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3. 2학년2학기-38-
"소, 손으로요? 오빠 한의대였어요?"
"뭔 소리야?"
"아니 근데 왜 손으로···."
"원래 검사의 기본은 오감을 모두 활용하는 거야. 환부를 눈으로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손으로 만져서 촉진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아···."
"싫으면 관둬도 돼. 솔직히 내가 아직 의사도 아닌데, 이미 의사인 사람 말이 맞을 확률이 높겠지. 난 그저 네가 너무 불안해하니까 혹시나 해서 봐주려는 거였지."
도훈이 강하게 나오자 채원도 주춤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오빠."
"아니야. 생각해보니까 남자도 아니고 여자를 촉진하는 게 그럴 수 있겠다. 내가 너무 생각 없이 말했나 봐. 없던 일로 해."
도훈이 딱 잘라 말하자 채원도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려운 의학용어에 잔뜩 겁을 먹은 그녀는 도훈이 오진이라고 진단해주길 간절히 바랬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에요 오빠.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해요.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아니야. 그뿐만 아니라 사실 내가 자격증이 있는 의사도 아니잖아. 기껏해야 학부생 주제에 뭘 알겠어?"
"그래도 하실 줄은 알잖아요."
"그거야 뭐···."
"정말 죄송한데 그 촉진이라는 거 한 번만 해주시면 안돼요? 어차피 의사들 앞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다 하잖아요. 저도 오빠를 남자로 생각안할테니까."
채원이 매달리자 도훈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흠···. 이건 의료법 위반인데."
"아니요. 괜찮아요. 제가 요청했잖아요. 제가 오빠한테 부탁한 거예요."
"정말 괜찮겠어?"
"네. 한번만요."
"음. 일단 그럼 상의부터 벗어봐."
"네?"
채원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도훈이 너무 태연하게 탈의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오, 옷을 벗어야 하나요?"
"당연하지."
"손으로 그냥···."
"아니, 내가 무슨 명의도 아니고 손만 짚어서 거기가 어딘 줄 어떻게 알겠어. 정확히 환부를 봐야하니까."
"아···."
채원은 난데없이 상의를 벗으라는 요청에 난감하기 이를데 없었다. 말을 내뱉긴 했지만, 막상 도훈을 쌩판 모르는 의사라고 생각하긴 여러운 일이었다.
"역시 불편하겠지?"
도훈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
그의 눈빛에서 20대 초반 여대생의 알몸을 보는 것에 대한 어떤 욕망도 읽을 수 없었다.
‘내가 너무 과민한 건가? 도훈 오빠는 진짜로 날 도와주려고 한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그만해도 돼. 어차피 좀 있다 초음파검사한다고 했다며?"
‘그래. 오빠는 일면식도 없는 날 산에서 업고 뛰어내려온 사람이야. 그렇게 착한 사람이 응큼한 생각으로 저런 말을 했을 리가 없어.’
"아, 아니에요. 잠깐만 뒤로 돌아주실래요?"
"응? 어. 알았어."
도훈이 뒤로 돌아앉자 채원이 머뭇거리며 상의를 탈의했다.
남자 경험이 한 번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채원은 평소날라리처럼 보이는 것에 비해 굉장히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었다.
실제로 사귀었던 남자와 관계를 할 적에도 조명을 최대한 낮추었을 만큼 스스로의 몸을 남자에게 보여주는 것을 민망해했다.
"다 됐어?"
"예? 아, 아니···."
도훈이 갑자기 뒤로 돌아보자 채원이 자기도 모르게 브래지어를 손으로 감쌌다.
"어. 아직 안 벗었네?"
"저 근데 이것도 마저 벗어요?"
"아무래도 심장 위치가···."
"아···."
채원은 병실의 채광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블라인드도 내려지지 않아 오후의 밝은 햇살이 고스란히 들어와 자신의 몸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진짜로 이것까지 벗어야 한다고? 아···. 어뜨카지?’
채원이 더 망설였던 이유는 자신의 가슴이 가짜였기 때문이었다. 키가 크고 늘씬한 편인 채원은 가슴은 A컵이었지만, 콤플렉스 때문에 늘 뽕브라를 차고 다녔다.
화장을 자주 하는 여자가 맨 얼굴을 남들에게 보이길 부끄러워 하듯, 맨날 뽕브라를 차고 다녔던 채원에게 있어서 속살을 그대로 보인다는 건 너무나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늘 사기만 치고 살아왔던 인생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느낌에 채원이 계속 머뭇거렸다.
"저 오빠···."
"응?"
"저 근데 실은···. 원더브라거든요."
"원더? 그게 뭐야?"
도훈이 처음 듣는 것처럼 시치미를 뗐다.
물론 속으론 채원의 사기가 들통나는 현장을 즐기고 있었다.
"으···, 뭐라고 해야하지? 그러니까 이게 사실 제 가슴이 아니라···."
"응? 뭔 소리야?"
"뽕이···."
"아···."
채원이 민망함에 고개를 떨궜다.
가면이 벗겨지는 모습은 언제나 추하고 비참했다.
"괜찮아. 난 또 뭐라고. 신경 안쓰니까 얼른 촉진이나 하자."
"···네."
채원이 조심스럽게 브라를 내렸다.
도훈은 순간 ‘흡’하고 신음을 터뜨릴뻔 했지만 가까스로 평정심을 유지했다.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네?]
‘등이 뱃가죽에 붙은 거야 뭐야? 저게 여자 가슴이라고?’
도훈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절반 정도만 뽕이라고만 생각했지 설마 순도 100% 뽕일줄은 몰랐던 것이다.
"자, 작죠?"
"아니, 음.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도훈은 사실 중요했다.
그것도 굉장히 중요했다.
채원의 가슴은 도훈의 커다란 손으로 뒤덮으면 한 줌도 차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A컵 중에서도 가장 작은 AAA, 즉 트리플 에이였다.
‘와 씹, 내가 더 크겠는데?’
[저도 그럴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저런 빈유가 다 있담? 내가 만난 여자 중에서 가장 작은 것 같아.’
[거유성애자인 주인님이 보시기엔 심히 부족하기 짝이 없겠네요.]
‘아니 빈유도 빈유 나름이지. 꽉 찬 에이는 나름 귀엽단 말이야. 근데 와···. 얼굴 빼놓고 찍었으면 남잔지 여잔지 분간도 안될 듯.’
[과장이 심하시네요. 그래도 나름 봉긋한 부분이 있는데요?]
‘야. 저것보다 여유증 걸린 남자들이 더 커.’
도훈은 무척 실망했지만, 사실 채원에 대한 큰 기대를 않고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채원은 부끄러웠는지 다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말했다.
"그, 그렇게 빤히 보시면 제가 너무 민망하잖아요."
"촉진해야 하는데 그럼 어떻게 해? 손 치워봐."
"아···."
채원이 가까스로 손을 내렸다.
도훈은 눈대중으로 젖꼭지끼리 연결되는 가상의 선을 그었다. 그리고는 그 중심에 손끝을 대고 천천히 밑으로 내렸다.
"명치에서 살짝 위. 여기가 바로 심장이 위치한 곳이야."
"왼쪽이 아니라요?"
"심장은 왼편으로 치우친 거지 왼쪽에 있지 않아. 그건 의학 상식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고."
"아···."
도훈의 말에 채원은 더욱 도훈을 신뢰하게 되었다.
‘그래. 쪽팔린 건 잠깐이야. 그래도 의대생인데 오빠를 믿어보자.’
도훈은 손으로 미약한 박동을 느끼며 한참을 짚었다. 도중에 눈을 감으며 박동의 느낌에 집중하는 듯 했다.
"음···."
"왜, 왜요? 오빠가 보기에도 이상해요?"
"확실치는 않은데 뭔가 이상하긴 해. 너 맥박 좀 재보자."
"맥박이요?"
"어. 핸드폰 꺼내서 초시계로 1분만 재."
"네."
채원이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타이머를 켰다.
"켰어요."
"시작."
채원이 시작버튼을 누르자 도훈이 속으로 그때부터 맥박을 세기 시작했다.
[오, 그럴싸해 보이는데요?]
‘사기를 칠거면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니까.’ 도훈은 카운트를 하다가도 자꾸 미간을 찌푸리며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1분 끝났어요."
"78회."
"빠, 빠른 건가요?"
"아니. 성인 기준으로 60회에서 100회 이내면 정상범주야."
"그, 그럼···."
"근데 이상한 게 있어."
"뭔데요?"
"아까 심실세동이 있다고 했다며 의사가."
"네."
"확실히 맥박이 뛰는 중에 뭔가 탁탁 튀는 게 느껴졌거든."
"그, 그게 뭐에요?"
"원래 맥박은 일정하게 뛰어야 해. 숨이 가빠지거나 그럴 땐 빨리 뛸순 있지만, 이런 식으로 중간에 팍 튀진 않거든."
"아···. 그럼 저 정말로 위험한 거예요?"
"아니. 아직은 진단 내리기 그렇고."
도훈은 턱에 손을 괴고 고심하는 척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더 정확하게 측정해 봐야겠어. 침대에 한 번 누워볼래?"
"누, 누워요?"
"응."
채원은 도훈이 시키는 대로 침대에 천천히 누웠다.
안 그래도 빈유인 채원이 등을 대고 드러눕자 가슴이 평평하게 펴지며 더욱 납작해졌다.
‘완전 평면인데 이건.’
[아 쫌, 주인님.]
‘아니 너무 심각하잖아. 동성애 하는 기분이 들것 같다고.’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채원양은 그래도 얼굴은 미인인데요.]
‘그러니까. 예쁜 남자랑하는 기분이라고.’
[하아···. 공략이 우선입니다 주인님.]
‘그렇지. 100Kg 넘는 씹돼지 Av배우랑도 했는데, 빈유를 감당 못할까. 할 수 있다.’
도훈은 긴장한 채원 옆에 앉아 가슴쪽으로 천천히 손을 올렸다. 그사이 그의 왼쪽 손엔 몸에 좋은 크림이 발려져 있었다.
‘미션에 아이템 사용 금지 같은 경고 없었지?’
[네, 없었습니다.]
‘그럼 이걸로 후끈 달아오르게 해봐야지.’
"채원아 잘 들어."
"네."
"지금부터 내가 이곳저곳을 한번 눌러볼 거야. 혹시나 따끔하거나 쿡쿡 찌르는 것처럼 아픈 부위가 있다면 나한테 말해줘야해."
"네."
채원은 잔뜩 겁을 먹고 있었으므로 도훈이 자신의 몸을 만진다는데도 저항할 수 없었다.
도훈은 처음에 심장부터 시작했다.
"여긴 어때?"
"음, 그냥 그래요."
"좋아 그럼 여긴."
도훈이 손을 바꿔 채원의 밑가슴을 꾹 눌렀다.
"아, 앗!"
"아파?"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바뀐 손에는 몸에 좋은 크림이 발려 있었기 때문에 채원으로서는 굉장히 예민하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살짝 젖가 슴 아래를 누르기만 했는데도 절로 신음이 터져나온 것이다.
‘흣, 뭐, 뭐지? 온몸이 짜릿짜릿해!’
"방금 아파서 소리 낸 거 아냐?"
"아, 아니에요. 그냥 놀라서."
"으흠. 아프면 꼭 말해야해?"
"네."
도훈은 이번엔 가슴 전체를 감싸듯이 꾹 눌렀다.
몸에 좋은 크림이 젖꼭지에 비벼지자 누워있던 채원이 전기 충격기를 맞은 것처럼 벌떡 뛰어 올랐다.
"꺄악!"
"채, 채원아!"
놀랍도록 격한 반응에 도리어 도훈이 놀랐다.
‘와우, 완전 예민한데?’
[그렇잖아도 젖꼭지가 성감대인데 거기에 몸에 좋은 크림을 발랐으니 오죽할까요.]
‘그래?’
[주인님도 사정한 뒤에 귀두에 직접 문질러 보시던가요.]
‘오···. 그정도였나?’
"괜찮아? 여기가 아픈 거야?"
"흐으으···. 오빠 나 그만 하면 안돼요?"
"왜? 여기가 아픈거면 심각한데?"
"아니 아픈 게 아니라···."
"안 아프다고?"
채원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도훈이 누르는 압력은 대단치 않았다. 실제로 아프지도 않았다. 그러나 자극이 너무 강했다. 손바닥에 닿기만 해도 온 몸에 전기가 오는 것처럼 짜릿짜릿해지며 순식간에 성욕이 끓어 오른 것이었다.
‘내가 왜 이러지? 설마 멘스 기간이라서 그런가?’
타고나길 성욕이 약한 채원이었지만, 평소에도 그녀는 생리기간 중 유독 성욕이 강해지는 편이었다. 물론 강해진다고 해봐야 평범한 여자들의 보통 상태밖에 되지 않았지만, 채원은 유독 자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 어떡하지···. 젖꼭지가···.’
채원은 가슴은 작았지만 상대적으로 유두는 무척 발달한 편이었다. 중학생 때 여탕에 같이 갔던 친구가 건포도라고 놀리는 바람에 트라우마가 생긴 적도 있었다.
채원의 건포도 같은 유두가 부풀기 시작하자 채원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도, 도훈오빠가 오해하면 어쩌지?’
채원은 너무나 부끄러웠지만, 묵묵히 촉진(?)에 집중하는 도훈을 방해할 수 없었다. 당연히 도훈은 보고도 못본척했다.
"하아···."
"응? 왜 그래?"
"네?"
"아니 갑자기 한숨을···."
"아, 아니에요. 이제 다 됐나요?"
"음. 아직도 잘 모르겠어.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 청진 기가 없으니 직접 귀로 들어보는 편이 낫겠어."
"귀로요?"
"응. 그대로 있어봐."
도훈은 채원이 말릴새도 없이 대뜸 얼굴을 옆으로 돌리더니 가슴 바짝 얼굴을 가져다 댔다. 채원은 이제 얼굴이 터질것처럼 빨개져 있었다.
‘하윽, 어뜩해. 도훈 오빠 숨결까지 느껴져.’
도훈이 볼을 붙인 채 귀로 심장 소리를 듣는 와중에 채원은 흥분감이 차올라 미칠 지경이었다. 발가락이 가만있질 못하고 계속 꼼지락거리고 허벅지를 자꾸 비벼댔다.
"음, 확실히 소리가···."
"네? 이상해요?"
"아직도 긴가민가해. 근데 이상하긴 해. 숨소리 같기도 하고···."
"숨소리요?"
"혹시 폐를 다친적이 있니? 어렸을 때 폐렴이라던가."
"아니요?"
"흡연은?"
"담배 안 피우는데요."
"기흉 같은 건 없었어?"
"저, 빈혈기가 심한 것 빼고는 아픈데 없어요."
"빈혈?"
얼굴을 뗀 도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확히 말해봐."
"실은···. 생리통이 남들보다 심한 편이에요. 생리 때만 되면 철분이 부족해서 현기증을 자주 느끼거든요. 오늘 산에서 쓰러진것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했어요."
"생리통이라고?"
"네."
"단순 생리통으로 기절까지 한다고?"
"이, 이상해요?"
"아니야. 그렇기는 쉽지 않아. 혹시 너···."
도훈이 말을 아꼈다.
궁금함이 치민 채원이 물었다.
"왜요? 혹시 문제가 있는 건가요?"
"아니 이건 정말 의학적인 질문이니까 오해같은 거 하지 말고."
"네."
"생리할 때 양이 많은 편이니?"
"···네."
"얼마나?"
"하루 종일요."
"음···."
"왜 그래요 자꾸, 무섭게."
"그럼 지금도 생리 중?"
채원은 점점 도훈의 질문이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일단 그렇다고 대답했다.
"네. 마지막 날이긴 하지만···."
"음. 이건 산부인과 영역이긴 한데, 한 번 봐야 알 것 같은데?"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