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0. 대학 축제-15-
* * *
미리를 골탕먹이는 데 성공한 도훈이 히죽거리며 캠퍼스를 걸었다.
'푸하하. 아까 후배들 3명 등장했을 때 미리 걔 표정 봤냐? 여신은 무슨 얼어죽을 놈의 여신? 우리과 들어오면 저기 밑바닥 무수리부터 시작해야 겠더만.'
[그래도 좀 심하셨습니다. 그러다 기가 완전히 꺾여서 주인님에 대한 호감도마저 떨어지면 어쩌려고요?]
'호감도가 왜 떨어져?'
[주인님이 저번에 그러셨잖습니까? 여자가 너무 예쁘면 오히려 남자들이 알아서 거리를 둔다고요.]
'아, 풍요속의 빈곤 딜레마? 물론 그런것도 있지. 하지만 그건 남녀간의 차이가 있어.'
[남녀간의 차이요?]
'남자는 원래 주제파악이 빠르거든. 서열화하는 습성이 있어서 3명만 모여도 리더가 생기지. 여자를 고를때도 격이 안맞다 싶으면 스스로 물러난단 말이야. 차라리 눈을 낮춰 다른 여자를 공략하는 게 더 성공률이 높을 테니까.'
[여자는 다른가요?]
'여자는 남자보다 좀 더 허용범위가 넓은 편이야. 왜 드라마에서 허구헌날 신데렐라 스토리만 틀어주겠어? 신분이 낮은 여성이 운좋게 백마 탄 왕자님과 이어지는 스토리 말이야.'
[그야 일종의 여성판타지니까?]
'맞아.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신분에 상승 욕구가 강해. 자신보다 뛰어난 수컷을 만나는데 특화되어 있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미리는 이번 일로 기가 죽긴 했어도, 오히려 나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을 거야. 어장안에 넣어두고 싶은 콜렉션 중 하나가 아니라, 곂에 두고 싶은 남자친구로 삼고 싶은?'
[자신감이 대단하시군요.]
'두고보라니까? 앞으로 미리가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테니까.
난 미끼를 던졌고, 미리는 그걸 물어버린 것이여.'
[갑자기 웬 사투립니까? 어? 저기 오신아양 아닌가요?]
'응?'
로시의 말을 듣고 보니 전방에 오신아가 귀에 무선 이어폰을 끼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손에서 핸드폰을 떼질 않았는데, 도훈은 그녀가 또 랜덤 채팅으로 남자를 꼬시고 있는 거라고 여겼다.
'난 사실 윤미리보단 오신아 쪽이 더 관심이 간단 말이지?'
[오신아양은 좀 변태같지 않습니까? 하루 종일 음란한 채팅만 하는데요.]
'그게 매력인데?'
[주인님께선 그런 취향이셨습니까?]
'그게 아니라, 남성편력이 화려하다는 점이 말이야.'
[네? 갑자기 남성편력은 왜요?]
'오신아는 살아 움직이는 포인트 창고란 뜻이야.'
[엇!]
'생각해봐. 업소녀도 아니고, 스스로 원나잇을 즐기는 여자잖아. 그리고 나에겐 남자경험이 많은 여자들을 공략하면 보너스로 얻는 포인트가 있고.'
[와, 그런 생각으로 오신아양을 보시고 계실줄이야.]
'못해도 5000포인트는 넘을 걸? 일주일이 멀다하고 남자들을 갈아치우고 있으니까. 그것도 자진해서.'
[하긴 그렇겠네요. 원조교제 같은 걸로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익명의 상대랑 하룻밤을 즐기기 위해서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신아는 따로 미션이 없어도 어떻게든 한 번은 자빠뜨려야해. 포인트 벌이를 위해서라도. 근데 좀 이상한게 있어.'
[뭐가요?]
도훈은 몰래 오신아의 뒤를 밟았다.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정체 불명의 야구모자를 깊숙히 눌러 쓴 채였다. 허공에서 아이템을 꺼내 머리에 쓰자, 그의 존재감이 지워지며, 평범한 익명의 대학생으로 변신했다.
'미리는 날 보고 바로 호감을 표시했잖아.'
[그런데요?]
'오신아는 왜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을까하고.'
[주인님이 병세가 슬슬 도지시나 보군요.]
'무슨 병?'
[왕자병말입니다. 세상 모든 여자들이 주인님을 좋아할거라는 착각요.]
'에이, 물론 그건 아니지.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게 있고, 또 호감을 느끼는 부분이 다른데 모든 여자가 날 좋아하진 않겠지. 근데 오신아의 경우는 좀 특이하단 말이야. 나를 아예 안중에도 없는 취급 하니까. 솔직히 내가 어디가서 빠지는 와꾸는 아닌데.'
[주인님 뿐만 아니라 같은 조모임에 속한 경영대 학생에게도 똑같이 무관심 하던걸요?]
'그래서 하는 말이야. 오신아는 현실의 남자에게 매력을 잘 못느끼는게 아닐까 하고.'
[그럴수도 있습니까?]
'솔직히 내가 볼 때 오신아는 섹스 중독에 가까워. 허구헌 날 파트너 바꿔가면서 만나는 게 절대로 정상은 아니거든.'
[그렇죠.]
'근데 절대 주변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남자에겐 성욕을 잘 느끼지 않는단 말이야. 쉽게 말해 선택적으로 남자를 고르고 있는 거지.'
[듣고보니 이상하긴 하군요. 섹스 중독이 의심될만큼 원나잇을 즐기면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대에겐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하다니.]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오신아는 어쩌면 섹스 그 자체보다, 익명의 상대와 음담패설을 나누는 자체에 빠져 있는 걸지도 몰라.'
[익명의 상대와 음담패설요?]
'응. 상상하면서 스스로 느껴버리는 거지. 최종적으론 만나서 섹스까지 가겠지만, 어쩌면 오신아는 만나기 직전까지를 즐기는 걸지도. 섹스는 요식행위고.'
[그럴듯한 분석이군요.]
'그러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남성에게는 흥미를 못 느끼는 거지.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에겐 상상력을 발휘하기 힘드니까.'
[그럼 어떻게 공략하시려고요? 주인님은 이미 주변인으로 인식이 끝나버렸는데요.]
'그러니 채팅을 이용해야지. 일단 오신아 뒤를 따르면서 문자를 보내봐야겠다.'
도훈은 몇주전 오신아에게 채팅을 걸었던 스마트폰 어플을 실행시켰다. 간만에 대화창에 들어가보니 오신아는 진즉 대화창을 퇴장한 상태였다.
'별다른 대화가 없어서 오신아가 먼저 나가버렸구나.'
[다시 말을 걸어보시려고요?]
'응. 일단 반응 좀 보자.'
도훈이 슬쩍 오신아의 아이디에 쪽지를 남겼다.
-대물남 : 뭐해요?
도훈이 쪽지를 날리고 멀리서 오신아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캠퍼스를 걷고 있던 신아가 잠깐 멈춰서더니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글램글램 : 누구? 저 아세요?
-대물남 : 와, 저번에 얘기했었는데. 기억 안나요?
-글램글램 : 네. 안나요.
신아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아마 연락이 안된 사이 도훈에 대한 흥미가 완전히 식었거나, 아니면 다른 남자와 얘기중이라 도훈에 대한 관심이 덜해진 것 같았다.
도훈은 이대로는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에 급히 근처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로시 커져라 여의봉, 풀발기!"
[아니, 이 상태에서요?]
'급해. 빨리.'
[정말 스킬 한 번 쓸데 없이 허비하시는 군요.]
커져라여의봉 스킬이 최대치로 발휘되자 도훈의 대물이 쭉쭉자라나기 시작했다. 야한 생각에 단숨에 꼴린 도훈은 재빨리 셀카를 이용해 대물을 찍었다.
폰카에 담긴 대물은 자신이 봐도 지나치게 거대했다.
장장 24cm에 이르는 길이였기 때문이었다.
'오우씨, 너무 커보이는데 괜찮겠지?'
도훈은 다시 밖으로 뛰쳐나가 오신아를 찾았다.
그러나 그 사이 건물로 들어가 버렸는지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훈은 추척을 포기하며 곧바로 오신아에게 사진을 보냈다.
-대물남 : (사진)
-대물남 : 저 정말 기억안나세요?
잠시 후 어딘가로 사라진 신아에게서 답장이 왔다.
-글램글램 : ㅋㅋㅋ 어디서 불펌해 온 사진 보내지 마시고요.
-글램글램 : 암튼 즐감요.
급하게 화장실까지 뛰어가 사진을 찍어 보낸 도훈은 어이가 없었다.
'와씨, 불펌이라니?'
[너무 커서 주인님의 사진이 아닌 것으로 여긴 모양입니다. 사실 인터넷을 좀만 뒤져보면 대물 사진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요.]
'이건 내꺼잖아?'
[대물에 이름이 쓰여진 건 아니니까요.]
'안되겠다. 인증샷으로 다시 간다.'
도훈은 다시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자꾸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그의 모습은 장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칸막이의 문을 닫은 도훈은 다시 물건을 꼴리게 만들었다.
'다시 여의봉!'
[현재 쿨타임 시간입니다.]
'젠장. 이러면 정말로 사기친것 같잖아. 아직 한발 남았다고!'
[또 스킬을 쓰신다고요? 아니 무슨 사진 한장 보내는데 스킬을 남발하십니까?]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고.'
도훈은 또 다시 물건을 발기시켜 사진을 찍었다.
이번엔 인증을 위해 가방에서 연습장을 꺼내 오늘 날짜와 채팅어플에서 쓰는 닉네임, 그리고 오신아의 닉네임인 '글램글램'이라는 글귀까지 함께였다.
-대물남 : 이게 퍼온 거라고요?
-대물남 : (사진)
-대물남 : (사진)
-대물남 : (사진)
각종 인증과 함께 전후좌우 사방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자 잠시 후 오신아에게서 답장이 왔다.
-글램글램 : 와우, 진짜였네? ㄷㄷㄷ. 닉값 하시네요.
-대물남 : 하하, 제가 좀.
-글램글램 : 누군지 기억 났어요. 크기에 엄청 자신하시던 분맞죠?
-대물남 : 네. 맞아요. 닉네임 바꾸신 거죠?
-글램글램 : 그냥 심심하면 바꿔요.
신아의 반응이 아까보다 훨씬 빨랐다.
아까는 다른 사람과 채팅을 하면서 띄엄띄엄 도훈에게 답장을 보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아예 도훈하고만 채팅을 하는 듯한 속도였다.
'좋아, 반응이 있구만.'
[어떻게 하시려고요?]
'다 계획이 있지.'
-대물남 : 그때 글램님이 사진 보내주신거 아직도 보관중이에요.
-글램글램 : ㅋㅋㅋ변태세요?
-대물남 : 왜요? 변태라서 별로예요?
-글램글램 : 오히려 좋아 ㅋ. 가슴 큰 여자 좋아해요?
-대물남 : 없어서 못 살죠.
-글램글램 : 말하는 거 봐. ㅋㅋㅋ. 언제 한 번 봐요. 직접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대물남 : 그럼 글램님도 가슴 보여주시는 거예요?
-글램글램 : 밑에도 가능.
[와, 대단하네요. 실제로는 전혀 저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쟤 완전 이중인격자라니까? 현실에선 안 그런척 하면서 실제로는 음탕하기 짝이 없는 변태녀.'
[딱 주인님 취향이군요.]
-대물남 : 화끈하시네요. 근데 얼굴은 안 봐요?
-글램글램 : 뭐 얼굴 뜯어 먹고 살것도 아니고. 혹시 예쁜 여자 좋아해요? 나 그닥인데.
[오신아 양 정도면 중간은 가지 않습니까?]
'얼굴은 평범해도 가슴은 비범하지.'
[근데 왜 저렇게 자신없게 말할까요?]
'기대감을 낮추려는 거지. 예쁘다고 했는데 막상 봤을 때 실망하는 것보다, 못 생겼다고 했는데 흔녀 이상이면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하.]
-대물남 : 저도 상관없어요.
-글램글램 : ㅎㅎ. 오늘은 좀 그렇고 언제 시간 돼요?
도훈은 일부러 조모임이 잡힌 금요일로 약속을 잡았다.
-대물남 : 금요일 저녁이 한가해요. 평소엔 일하고 있어서.
-글램글램 : 아, 직장인이세요? 그때 대학생이라지 않았어요?
-대물남 : 대학생 맞아요. 실은 휴학하고 알바하고 있거든요.
-글램글램 : 아, 알바하시는 구나.
-대물남 : 그럼 금요일 괜찮아요?
-글램글램 : 선약이 있긴 한데.
-대물남 : 전 시간은 상관없어요. 야심할수록 더 좋고.
-글램글램 : ㅎㅎ 말하는 거 완전 웃겨. 알았어요. 금요일에 시간 한 번 내 볼게요. 깨톡 아이디 뭐예요?
도훈은 순간 깨톡을 물어보는 신아의 요구에 당황했다.
'깨톡 알려주면 내 사진 다 뜨는 거 아냐? 이름까지?'
[그렇죠. 심지어 두분은 같은 단톡방 멤버신데요?]
'아, 안되는데.'
-대물남 : 저, 그럼 글램님 아이디 알려주세요. 제가 친구할게요.
-글램글램 : sexsexbojitul
도훈은 혹시나 싶어 깨톡에 바로 아이디를 검색했다.
그러자 단톡방에 걸린 사진과는 전혀 다른 또 다른 아이디가 등장했다.
도훈은 그제야 왜 신아가 부담없이 깨톡 아이디를 공개했는지 알것 같았다.
'이중 계정이었구나.'
[네? 깨톡 아이디가요? 그럴수도 있습니까?]
'폰 인증만 받을 수 있다면 몇개도 가능하지. 애초에 오신아는 멀쩡한 깨톡 아이디와, 음란 채팅용 깨톡 아이디 두개를 쓰고 있는 거였어.'
[폰이 두개라고요?]
'아니. 내가 알기론 한 폰에 깨톡을 두개 설치할수도 있거든. 아마 인증만 받아놓고 폰 하나로 두개다 활성화 시켜놓은 것 같아.
하나는 멀쩡한 대학생 오신아로, 또 하나는 음탕한 오신아로.'
[그럼 주인님은 어쩌시려고요? 주인님은 폰이 하나뿐이잖습니까?]
'하나 더 만들면 되지.'
[네?]
'가진게 돈 밖에 없는데 세컨 폰 하나 못 만들까봐서?'
도훈은 말이 나온 김에 대학내 핸드폰 대리점에가서 또 다른 폰을 하나 개통했다. 바가지를 씌우는 게 분명한 가격이었으나, 가격따윈 전혀 신경쓰지 않고 최신폰 하나를 또 구매했다,.
'됐다. 이걸로 아이디 하나 뚫어야 겠다.'
도훈은 대략 30분 뒤 새로 판 아이디로 신아에게 깨톡을 남겼다.
-대물남 : 저 왔어요.
-섹섹보 : ㅋㅋㅋㅋ 설마 깨톡 대화명이 대물남인 거예요?
-대물남 : 그쪽도 만만치 않은데?
-섹섹보 : 하긴, 근데 사진이 하나도 없네요?
-대물남 : 네. 그냥 할머니 아이디로 깨톡만 판 거라서요.
-섹섹보 : 할머니 ㅋㅋㅋㅋ.
-대물남 : 아무튼 이제 이걸로 연락하면 되죠?
-섹섹보 : 편할대로
도훈은 오신아와 새롭게 연락을 뚫은 것에 만족하며 나머지 수업을 모두 마쳤다.
내일 모레 있을 조모임이 아주 재밌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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