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042화 (1,009/2,000)

< 1025. 별이 쏟아 지는-85- >

***

모두 잠든 시각.

뒤풀이를 마치고 여자 방에 누워 있던 아영이 천천히 눈을 떴다. 실은 그녀는 잠을 안자고 버티던 중이었다.

'슬슬 움직일 때가 됐는데….'

아영은 필시 도훈이 이대로 잠들 위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분명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보았고, 그 뒤를 캐기 위해 여태껏 졸음을 참고 있었다.

물론 아영은 '비행의 증거수집'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내심 도훈의 섹스 장면을 또다시 보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차량 본넷 위로 수정을 올려놓고 박아대던 모습이 눈만 감아도 저절로 떠올랐다.

'이번에야 말로….'

아까 도망친 것은 당황했기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도훈이 그렇게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으므로, 제대로 대처를 못한 것 뿐이라고. 이번엔 작정하고 따지고 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내심 도훈이 몰래 염탐하는 자신을 어떻게 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도 숨어 있었다. 참다못한 도훈이 자신을 강제로….

"응, 아영이 깼니?"

"!?"

모두 잠든 줄 알고 있던 아영은 옆자리에 누워있던 정음이 말을 걸자 흠칫 놀랐다.

"미안, 나 때문에 깬 거야?"

"아니. 안자고 있었어. 혹시 화장실 갈거야?"

"…어, 술을 많이 마셨나봐."

"같이 가자. 나도 참고 있었는데."

"같이?"

정음이 갑자기 들러붙는 바람에 아영의 계획이 틀어졌다.

'이잇, 하필 정음이가 안자고 있을 줄은.'

아영은 몰랐겠지만, 정음 역시 다른 이유로 잠을 참고 있었다. 도훈이 새벽에 연락한다고 해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아영은 하는 수 없이 정음과 함께 여자 방을 빠져나왔다.

"하아-. 여긴 화장실이 밖에 있는 게 너무 불편해."

"그러게."

싼 맛에 들어온 민박집은 건물 밖에 화장실이 달린 구조였다. 그나마 푸세식이 아닌 게 다행일 정도. 정음과 아영은 나란히 마당을 가로질러 화장실로 향했다.

"먼저?"

"아니야. 난 안 급해."

"응. 그럼 나부터 실례."

정음이 먼저 화장실을 들어가자 아영이 밖을 지키고 섰다. 그녀는 갑작스레 끼어든 정음 때문에 도훈의 행적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했다.

'분명 이도훈이 움직일 텐데….'

아영이 초조함에 발을 동동 구르는데 갑자기 화장실 안에 앉아있던 정음이 넌지시 물어왔다.

"아영아 밖에 있는 거지?"

"응."

"저… 아까 했던 얘기 말이야."

"응?"

"도훈 오빠 조심하라는 말…. 그거 무슨 뜻이었어?"

정음이 그 말이 내내 마음에 걸렸는지 뒤늦게 아영에게 물었다. 아영은 솔직히 대답할 까 하다가, 괜히 일을 복잡하게 만들기 싫었기 때문에 말을 돌렸다. 원래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었고, 뒷담화를 즐기는 타입도 아니었다.

"그냥, 별 뜻 없이 한 소리야."

"응?"

"도훈 오빠 뿐 아니라 누구든 조심해야겠다 싶어서."

"왜?"

"정음이 네가 너무 예쁘더라고. 특히 벗은 몸매가."

"……."

갑작스러운 칭찬에 쑥스러웠던 지 정음이 쉽게 대답을 못했다. 잠시 후 물을 내리고 화장실을 나온 정음이 아영에게 말했다.

"나 끝났어. 들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아영은 정음이 계속 곁에 있으면 도훈을 뒤쫓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 거짓말을 했다.

"정음아. 먼저 방으로 들어가도 돼. 나 사실 큰 거…."

아영이 쪽팔림을 무릅쓰고 거짓말을 했지만, 정음은 조금도 괘념치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괜찮아. 혼자 있으면 무섭잖아. 나도 사실 혼자 가기 무서워서 너랑 같이 온 거거든."

정음은 평소 괄괄한 성격과 달리 귀신같은 것을 유달리 무서워했다. 어쩌다 공포 영화를 보고 나면 며칠 째 혼자 잠을 자지도 못할 정도였다.

한편 아영은 괴력난신에 대한 것은 일절 믿지를 않았기 때문에 밖에서 기다려 준다는 정음의 배려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게다가 당장이라도 도훈을 뒤쫓아야 하는데 도통 정음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이거 귀찮아 지겠는데.'

아영은 하는 수 없이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완전한 푸세식은 아니었지만, 앉아 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아영이 바지를 내리고 변기 위에 섰다. 팬티를 끌어 내리는데 피부가 닿은 면에서 끈적한 느낌이 났다. 밑을 보니 가운데 젖은 물 자국이 또렷했다. 어제 본 효민의 팬티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하아-. 이게 다 이도훈 때문이야.'

애꿎은 도훈을 원망하며 아영이 쪼그려 앉는데 밖에서 기다리던 정음이 말을 걸었다.

"나 밖에 있으니까 안심해도 돼."

"으, 응."

아영을 안심시키려는 듯 정음이 계속 말을 걸었다.

"아영이 넌 이번 캐프 재밌었니?"

"어?"

아영은 도훈의 흔적을 쫓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젯밤 해변에서 효민의 팬티를 발견한일부터, 오늘 저녁 오수정과 뻑적지근한 카섹스를 나누던 순간까지.

아영이 씩 웃으며 답했다.

"응, 재밌더라. 아주. 기대 이상이었어."

"다행이네. 나는 사실 좀 걱정했거든."

"왜?"

"네가 별로 재미를 못 느꼈음 어쩌나 하고. 학과 활동 잘 안하는 편이잖아. 간만에 참여했는데, 실망할까봐서."

"아…."

아영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정음의 착한 마음씨가 고마웠다.

아웃사이더라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데 반해, 우연한 계기로 친해진 정음은 캠프 내내 자신을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같이 집행부 활동도 하니까 과행사에 열심히 참여하자. 그럴거지?"

"……."

아영이 쪼그려 앉은 채로 생각에 잠겼다.

'정음이는 너무 착해 빠졌구나. 설마 저런 애까지 이도훈이 건드린 건 아니겠지?'

아영은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도훈의 바람기에 정음마저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닐까하는. 아영이 슬쩍 정음을 떠보았다.

"근데 도훈오빠는 왜 여자애들로만 집행부로 뽑았을까?"

"응? 그게 왜? 아까 선배가 그랬잖아. 남자애들은 중간에 갑자기 군대에 갈지도 모르고, 또 과 행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물론 그렇지만 혹시나 다른 생각이 있나 해서 말이야."

"다른 생각이라니?"

정음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순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영은 당장이라도 이도훈이 어떤 인간인지 말해주고 싶었으나, 아직은 때가 이른 것 같아 꾹 참았다.

'저런 반응을 보니 정음이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구나. 일단은 나도 모른 척 해야겠다.'

"그냥 그 생각을 했거든. 도훈 오빠가 같이 집행부를 하려고 점찍어 둔 후배가 있는데, 그 사람만 혼자 뽑으면 티 나니까 다 같이 선발했나 하는."

"아…."

밖에서 아영의 말을 듣고 있던 정음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오빠가 그래서….'

정음은 도훈과 비밀스럽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훈이 찍은 사람이 자신일거라고 확신했다. 그 생각을 하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면서 도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솟아났다.

'난 그것도 모르고…. 맞아. 집행부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가까이 지낼 수 있으니까. 도훈 오빠가 나를 배려한 거였어.

"정음이 넌 그게 누군 것 같아?"

갑작스러운 질문에 정음이 화들짝 놀랐다.

"으, 응?"

"도훈 선배가 찍은 여자애 말이야."

"그, 글쎄 난 잘…."

"난 알 것도 같은데?"

"저, 정말? 누군데?"

갑자기 정음의 목소리가 떨려 나옸다. 혹시나 아영이 자신과 도훈의 관계를 알아 챈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물론 아직은 확신할 수 없어. 괜히 헛다리 짚으면 곤란하니까."

"으, 응."

"대신 확실해지면 너한테 꼭 알려줄게."

"응, 고마워."

볼일을 보는 척 앉아있떤 아영이 변기에서 일어서며 손잡이를 당겼다. 쏴아-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물이 흘러내려갔다. 실제로 소변을 보지 않았기에 시늉만 하던 아영은 문득 팬티가 젖어있다는 생각에 휴지를 풀어 밑을 쓱 닦아냈다. 여전히 축축한 그곳을 보자 아영이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정말….'

밖으로 나온 아영이 정음에게 말했다.

"오래 기다렸지? 춥다 들어가자."

"응."

두 사람은 다시 여자방으로 들어갔다. 정음에게 기왕 들키게 된 이상 정음을 재우고 다시 나올 요량이었다.

'어쩔 수 없지. 괜히 밖으로 돌아다니다가 오해를 사면 곤란하니까.'

문제는 옆자리에 누운 정음이 도통 잠들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몰래 자는 척하고 정음을 지켜보는 데 불빛을 어둡게 해놓고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정음아. 안자니?"

"응? 아직 잠이 안 오네."

"그래? 나 돈데…."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깨지 않게 소곤소곤 속삭였다. 아영은 정음이 도저히 잠에 들지 않자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째서 안자지? 원래 새벽잠이 없는 스타일인가?'

정음도 정음대로 쉬이 잠이 들지 않는 아영을 궁금하게 여겼다.

'아영이가 생각보다 늦게 자는 타입인가 보구나. 오빠가 부를 때까지 잠이 안 들면 곤란한데….'

두 사람은 서로를 견제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결국 아영은 고육책으로 눈을 감고 자는 연기를 하다가 정말로 잠에 빠지고 말았다.

***

"서방님이라니…. 괜히 듣기 좋은데?"

나신으로 변한 민주의 모습에 도훈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로마 향초 홀로 미약한 불빛을 뿜는 방안은 정말로 첫날밤의 세트장같은 분위기였다. 더욱이 시골 민박집이라 침대 하나 없이 수납장 하나에 두툼한 이불만 깔려 있어 더욱 신혼 첫날밤의 느낌이 났다. 벗은 가운을 정갈하게 갠 민주가 도훈 앞에 다소곳이 무릎 꿇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큰절을 올리는 것처럼 무릎 꿇은 채 꾸벅 머리를 조아리는 민주를 보자 도훈은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오늘 민주의 컨셉은 완벽한 순종녀 같았다.

"옷 벗겨 드릴게요."

"응. 고마워."

민주가 알몸상태로 엉금엉금 기어 오더니 도훈의 옷을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다. 티를 벗기고, 바지를 벗길 때마다 민주의 커다란 젖가슴이 출렁거렸다.

'민주도 은근히 빨통이 크단 말이지?'

[빠지지 않는 몸매긴 하죠.]

핑크빛 젖꼭지를 지나 시선을 내리니 깔끔하게 제모된 계곡이 보였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그곳을 보자 도훈도 슬슬 반응이 올라왔다.

'읏, 확실히 좀 무리하긴 했구나.'

좆 끝에 피가 몰리자 뿌리 끝에서 부터 은근한 통증이 올라왔다. 아무리 그래도 하루에 5번의 섹스는 부담되었던 것. 특히 훔쳐보는 아영을 의식하느라 수정과의 카섹스에서 상당한 에너지를 쏟고 나서인지 정력이 생각 이상으로 쇠해 있었다.

'이거 오래 버티기 힘들 겠는걸.'

[아아, 큰일이군요. 민주양이 어제부터 벼르고 있었을 텐데요.]

'지금 딱 간당간당해. 까딱하면 민주에게 힘 다 빼고 정음이랑 할 때는 좆도 못 세울 판이야.'

[그럼 어떡하죠?]

'글쎄 방법을….'

도훈이 뭔가 생각난 듯 민주에게 물었다.

"참, 근데 저 초는 어디서 난 거야? 원래부터 있었어?"

"제가 혹시나 싶어 챙겨왔어요. 방에서 퀴퀴한 냄새가 날까 해서."

"아하. 저것만?"

"예?'

도훈의 물음에 바지를 벗기고 있던 민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초만 챙겨왔냐고. 다른 건 없어?"

"아…."

실은 민주가 양초를 챙겨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촛농 플레이를 위한 준비물 이었던 것. 민주의 가학적 취향을 눈치챈 도훈의 안목에 놀라며 민주가 사실직고했다.

"있어요…. 저쪽 가방에."

"한 번 가져와 볼래?"

"네, 서방님."

민주가 따로 챙겨온 가방을 도훈에게 건넸다.

그 속엔 딜도를 비롯한 자위도구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와, 뭐가 이렇게 많아?"

도훈이 도구를 밖으로 하나씩 꺼내며 놀라자 민주가 부끄러워하며 변명했다.

"호, 혹시 몰라서…."

"모르다니?"

"주, 주인님이 어떤 걸 좋아할지 몰라서…."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같은 대답이었다.

도훈이 씩 웃더니 기묘한 물건을 꺼내 들었다. 생긴 건 명백한 딜도인데 앞뒤로 귀두가 달린 쌍좆 딜도였다.

'으잉? 이런건 레즈들이 보빔 플레이할 때 쓰는 건데?'

[민주양이 왜 이런걸 가지고 있을까요?]

도훈이 쌍좆 딜도를 들고 민주에게 물었다.

"너 여자랑 해본적도 있어?"

민주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근데 왜 이런 걸?"

"아… 그, 그게 그런 용도만 있는게 아니에요."

"그럼?"

민주가 민망해하며 쌍좆 딜도를 받아 들더니 U자로 구부렸다. 알고보니 가운데 휘어지도록 만들어진 장난감이었다.

"이, 이렇게 해서… 앞 뒤를 동시에…."

"헐! 일타쌍피!"

민주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떡거렸다.

도훈은 기발한 생각이 났다.

'로시. 정력을 아낄 방법을 찾았어.'

[어떻게요?]

'생각해보니까 민주의 구멍을 채워주는 게 꼭 내 대물일 필요는 없지 않겠어?'

[미션을 완수하시려면 삽입과 사정은 필수입니다.]

'누가 끝까지 안 하겠데? 결국엔 넣어야겠지만, 꼭 시작부터 내 걸 넣을 필요는 없잖아?'

[그럼요?]

도훈이 쌍좆 딜도를 들고 민주에게 말했다.

"우리 이거 한 번 써볼래?"

"아, 아…주, 주인님."

"너도 하고 싶어서 챙겨 온 거 아니야?"

"그, 그냥 도구가방을 챙겨온 건데."

"왜? 별로야? 재밌을 것 같은데."

도훈이 계속 조르자 민주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는 도훈의 말이면 죽는 시늉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조교가 끝난 상태였다.

"그럼 주인님 뜻대로…."

< 1025. 별이 쏟아지는-85- > 끝.

ⓒ 성난불기둥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