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108화 (1,075/2,000)

< 1091. 그해, 여름-6- >

업적명 : 전망 좋은 집

달성조건 :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새집에서 창문 밖을 보며 후배위로 질내사정

아이템 보상 : 마스터키(ITEM), 모든 열쇠에 열리는 자물쇠는 쓰레기지만, 모든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가 있다면 그것은 마스터키다. 세상에 모든 잠긴 문을 열 수 있음.

업적을 살펴본 도훈이 속으로 쾌좨를 불렀다.

'오, 이거 딱인데?'

[그렇죠? 소연양 집도 구해주고 업적도 취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닙니까?]

'이렇게 만만한 업적이 아직 남아있을 줄이야.'

[딱히 쉽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업적에서 정신조작류 스킬은 금지항목이니까요.]

'정석대로 공략해도 충분해.'

목표가 생긴 도훈이 소연을 향해 선심 쓰듯 말했다.

"알았어. 시간 한 번 내볼게. 위치는?"

"지금 살고 있는 집 근처로요."

"너 어디 사는데?"

"음…. 신상여대라고 혹시 아세요?"

"신상여대?"

당연히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최번개가 소연의 견적을 따올 때 한 번 언급되었던 이름 같기는 했다. 대학 전공은 조소라고 했던가?

"…뭐 있어요. 그런 대학. 그런 오빠는 무슨 대학 나왔는데요?"

사채업자 행세를 하는 도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 고졸이야. 학벌이 뭐 중요한가? 암튼 알았어. 여대 근처 원룸으로 알아봐 달라는 거지?"

"네."

업적의 내용으로 봐선 소연과 함께 움직이면 오히려 걸리적 거릴 듯 싶었다. 도훈이 다시 말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우선 내가 공인중개사 통해서 몇 군데 둘러볼게. 그리고 후보가 압축되면 직접 가보는 걸로."

"오빠 혼자서요? 같이 안 다니고? 저 시간 많은데 지금 방학이라서."

"입지랑 조건 따져 꼼꼼히 보려면 열군데 이상 발품 팔아야 해. 굳이 처음부터 같이 다닐 필욘 없지."

"아…. 그럼 저는 뭐할까요?"

"내 생각에 네가 오피를 완전히 끊을 생각이면 알바를 구해보는 것도 좋겠어."

"알바요?"

소연이 무슨 당치도 않는 소리냐는 듯 반문했다.

이제껏 쉽게 돈 벌었던 그녀에게, 알바는 너무나 돈 안 되는 일이었다. 하루 8시간 꼬박 일해봐야 최저시급 기준으로 6~7만원 버는 일이 그토록 미련해 보일 수가 없었다.

"에이, 제가 무슨 알바를 해요."

"돈 아끼는 법을 배우라는 소리야."

"네?"

"네 씀씀이가 왜 헤픈 줄 알아?"

"왜요?"

"Easy come, Easy go.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는 뜻이지."

"와, 오빠 짱 똑똑하다. 고졸아리더니…."

"야. 그 정도는 중딩 때 배우거든? 암튼, 전셋집 구하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도 없을 거 아니야. 생활비라도 벌어야지."

"음…. 그쵸."

"돈 떨어지고 나면 괜히 유혹에 빠지기 쉬워. 버릇이라는 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니까."

"아…."

"이번 기회에 땀 흘리면 돈 좀 벌어봐. 돈을 버는 것도 있지만, 바빠서 쓸데없는 쇼핑 안 하는 것도 아끼는 방법이 될 수 있으니까."

도훈의 조언에 소연이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아저씨 말대로 알바 구해볼게요."

"그래."

도훈은 계약금이 필요하다는 구실로 소연에게 줘야 할 돈 오천에서 천 만원을 제한 사천을 건넸다.

"이 돈이랑 저번에 준 돈이랑 허튼 데 쓰지 말고 은행에 딱 저금해 좌. 잔금 치를 때 꼭 필요하니까."

"네. 고마워요 아저씨."

"근데 왜 자꾸 아저씨래? 오빠라고 부르라니까?"

"그거야 제 맘이죠."

소연이 혀를 날름 내밀었다. 하지만 눈빛에선 도훈에 대한 강한 신뢰가 느껴졌다.

***

다음날.

도훈은 소연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신상여대 부근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전화를 돌렸다.

남자가 전화를 받는 사무시를 모조리 패스.

여자가 받는 경우에만 조건을 물었다.

전세 매물이 귀하다 보니 서너 곳을 둘러본 다음에야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직접 한 번 와보실래요? 오늘 시간 되시면요.

목소리가 나긋나긋한 게 30대 정도로 느껴지는 여성이었다. 왠지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도훈은 곧바로 차를 타고 부동산으로 이동했다.

번화가에 위치한 가게를 보니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는 모양이었다. 도훈이 평소 얼굴로 말끔히 차려입고 가게를 들어가자 사무실 직원 2명과 가운데 앉은 공인중개사가 보였다.

'오옷, 저기 저 여자인가?'

목소리와 얼굴이 매칭 안 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이번 경우는 정확히 들어맞았다. 화장이 좀 짙긴 하지만, 나름 미인이었던 것.

"안녕하세요. 오전에 전화드렸는데."

"아, 오셨군요."

다른 직원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미모의 공인중개사가 직접 상담 테이블에 도훈을 앉히고는 차를 내왔다.

"대학생이에요?"

"네, 뭐."

"근데 왜 신상여대 주변으로 알아보시는 거예요?"

중개사는 남자인 도훈이 여대 주변으로 원룸을 구하는 것이 궁금했는지 그것부터 물었다. 도훈은 준비한 대로 대답했다.

"아…. 제 사촌 동생이 그 곳 여대에 다니는데, 외삼촌께서 저한테 대신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셔서요. 사촌 여동생이 지방 출신이라 외삼촌 내외가 올라오기 힘드셔서."

"아하, 그러시구나."

공인중개사는 납득이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도훈에게 건넸다.

"참, 내 정신 좀 봐. 소개가 늦었네요. 차선령이에요."

"넵. 이도훈입니다."

"호호. 도훈 학생은 참 미남이네요."

선령이 은근슬쩍 도훈의 외모를 칭찬했다. 손님으로서 띄워주기 위함인지 개인적인 사견인지 헛갈렸으나 도훈은 뭐가 되었든 자신을 좋게 봐주는 건 나쁠게 없다고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중개사님도…."

"네?"

"아, 아니에요."

도훈은 일부러 순진한 척 한 발 뺐다. 그 정도만 말해도 충분히 호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선령은 잘생긴 도훈이 마음에 쏙 드는지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매물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올 전세로 1억부터 1억 오천 사이 매물이라고요?"

"네. 사촌 여동생 혼자 지내야 하니까 방범창 있고, 출입시 보안이 되는 건물로요."

"가만있자…. 전세가 귀한 편이긴 한데 그 조건이면 좀 있을 거에요. 주차공간도 필요하나요?"

"아뇨. 차는 없어요. 이제 신입생이에요."

"그러시구나…. 일단 몇군데 전화 돌려 볼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네."

선령이 핸드폰을 들고 집주인들과 통화를 시작하자 혼자 뻘쭘해진 도훈이 사무실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깔끔하게 정돈된 사무실에, 직원도 2명이나 일하고 있는 모습이 확실히 잘되는 가게인 모양이었다.

'아줌마 능력 좀 있나보네. 가게세도 비싸보인데 유지가 되는 거 보면.'

[유부녀인지는 확실합니까? 몹시 젊어 보이는데요.]

'요샌 애 낳아도 티도 안 나잖아. 대충 서른 중반 넘지 않았을까 싶은데.'

[호구조사부터 필요하겠군요. 정보창을 열어 드릴까요?]

'아니. 아직 괜찮아. 좀 더 호감도를 높여놓는 게 좋겠어. 그래야 작업 멘트로 바로 들어가지.'

정보창 말미에 나오는 추천멘트와 행동은 호감도에 따라 다른 내용을 제공했다. 호감도 낮은 상태에선 호감도를 높이는 팁을 주지만, 호감도가 충분히 올라간 상태에선 곧바로 공략에 써먹을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했다.

이에 도훈은 미리 호감도를 올려놓고 결정적일때 정보창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선령이 전화를 계속 이어가자 도훈은 그녀의 외모를 몰래 훔쳐 보았다. 검은 정장치마에 흰 블라우스에 감춰진 몸매는 상당히 새끈해 보였다. 특히 붉은 계열의 뿔테 안경은 이지적인 인상을 주었다.

'캬, 요새는 복덩방 아줌마도 저렇게 꾸며야 사는 시대구나.'

[왜요? 과거에는 안 그랬습니까?]

'나 때는 그냥 대부분 떡방 할배들이었지. 동네에서 오래 묵은 능구렁이같은 영감탱이들 말이야. 지금은 완전 서비스업으로 전환되서 그런지 전혀 느낌이 달라졌어.'

[그렇군요.]

도훈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 선령이 마지막 통화를 마치고 다이어리를 꺼내 보였다.

"오늘 이곳 세 군데 정도 들러보는 게 가능할 것 같아요."

선령이 볼펜을 가리킨 주소에는 정용면적과 내장 옵션, 그리고 전세금이 적혀 있었다. 대충 훑어보니 도훈이 찾는 조건에 최대한 부합하는 건물들이었다.

"네."

"혹시 차 가져오셨나요? 아님 제 차로 같이 가고요."

거리가 생각보다 있는지 차를 타고 이동하자는 선령의 권유였다. 도훈은 차를 가져왔지만 함께 다니는 게 호감도를 높이기 좋을 것 같아 없다고 거짓말했다.

"그럼 지금 가죠. 두 군데는 빈집이고 한군데는 아직 짐을 덜 뺐다는 데, 비번을 아니까 둘러볼 순 있을 거에요."

"네."

도훈은 선령과 함께 신상여대 주변의 원룸촌으로 이동했다. 선령이 차는 조그만 경차였는데 실내가 좁다보니, 등빨이 있는 도훈에겐 살짝 비좁은 느낌이었다. 무릎이 대쉬 보드에 바짝 붙어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선령이 말했다.

"의자를 뒤로 좀 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도훈은 차량 옆에 전자버튼을 찾았다. 경차에는 대부분 없는 옵션이지만 일부러 모른척을 한 것이었다.

"어, 버튼이 없는데요. 이거 어떻게 밀어요?"

"아니 의자 밑에 있는데?"

"밑에요?"

도훈이 계속 말귀를 못 알아먹자 선령이 벨트를 풀더니 직접 나섰다.

"잠시만요 제가 해줄게요."

그녀는 보조석 의자로 몸을 기울이더니 도훈의 다리 사이로 손을 내밀어 차량 의자를 뒤로 밀 수 있는 레버를 들었다. 그때 도훈이 기다렸다는 듯이 의자 폴딜으 뒤로 확 젖혔다.

"어, 어?"

딴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누른 것처럼 보였지만, 정확하게 계산된 행동이었다. 몸이 뒤로 확 젖혀지는 바람에 놀란 도훈이 호들갑을 떨며 허벅지를 활짝 벌렸다.

그러자 그의 대물이 허리를 숙이고 있는 선령 앞에 노골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겉으로 보아도 묵직한 사이즈에 선령이 깜짝 놀랐다.

'어머나 세상에. 저, 저게 다 뭐람?'

도훈의 바지는 생각보다 타이트했고, 의자에 앉다보니 더욱 조여진 상태였다. 그 와중에 일부러 힘을 준 상태로 대물을 과시하자 선령이 얼굴을 붉히며 급히 제 자리로 돌아왔다.

"놀랐죠? 그건 의자만 뒤로 젖히는 거예요."

"아,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한결 나은 것 같아요."

"네…. 그럼 벨트하세요."

"넵."

도훈이 벨트를 하는데 선령이 힐끔거리며 계속 도훈의 사타구니를 주시했다. 한번 눈에 익힌 대물이 계속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이는 마치 남자들이 가슴 큰 여자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힐끔거리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도훈 학생은 참으로 튼실하구나…. 누군지 몰라도 여자친구가 참 부럽네.'

운전하는 중 선령이 은근히 농을 건네듯 물었다.

"근데 사촌여동생 집 구해주는 거 맞아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혹시 자기가 구하는 집인데 창피해서 그런가 싶어서요."

"제가 여대 근처에 집을 왜 구해요?"

"뭐 그럴 수도 있죠. 여자친구가 거기 대학에 다닌거거나…."

은근히 떠보는 질문에 도훈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호구조사는 내가 먼저 들어갈랬는데 알아서 들어오네.'

"아니에요. 저 여자친구 없어요."

"없어요? 진짜? 에이, 그 얼굴에?"

선령이 못 믿겠다는 듯 되묻자 도훈이 다시 말했다.

"실은 저 군대 전역한지 몇 달 안 됐거든요."

"아, 군대. 하긴 요샌 군대가면 다들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더니."

"뭐, 어쩔 수 없죠."

"그래서 애인이 없는 거구나. 근데 도훈 학생 정도면 금방 사귀겠네."

"생각보다 잘 안되더라고요."

도훈이 계속 말을 받아주자 선령도 신이 나서 계속 물었다. 30대 여성들이 대체로 그렇듯 젊고 잘생긴 20대 남성을 보면 본능적으로 호감이 가는 것이었다.

20대 때는 가만히 잇어도 남자들이 귀찮게 굴어 되려 성가셨지만, 나이가 들고 나니 젊은 총각하고 말만 섞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었다.

그때 도훈이 은근슬쩍 찔렀다.

"중개사님처럼 예쁜 분이 있으면 금방 대쉬 했을 텐데 말이에요."

"어머."

도훈의 수작에 선령이 깜짝 놀랐다.

***

"저, 알바 구하신다고…."

소연은 생전 처음으로 알바를 구하러 나간 길이었다. 한창 오피를 뛰거나 스폰을 받을 때는 힘들게 일하고 있는 또래들을 보고 무시하거나 비웃은 적도 있었지만, 도훈의 말대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 일자릴 찾아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인기가 많은 편의점은 이미 다 처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가장 만만한 PC방으로 면접을 왔다. 그것도 알바문같은 어플이 아닌 매장 앞에 A4용지로 "알바 구함" 이라고 붙인 곳을 찾았다.

"오! 잠깐만요. 이거 계산만 마저 하고. 앉아요, 앉아."

"네."

사장은 혼자 자리를 치우고 카운터를 보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40대쯤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었는데, 일에 찌든 모습이 몹시 안쓰러워 보였다.

'다들 저렇게 고생하면서 사는구나. 나도 이제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지.'

소연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 피씨방 주인 조대근은 그녀의 외모를 보고 속으로 신이 난 상태였다.

'으흐흐! 저렇게 예쁜 여학생이 제 발로 굴러 들어오다니. 수수료 때문에 알바문에 구인광고도 못 내고 가게 앞에 "알바구함" 붙여 놓은 게 신의 한수 였다는 말인가!'

그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PK단 지부장, 조대근이었다.

< 1091. 그해, 여름-6-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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