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111화 (1,078/2,000)

< 1094. 그해, 여름-9- >

***

소연은 도훈의 답장이 늦어지자 전화를 걸까 고민했다.

그러나 잠시의 여유도 주지 않고 곧바로 주문이 들어왔다.

-띵동, 47번 좌석에서 주문이 있습니다.

카운터 모니터 위에 뜬 팝업창을 보며 소연이 한숨부터 내쉬었다.

'씨발, 대체 피씨방에 게임을 하러 온 거야, 처먹으러 온 거야?'

소연은 요즘 피씨방 매출의 상당부분이 음료나 간식에서 나온다는 걸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친구 따라 몇 번 들락거린 게 전부인 피씨방 알바는 겉으로는 굉장히 편히 보였다.

계산도 대부분 ATM 같은 기계를 통해 하는 데다, 흡연실도 별도로 있어 손님이 떠난 자리를 대강 정리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일거리는 사방에서 들어오는 음료, 음식 주문과 그것을 자리까지 배달하는 일이었다.

'47번 저 돼지새끼는 아까 라면에 만두?까지 처먹더니, 30분도 안지나 볶음밥을 추가해? 환장하겠네, 진짜.'

소연이 투덜거리며 카운터 뒤에 간이 주방에서 레토르트 음식을 꺼내 전자렌지에 돌렸다.

비록 간편식이라지만 접시에 담아 자리에 가져다 줄 때마다 자신이 피씨방에 알바를 하는 것인지 음식점에 알바를 하러 온 건지 헛갈릴 지경이었다.

평소 전혀 알바를 해보지 않았던 소연에게는 참으로 힘든 하루. 그녀가 일에 지쳐 한숨을 쉬고 있자, 사장인 조대근이 다가와 물었다.

"좀 할 만해, 소연 학생?"

"…네, 그럭저럭요."

"알바가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 그럴거야. 하다 보면 이렇게 편한 일이 또 없다니까?"

대근은 어린 소연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양심에 찔렸다.

'미안해, 학생. 내가 진짜 잘 되면 보너스 섭섭지 않게 챙겨 줄게."

"배고프지? 좀 있다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벌써 저녁을요? 아직 4시 밖에 안 됐는데요?"

소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에도 때 맞춰 끼니를 먹진 않았지만, 저녁식사라기엔 너무나 애매한 시간이었다.

"아, 그게…. 우리 같은 업장은 대개 식사시간 무렵부터 바빠지거든. 남들하고 똑같은 시간에 밥을 먹으면 손님 몰릴 때 숟가락 들 정신도 없어서 말이야."

"아…."

"암튼, 저기 저 친구도 같이 먹을 건데 안 불편하겠지? 낯가린다거나 그런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대근이 구석 자리에 앉은 창범을 소개했다.

처음에 만난 남자랑 섹스도 곧잘 하던 소연에게 낯가림은 존재하지도 않는 단어였다.

"별로 상관없어요. 근데 저 아저씬 누군데요? 사장님이랑 가까운 사이라던데."

"응, 딱히 친해질 필욘 없어. 존나 싸가지 없는 새끼거든."

"예?"

"아, 미안하네. 나도 모르게 본심이…. 이건 못들은 걸로 해주게."

"풉-."

소연은 대근의 엉뚱한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일에 찌들어 늘 피곤해 보였으나,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이었다. 남을 등 처먹거나 이용해 먹을 사람이라기보다 반대로 사기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로 평범한 소시민으로 보였다.

'일은 생각보다 고되지만, 첫 알바로 사장님을 잘 만나서 다행이야.'

소연은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 이제부터 정신 차리고 살기로 마음먹고 도훈에게 다짐까지 했는데, 조금 힘들다고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피씨방 알바를 통해 땀 흘리며 돈을 버는 값진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어두웠던 과거를 지울 순 없겠지만, 적어도 앞으로의 인생만큼은 보다 떳떳해 질 수 있으리라.

잠시 후 여유가 생기자 세 사람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PC방에서 주문할 수 있는 메뉴 중 아무거나 고르라기에 소연은 제육볶음밥을 시켰고, 창범과 대근은 컵라면을 골랐다. 소연은 왠지 밥을 먹고 있는 스스로가 민망해졌다.

'저녁 식사라면서 굳이 라면을? 설마 다른 메뉴는 비싸서 그러나?'

소연이 조용히 눈칫밥을 먹자 이를 짐작한 대근이 말했다.

"하하, 신경 쓰지 말게. 나랑 창범이는 라면을 엄청 좋아해서 그래."

"그게 무슨 개! 윽!"

창범은 뭔가 말을 잇지 못하고 갑자기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 소연이 보기엔 대근이 살짝 옆구리를 툭 친 것 같았는데 마치 급소라도 맞은 사람처럼 고통스러워하는 창범의 표정이 의아하기 짝이 없었다.

"그치, 창범아? 일도 안 하고 얻어먹을 땐 조용히 있는 거란다."

"아오, 진짜!"

창범은 뭐라고 한소릴 할까 하다가 눈앞에 소연을 의식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소연은 두 사람의 이상한 대화를 보고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참, 근데 말이야, 범아."

대근이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아까 물어보려다 깜빡했는데 광주 건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번엔 분명 가능성이 높다지 않았나?"

"허위 제보였어요."

"허위라고?"

창범이 갑자기 제 턱을 어루만졌다.

"이게 다르더라고요. 몽타주랑."

"엥?"

소연이 두 사람의 대화를 무시하고 조용히 밥만 먹자 긴장이 늦춰진 창범이 계속 말을 이었다.

"아니. 턱 모양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고요."

"아하, 턱이."

"그러니까 애초에 인터넷 썰 같은 걸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됐다니까 그래. 그 BJ가 얼마나 유명한…."

창범은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 떠들다가 소연을 의식하고는 말을 아꼈다. 아무리 소연이 평범한 알바라고 해도, 괜한 오해를 살 필욘 없었다.

"암튼, 꽝이에요 꽝. 이번에도 똑같이. 늘 그렇듯이."

"크흠."

'대체 뭔 얘기를 하는 거지? BJ는 또 뭐고?'

소연은 둘의 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으나 하도 이상한 얘기를 해서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아, 혹시 성형같은 거 아닐까?"

"성형이요?"

"그래 맞아! 은퇴하고나서 성형을 했을지도 모르잖아? 사람들이 자길 못알아 보게."

대근이 뭔가 짚이는 게 있는지 대뜸 소연을 향해 물었다.

"소연 학생은 여자니까 잘 알겠네."

"예? 뭘요?"

"여자들 말이야. 요새 턱 깎는 시술 같은 거 많이 하지 않아?"

대근이 뭔가 짚이는 게 있는지 대뜸 소연을 향해 물었다.

"소연 학생은 여자니까 잘 알겠네."

"예? 뭘요?"

"여자들 말이야. 요새 턱 깎는 시술 같은 거 많이 하지 않아?"

"예?"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소연이 황당해했다.

"그 왜 V라인 시술이라고 많이들…."

"전 성형같은 거 안 해서 잘 모르는데요."

"성형을 안했어?"

"네."

"그 쌍꺼풀?"

"전 몸에 칼 안댔는데요."

"아…. 자연 미인…."

"근데 두 분 무슨 얘기하시는 건데요?"

"아, 아니야. 그냥 창범이 이 새끼가 어떤 여자BJ 광팬이었거든. 은퇴해서 공무원에 합격했다는 소문을 듣고 멀리 광주까지 찾아갔나봐."

"헐."

소연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완전 스토컨데?'

"아니, 지부…. 형님, 처음 보는 알바 앞에서 사람을 병신 만들면 어떻게 해요? 제가 무슨!"

"뭐래. 그게 사실인데."

창범은 변태로 오해를 받는 것이 억울했지만, 민간인 앞에서 진실을 밝힐 수 없는 노릇이라 씩씩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보기 좋게 창범에게 창피 준 대근은 그간의 복수를 한 것이 통쾌한지 활짝 웃었다. 그때 마침 밥을 다 먹은 소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식사 끝났으니 카운터 보고 있을게요."

"아이고, 그렇게 급하게 먹을 필요 없는데…."

"형님, 지금 알바생 대하는 태도가 예전이랑 엄청 다른 거 알죠?"

"뭐래? 나야 늘 친절하지."

"와, 참나."

창범은 입이 삐죽 나와 투덜거렸다. 소연은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돌아갔다.

도훈이 사준 대포폰을 꺼내든 소연은 여전히 오지 않는 문자에 끝내 전화를 걸었다.

'대체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누구는 자기 조언 듣고 면접 보자마자 알바까지 시작했는데…. 전셋집 좀 알아봐 달라니까.'

수신음이 가더니 도훈이 전화를 받았다.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요?"

-어, 미안. 소연아. 좀 바빴…어.

"저 알바 시작했어요."

-그래. 잘 했어. 흣.

"응? 오빠 밖이에요?"

"날도 더운데 괜히 뛰다가 더위 먹지 말고요. 혹시 전셋집은 알아봤어요?"

-지금…헉, 그거 알아보는… 흐아, 중이라…. 소연아 내가 있다가 전화할게.

"알았어요, 이따가 꼭 해요."

-어, 어.

뚝-

도훈과의 전화가 허망하게 끊기자 소연이 고물 전화기를 집어 던지며 버럭 짜증을 냈다.

"에이씨, 진짜 나는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있는데…."

소연은 도훈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그녀는 한때 알바 뛰는 비웃었다.

온 종일 일해봐야, 1시간 가랑이 벌린 것만도 못 한 일당에 만족하는 멍청이 들이라면서.

하지만 도훈을 만나 우연히 사건에 연루되면서 난생 처음으로 유치장에 갇히고 경찰 조서를 쓰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이틀 동안 소연은 많은 후회와 반성을 했다.

한 번 더 성매매로 걸렸다간 정말 전과자가 된다고 경고도 두려웠지만, 자신의 조서를 쓴 가슴 큰 형사가 해준 충고 때문이었다.

-얼굴도 꽃처럼 예쁜 아가씨가 어째서 그렇게 살아?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다시 시작해봐. 돈이 없어 힘들면 언니한테 연락해. 내가 우리 엄마 식당에라도 알바로 써주라고 할 테니까.

자신이 성매매를 생계형 범죄로 오해한 탓이었지만, 그때 받은 호의는 소연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사실 그녀가 오피를 뛰게 된 것은 쉽게 버는 돈도 돈이지만, 섹스에 대한 끝없는 갈증도 컸다.

그러나 이제 도훈까지 자신의 섹파를 해주기로 했으니 하나는 해결된 셈이었고, 헤픈 씀씀이를 줄이고 땀 흘리며 착하게 돈을 벌겠다면서 각오를 다진 것이었다.

그렇게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잘 봐달라는 의미에서 도훈에게 연락을 한 것인데 도훈은 어딜 그리 뛰어다니는지 숨을 몰아쉬기만 하고 얼렁뚱땅 전화를 끊은 것이었다.

"쳇…. 진짜. 두고 봐. 나중에 이사가면 새집에 불러다놓고 오천만원어치 실컷 따먹어 버릴테다."

***

"지금…헉, 그거 알아보는…흐아, 중이라…. 소연아 내가 있다가 전화할게, 어, 어."

도훈이 겨우 통화를 마치는데, 위에서 신나게 방아를 찧고 있던 선령이 물었다.

"통화 다 끝났어?"

"네. 누나 장난꾸러기네. 사촌 동생이랑 통화 시작하니까 갑자기 속도를 올리면 어떻게 해요?"

커다란 젖무덤을 출렁거리던 선령이 짖궂게 웃었다.

"장난이지 장난. 히히, 근데 사촌 동생 맞아?"

"왜요?"

"아니, 말투가 여자친구한테 하는 것 같던데?"

"아니에요. 어려서 이웃집 살아서 친동생처럼 친하거든요."

"호오. 예뻐?"

"누구요?"

"사촌 여동생. 너 닮았으면 예쁠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저는. 한 번도 여자로 대한 적이 없어서."

"그렇구나."

대화를 하느라 쉬고 있던 선령이 다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벌써 두 번째 떡에 돌입한 상태였는데, 폭풍같은 첫 섹스로 거미줄을 걷어낸 선령은 두 번째부터 완전히 리드를 잡고 있었다. 어린 도훈을 리드하는 관록을 선보인 것이었다.

"나 여기 빨아줘."

"네?"

"젖꼭지."

말타기 자세로 있던 선령이 몸을 숙이며 도훈의 입에 젖꼭지를 물렸다. 그녀의 성감대가 젖가슴이라는 걸 떠올린 도훈이 능숙한 솜씨로 가슴을 쪽쪽 빨아대자 선령이 벅찬 신음을 토해냈다.

"아아, 아아…. 좋아. 너무 잘해, 너."

"그래요? 전 잘 모르겠는데."

"애초에 이것부터가 반칙이라고."

선령이 크게 한 번 허리를 튕겼다. 도훈의 빳빳한 잦이가 질속 깊숙이 들어오자 엉치뼈부터 정수리까지 찌릿 전기가 통하는 것 같았다.

"흑! 진자 커."

"누나도 커요."

"뭐가?"

"가슴요. 옷 입고 있을 땐 잘 몰랐는데."

"아…. 나이 들면서 좀 더 커졌어. 네 나이 땐 이 정돈 아니었는데."

"그나저나 무릎 안 아프세요?"

"무릎?"

침대가 없는 맨 바닥에서 섹스를 하다 보니 말타기 자세를 하는 선령으로선 무릎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멍들 것 같아 걱정돼. 당분간 치마 못 입겠다."

"그러지 말고 우리 자세 바꿔 볼래요?"

"어떻게?"

"제가 뒤로 해줄게요."

"뒤는…. 그렇게 해도 무르팍 다 나갈걸?"

이불보 하나 없는 맨바닥에서 뒤치기는 하중이 무릎에 모두 실리기 때문에 부담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도훈이 대답했다.

"아니요. 서서요."

"서서?"

"일어나 봐요."

도훈의 말에 따라 선령이 천천히 일어섰다. 도훈도 따라 일어서며 그녀를 돌려 세웠다.

"창가로 가요. 우리."

"차, 창가? 안 돼!"

선령이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곧 해가 저물겠지만 아직은 날이 밝았다. 자칫 밖에서 창가를 엿봤다간 홀딱 벗고 있는 자신을 들킬까 두려웠다.

"왜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보니까 이 집이 가장 지대가 높더라고요. 밖에서 보려고 해도 안 보일거에요."

"그, 그래도."

"아이, 괜찮다니까 그래."

도훈이 허리를 잡고 창가로 밀어붙이자, 선령도 마지못해 창틀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엉덩이 살짝 뒤로."

"아, 부, 불안한데."

"괜찮다니까 그래."

도훈은 계속 선령을 설득하며 뒤치기 자세를 만들었다. 업적을 클리어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체위였다.

[후배위하는 선배 업적이 생각나는 군요.]

'그때도 오지게 뒤치기로 따먹었는데.'

도훈은 자세를 잡은 뒤 선령의 뒤로 대물을 박아넣었다.

"흡!"

대물이 들어가자 선령이 창틀을 꽉 움켜쥐며 허리를 활처럼 폈다.

"그럼 바깥 경치 시원하게 구경하시고요."

도훈이 업적의 달성를 자축하며 본격적인 뒤치기에 들어갔다.

< 1094. 그해, 여름-9-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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