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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256화 (1,223/2,000)

1239.. 2학년2학기-54-

* * *

"내일 회사 출근하면 개인사정으로 퇴사한다고 말해. 퇴직금도 꼭 받고."

"퇴직금이요? 그런 것도 받을 수 있는 거였어요?"

"너 거기서 몇 년 일했는데?"

"1년 좀 넘었는데···."

"그럼 받을 수 있어."

"아···. 네."

"그리고 나서 내가 알려준 번호로 연락해. 미리 말해 둘테니까."

"정말 고마워요. 여러모로."

"고맙긴. 참, 대신에 누가 보냈냐고 물어보면 내 사촌 동생 도현이가 보냈다고 해."

"네? 도현이요··· 오빠 이름은 도훈 아니에요?"

"내가 보냈다고 하면 괜히 너랑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이상하게 생각하다뇨?"

"질투가 많은 여자거든."

"아···."

김양은 거기서 쇼핑몰 사장이란 여자와 도훈과의 관계를 짐작했다.

‘역시···. 둘 사이에 뭔가 있긴 있구나.’

하지만 그마저도 고마운 김양이었다. 직장에서 짤리게 된 마당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것.

‘그래. 둘이 사이가 어떻든 내가 알게 뭐람? 나도 어차피 오빠랑 애매한 사인데. 그냥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

"알겠어요."

"여기 일은 이제부터 나랑 최실장이랑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조금도 신경 안 써도 돼."

"네, 부디 몸 조심하세요."

"걱정마. 내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사람은 아니니까."

"알죠···. 알지만 그래도요."

김양이 도훈에게 푹 안겼다. 그와의 섹스에서 절정을 맛본 그녀는 도훈에게 완전히 매료된 상태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했다.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푹 빠져버리다니···.

‘정말 놀라운 사람이야. 이런 남자라면 내가 평생 먹여 살려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도훈으로 인해 섹스의 새로운 경지에 눈을 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고두고 도훈이 생각날 것 같았다.

"난 이제 옷 입고 가봐야 겠다."

"저···."

"응?"

"앞으로 저희 또 만날 수 있는 거죠?"

도훈이 피식 웃더니 김양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가끔은 보겠지. 네가 거기서 계속 일한다면."

"나 근데 궁금한 거 있어요."

"뭔데?"

"그··· 쇼핑몰 사장님이란 분하고 오빠랑은 어떤 관계에요? 듣자하니 여자친구 같은 건 아닌 거 같은데."

"정말로 궁금해?"

"네."

"참고로 난 질투심 많은 여자, 별로 안 좋아한다."

"그,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알고 있어야 실수 안 할까봐서요."

도훈은 가상의 인물 도현을 앞세워 혼동을 줄 계획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예림이는 내 사촌 동생 도현이랑 친한 사이야. 둘이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도현이가 집안에 돈이 좀 있어서 쇼핑몰 차리는데 투자를 좀 해줬다더라고."

"그 대학생이라는?"

"맞아. 암튼, 도훈이 소개로 나도 몇 번 만났는데···."

"설마···."

"내가 홀랑 따먹어 버렸어."

"아···."

"도훈이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고."

"혹시 삼각관계 같은 건가요?"

"도현이랑 예림이가 사귀지는 않을걸? 나도 사귈 생각은 없고."

"음···. 대충 알 것 같아요."

"암튼, 괜히 밝혀지만 관계만 복잡해지니까 그냥 그렇게 알라고."

"네."

[주인님.]

‘응?’

[말하는 중에 이름이 꼬인 것 아닙니까?]

‘뭔 소리야?’

[예림 양에겐 도훈의 사촌형이 도현이라고 해놓고, 김양에게는 도훈의 사촌 동생이 도현이라고 설명을 하셨잖습니까. 이러면 서로가 도훈이란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할 텐데요. 성난 도훈과 보통의 도훈으로요.]

‘그런가? 그 생각은 못했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최소한 한 명의 기억은 뒤바꾸셔야죠. 도훈과 도현이 헛갈리지 않도록.]

‘그게 좋겠다. 상식 개변을 이용해서.’

[넵.]

뒤늦게 호칭이 꼬인 것을 깨달은 도훈이 김양에게 상식 개변을 걸었다.

"참, 내 상식으로는···."

최면이 끝나자 김양은 앞으로 도현을 도훈으로, 도훈을 도현으로 알아듣는 인식 오류가 생겼다. 사소한 인식 장애였기에 큰 문제는 안될 것 같았다.

"그럼 다음에 보자고."

정리를 끝낸 도훈이 김양을 집을 나서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소연이?’

한때 오피걸, 지금은 개과천선해 PC방 알바를 하고 있는 소연이었다.

‘무슨 일이지? 저번에 바람맞힌 것 때문인가?’

도훈은 최근 소연과 약속을 잡아놓고 펑크낸 적이 있었다. 당시 일진이 몹시 사납고 안 좋은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여보세요?"

-오빵?

전화를 받는데 목소리가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 도훈은 수화기에서 술 냄새가 풍겨지는 것처럼 눈살을 찌푸렸다.

‘여자가 취해서 전화하는 거 딱 질색인데···.’

[그래도 받아주시죠. 지난 번 주인님이 실수한 것도 있으니.]

‘하긴···. 그게 맞지?’

"여어, 소연이 술 많이 마셨구나?"

-헤헤, 맞아요. 소연이 오랜만에 술마셨쪄!

소연은 평소의 성숙한 모습과 달리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았다.

"누구랑 마셨길래 그렇게 취할정도로 마셨어?"

-당연히! 남자지롱!

"요새 남자 만나?"

-쳇, 뭐래. 질투 일도 없는 목소리네. 서운하게. 내가 오빠 말고 남자가 어딨쪄여?

자꾸 혀짧은 소리를 내는 소연의 모습에 도훈이 절래절래 고개를 가로 저었다.

‘왜 이렇게 귀척이람?’

[귀척이라뇨?]

‘귀여운 척 말이야.’

[이해해 주시죠. 소연 양도 일찍이 유흥 계에 뛰어들어서 그렇지 나이로 치면 이제 겨우 스물 넘은 아가씬데요.]

‘그런가?’

-회식했쪄요. 피씨방 사장님이랑 직원들하고. 남자가 셋이나 있었쪄!

"아아."

-오늘 고백도 받았다규!

"누가? 같은 직원? 설마 사장은 아니지?"

-사장님은 좀···. 암튼 있어. 잘생겼어.

"좋았나 보다?"

-······.

소연은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취해서 알딸달해 하는 건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입을 다문 건지 알 수 없었다.

"소연아?"

-근데 나 거절했어.

"왜?"

-나···. 별루 좋은 여자 아니니까.

"네가 뭘 어때서?"

-맞짠아. 나 더러운 여자잖아.

"소연아, 갑자기 왜 그래?"

-내 과거가 지금 PC방 알바하고 있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어떻게든 나는··· 창녀니까.

소연은 갑자기 감정이 격해지는 지 울먹이기 시작했다.

술에 취하면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하지만, 방금전까지 남자에게 고백받았다고 자랑하다 급격한 자기비하에 빠지는 감정의 고조는 도훈으로선 도저히 따라가기 힘들었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

-흑흑, 몰라. 하지만 그게 사실인 걸 어떻게 해.

"지금은 다시 마음 잡았잖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거야. 과거는 과거일뿐."

도훈은 소연을 위로했다. 소연은 한참을 꺽꺽거리며 울다가 도훈에게 말했다.

-미안. 나 지금 너무 추하지.

"조금도. 전혀 안 그래."

-오빠 보고 싶어.

[이런···. 오늘 집에 들어가긴 글렀는데요?]

‘휴, 취한 여자 달래는 건 내 취향은 아닌데···.’ 도훈이 집으로 가겠다고 대답하려는 데 소연이 다시 말을 바꿨다.

-아니다. 그냥 오늘은 보지 말자.

"왜? 보고 싶다며."

-눈이 퉁퉁 불어서 흉할 거야. 화장도 다 망가졌어.

"난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해. 늘 예쁘잖아 소연이는."

-그냥···. 내가 안 내켜. 암튼 미안하고 고마워요 오빠.

"정말 가지마?"

-응. 괜찮아. 말만이라도 고마워.

"흠···."

다행히 한바탕 울고 난 소연은 조금은 진정된 듯했다.

-난 그냥 오빠만 있으면 돼. 다른 남자는 생각해 본 적없어.

"고백 받아서 기분 좋았던 건 아니고?"

-물론 좋았지. 근데···. 아마 내 과거를 이해해줄 남자는 오빠밖에 없을 거야.

"난 늘 네편이야."

-고마워요. 정말···. 나 집에 다 왔다. 실은 혼자 집에 돌아가는 데 무서워서 전화 한거야. 은근히 여기가 가로등이 어두워서.

"뭐야? 남자새끼가 세명이나 있다면서 밤 늦게 집에도안 바래다 준거야? 이 새끼들 순전!"

-아니야. 내가 거절했어.

"왜?"

-우리집은 오빠만 알게 하고 싶어서.

"아···."

-언제든 시간 될 때 놀러 와. 오빠가 구해준 집이니까.

우리 집은 오빠한텐 늘 프리패스야.

"그래."

-그럼 나 끊을 게.

소연과 통화를 마친 도훈이 잠시 멈춰서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휴-. 이래서 내가 취한 여자 전화가 부담스럽다까? 통화 도중 갑자기 울어 버릴 줄이야···.’

[그래도 나름 잘 받아주셨습니다. 소연 양이 많이 우울했나 봅니다.]

‘본래 술은 감정을 증폭시키잖아. 그것이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평소에는 꾹 누르고 살았는데, 고백 때문에 안좋았던 기억이 터져나온 모양이야.’

[안 좋았던 기억이라면···.]

‘예전에 OP 뛰었던 거.’

[근데 소연양은 자발적인 거 아니었나요? 누가 강제로 떠밀려 한 것도 아니고. 가정 형편이 궁핍해 어쩔 수 없이한 것도 아니었을 텐데요.]

‘동기가 어쨌건, 돌이켜보니 스스로 떳떳지 못한 거지.

쉽게 돈 별려고 한번이라도 몸을 판 이상, 아무리 잊으려 해도 가슴 속 깊이 죄책감이 남기마련이거든. 싸이코패스같은 정신 이상자가 아니라면 그게 다 트라우마일 거라고.'

[흐음.]

‘특히 오늘 같은 경우 말이야.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런 사람에게 솔직하게 과거를 밝힐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기는 거지.’

[안타까운 일이군요.]

‘어쩔 수 없어. 이건 편하게 돈 벌려고 했었던 소연의 업보기도 하니까.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잊혀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힘들 수밖에. 결국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야.’

[그렇군요.]

‘근데 감히 어떤 새끼가 소연이를 탐낸 거지? 게다가 어장 관리 경보도 안 떴는데?’

[어장관리는 섹슈얼한 이슈에만 반응합니다. 상대가 성적인 의도가 없었거나, 소연양 역시 전혀 그쪽으론 생각도안했다는 뜻일 겁니다.]

‘그나마 좀 다행이군.’

[아무튼 소연양도 조금은 관리를 해주셔야 겠네요. 멘탈을 다시 잡기 전까지는요.]

‘당연하지. 다음엔 꼭 만날 거야. 오늘은 본인이 거절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네. 주인님도 얼른 쉬셔야죠. 내일부터 2학기 개강이니까요.]

'벌써 그렇게 됐나?'

방학은 오늘부로 끝이 났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개강날짜도 까먹고 있었다.

도훈은 집으로 돌아가 간만에 푹 잠을 청했다.

그가 잠든 사이에도 음양보합술로 흡수된 정기가 도훈의 몸속에서 조금씩 갈무리 되었다.

* * *

도훈이 아침에 눈을 뜨는데 숙면을 취한 것처럼 정신이 상쾌했다.

'뭐야? 나 설마 늦잠쟜냐? 왜 안 깨웠어? 오늘 학교 가는 날인데?'

[무슨 소립니까?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깨셔놓고요.]

'엥?'

도훈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피로가 쫙 풀린 걸로 보아 10시간쯤 정신 없지 잠든 줄 알았는데, 시간은 채 7시가 되지 않았다.

'뭐야? 어젯 씻고 잠든 게 자정이 넘었었는데?'

[맞습니다. 7시간 좀 못되게 주무셨습니다.]

'근데 이렇게 몸이 가볍다고?'

놀라운 일이었다. 육체의 피로가 말끔하게 풀려있었다.

[내공 덕분입니다.]

'내공?'

[네. 주인님의 몸 안에 갈무리된 내공이 온 몸으로 퍼지며 피로회복을 돕는 것이지요.]

'와, 이런 기능까지.' 도훈은 벌떡 일어나더니 쉐도우 복싱을 했다.

막 깨어났는데도 몸에서 에너지가 철철 넘쳤다.

마치 후끈하게 준비운동을 끝내고 땀을 흠뻑 냈을 때처럼 몸의 모든 감각세포가 바짝 깨어있는 느낌이었다.

붕붕붕-!

주먹질을 더해갈수록 점점 파공음이 커져갔다.

마지막 7번째에선 풍압만으로 내부의 공기가 요동을 쳤다.

"우앗! 이거 설마?"

[감축드립니다. 자는 사이 칠성권을 8성에 도달하셨군요. 아마 오늘 중으로 칠성권을 모두 마스터 할 수 있을 겁니다.]

'맞다. 12개의 스킬이 천천히 흡수된다고 했지? 이 다음은 뭐지?'

[모든 무공은 보법이 기본이지요.]

'보법이라면?'

[칠성권을 자유롭게 쓸수 있는 '무영보'라는 보법을 익히게 될 것입니다.]

'무영보? 그림자가 안 보일 정도로 빠르다는 뜻인가?'

[단순히 빠름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격술에 최적화 된 스텝의 일종입니다.]

'호오.'

[무영보를 완전히 익히게 되면, 아마 일반인 수준에서는 주인님을 터럭하나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일반인이래봐야 나에겐 의미없잖아? 프로 선수랑 비교하면 어때?'

[복싱 챔피언 급은 되어야 주인님에 비견되지 않을까요?

]

'복싱 챔피언? 그거 엄청난데?'

프로 복싱선수들은 거리재기가 일품이다.

실제로 복싱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평범한 주먹은 모두 회피가 가능하다.

'거참. 무공이 정말 좋긴 좋구나. 날린 포인트가 하나도 아깝지 않아. 심지어 섹스에도 도움이 되니까.'

[모두 주인님이 노력하신 결과입니다. 열심히 업적을 찾아 다니지 않았으면 100년 산삼을 얻지도 못했을 것이고, 쌍둥이 스님의 정순한 내력을 받지도 못했을 테죠. 거기다 포인트를 아껴서 모으지 않았다면 백보신권의 비급 역시 구매를 못 했을 테고요. 이제까지의 부단한 노력이 지금의 결과를 만든 것입니다.]

'흐음, 신학기부터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군.'

[저야 늘 주인님 편이니까요.]

'암튼 슬슬 나갈 채비를 해야겠어.'

[지금요? 좀 이르지 않습니까?]

'그게 아니라, 몸에 에너지가 넘쳐서 좀 쏟고 싶어서. 오늘은 구보로 등교한다.'

[네? 달려서요?]

'어. 차를 쓸일도 없을 것 같고, 급하면 택시 타면 돼. 암튼 당장은 에너지를 뿜어내고 싶어.'

[하아-. 좋을대로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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