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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595화 (1,575/2,000)

1595. 제주도 푸른 밤-25-

한편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필두는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그러잖아도 눈치가 보이는 귤희가, 아까부터 뚱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편해 죽겠네. 도훈이는 도와준다더만 왜 쓸데없는 말을 해서.'

필두는 여자를 밝히는 것과 반대로, 미인 앞에서 유난히 쩔쩔매는 타입이었다. 쉽게 말하면 호구고, 더 심하게 말하면 퐁퐁남의 자질이 엿보였다. 특히 귤희처럼 안하무인 격으로 설치는 여자 앞에선 기를 못 펴고 주눅이 드는 편이었다.

'안 그래도 날 싫어하는 것 같은데, 억지로 같이 태워보낸다한들 무슨 발전이 있겠냐고. 차라리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편이···, 응? 뭐지?'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필두는 등 뒤에서 다가오는 귤희의 손길을 느꼈다. 허리춤을 가볍게 안아 쥐고 있던 그녀의 손길이 좀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속도도 별로 안 높였는데 혹시 겁먹었나? 좀 늦춰야 하나?'

오토바이는 특성상 두 사람이 함께 타게되면 뒷 사람이 앞 사람을 끌어 안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속도가 빨라질수록 겁이 나서 더 껴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이루어졌다.

'흐흐. 그나저나 이게 웬 횡재람? 그래도 여자가 안아주니까 기분 째지는 구나.'

게다가 귤희는 가슴이 상당히 큰 편이었기 때문에 등에 바짝 붙어 껴안자 등 뒤로 뭉클한 촉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처음엔 뒤에 앉는 것도 싫어하던 귤희가, 갑자기 적극적으로 껴안자 필두의 입장에선 당연히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이거 보라니까? 도훈이가 괜히 오버한 거야. 매너있게 행동하면 귤희도 언젠간 분명 진심을···.'

그런데 귤희의 백허깅이 살짝 이상했다. 아랫배를 껴안던 손이 점점 밑으로 내려오더니 살짝 민망한 곳에 걸치게 된 것이었다.

'어어, 거기가 아닌데.'

귤희의 손이 닿은 곳은, 여자로 말하면 Y존 이라고 불리는 골반과 허벅지가 접히는 부위였다.

거기서 조금만 내려가면 곧바로 잦이에 닿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필두가 저도 모르게 헛기침을 냈다.

"크흠!"

잘못 손을 짚었으니 얼른 손을 치우라는 사인이었다.

하지만 뒤에서 들리는 귤희의 말은 전혀 의외의 내용이었다.

"오빠가 그렇게 크다며?"

"뭐, 뭐?"

"뭘 못들은 척 해? 다 들리면서. 아까 도훈 오빠가 한 말 다 들었거든?"

"아, 아니 갑자기···."

"쉿. 오빤 그냥 운전에 집중해. 잠깐 확인해 볼테니까. 괜찮지?"

일방적으로 통보를 마친 귤희가 불쑥 밑으로 손을 찔러 넣었다.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고 있던 필두의 오토바이가 갈지자를 그리며 휘청였다.

"우, 아앗!"

"뭐하는 거야? 사고 나고 싶어?"

크게 휘청인 오토바이의 움직임에 놀란 귤희가 빽 소리쳤다.

"아, 아니 갑자기 놀라서."

"하여간 사내새끼가 겁만 많아서는. 안 잡아 먹거든요?"

귤희는 이제 대놓고 필두를 괄시했다.

그녀가 필두에게 함부로 대하는 이유는 단지 필두의 반응 때문이었다. 찐따처럼 구는 필두를 보자 학창 시절에 보던 찐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때 걔랑 완전히 똑같네.'

귤희는 어려서부터 남자를 밝혔고, 담배를 뚫기 위해 일진 오빠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그쪽 세계에 발을 들였다.

여자의 권력은 남자를 따라가기 마련이라, 일진 오빠들에게 예쁨을 받는 귤희 역시 나름 학교에서 잘나가는 축에 속했다.

특히 남자 선배들과 어울리던 귤희는, 동갑내기 반 내에서는 다른 또래 남자들이 말도 제대로 못 섞을 만큼 절대 권력을 구가했다. 심지어 같은 반 남자 짱조차도 귤희 앞에선 제대로 말대꾸도 못했다.

호가호위이긴 했지만, 귤희에게 괜히 밉보였다간 무서운 학교 선배들에게 호출당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되바라진 고등학교 생활을 하던 귤희에겐 남자 짝이 하나 있었다. 단지 귤희 옆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1년간 노예가 되어버린 친구였다.

매점 빵셔틀이며 등하굣길 가방 셔틀은 물론, 온갖 궂은 심부름을 도맡아하던 그는, 한마디로 귤희에겐 장난감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느날 귤희는 문득 딱 붙는 바지 사이로 드러난 찐따의 물건이 상당히 묵직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문득 그의 잦이 크기가 궁금해졌다.

"야. 너 씨발 꼴리면 뒤진다?"

귤희는 수업 시간 중 그를 괴롭히기로 작정하고 선생님 몰래 책상 밑으로 찐따의 바지 위를 쓰다듬었다.

"어, 억!"

"소리 내지마, 뒤지기 싫으면."

"아, 아니 그래도···."

여자의 손길이 닿는 건 처음이었는지, 찐따는 포식자 앞에서 굳어버린 짐승처럼 바짝 얼어 붙었다. 하지만 이미 그때에도 남자 경험이 있었던 귤희는 남자가 어딜 만지면 발기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어쭈? 제법인데?"

당연히 찐따는 발기했고, 발기하면 뺨을 때리겠다던 귤희는 막상 발기된 잦이를 보고도 그를 때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중에 자신의 팬티가 축축해 졌다는 걸 깨닫고 난 뒤부터는 자괴감이 들어 더욱 더 가열차게 찐따를 괴롭혔다.

'그렇네. 그때 걔랑 필두 오빠랑 반응이 비슷한 거 같아.'

옛날 생각이 난 귤희는 점점 노골적으로 필두의 물건을 어루만졌다. 필두는 귤희의 못된 손장난을 뿌리치고 싶었으나, 손잡이를 놓았다간 사고가 날 것 같아서 어떻게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하윽!"

"옷이 꽉 끼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네. 바지 안에 손 넣어봐도 돼?"

"아, 아니 귤희야."

"확인만 한다고."

귤희가 다짜고짜 필두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뒤에서 껴안은 채 보이지도 않는 지퍼를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백허깅의 농도가 진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흑, 그렇게 가슴을 문질러대면···.'

그 와중에 귤희의 가슴이 계속 필두를 자극하는 바람에 필사적으로 참고 있던 필두도 끝내 발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지퍼 안으로 손을 넣은 귤희의 손에 필두의 발기된 물건이 꽉 잡혔다.

"오!"

짧은 한마디.

하지만 그 울림은 여운이 있었다.

'농담이 아니었네? 뭐지? 왜 크지?'

상상 이상으로 묵직한 사이즈에 귤희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도훈의 것보다 큰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손에 잡히는 두께는 상당히 묵직한 것이었다.

"규, 귤희야."

"좀 하네? 오빠 그렇게 안 보였는데."

귤희는 본래 필두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었지만, 막상 잦이를 잡고 나자 갑자기 그가 귀엽게 느껴졌다.

'뭐, 이 정도면 나쁘진 않을지도.'

잦이를 기어봉처럼 붙잡고 있던 귤희가 천천히 손을 흔들었다.

"오빠, 내가 대딸 쳐줄까?"

"뭐, 뭐라고? 아니 갑자기 왜···."

"나 솔직히 말하면 큰 사람 좋아하거든. 실은 오빠 작을 줄 알고 무시했는데, 내가 사람 잘 못 본 거 같아."

필두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대딸을 받는 일은,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고 앞으로도 두 번 다시 없을 일이었다.

"아, 아니 귤희야 일단 진정하고···. 도로에선 위험하니까 일단 세우고 나서···."

"세우기만 해. 확 잦이 부러뜨려 버릴 줄 알아. 계속 가."

"가, 가라고?"

탁탁-

필두가 계속 앞으로 나가는 사이 귤희가 뒤에 달라붙어 필둘의 묵직한 잦이를 꺼내 대딸을 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가졌던 필두였지만, 막상 또 잦이를 잡고 흔들고 있으니 귤희의 기분이 싱숭생숭 해졌다.

'아···. 그때랑 똑같네. 찐따 새끼 잦이 만질 때랑.'

학창 시절에도 귤희는 찐따의 발기에 본인이 흥분할 만큼, 성욕이 강한 편이었다. 다만 그녀는, 자신이 노예처럼 부리는 찐따의 좆을 만지며 흥분했다는 사실 자체에 자존심이 상해 그만두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면 오히려 묶어놓고 내가 따먹었을지도. 그때 나도 너무 어렸으니까.'

그녀의 일진놀이는 다음 해 학교에 학교폭력 사태가 크게 터지면서 끝이났다. 그녀를 비호하던 일진들은 대부분 강제 전학을 가거나 징계를 먹었고, 일진 무리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호가호위하던 귤희도 자연스럽게 위세가 꺾이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가끔 자신의 셔틀을 해주던 찐따의 묵직한 잦이를 만지던 기억을 떠올릴 만큼, 진한 아쉬움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때 눈 딱 감고 한 번 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남았다.

나중에 나이를 들고 수많은 남자와 만나다 보니, 대물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었다.

섹스를 밝히고 좋아하는 사내가 한 트럭이라도, 그중에서 물건이 큰 사람은 손에 꼽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닳아질 대로 닳아진 귤희에게, 대물은 그만큼 소중한 존재였다.

"계속 달려. 내가 오늘 오빠 서비스 한 번 해줄게."

귤희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내내 필두의 잦이를 흔들었다.

* * *

"어? 왜 우리 다른 길로 가?"

리나를 태우고 가던 도훈은 갈림길에서 필두와 헤어졌다.

"기역자로 가냐 니은자로 가냐의 차이야. 결국엔 목적지에서 만나게 되어 있거든."

"아항."

리나는 도훈을 꼭 껴안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보면 괜히 나란히 가면서 귤희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단둘이 다른 루트로 가는 편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특히 오토바이를 서로 바꿔 느린 기종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아까와는 달리 최대한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면서 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은, 바람을 맞으며 오토바이 드라이 브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오늘 날씨 너무 좋은 것 같아."

"그러게. 떡치기 딱 좋은 날씨네."

"···네? 방금 뭐라고···."

"딱지치기 딱 좋은 날씨라고."

"아, 딱지."

제 귀를 의심하던 리나가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다. 마음속으로 음탕한 생각을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도훈의 말을 곡해한 것이었다.

'근데, 정말로 딱지치기라고? 너무 앞뒤가 안 맞는데?'

하지만 왜 불쑥 도훈이 딱지를 언급했는지 다시 물어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

"여행은 재밌어?"

"저요?"

"응. 귤희랑은 안 싸우고 잘 지내지?"

"그건 왜 궁금한데?"

"나도 예전에 절친이랑 둘이서 여행 간 적 있는데, 생각보다 많이 싸웠거든. 평소엔 모르다가도 여행 오면 꼭 단점이 보이더라고."

"······."

도훈이 알고 한 질문인지 모르고 한 질문인지는 몰라도, 리나는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사실 브런치를 먹는 내내 귤희와 신경전을 벌이며 서로 경계하고 있었던 것.

"좀 안 맞는 거 같기도 해."

"귤희랑?"

"응."

"둘이 조만간 어학연수 같이 간다지 않았어? 지금부터 안 맞으면 그땐 어쩌려고? 최소 6개월은 같이 붙어 있어야 할텐데."

도훈이 은근슬쩍 어학연수 계획까지 거론하자 리나의 표정이 급 어두워졌다. 지금 같은 기분으로는 도저히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고민이야. 괜히 같이 간다고 한건지 후회도 되고."

"귤희랑 뭐가 잘 안맞는데?"

도훈이 관심을 보이자 리나가 기다렸다는 듯이 귤희의 험담을 시작했다.

"솔직히 귤희 좀 이상해."

"어디가?"

"귤희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고. 알았지?"

"알았어 나 입 무거워."

"어젯밤에 귤희가 잠옷 차림으로 나갔다 왔다고 했잖아."

"응. 그랬지. 술먹다 만난 애들 보고 온 것 같다며."

"근데 덜 채웠나 보더라고."

"덜 채우다니 뭐를?"

"뭐긴 뭐야. 욕구지."

"욕구?"

"글쎄 방에 들어와서 내가 자는 척했더니, 혼자 막···."

"혼자?"

리나는 자기 입으로 밝히기 민망했지만 귤희에 대한 악감정이 쌓인 상태라 앞뒤 재지 않고 까발렸다.

"혼자서 막 자위를 하더라니까?"

"뭐? 진짜?"

"내가 모르는 줄 알았나 봐. 혼자 막 끙끙대면서 신음하는데 진짜 짜증 나 죽는 줄 알았잖아."

"헐. 귤희가 왜 그랬을까? 친구도 옆에 자고 있는데."

"걔 진짜 남자에 환장한 애라니까? 내가 그랬잖아. 클럽 가서도 맨날···. 암튼, 외국 나가면 같이 살아야 하는데 그 꼴을 보고 계속 참을 수 있을지 걱정이야. 남자친구나 몰래 들이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 정도라고?"

"뻔하지. 걔 완전 섹에 미쳤거든. 양놈들하고 붙어 먹으면 정신 못 차릴걸?"

도훈은 귤희에 대한 힐난을 멈추지 않는 리나를 보고 속으로 혀를 찼다.

'제 얼굴에 침뱉기라는 걸 모르는 군. 듣기 역해 죽겠어.'

[리나양이요?]

'친구 흉본다고 자기 가치가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뭘 저렇게까지 비난하는지. 하여간 끼리끼리 어울리면서 지만 깨끗한 척이지.'

[근데 리나양 입장에서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리나양은 귤희양보다는 깨끗하니까요.]

'정말 그럴 것 같아?'

[네?]

'리나가 정말 귤희에 비해서 순진한 것 같냐고.'

[적어도 귤희양 만큼은 아니겠죠.]

'난 아닐 것 같은데.'

[근거는요?]

'리나가 귤희를 흉보는 이유는 자기가 더 도덕적으로 우월해서가 아니야.'

[그럼요?]

'자기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 짜증나서지.'

[리나양도 귤희처럼 문란하다는 말씀인가요?]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리나는 귤희를 비난하면서도 반대로 동경하는 양가적 감정을 품고 있거든. 오히려 내가 볼 땐 진짜 모순덩어리는 리나야.'

[리나양이 정말 그렇다고요?]

'그게 아니면, 저렇게 비난하면서까지 계속 붙어 다닐 순 없는 거거든. 본질은 둘 다 똑같은 애들이야. 리나는 단지 제 손을 더럽히기 싫으니 귤희를 이용할 뿐이지. 귤희랑 같이 다니면 알아서 남자를 물어다 주니까.'

[호오, 주인님 추측이 과연 맞을까요?]

'지금부터 확인해 보면 되겠지.'

도훈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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