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2. 대학 축제-67-
* * *
"됐지? 내공이 완전히 타들어갔으니 포박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
도훈은 미호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설마 내공의 흐름이 눈에 보이는 건가?'
[네?]
'아니, 아까도 그랬잖아. 내공의 흔적을 쫓아 나를 찾아냈다고.
저 구미호는 상대방의 내공을 읽어내는 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
내공이 바닥난 도훈은 더 이상 이전의 초인이 아니었다.
물론 기본 근력이나 운동신경이 어디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론 괴물같은 마법사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단은 시키는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겠어.'
[주인님. 정보창 설명에 따르면 상대는 흡정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생기를 모두 빼앗기고 거죽만 남게 될 겁니다.]
'물론 알아. 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생각할수도 있지 않겠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일반적으로 물은 불을 꺼뜨리지. 하지만 반대로 불길이 너무 뜨거우면 물을 아무리 뿌려봐야 수증기로 변할 뿐이랄까?'
[도저히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군요.]
'있어봐, 절대 가만히 당하지는 않을 테니까.'
결심을 마친 도훈이 바지를 훌훌 풀어 내렸다. 동시에 망토까지 모두 벗어 던지자 순식간에 완벽한 나신으로 변했다.
미호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도훈의 몸매를 감상했다.
'놀랍도록 훌륭한 신체군. 죽이기엔 너무 아까운데.'
무공에도 나름 일가견이 있는 미호는 도훈이 천무지체임을 단박에 파악했다. 무공을 익히기에 최적의 몸 상태. 같은 기간을 수련해도 남보다 곱절로 상승하는, 무인들에게 있어선 꿈에 그리던 육체라고 할 수 있었다.
"다 벗었습니다."
"너무 아쉽군."
"네?"
"죽이기엔 너무나 탐나는 육체라고. 혹시 변절할 의향은 없어?
내가 상부에 잘 얘기해 줄 수도 있는데."
"변절이라면···."
"말 그대로야. PK단에 합류해. 그러면 개죽음은 피할 수 있어.' 도훈은 혼란스러웠다.
플레이어가 PK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던 것.
'로시, 저게 무슨 소리지?'
[주인님. 마녀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시면 안됩니다. 주인님을 현혹하려는 겁니다.]
하지만 도훈은 반대로 로시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여겼다. 지금으로선 구미호의 제안에 담긴 의미가 더 궁금했다.
"제가 마음을 먹으면 그럴수도 있다는 겁니까?"
"뭐야? 너 혹시 중수 승급한 지 얼마 안 됐어? 가진 내공은 무슨 중수 말호봉 쯤 되어 보이더니."
"네, 무슨 말씀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미호가 도훈의 대물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설명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였구나. 그럼 내가 친절하게 설명해 줄테니 잘 들어."
[주인님 PK단의 꾀임에 절대 속아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조용히 해봐. 일단 들어나 보게.'
"PK단과 플레이어가 한 뿌리에서 나온 건 알고 있지?"
"정확히는 모릅니다."
"아주 오랜 세월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야. 나조차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무렵이니까."
미호가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의 대리자라 불리는 플레이어는 고대부터 존재했다. 어느날 갑자기 신의 대리자로 선택받은 이들은, 초인적인 능력을 부여받아 찬란한 문명을 이끌었다.
그들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승리로 바꾸었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물건을 발명해 냈으며, 법과 제도, 문화와 예술을 선도해 미개했던 인류가 찬란한 문명에 이르는데 지대한 공헌을 미쳤다.
"그래서 과거의 위인이라 불렸던 인물중에 유독 플레이어가 많았어."
듣고 있던 도훈은 의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플레이어는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준 존재 아닙니까?
어째서 PK단은 그런 플레이어를 죽이려는 거죠? 심지어 한 뿌리에서 나왔다면서요?"
"훗-. 잘 들어봐, 지금부터가 본론이니까."
레벨업 시스템을 갖춘 플레이어는 점점 강해지는 특징이 있었다. 미션과 업적을 수행하며 레벨이 오르게되면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기 시작했고, 결국 자신에게 힘을 부여한 신에게 도전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바벨탑이 바로 플레이어가 신에게 도전한 증거였다.
신은 노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든 신벌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이 부여한 힘을 빼앗을 수 있었다. 소위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도우미는 사실상 족쇄나 다름없었던 것.
"피의 학살 당시 수많은 플레이어가 죽었어. 신은 자신의 피조물이 대드는 걸 도저히 참을 수 없었거든. 신벌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학살했지."
"···그럼 PK단이라는 것은."
"맞아. 신의 족쇄를 스스로 풀어 낸 플레이어들이야. 자신들이 신의 대리인이 아니라 그저 장난감에 불과했다는 진실을 일찍 깨우친 자들이지."
미호의 말에 도훈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가 이전에 들은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주인님, 상대의 거짓말에 놀아나지 마십시오. 마녀가 진실을 곡해하고, 주인님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조용히 좀 하라니까? 판단은 내가 할 테니까.'
"그럼 어째서 PK단은 플레이어를 척살하는 겁니까? 족쇄에서 먼저 풀려난 자들이라면 다른 플레이어도 해방시켜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쯧쯧. 아직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군. 대학살 당시 지구상에 있던 플레이어 90% 이상이 살해당했어. 살아남은 사람들은 오직 PK단이란 이름으로 변절했던 자들 뿐이었지."
"그럼···."
"맞아. 이후 플레이어들은 과거의 비극을 전혀 모르는 자들로 새로 채워졌어. 그리고 그 정보를 철저히 통제당한 채 우리를 그저 적으로만 인식하게 됐지. 너도 우리가 아무 이유없이 너희들을 잡아 죽인다고만 알고 있지?"
"아닙니까?"
"그 반대야. 오히려 충분히 성장한 플레이어는 PK단을 사냥하고 다니지. 자신이 신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모르면서 말이야. 우리가 플레이어를 처단하는 것은, 잠재적인 위협 수단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해. 마치 숫사자가 다른 사자의 새끼를 물어 죽이는 것처럼. 미래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랄까?"
"······."
"충격 먹었구나? 아무것도 몰랐던 중수 플레이어에겐 받아들이긴 힘든 불편한 진실일테지. 하긴, 자신이 세상을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플레이어가, 실제론 신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납득하긴 쉽지 않겠지. 하지만 너희들이 죽어야할 이유는 한가지 더 있어."
"또 뭡니까?"
"플레이어의 이적은 거저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야."
"네?"
"너희들이 쓰는 스킬.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놀라운 능력은 결국 엔트로피를 빠르게 증가시켜. 열역학 제3법칙이라고 들어봤지?"
"그게 무슨···."
"쉽게 말하면 너희들이 능력을 더 많이 쓰면 쓸수록, 지구 시스템의 붕괴를 촉진한다는 거야."
도훈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능력의 사용이 지구의 종말을 앞당긴다고?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고수에 이른 플레이어들은 이미 알고 있던데. 이곳 지구가 신들에겐 수많은 시스템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
"신들에게 있어서 시스템이란 일종의 게임에 불과해. 플레이어는 게임 속을 뛰노는 일종의 말이고. 그래서 플레이어라고 불렀던 건데, 전혀 몰랐어?"
"아···."
"신들은 이따금 몇몇 플레이어들을 관찰하기도 해. 후원금을 걸거나 보상을 거는 미션을 제시하기도 하고. 한번 쯤 경험해 봤을텐데? 못 느꼈어? 자신이 그저 신들에겐 구경거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그런···."
"심지어 플레이어가 능력을 쓰면 쓸수록 시스템 오류를 가속화시켜서 결국엔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게 설계되어 있어. 하지만 신들은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지. 왜냐고? 그들에겐 지구가 망가져도 또 다른 시스템으로 넘어가면 그만이거든. 어쩌면 우리 모두는 신들에게 있어 한낱 유희거리밖에 안되는 존재인 거야."
"말도 안 돼!"
"믿든 안 믿든 네 자유야. 사실 엔트로피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나도 별로 안 믿어. PK단이 단원들 교육하면서 지껄이는 소린데, 어쩌면 플레이어를 죽이기 위한 명분같기도 해서. 그래야 이 정신 나간 사냥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 테니."
[주인님, 미호의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녀는 말도 안되는 소리로 주인님을 꼬드기고 있습니다!]
양쪽에서 떠드는 통에 도훈은 안그래도 복잡한 머리가 터질것 같았다. 하지만 미호가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당장 죽일수도 있는 자신에게 숨길 이유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그녀의 말이 더욱 진실처럼 들렸다.
"너에게도 신의 족쇄가 걸려 있겠지? 그걸 해제하는 법을 알려 줄게. 그럼 너도 더 이상 신벌에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나는 지금 너에게 자유를 주겠다는 거야."
"잠시만요."
도훈은 냉정해지기로 했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른다. 로시가 일부러 진실을 감춰왔을수도 있고, 미호가 자신을 꼬드기기 위해 거짓을 꾸며냈을수도 있다.
"왜? 이만하면 충분히 알아듣게 설명한 것 같은데?"
"당신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쳐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뭔데? 얼른 물어. 난 지금 니꺼 보고 꼴리는 걸 애써 참고 있는 거니까."
미호가 여전히 대물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과거에 플레이어들은 모두 죽고, PK단만 살아남았다고 하셨는데, 그럼 이미 PK단은 전멸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설마 PK 단은 죽지도 않고 수천년을 살 수 있다는 뜻입니까?"
"아, 그거? 넌 어떻게 플레이어가 됐지?"
"저는···."
도훈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가 알기로 자신이 플레이어로 다시 태어난 사유는 굉장히 독특한 경우였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는 신이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면서 간택받게 되어 있었다.
"암튼, PK단은 일반적인 플레이어의 선발과는 전혀 달라. 우린 플레이어의 자질을 갖춘 이들을 찾아낼 수 있거든."
"설마 일반인도 이런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소립니까?"
"가능해. 넌 잘 모르겠지만, 이 시스템은 알고보면 오류 투성이야. 수십 억의 인류가 태어나다 보니, 때론 일반인 사이에 섞여 능력자들이 태어나기도 하거든. 어쩌면 우리가 먼저 발견하지 않았다면 플레이어로 선발되었을지도 모르는 이들이지."
"아···."
"솔직히 네놈이 죽고사는 문제는 나에겐 별로 중요한 게 아니야. 넌 좀 독특한 클래스의 플레이어긴 하지만, PK단에서 네놈의 능력을 반길지는 잘 모르겠거든."
"한데 왜 절 살려주시려는 거죠?"
"맛있게 보여서?"
"네?"
"눈치챘겠지만, 난 인간이 아니야. 살아남기 위해선 남자의 정기가 필요해. 그런 삶을 수백년 살아왔어. 신물이 날 정도로. 이젠 나도 안정적인 공급처가 있었으면 좋겠어. 너라면 어쩌면 날 채워 줄수도 있을 것 같거든. 네 독특한 능력이라면."
미호가 천천히 도훈에게 다가왔다.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다 의자에 도로 앉고 말았다.
미호가 그 모습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겁먹지마. 네가 우리와 뜻을 같이 한다면 죽이지는 않을테니까. 내 능력이면 일시적으로 신의 족쇄를 무력화 시킬 수 있어. 그리고 우리편으로 들어와. 네게 자유를 줄게."
"자, 잠시만요. 저도 고민을···. 흡!"
도훈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미호가 순식간에 자신의 허벅지 위에 가랑이를 벌리고 걸터 앉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옷을 입고 있었지만, 몸이 밀착되자 숨이 턱- 막히며 특유의 체취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난 솔직히 네 녀석이 마음에 들어. 여기서 죽이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 응? 나와 같이 하지 않을래?"
"아, 아···."
위에 포개 앉은 미호는 도훈을 끌어 안은 채 목덜미를 혓바닥으로 핥아대기 시작했다. 예민한 부위였기에, 도훈은 순식간에 대물이 부풀었다. 미호가 내뿜는 체취가 최음제 효과를 내며 도훈의 성욕을 폭발시키고 있었다.
[주인님, 정신 똑바로 차리셔야 합니다. 이대로면 마녀에게 당하고 말 겁니다.]
'크흑, 상상했던 이상이야. 음기가 보통이 아니야.' 점점 혼미해져가는 가운데 도훈은 끝까지 정신줄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그 사이 미호가 도훈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다행이네. 난 늘 노팬티라서."
치마를 걷은 미호가 손을 뒤로해 발기된 대물을 붙잡더니 구멍에 맞추었다. 구멍은 이미 미끌거리는 점액으로 애무가 필요없을 정도로 흥건이 젖어있었다.
미호는 심호흡을 하더니 그대로 도훈의 위로 내려 앉았다.
푹-!
"흐어억!"
단 한 번의 삽입. 하지만 도훈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꽂자 마자 싼다는 토끼가 된 것처럼 순식간에 사정감이 밀려왔다.
'마, 말도 안돼! 이 미친 조임은 뭔데?'
미호의 구멍은 규격외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도훈이 에로마늄 팔찌로 잦이를 공회전 시키는 것처럼, 미호의 구멍 속 또한 굉장한 압력과 회전력을 갖춘 분쇄기처럼 대물을 쥐어짜대는 것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면 역치를 뛰어넘는 자극에 졸도할 만큼의 충격이었지만, 도훈은 끝끝내 버텨냈다.
'정신차리자. 여기서 무너지면 나는 그대로 잡아 먹히는 거야.'
도훈은 안간힘을 내 버텼다. 오히려 풀린 두 손으로 미호의 엉덩이를 받치며 피스톤 운동까지 시작했다.
푹찍-푹찍-!
그러자 이번엔 미호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 이 녀석 봐라?'
제아무리 플레이어라도 자신을 감당해낸 사내는 없었다. 대부 분 흡정이 시작된 순간 이성을 잃고 짐승이 되어버리거나, 혹은 졸도하면서 살아있는 딜도가 될 뿐이었다.
하지만 도훈은 리드를 빼앗더니 자신이 방아찧기를 주도하는 것이 아닌가? 분함을 느낀 미호는 양생술을 더욱 끌어올리며 도훈의 정기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나도 살아야 하니 조금만 생명력을 뽑아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