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0.. 2학년2학기-75-
"매직 존슨요? 혹시 농구 좋아하세요?"
"하긴 운동하신다고 그랬던가?"
다들 미국 NBA 유명 농구 스타인 매직 존슨을 언급하는 데, 질문을 한 신아만 도훈의 대답에 묘하게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도훈은 왠지 그 웃음이 심상찮게 느껴졌다.
'뭐지? 저 웃음? 설마 눈치 챈건가?'
[설마요. 근데 매직 존슨은 또 뭡니까? 경박스럽게.]
'갑자기 묻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지 뭐야.'
어쨌든 수습을 해야 했기에 도훈이 열심히 해명(?)했다.
"맞아요. 제가 어려서부터 농구를 좋아했어요. 카림 압둘자바나 매직 존슨 팬이었어요."
"아, 그러시구나."
"근데 신아님은 닉네임을 뭘로 하실 거예요?"
공대 여신 미리의 질문에 신아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전 케이트요."
"케이크요?"
"아뇨. 케이트. 케이트 업튼 팬이거든요."
대답과 동시에 허리를 뒤로 젖힌 신아가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도훈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쌔한 느낌을 받았다.
'저거 봐라?'
[왜 그러십니까?]
'아주 대놓고 가슴 자랑하잖아.'
[그냥 피곤해서 기지개 켠 거 아닙니까?]
'아냐. 의도가 느껴졌어. 명백한 고의라고.'
[괜한 의심처럼 보입니다만.]
'닉네임부터 수상하잖아. 케이트 업튼 몰라?'
[그게 누구죠?]
'G컵에 달하는 대표적인 외국 글래머 스타.'
[아···. 설마.]
'아주 노골적인? 대체 왜 저러는 거지?'
도훈은 겉으론 맹하게 생긴 신아가 의외로 여우같은 구석이 있다고 의심했다. 대놓고 예쁜 척하는 미리보다 더 고단수로 보였다. 속이 훤히 보이는 미리에 비해, 아닌 척 하면서도 은근히 도훈을 도발하는 것이다.
'오신아라는 저 여자애, 눈 여겨 봐야겠는데?'
[설마 주인님을 유혹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오늘 처음 봤는데요?]
'처음 보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니지. 로시 네가 그랬잖아. 지금 내 몸에서 강한 유혹의 페로몬 냄새가 풍기고 있다고.'
[그랬죠.]
'어쩌면 신아가 그것에 반응하는 건 아닐까 싶어. 꼭 이전에 관계했던 여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 거 아냐?'
[그렇긴 하죠. 충분히 체취에 끌릴 수도 있긴 합니다···.
일단 지켜보시죠.]
닉네임을 정한 네 사람은 이어서 유인물에 나온 다음 지시를 따랐다.
"여기 그 다음 해야 할 게 적혀 있네요."
"또 뭐해야 돼요?"
"잠시만요, 이게 영어로 적혀가지고···."
주식 좀 한다고 깝치던 경영대생 범우는 영어로 적힌 지문을 쉽게 해석하지 못했다. 보다 못한 도훈이 곁눈질을 하며 대신 대답했다.
"나눠준 종이 뒷장에다 그림을 그리라는 거 같아요. 20년 뒤 어떻게 살고 있을지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라고."
"오, 방금 거꾸로 읽으신 거예요?"
"영어 되게 잘하시나 보네요!"
도훈은 경영대생 범우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유인물을 거꾸로 읽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쩔쩔매는 범우와 달리 단숨에 해석을 끝내자 공대 여신 미리와 행정학과 오신아가 도훈을 대단하다며 추켜세웠다.
[웬일입니까? 주인님께서?]
'뭐래? 나 미국 유학할 때 영어로 논문까지 쓴 사람이야.
발음이 구려서 그렇지 저 정도 독해는 껌이라고.' 간만에 영어 실력을 뽐낸 도훈이 머쓱해 하며 대답했다.
"아···. 그냥 대충 그런 것 같아서. 맞죠?"
도훈은 범우가 창피하지 않도록 그에게 재차 확인을 요구했다. 그제야 해석을 마친 범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 것 같네요."
하지만 이미 도훈에게 비교를 당한 터라 범우는 속으로 무척 약이 올랐다.
'뭐야 저 새끼는? 운동만 했던 새끼가 영어 좀 읽을 줄 안다고 깝치기는.'
그는 경영학과에 입학할 때 비교적 높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에, 은연중에 사범대 체육교육과 소속의 도훈을 낮춰보고 있었다. 물론 사범대 내에는 경영학과보다 입결 점수가 높은 과도 있지만, 적어도 체육과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그럼 일단 그림을 그려야겠네요."
다들 펜을 들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데 도훈은 빈 종이를 묵묵히 쳐다만 보았다.
[뭐하십니까?]
'뭘 그릴지 고민중이야. 20년뒤의 나라니···. 잘 상상이 안 돼서. 1년도 안지나서 이렇게 많이 변했는데, 20년 후엔 뭐하고 있을지 감이 안 오네.'
[너무 진지하시군요. 다들 대충 그리는 것 같은데요.]
도훈이 그 말에 다른 조원을 쳐다보니, 대부분 볼펜을 이용해 빈 종이에 끄적거리는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남학생인 범우는 괴발개발 도저히 알아보지 못하는 낙서 수준이었다.
도훈은 속으로 쯧쯧 혀를 차더니 필기구를 꺼내는 척 가방을 뒤졌다. 동시에 가방 안쪽에 인벤토리로 통하는 통로를 만들어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보관을 해야 하는 아이템들은 인벤토리 구석에 모두 쌓아 놨기 때문에, 보유한 모든 아이템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만능 만년필은 왜요?]
'이걸로 그리면 더 잘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만능 만년필의 자동 수정 기능은 사용자의 의도를 캐치해 훨씬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기능이었다. 도훈은 글뿐만 아니라 그림도 가능한지 로시에게 물었다.
[물론 가능은 합니다. 글을 쓸 땐 필체나 문법을 교정하지만, 그림을 그릴 땐 획이나 명도 채도 등도 자동으로 조절되죠.]
'그렇구만.' 도훈이 만능 만년필을 들고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그렸다.
처음엔 무슨 그림인지 알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지만, 이 내 틀이 잡히자 먼저 시작한 다른 조원들보다 훨씬 빠르게 그림이 완성되었다.
멍하니 도훈의 그림을 보고 있던 공대생 미리가 놀라서 물었다.
"오! 그림도 잘 그리시네!"
미리의 한마디에 나머지 조원들도 도훈의 그림을 구경했다.
일필휘지로 완성되어가는 도훈의 그림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했다.
"헉! 혹시 미술 전공하세요?"
"와···."
다들 감탄을 금할 수밖에 없었다.
대충 선만 끄적이는 거 같은데도 겉보기엔 유명 화가가 그린 것처럼 그림이 살아 있었던 것. 순식간에 그림을 완성시킨 도훈이 만족스럽게 펜을 내려놓았다.
"무슨 그림이에요?"
"아···. 20년 뒤 제 모습요."
도훈이 그린 것은 단색으로 된 일러스트였다. 칠판을 배경으로 분필을 든 교사의 모습으로 도훈을 무척 닮아있었다.
"맞다. 사범대 다니신댔지?"
"그림도 엄청 잘그리시네요, 존슨님."
신아가 굳이 닉네임을 들먹이며 도훈을 칭찬했다. 도훈에게 열등감을 느끼던 범우역시 도훈의 빼어난 그림 솜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쳇. 어려서 만화 겁나 그려댔나 보네.'
그러면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슬쩍 감추려는데 미리가 불쑥 물었다.
"버핏님은 뭐 그리신 거예요?"
"네? 아···. 그게."
"저건 CCTV 인가요?"
"아, 아뇨. 그냥 모니터예요. 증권사 애널리스트···."
범우의 그림은 설명을 듣고 나서야 겨우 알아챌 만큼 엉망진창이었다. 딴에는 여러 주식 차트가 그려진 모니터 한가운데 일을하고 있는 주식 트레이더의 모습을 그리려는 듯 했으나, 막상 그려놓고 나니 CCTV 화면이 잔뜩 나오는 경비실 모습 같았다.
"애널, 풉!"
범우의 얘기를 듣던 신아가 혼자서 빵 웃음을 터뜨렸다.
"왜, 왜 웃으세요?"
"아, 아니에요. 그냥 웃겨서요."
범우는 왠지 자신의 그림이 개판이라고 비웃는 거 같아서 부아가 치밀었다.
'뭐야? 저 여자애는?'
하지만 도훈은 방금 신아의 반응에서 확실히 감을 잡았다.
'맞네. 변녀.'
[네?]
'방금 봤지? 애널리스트 할 때 혼자 터진 거.'
[그게 왜요?]
'애널리스트의 애널을 그 애널로 생각한 거잖아.'
[에이, 설마요. 그 정도면 일상생활 불가능한 수준 아닙니까?]
'아냐. 맞는 거 같아. 아까부터 눈빛이 수상하더라고. 확인해 볼까?'
[지금요?]
'어. 혹시나 미션이 나올지도 모르잖아?'
[주인님 편할대로 하십쇼. 오신아의 정보창을 띄우겠습니다.]
'오케이.'
잠시 후 도훈의 스마트 워치에 오신아의 정보창이 떠올랐다.
------------------------------
성명 : 오신아(비처녀, 일시 19세 4개월)
나이 : 21 #구꿈사#딜도매니아#섹파구함
호감도 : 69/100
개방성 : S
성감대 : 유두, 유륜, 겨드랑이
*애무 포인트 : 가슴을 터뜨릴 것처럼 꽉 잡는 것을 좋아 합니다.
성욕지수 : 매우 높음.
공략팁
*위 대상은 당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무원을 꿈꾸는 그녀는 일찍이 진로를 정해 행정학과에 입학하였습니다.
-학창 시절 별명이 젖소부인일 정도로 커다란 가슴(E컵)의 소유자입니다.
-겉보기엔 순진하게 생겼지만 야한 생각을 그치지 않을 정도로 성욕이 왕성한 편입니다.
-외국 사이트를 이용해 딜도를 직구 할 정도로 자위를 즐기는 편입니다. 그녀의 컬렉션에는 최소 10가지 이상의 딜도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남자에게 구속받는 것을 싫어해 따로 남자친구를 두지 않는 편이며 간간이 원나잇을 즐기고 있습니다. 모바일 채 팅 어플을 통해 섹파를 구하는 중입니다.
-추천행동 : 그녀는 자신의 왕성한 성욕을 들키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가 이용하는 모바일 채팅 어플을 통해 몰래 접근하세요.
------------------------------
내용을 확인한 도훈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캬, 변녀 맞네. 딜도 매니아라니.'
[주인님의 안목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시는 군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눈빛이 음탕하더라고. 풀풀 암내 풍기는 여자처럼.'
[근데 해시태그에 구꿈사는 뭔가요?]
'아마 구급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 까페 이름일걸? 공무원이 꿈이라더니 일찍 진로를 잡았구만.'
[변녀 공무원이라니···. 왠지 조금 어색하네요.]
'변태도 공무원을 할 수도 있긴 하지. 암튼 이걸 보니 아까 반응이 이해 되는 구만.'
간만에 정보창을 열어본 도훈은 내친김에 윤미리의 정보 창도 확인하고 싶었다.
'혹시 지금 연속으로 정보창 사용 가능한가?'
[잠시만요 쿨타임이 곧 돌아올 겁니다.]
'오케이. 그럼 준비되면 알려줘.'
서로 돌아가며 영어 닉네임을 짓고 미래의 모습을 얘기하는 사이 회화 강사 제니퍼가 다가왔다. 그녀는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과제를 잘 수행하고 있는 지 점검을 하는 중이었다.
똑똑-
테이블을 두들겨 주의를 환기시킨 제니퍼가 말했다.
"여긴 분위기 좋네요. 앞으로 조별 과제가 많을 테니까 서로 친해지는 편이 좋을 거예요."
제니퍼는 특히 도훈을 쳐다보더니 다시 물었다.
"거기 핸섬가이는 닉네임 뭘로 정했어요?"
"매직 존슨입니다."
"오, 농구 스타. 잘 어울리는데요?"
도훈은 제니퍼가 자신을 유독 편애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재니퍼도 페로몬에 반응하는 걸까?'
[그럴지도요.]
'호오. 사실 와꾸는 제니퍼가 제일 낫긴 한데.'
자신을 독일계 영국인이라고 소개한 제니퍼는 백인 특유의 하얀 피부와 블론드 헤어가 인상적이었다. 30대 초반에 얼굴도 예쁜 편이라 도훈도 내심 마음에 들었다.
[자중하시죠. 손교수로도 모자라십니까?]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차피 미션 안 뜨면 헛심 쓸 생각 없어.'
"그럼 얘기 많이 나누세요. 오늘 시간은 친해지는 게 전부니까요."
제니퍼가 자리를 뜨자 곧 로시가 도훈에게 알려왔다.
[주인님. 정보창 쿨타임 찼습니다.]
'윤미리 확인해.'
[넵.]
------------------------------
성명 : 윤미리(처녀)
나이 : 21 #공대여신#도끼병#어장관리녀
호감도 : 60/100
개방성 : B
성감대 :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애무 포인트 :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성욕지수 : 매우 낮음.
공략팁
-공대에 재학 중인 그녀는 어장관리녀로 유명합니다.
-스스로 예쁜 걸 알고, 이를 이용해 남자들을 이용해 먹습니다.
-선물이나 쿠폰을 받아내거나, 애교를 이용해 과제를 대신하게 하는 등 미인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성욕은 크게 없어서 아직 첫경험을 하지 못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유혹하면 어떤 남자든 꼬실 수 있을거라는 도끼병의 소유자입니다.
-조별 과제에 무임 승차하기로 유명하며, 이번 영어 수업에서도 어떻게든 묻어가려는 마음뿐입니다.
-추천행동 : 그녀를 성에 눈뜨게 해주세요. 그녀가 섹스에 관심이 없는 것은 무지하기 때문입니다.
------------------------------
정보창을 확인한 도훈은 예상대로라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이럴 줄 알았지. 어쩐지 재수 없더라니.'
[어장관리에 무임승차라니···. 주인님이 딱 싫어하시는 타입이군요.]
'그러게. 꼴에 근데 처녀네. 겁나 웃겨.'
[남자들에게 빌붙기만 하고 막상 주지는 않는 타입 같군요.]
'이런 부류가 제일 별로야. 줄 듯 말 듯 간보면서 받을 것만 쏙쏙 챙기는 타입. 확 자빠뜨려 버릴까?'
[자중하십시오. 수업에 집중하셔야죠.]
그때였다.
갑자기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미션 알림음이 울렸다.
[어엇! 미션입니다 주인님!]
간만의 미션 소식에 도훈이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역시!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인물! 무슨 미션이지? 누가 대상인데? 제니퍼야, 오신아야?'
[아···. 윤미리인데요?]
'뭐?'
[어장 관리녀를 어장에 넣어라 미션입니다만.]
'헐-. 하필이면 쟤냐?'
도훈은 셋중 가장 비호감이던 윤미리에게 미션이 걸리자 똥씹은 표정을 지었다. 그때 도훈을 보고 있던 미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매직 존슨님은 아까부터 뭘 그렇게 보시는 거예요? 그거 스마트워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