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2. 여대 잠입-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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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맞은 새끼네? 콱 지금 죽여버릴까?'
나는 알몸으로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고민했다. 몰래 훔쳐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보건대, 최종 배신자는 바로 고스케라는 일본인 킬러였다.
그는 철우의 배신을 박회장에게 밀고해 신뢰를 쌓고, 최종적으로 본인이 모든 걸 독차지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 같았다.
결과적으론 박회장의 경호원들끼리 서로 치고받다 자멸한 꼴이니 이제 남은 사람은 총 없는 유리가 전부.
'머릴 잘 굴렸지만 나라는 변수는 예상 못 했을 테지.'
[근데 왜 주인님을 보자마자 안 죽였을까요? 사정을 두지 않는 무자비한 놈으로 보이던데요?]
'자기 예상보다 인질이 늘어나서 그런 것 같아. 사실상 본인을 제외한 여자 셋과 박회장, 그리고 나까지 도합 5명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럼 주인님을 이용해 인질들을 모두 제압하고 나면요?]
'그땐 아마 나도 죽이려 들겠지.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처리 하듯 말이야. 근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어.'
[뭔데요?]
'놈이 왜 여자들을 안 죽이고 옷만 벗겨 놓았느냐 이거야.'
[그야, 옷을 벗겨 놓으면 무기나 핸드폰도 몰래 숨길 수 없고, 도망도 못 칠 거라는 계산 아닐까요?]
'그런 이유라면 더 이상하잖아.'
[왜요?]
'그냥 죽여서 후환을 없애는 편이 더 빠르지 않아?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인질들을 주렁주렁 남겨놓으면 거추장 스러울 것 같은데.'
[아니, 주인님. 살인을 그렇게 쉽게 생각하십니까? 이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라고요.]
'하지만 명색이 킬러라면서? 사람 죽이는 것은 밥먹 듯 해봤을 거 아냐? 그런 작자가 살인을 꺼려한다? 이상하지 않아?'
[흐음. 듣고 보니 약간 이상하긴 하네요.]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어쩌면 고스케라는 저 킬러, 혹시 여자는 못 죽이는 거 아닐까?'
[네? 여자를 못 죽여요? 살인하는데 성별을 가린다고요?]
'왜, 그런 놈들 가끔 있거든. 비록 나쁜 놈이지만 여자와 아이는 건드리지 않는다라는, 희한한 자신만의 신념을 가진 놈들이. 고스케도 어쩌면 그런과가 아닐까 싶어.'
[호오. 그럴싸한데요?]
'아니면 생긴 것과 다르게 엄청 변태 새끼라서 여자들을 따먹고 마지막에 죽이려고 놔두는 걸지도?'
[에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싹 다 벗겨놓고 나선 관심도 없는 것 같던데요?]
'하긴 그건 그래. 아무튼 일단 순순히 따르는 척해야겠어. 놈이 박회장을 겁박해서 금고를 열 때까지만이라도.
나는 집안을 샅샅이 뒤져 빨랫줄로 보이는 긴 끈을 찾아왔다.
다시 박회장의 서재로 돌아갔을 땐 최철우의 시체는 다른 곳으로 옮겼는지 약간의 핏자국만 남아있었다.
"그걸로 여자들을 모두 묶어."
"무, 묶으라고요?"
"왜? 못하겠으면 내가 할까? 그렇다면 너는 아무 쓸모가 없어지는데?"
"아, 알겠습니다."
일부러 최대한 불쌍한 척 고개를 연신 조아렸다. 대머리를 꾸벅이며 사죄를 하니 훨씬 불쌍해 보일 것이다. 대머리도 나름 쓸모가 있군.
"···미안."
나는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따르게 된 점을 여자들에게 사과하며 그들의 팔을 묶었다. 여자들은 옷이 벗겨지자 놀랍도록 침울해지며 좀처럼 저항하지 못했다. 확실히 사람을 제압하는 방법은 일단 옷부터 벗기는 게 맞는 것 같다.
"다 묶었습니다."
"잘했다. 이제 뒤돌아 무릎 꿇어."
"네, 넵."
고스케가 칼을 들고 저벅저벅 걸어왔다.
[주, 주인님. 위험한 거 아닙니까? 지금이라도 그냥 보내 버리시는 게.]
'박회장의 돈을 포기하란 말이야?'
[목숨보다 돈이 중요하진 않잖습니까?]
'걱정마. 만에 하나 놈이 내 목을 내리치려고 한다면 그때 움직여도 충분하니까. 근데 왠지 죽일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란 말이지.' 고스케라는 놈은 일을 마친 나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는 눈치였다. 마음의 소리를 이용해 놈의 생각을 읽었다.
{이제 이 녀석은 필요가 없어졌으니 죽여 버릴까? 아니야, 나중에 현금을 차량으로 옮길 때 손이 필요할지도 몰라. 박회장이 보유한 현금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많을 테니까. 저놈을 죽이는 건 어쨌든 마지막이다.}
"팔 뒤로 돌려."
"네, 넵!"
나는 고분고분 팔을 뒤로 내밀었다.
고스케는 빠르게 내 팔을 묶어 포박하더니 발로 등을 뻥 걷어차며 여자들 쪽으로 밀었다.
"너도 거기 찌그러져 있어."
"크흑."
형편없이 굴러간 나는 유리의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처박았다.
난감한 포즈의 유리에게 사과했다.
"미안."
"괘, 괜찮아요."
인질들을 모두 결박한 고스케는 다시 박회장에게 다가가 금고를 열라고 협박했다. 그사이 유리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속삭였다.
-일부러 제 손만 헐겁게 묶은 거죠?
-응. 유리씨라면 혹시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방법이 없진 않아요. 서재 서랍 속에 제가 쓰던 권총이 들어있어요. 그것만 찾을 수 있다면···.
유리는 그 와중에도 지금 상황을 돌파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았다. 겁먹어서 훌쩍거리는 다른 여자들과는 사뭇 달랐다.
[확실히 경호원 출신이라 대처가 남다르긴 하네요. 이 상황에 저항을 기도하다니.]
'그러게. 문제는 권총이 든 서랍이 너무 멀리 있다는 거야. 섣불리 총을 찾으려 했다간 그 전에 칼 맞고 쓰러질걸.'
[주인님이면 가능하지 않습니까?]
'내가 왜? 나는 두 팔이 묶여 있어도 맨주먹으로 저 새끼 골로 보낼 수 있는데?'
[아, 아 그렇군요.]
'나는 지금 고스케를 봐주는 거지 절대 제압을 못 해서 따르는 게 아니라고. 얼른 박회장이 금고를 열어야 할 텐데.'
"흥! 끝까지 못 열겠다 이거지? 정말로 말로는 안 될 영감이군.
네 딸년이 불구가 되고나서야 말을 들을 텐가?"
박회장을 압박하던 고스케는 위협이 통하지 않자 갑자기 인질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놈 딸년을 이쪽으로 데려와라."
"제, 제가요?"
"이 새끼가! 말했지 내가? 쓸모가 없어지면 넌 죽는다고."
고스케가 일본도를 들고 위협했다.
한주먹거리도 안될 것 같은 놈을 보자 속으로 코웃음이 나왔지만, 일단 놈의 명령을 따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지수야···."
"시, 싫어!"
"살고 싶으면 우선 놈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해."
지수가 몸부림치며 저항했지만 결국 나의 설득에 겨우 몸을 일으켰다. 알몸이 된 딸이 끌려 나오자 박회장은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 돌려 외면했다. 어린 딸도 아니고 대학생이 다된 지수의 몸은 성숙한 여인의 그것이었다.
"박 회장.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 딸년의 목숨보다 재산이 더 소중한가?"
"······."
박회장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지수의 목숨과 재산을 저울 질한다기보다, 시키는 대로 따랐을 경우 놈이 과연 목숨을 살려줄 까를 걱정하는 느낌이었다. 목숨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순순히 말을 따라봐야 놈에게 놀아나는 꼴이기 때문이리라.
"이런 돈밖에 모르는 수전노 같으니! 결국 제 딸이 피를 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내 딸이 조금이라도 다치면 네 놈은 내 돈을 한 푼도 가져 가지 못할 것이다."
"뭐라고?"
"나를 오랫동안 봐왔을 테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충분히 알테지?"
"으으!"
"나와 내 딸의 안전만 보장해 준다면 돈은 얼마든지 내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금고를 열어주면, 네 녀석이 우릴 살려준다는 어떻게 보장하지?"
"노인네가 이 상황에서까지 협상을 하려고 하는군. 감히 그런 식으로 나왔다 이거지?"
고스케가 일본도를 높이 쳐들었다. 당장이라도 지수를 내리칠 기세였다. 나는 뒤로 묶인 끈을 힘으로 끊을 생각이었다.
'안 되겠다. 힘숨찐도 못 할 노릇이군.'
놈의 칼날을 맨손으로도 잡을 수 있었다. 나의 반사신경과 무공이면 내리치는 칼날을 잡아 부러뜨리고 일격에 놈을 즉사시키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고스케는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칼을 거두었다.
나 역시 힘을 주어 끊으려던 포박을 일단 놔두었다.
"···딸만 안 다치면 된다는 거야?"
"뭐, 뭣하려는!"
고스케의 눈빛이 음흉하게 바뀌었다. 박회장을 협박할 다른 방법을 찾은 것 같았다. 그는 박회장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사실 나도 여자애를 죽이는 것을 별로 내키지 않아. 일본에 있을 때 만난 용한 무속인이 그러더군. 내 사주가 평생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면서. 내 검에 여자 피를 묻히면, 그날이 내 제삿날이 된 다던가?"
'응? 뭔 소리지?'
[고스케가 미신을 믿는 모양인데요?]
'호오. 그래서 여자들을 안 죽이고 살려둔 거군?'
"하지만 내가 안 건드려도 다른 놈을 이용하는 건 상관없잖아?"
"서, 설마."
"그래. 저 대머리 자식이 있잖아?"
박회장이 나를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저, 전 선생! 놈의 말을 따르지 마시오! 지수를, 우리 지수를 살려주시오!"
"누가 죽인대? 당신 딸을 털 끝 하나 다치게 하지 않겠어."
"그, 그럼···."
"하지만 네 딸년을 네 앞에서 욕보여도 어디 끝까지 버틸 수 있나 보자고."
?!
'무슨 미친 소리야 이건?'
"이봐, 대머리."
"저, 저 말입니까?"
"사실 난 남자는 절대 봐주지 않아. 하지만 네 놈에게 살 기회를 주겠다."
"어, 어떻게···."
"지금 이 자리에서 박회장의 딸년을 겁탈해라."
"아니 그건···"
"아, 안돼! 전 선생, 그러지 마시오! 지수는 당신 제자가 아니요!"
박회장이 울부짖었지만 고스케는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반응에 더욱 나를 몰아세웠다.
"죽고 싶지 않으면 어서 따르는 게 좋을 거야. 거부하면 내가 손수 시범을 보이는 수밖에."
"아, 아니!"
"으으!"
박회장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도저히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이, 이 악독한 놈! 네 놈이 감히!"
"흐흐. 역시 철우 말이 맞았어. 박회장 네놈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협조하지 않을 거라고 했거든. 단, 딸을 이용하면 모를까."
"으으! 제발 전선생!"
"어서 못 해? 보아하니 물건도 쓸만해 보이는데, 제자에게 스승의 가르침을 안겨줘야 하지 않겠나?"
"죄, 죄송합니다 회장님."
"아아!"
[설마 지수양을 사람들 앞에서 욕보이시려고요?]
'하는 척만 할 거야. 박회장이 거의 굴복할 것 같잖아.'
[지수양에겐 커다란 트라우마가 될 것입니다.]
'기억은 소거시키면 돼. 그리고 내가 안 하면 저 놈이 직접 한다는 데 그것보다는 낫잖아?'
[그건 그렇지만···.]
"미안하다 지수야."
"아아!"
나는 그대로 지수를 덮쳤다. 하지만 두손이 묶여 있으니 발버둥치는 지수를 붙잡을 도리가 없었다. 지켜보고 있던 고스케가 혀를 끌끌 차더니 갑자기 내 묶인 손목의 끈을 칼로 잘라냈다.
"풀어줬으니 어디 멋대로 해보라고."
"아아!"
"대협씨 그러면 안 돼요!"
"나도 당장은 도리가 없다고."
내가 알몸으로 변한 지수를 껴안자 묶여 있던 유리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어린애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 차라리 나를 겁탈해!"
고스케가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다.
"박회장이 네까짓 년 따먹힌다고 눈 하나 깜빡할까 봐서? 그리고 얘가 무슨 어린애야? 대학생이면 이미 다 큰 성인이지."
"미친 싸이코 새끼!"
유리가 겁 없이 대들자 고스케는 별안간 다른 생각이 들었는지 유리의 머리채를 잡아 끌고 왔다.
"좋아. 끝까지 착한 사람인 척 해보고 싶다 이거지? 그래, 어디 너도 한번 따먹혀 봐라."
고스케가 거칠게 나와 지수 쪽으로 유리를 내동댕이쳤다.
형편없이 굴러떨어진 유리를 겨우 부축했다. 도무지 영문을 알수 없어 눈만 굴리는데 유리가 눈짓으로 나에게 사인을 보냈다.
-저기, 책상 서랍!
'아! 일부러 그랬구나.'
그제야 유리가 고스케를 도발한 이유를 깨달았다. 유리는 마지막 비장의 무기인 권총을 확보하기 위해, 권총이 숨겨진 책상 서 랍쪽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었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 권총을 확보해 고스케를 제압할 작전인 것 같았다.
"뭐해? 실컷 떠들어놓고 막상 밥상 차려주니 아무것도 못 하잖아? 충성심은 무슨! 네년이 아무리 거들먹거려봐야 결국 배신한 다른 경호원들과 다를 게 뭐야?"
고스케가 유리를 비난했다. 그 말에 발끈한 듯 유리가 갑자기 무릎 꿇은 자세로 내 잦이를 빨기 시작했다.
"흡!"
"호오, 결기를 보이는 거야? 순진한 줄 알았더니, 너도 닳고 닳은 걸레같은 년이었구나."
유리는 필사적으로 대물을 빨았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물을 부풀렸다. 사실 발기는 언제든 가능했기에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 같았다.
박회장은 자기 딸을 대신해 유리가 희생하는 줄 알고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으으, 미안합니다 비서님."
그 와중에도 잦이를 빳빳이 세운 나는 멀뚱히 서서 잦이를 빨렸다.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지켜보던 고스케가 갑자기 칼을 들고 소리쳤다.
"박회장의 딸년을 겁탈하지 않으면 네 놈을 죽이겠다."
"안 돼!"
박회장이 오열했지만, 이번엔 지수가 스스로 나섰다.
이대로 가다간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옆에서 유리가 먼저 잦이를 빨아대자 여자로서 질투심을 느꼈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유리와 나란히 잦이를 핥아대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지수학생!"
쭙쭙- 쩝쩝!
두 여자가 내 앞에 무릎 꿇은 채 경쟁적으로 잦이를 빨기 시작했다. 고스케는 그제야 칼을 거두며 계속 박회장을 도발했다.
"딸년 하나는 기가 막히게 키웠구나.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
"지, 지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