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657화 (1,637/2,000)

1657. 제주도 푸른 밤-87-

‘내가?’

[주인님은 어차피 서울 돌아가면 실컷 바람 피우실 거면서, 보미양에겐 정절을 지키라고 강요하니까요.]

‘뭐, 어쩔 수 없잖아. 알파 메일의 삶이 다 그렇지.’

[너무 스스로에게 도취되신 거 아닙니까?]

‘내가 그랬나?’

“다리 좀 더 벌려봐.”

“여, 여기서?”

“그래. 어차피 밖에서 안 보이니까 걱정말고.”

보미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도훈의 말대로 가랑이를 활짝 벌렸다. 하의 실종처럼 위에는 푸른색 경찰복을 입고 아래는 완전히 벗어버린 모습이 몹시 음탕해 보였다.

“후우, 어디 구석으로 데려가서 시원하게 박아버리고 싶네.”

“아, 아앙. 그런 말 하지마. 나 못 참는단 말이야.”

“진짜로 갈래?”

“어, 어딜?”

“저쪽 길로 빠지면 차 거의 안 다닐 거 같은데?”

“그, 그래도.”

“싫으면 말고. 난 네가 하고 싶어하는 줄 알았지.”

보미도 참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도훈보다 더 섹스가 고팠다.

3일 밤낮으로 도훈에게 박혔는데, 또 박히고 싶은 건 본인이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에게 중독돼서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떡하지?’

보미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순찰차에 달린 무전기에서 급하게 호출이 온 것이다.

-치익-.

차량간 추돌 사고 발생. 현재 서귀포시 순찰 중인 근무자들은 응답 바람.

보미가 화들짝 놀라며 도훈에게 소리쳤다.

“자, 잠깐만 멈춰 봐.”

“왜?”

“우리 관할이야. 지원 요청이라 응답 해야 돼.”

도훈이 손을 치우자 보미가 무전기 수화부를 잡고 대답했다.

“중문 지구대 윤보미 경윕니다. 부근 순찰 중입니다.”

-지금 바로 남원 방면 212번 국도 타고 이동할 수 있습니까?

추돌 같은데, 제법 사고가 크게 난 모양입니다. 소방차도 출동했는데, 교통 통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미가 내비 지도를 확인하더니 곧바로 응답했다. 방금 전까지 도훈의 손가락에 정신을 못 차리던 변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무척 프로페셔널한 모습이었다.

“현 위치에서 5분 이내 거립니다.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무전을 끝낸 보미가 도훈에게 말했다.

“이길 따라 쭉 가서 회전교차로에서 좌회전하면 돼.”

“사고난 거야?”

“응. 바로 가봐야 할 것 같아.”

“알았어. 길만 알려줘.”

도훈이 곧바로 속도를 올렸다. 그 사이 보미가 급하게 팬티와 바지를 다시 입었다. 도훈이 출동 채비를 하는 보미를 향해 말했다.

“이럴 땐 정말 경찰 같네.”

“뭐?”

“아, 아니야. 멋있다고.”

“도훈아. 교통사고 현장은 이차 추돌사고 때문에 위험할 수 있으니 밖으로 안 나와도 돼. 내가 알아서 할게.”

보미 입장에선 현장 경험이 없는 도훈을 배려하는 말이었으나, 도훈은 곧바로 거절했다.

“무슨 소리야 그게. 내가 겉모습이 이렇다고 경험 없는 20대대학생으로 보는 건 아니지? 걱정 마. 나도 도울 테니까.”

“알았어. 그래도 위험하니까 조심해야 해.”

“응.”

교통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두 사람이었다.

트럭 한대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멈춰선 상태였고, 트럭과 정면 추돌한 전기차는 아예 도로를 이탈해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져 있었다.

현장이 심각한 상태임을 확인한 보미가 곧바로 무전으로 추가지원을 요청했다.

-현장 도착했습니다. 대형 사고로 보입니다. 추가 지원 요청합니다.

-추가 지원 접수했습니다.

도훈이 차를 갓길에 대자 보미가 급하게 차에서 내렸다. 도훈도 그녀를 따랐다.

갓길 바닥에 주저앉은 트럭 기사와 그를 보살피고 있는 다른 사람이 보였다.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추돌당시 충격으로 부상을 입은 것 같았다. 그를 도와주는 사람은 사고가 난 것을 보고 급히 멈춰선 다른 운전자였다.

경찰복을 입은 보미가 접근하자, 트럭 기사를 돌보고 있던 운전자가 소리쳤다.

“겨, 경찰관님. 이쪽 분은 괜찮은데 밖으로 튕겨나간 전기차 쪽이 훨씬 심각합니다.”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안에 갇힌 운전자랑 동승자가 아직 못 빠져나온 것 같더라고요. 이분은 제가 보고 있을테니 그쪽부터 가주세요.”

상황이 생각이상으로 심각해 보였다. 보미가 튕겨나간 전기차 쪽으로 뛰었다. 도훈도 급히 뒤따랐다. 전기차 주변에는 도움을 주기 위해 달려온 2명의 운전자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운전석과 보조석에는 젊은 남녀가 타고 있었는데, 충격으로 터진 에어백에 기절한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차체가 찌그러졌는지 도무지 부상자를 꺼낼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었다.

“경관님! 이쪽입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문짝이 찌그러져서 부상자를 꺼 낼 수가 없어요!”

“보닛 쪽에 불이 붙었는데 언제 폭발할지 몰라서 접근도 못하고 있습니다!”

보미는 그제야 도와주러 온 사람들이 아무것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당장 부상자를 구출하려면 문짝을 강제로 뜯어야 하는데, 하필 차가 불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두 분은 사고지점으로 돌아가셔서 교통 통제 부탁드릴게요.

여긴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넷이서 힘을 모으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도움을 주기 위해 달려온 운전자들은 그야말로 정의감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보미는 지금 상황에서 두 사람이 옆에 있는 게 더 불편했다. 능력을 쓰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았다.

“2차 추돌사고가 나면 더 위험해서 그렇습니다. 둘이서 어떻게든 구출해 볼 테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 곧 지원팀이 더 올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결국 두 사람이 도로로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보미가 도훈에게 말했다.

“내가 마법으로 문짝을 절단···. 도훈아 너 뭐해?”

보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도훈은 차량에 바짝 접근한 상태였다. 보닛 쪽에서 일어난 불이 배터리로 옮겨붙으면 순식간에 차량이 터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보미보다 먼저 움직인 것이었다.

[주인님, 보미양이 직접···.]

‘한가하게 문짝 잘라낼 시간 없어. 그냥 뜯어 버리는 게 더 빨라.’

[네? 뜯는다고요?]

도훈이 두 손에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는 구부러진 문짝을 붙잡고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그의 힘이 한계까지 발휘되었다.

끼이이익-

찌그러진 문짝이 도훈이 괴력에 순식간에 잡아 뜯겼다. 멀쩡히 잠긴 문을 뜯는 것도 사람 힘으론 불가능한데, 필러 쪽이 찌그러져 꽉 끼어버린 차문을 순수하게 힘으로 뽑아버린 것이었다.

지켜보던 보미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운동 능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 저 정도로 힘이 센 줄은 몰랐던 것.

“도, 도훈아···.”

“뭐해? 얼른 사람부터 꺼내자.”

순식간에 문짝을 뜯어낸 도훈은 보조석에 있던 동승자를 꺼내 보미에게 인계한 뒤 운전석에 기절한 운전자도 마저 끄집어 냈다.

두 사람을 구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기차가 미친듯이 불타더니 갑자기 폭발을 일으켰다.

퍼버벙-!

조금만 늦었어도 운전자가 화재로 사망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곧 이어 사고 신고를 받은 소방서 측 인력이 도착하면서 화재를 진압하고 부상자들을 구급차에 실어 후송했다.

보미는 다른 경찰들에게 사고 및 구출 과정을 설명하고 현장을 정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부상자를 무사히 구출해낸 도훈은 괜히 주목 받고 싶지 않아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다시 차량으로 돌아갔다.

[주인님, 너무 무모한 행동이었습니다. 차량이 조금만 일찍 폭발했으면 주인님이 크게 다쳤을지도 모릅니다.]

‘나도 알고 있어.’

[대체 왜 그러셨습니까? 주인님은 진짜 경찰도 아닌데요.]

‘모르겠어.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나도 모르게···.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내가 경찰이고 말고가 뭐가 중요해? 사람 안 죽는게 우선이지.’

[거참···.]

도훈 스스로도 방금 전 사고에 대해 무척 놀라는 중이었다.

운 좋게 부상자들을 구출하긴 했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사람을 살려야한다는 생각말곤 다른 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

도훈이 잠시 바람을 쐬기 위해 차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사고처리 인수인계를 끝낸 보미가 도훈에게 다가왔다.

“대충 정리 끝냈어. 방금 소식 들었는데 병원으로 후송된 부상자는 생명에 지장 없다고 해.”

“천만 다행이네.”

“···도훈이 넌 괜찮아? 다친 데 없지?”

도훈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뭘, 그정도 가지고.”

“바보야. 방금 진짜로 위험할 뻔 했다고!”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보미가 도훈의 무모한 행동을 나무랐다.

“나도 모르게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더라고.”

“휴-. 진짜. 내가 한다고 했잖아.”

“너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지. 난 내 여자 다치는 꼴은 절대 못보거든.”

도훈의 말에 보미가 감격한 듯 눈물을 글썽거렸다.

“나도 도훈이 네가 다치는 거 싫단 말이야. 다시는 그런 행동하지마.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어.”

“알았어. 안 그럴게.”

도훈은 보미를 겨우 진정시키고 다시 차에 올랐다. 보미는 진정 되지 않는지 차에 오르고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도훈은 천천히 차를 출발시키며 드라이빙을 계속했다.

사건 현장을 벗어난 뒤 보미가 도훈에게 물었다.

“근데 아깐 어떻게 한 거야?”

“응? 뭐?”

“찌그러진 문짝을 맨손으로 뜯어 냈잖아. 그것도 스킬 같은 거야?”

“아닐 걸.”

“아니야?”

“응. 그냥 힘을 응축시켜서 폭발시킨 거야. 나 참고로 3대 운동천 넘거든.”

“천? 잠깐, 3대 운동이면 데드리프트랑···.”

“어. 그거 맞아. 정확히 측정 안 해봤는데, 그 이상도 가능할 거야. 장비가 구려서 원판을 더 꽂을 수 없길래 거기까지만 측정했거든.”

“와···.”

보미가 도훈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100미터 달리기 7초대의 주력.

3대 운동 1000을 훌쩍 넘기는 괴력.

그는 현실에 존재하는 초인이었다.

심지어 그런 기술들이 스킬을 전혀 쓰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더 놀라웠다.

“그럼 네 진짜 스킬은 뭐야?”

“내 스킬?”

“응. 신체 능력은 스킬하곤 상관없다면서. 근데 너도 나처럼 스킬을 쓸 수 있을 거 아니야.”

도훈이 살짝 난처해졌다.

‘그냥 내공을 스킬이라고 말할 걸 그랬나. 갑자기 섹서 스킬을 설명하려니까 좀 창피해지는데.’

[왜요? 주인님 스킬이 어때서요?]

‘아직 한발 남았다, 커져라 여의봉, 혀끝의 딜도···. 이딴 스킬이 안 창피하겠냐? 말하는 순간 나를 뭘로 보겠냐고.’

[······.]

도훈은 괜히 보미가 오해할까 걱정되어 다른 스킬을 둘러댔다.

“현자타임 같은 스킬 말하는 건가?”

“현자타임? 그게 뭔데?”

“음, 그러니까 두뇌를 일순간 초고속으로 회전시키는 거야. 30분 동안 아인슈타인같은 천재가 된 달까?”

“정말? 엄청 신기하다. 역시 선생님 플···, 선수라 그런가? 지능을 올려주는 스킬이 있다니. 혹시 보여줄 수 있어?”

“지금?”

“응. 궁금해. 힘도 엄청 센데 머리까지 좋아지면 엄청 좋을 거 같은데.”

“그게 부작용 때문에 좀···.”

“부작용도 있어?”

“응. 두뇌를 순각적으로 너무 혹사시키기 때문에 후유증이 남아.”

“아···.”

“결정적인건 성욕을 엄청나게 떨어뜨려. 스킬 쓰고 24시간 정도는 잦이가 꼴리지도 않을걸?’

“헉! 그럼 절대 쓰지마. 적어도 내 앞에서는.”

“뭐야? 보여주랄 땐 언제고.”

“아, 아니야. 취소할게. 그건 좀 아닌거 같아.”

“나도 보미 네 스킬이 궁금해.”

“나?”

“응. 우리가 나중에 힘을 합치려면 서로의 스킬을 미리 알아두는게 좋지 않을까?”

“음···. 근데 내 스킬은 모두 공격 마법이라서 여기서 보여주기가 힘든데.”

“그럼 어디 사람 없는 곳으로 가볼까?”

“지금?”

“응. 보고 싶어. 어차피 할 일 없잖아 당장.”

보미는 내비에 뜬 지도를 보더니 한 지점을 가리켰다.

“여기가 좋겠다. 버려진 목장인데 주변에 사람이 거의 없을 거야.”

“오케이.”

도훈은 보미가 찍어준 위치로 차를 몰았다. 해안에서 한라산 쪽으로 들어가는 방향이었는데, 나중에는 도로도 비포장으로 바뀌고, 주변엔 풀과 나무밖에 보이지 않았다.

특히 폐쇄된 목장의 입구는 굳게 닫혀 있어서 울타리 안으로 진입을 불허했다. 도훈은 근처에 차를 댄 후 보미와 함 께 내렸다.

“입구가 잠겨 있어서 담을 뛰어넘어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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