
* * *
후마 린이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팬티 한 장만 달랑 걸친 도훈이 묘한 표정으로 그녀의 탈의과정을 지켜보았다.
'신기하지 않아?'
[뭐가 말입니까? 원조 일본인이 한국말을 너무 잘하는 게요?]
'그건 신기할 필요가 없지. 지금도 몇 년 안 배우고 현지인 뺨치게 말 잘하는 내국인이 얼마나 많은데? 린은 적어도 삼백 년 이상 우리나라에서 살았을 테니 우리 말을 못 하는 게 더 이상하지.'
[그럼 뭐가 신기하다는 거죠?]
'분명 몸은 똑같은데, 영혼 하나 바뀌었다고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거 말이야.'
[아, 그 소리였습니까?]
도훈은 벌써 여러 차례 미호와 섹스를 나눴다. 매번 다른 영혼이긴 했지만, 적어도 몸은 모두 미호였다. 그럼에도 지금의 린은 생전 처음 보는 여자처럼 느껴졌다.
린이 한 꺼풀씩 옷을 벗으며 은근슬쩍 유혹의 눈길을 보내왔다.
남자를 옭아매는 도발적인 눈빛이다.
"넌 분명 닌자 출신이라지 않았나?"
"그런데?"
"게이샤가 아니고?"
"뭐?"
"아니 비하의 의미는 아니고, 닌자면 암살자라는 뜻이잖아. 좀 더 냉혹하고 차가운 느낌일 줄 알았는데 지금의 널 보니까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이 파괴되는 기분이라서."
이제 린은 브래지어와 팬티만 남겨놓은 상태. 하얀색으로 깔 맞춤한 속옷이 중요한 부위를 아슬아슬 가리고 있었다.
린이 서슴없이 도훈에게 걸어오더니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다리를 활짝 벌리고 올라탄 그녀는 무척이나 뇌쇄적이었다.
"네 말이 맞아. 닌자는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암살이 맞지."
"근데?"
"하지만 넌 여자 닌자가 남자를 어떻게 죽이는 지에 대해선 잘 모르나 봐."
"응?"
린이 상체를 바짝 밀착시키며 도훈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브래지어가 가리고 있다고 하지만, 커다란 젖가슴이 도훈의 가슴에 짓눌리는 모습은 시각적으로 그를 흥분시켰다.
"여자가 남자보다 물리력이 약한 건 사실이야. 아무리 단련해도 너처럼 단단한 대흉근을 갖기 어렵겠지. 하지만···."
린이 한 손을 뒤로 돌리더니 단숨에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다.
브래지어가 스스륵 흘러내리더니 도훈의 탄탄한 가슴과 린의 풍만한 젖가슴이 완전히 포개졌다.
"이런 부드러운 가슴이 때론 남자들에게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도 있거든."
"흐음-. 한마디로 색계로 남자를 유혹해 죽인다는 소린가?"
"호호, 사내놈들은 가끔 뇌가 거기 달린 것처럼 행동하거든. 특히 수컷들은 교미할 때 가장 무방비가 되지."
"어째 경험담처럼 들리는군."
린이 골반을 앞으로 내밀어 비비기 시작했다. 이미 꼴리기 시작한 도훈의 대물에 봊이가 문질러졌다. 얇은 천이 가로막고 있다곤 하나, 속살의 촉감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게 내가 생전에 익힌 인술의 핵심이야."
"크흠···."
'근데 미향이 영혼들 소개할 때 린은 별로 말수가 없는 편이라지 않았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다쟁인데?'
[평소에 말은 안 하는데, 해야 할 땐 화끈한 타입인가 보죠.]
바짝 밀착해 앉은 린이 계속 말을 이었다.
"도훈이 네게 우리 조직의 비밀을 알려준 것은 절대로 공짜가 아니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잘 알고 있어."
"실은 특임대의 감시에 시달리느라 어쩔 수 없이 한동안 굶어야 했거든. 도훈이 네 책임도 있으니까, 네가 채워놔."
"얼마나?"
"마음 같아선 한 바퀴 돌리고 싶지만···."
'미, 미친. 9명이 교대로 돌림빵을 놓는다고?'
[아무리 주인님이라도 그 정도 기를 빨리면 내력에 손상을 입을 겁니다]
'당연하지. 내가 제주도에서 내리 쉬다 온 것도 아니고. 거기서도 하루도 제대로 못 쉬었는데.'
"···오늘은 나만 상대할 거야. 며칠간 혼자 고생하기도 했고, 이번엔 내 차례거든."
"자, 잠깐 차례라니? 너네 혹시 순번도 있어?"
"그걸 안 알려줬구나? 원래 너 만나기 전에도 돌아가면서 했었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마지못해서 하는 일인데, 한 명만 희생시킬 순 없잖아?"
"아···."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땐 하기 싫은 놈하고도 어쩔 수 없이 잤지만, 지금은 그 정돈 아니니까."
"그래? 왜?"
"도훈이 너, 맛있더라고."
후마 린이 갑자기 입술을 덮쳐왔다. 기습적인 키스에 거부할 틈도 없이 당하고 말았다. 부드러운 혀가 교차하는데, 입안에서 갑자기 달달한 맛이 느껴졌다. 사탕처럼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데 타액이라고 하기엔 뭔가 달랐다.
'응? 이게 뭐지?'
[주, 주인님 조심하십시오! 타액에 환각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
하지만 이미 환각 성분이 몸속으로 침투한 상황.
로시의 생체경고에 놀란 도훈이 황급히 린을 밀쳐냈다.
"뭐야!"
허리를 젖히며 물러난 린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비싼 건데···. 기왕 먹은 거 다 먹지."
"나한테 지금 뭘 먹인 거야? 독약인가?"
도훈은 순간 그녀가 닌자의 후예라는 걸 떠올렸다.
설마 배신? 특임대와 몰래 짜고 자신을 팔아넘기기로 했다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었다. 어쩐지 생전 처음 본 닌자가 대표인격으로 나왔더라니!
도훈이 급히 내공을 끌어올리려고 하는데, 린이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
"쫄지마, 빠가야로. 독약을 입으로 먹이는 사람이 어딨니? 그럼 나도 같이 죽을 텐데."
도훈은 그 말에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암살자라도 같이 자폭하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였다. 아니 그건 암살자라고 부를 가치도 없었다.
게다가 린의 말처럼 독약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달콤한 맛이었다. 세상에 이런 독약은 들어본적도 없었다.
"이게 뭔데 그럼?"
"일종의 춘약?"
"춘약?"
"최음제라고 하면 알아들으려나?"
"내가 방금 먹은 게 최음제라고?"
"우리 가문의 비기 중 하나야. 당의정에 쌓여 있어 처음 입에 넣었을 땐 달짝지근한 맛이 나지만, 식도를 넘기고 나면 곧 속이 타는 것처럼 뜨거워지지."
린의 말처럼 잠시 후 도훈은 위가 타는 것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느끼는 감각에 도훈이 내공을 일으켜 밀어내려 했다.
만독불침의 경지까지는 아니지만, 알코올 성분을 태워버린 것처럼 내공을 이용해 몸에 주입된 불온한 성분을 일부 없앨 수 있었다. 하지만 린이 다시 설득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몸에 해로운 건 절대 아냐. 그게 아니면 내가 왜 같이 나눠 먹었겠어? 보다시피 나도 반은 먹었는데."
"대체 왜 나한테 최음제가 필요한 건데?"
도훈이 잠시 밀어내기를 중단하고 린에게 따졌다.
"성욕을 극치로 끌어 올려주거든."
"뭐?"
"여자들이 왜 마약 먹고 나서 섹스하는 줄 알아?"
"그거야···."
"맞아. 오감이 엄청 예민해져서 남자랑 피부만 스쳐도 미치도록 흥분되거든. 너에게 먹인 최음제도 비슷한 성분이야. 물론 걱정할 필욘 없어. 마약 같은 중독성은 없으니까."
잠자코 듣고 있던 도훈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그런 거라면 나한테 굳이 필요 없을 텐데?"
"필요할걸? 난 한두 번 정도로 끝낼 생각 전혀 없거든. 그간 못채운 정기를 보충하려면 밤새도록 해도 모자랄 테니까."
"고작 그런 이유로 나한테 몰래 최음제까지 먹였다고? 나를 너무 띄엄띄엄 봤구나 네가."
도훈이 다시 내공을 일으켜 위 속에 들어온 최음 성분을 밖으로 밀어냈다. 그의 피부에서 아지랑이처럼 열기가 피어오르더니 잠시 후 타는 듯하던 속이 다시 말끔해졌다. 몸속에 침투한 최음 성분을 기화시켜 피부의 숨구멍으로 뿜어내는 묘기였다.
린은 도훈이 기껏 먹인 약 성분을 모두 태워버리자 아쉬워했다.
"아···. 그거 힘들게 만든 건데. 아깝게."
"너도 절반 삼켰으니 아까워할 필요는 없지. 난 필요 없어도 너에겐 꼭 필요할 테니까."
이번에는 린의 몸이 뜨거워지는지 얼굴이 슬슬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도훈과 나눠 먹은 최음 성분이 슬슬 발휘되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근자감이지?"
"근거야 차고 넘치지. 내가 누군지 몰라서 그래?"
"훗-. 귀엽네. 미향이가 설마 우리 중에서 가장 기교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야. 내가 배운 인술의 핵심이 방중술이거든. 남자들을 만족시킬수록 암살 확률이 올라가니까."
"방중술이라면 이미 예전에도 겪어봤어."
도훈은 아이돌 멤버였던 링링을 떠올렸다.
"요즘 시대에 그런 여자가 있어?"
"뭐, 우리나라 사람은 아니었어. 중국 기예단 출신이랬나?"
"훗-. 네가 진짜 제대로 된 방중술을 아직 못 만나 봤구나?"
"그럼 네가 한 수 가르쳐 주시든지?"
"각오해. 말라비틀어질 정도로 쪽쪽 뽑아 버릴 테니까."
"실신해 기절이나 하지 마. 난 기교 따위에 굴복할 사람이 아니야."
"그거야 두고 볼 일이지."
도훈과 린이 서로 강한 섹부심을 드러냈다. 바야흐로 자존심 강한 두 색남색녀의 대결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 * *
"허억, 허억···. 미친놈이야 넌. 완전히 돌았어."
대략 두 시간 뒤.
기진맥진해진 린이 엉금엉금 바닥을 기었다. 온몸은 땀과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침대 시트는 그녀가 흘린 애액으로 사방이 젖어 있었다.
벌써 두 번째 질퍽한 섹스를 끝낸 도훈이 도망치는 그녀의 발목을 붙들었다.
"어딜 도망가? 아직 멀었어."
"쉬, 쉬었다가 해. 나 진짜로 죽을 것 같아."
방금 전 막 사정을 마친 도훈의 잦이는 여전히 꼿꼿한 상태. 싸도 싸도 오뚜기처럼 바로 일어나는 무지막지한 정력에 린은 진즉기가 꺾이고 말았다. 아니, 첫 삽입에서 24Cm 여의봉을 켜는 순간, 그녀의 패배는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낱 방중술로는 무제한으로 풀린 그의 스킬과 아이템을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없었던 것.
"그러게 왜 내 앞에서 허세를 부려? 부리길."
"고, 고멘나사이···."
"뭐야? 당황하니까 일본어가 튀어나오네? 알았어. 담배나 한대 피우자. 혹시 흡연해?"
"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