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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842화 (810/2,000)

< 824. 기말 시즌-24- >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던 도훈은 희주가 보내준 사진을 보고 마음이 동했다.

‘캬. 진짜, 몸매 하나는 지리는구나. 외국 속옷 모델인 줄 알겠어.’

희주는 얼굴이 빻았을 적에도 몸매 만큼은 알아주는 편이었다. 머리가 작고 팔다리는 가늘고 긴데다, 피하지방이 위아래로 적절히 배분된 모습이 전형적인 서구형 체형이었다.

창백하리만큼 새하얀 피부를 보면 러시아, 그러니까 조상쯤 어딘가에서 슬라브족 계통의 혼혈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될 정도.

그러잖아도 쌍둥이 자매를 공략이 지지부진했던 도훈은, 희주가 보내 준 사진에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최근 들어 물오른 미모가 괜스레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도훈 : 어쭈. 좀 꼴린다, 너?

-양희주 : 하루 이틀인가요? 저보고 꼴리신 게?

은근히 도발적인 말투에 도훈이 풉- 하고 웃었다.

"앙큼한 구석이 있단 말이지?"

희주는 늘 그랬다.

얼굴이 빻았다고 놀릴 때도 의연하게 받아치는 여유가 있었다. 천성이 낙천적인 것인지 크게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었고, 남자에게 순종적인 듯하다가도 가끔 도발을 걸며 선을 넘나들었다.

한마디로 한번쯤 건드리고 싶어지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남자에게 인기가 많은지도 모르지만.

-이도훈 : 근데 너 어디야? 화장실처럼 보이는데.

도훈이 셀카 배경으로 나온 벽면 타일을 보고 추정했다.

-양희주 : 맞아요, 화장실. 친구들이랑 술먹다가 잠깐 화장실 들렀어요.

-이도훈 : 술? 이 시간에?

-양희주 : 이 시간이 왜요. 아직 10시도 안됐구만. 이제 시작이죠.

-이도훈 : 너 내일 오전 수업 없어? 공강인가?

-양희주 : 아뇨?

-이도훈 : 근데도 술을 마셔?

-양희주 : 쨀건데요?

"푸하하."

당당한 대답.

마치 공부를 왜 해야 하죠?

학점 관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요? 라는 태도였다.

‘희주가 공부를 좀 대충하긴 하지.’

체육과애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희주는 유독 공부를 멀리했다. 마치 미필 남자애들처럼 군대가기 전까지 1학년은 실컷 즐기자는 마인드처럼 보였다.

-이도훈 : 야. 너 그러다 후회한다. 나도 군대 가기 전에 학점 개판 친 거 아직도 후회하고 있어.

-양희주 : 오빠 공부 잘하지 않아요? 애들이 다 그러던데. 오빠가 2학년 탑이라고.

-이도훈 : 아직 기말도 안 쳤는데 무슨 벌써.

-양희주 : 아니에요. 누가 조교실에서 중간 성적 결과 우연히 봤는데 오빠가 제일 높다 그랬어요.

-이도훈 : 그러니까, 내말은 기말까지 쳐봐야지 한학기 성적이 나온다는 말이지. 아직은 몰라.

-양희주 : ㅎㅎ암튼 오빤 대단해요. 할 건 다 하고 다니시면서 공부도 잘하니까.

-이도훈 : 그니까 너도 좀 해. 술먹고 놀지만 말고.

-양희주 : 넘 그러지 마요. 간만에 친구들이랑 온 거란 말이에요.

-이도훈 : 친구? 과 동기들 아니고?

-양희주 : 우리과 여자애들하곤 같이 안 놀아요. 클럽 가는 멤버거든요.

-이도훈 : 클럽?

깨톡을 주고받던 도훈이 어이가 없다는 듯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무려 월요일이다.

직장인들은 월요병이다 뭐다 퇴근하자마자 녹초가 되는 주의 시작에 클럽을 가는 사람이 있다니. 도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타이밍이었다.

-이도훈 : 그럼 지금 클럽이야?

-양희주 : 아뇨. 술집이요. 1차로 좀만 마시다 가려고요.

-이도훈 : 대단하다 진짜. 월요일날 클럽 가는 애들은 처음 봐. 불금도 아니고.

-양희주 : 오빠가 뭘 모르시네. 원래 평일 클럽이 진국이라고요.

-이도훈 : 그게 무슨 소리야?

-양희주 : 솔직히 말하면 여기 온 친구 둘 다 남친 있는 애들이거든요.

-이도훈 : 헐, 가만 너도 있지 않아?

-양희주 : 쉿-.

-이도훈 : 하, 어린 것들이 까져가지고.

-양희주 : 다들 가볍게 맥주 한 잔 한다고 거짓말치고 나왔어요. 설마 다음날 수업 있는데 월요일부터 클럽갈 거라곤 상상도 못할 테니까.

-이도훈 : 와, 너희들 정말 못됐구나.

-양희주 : 저희가 뭐요?

-이도훈 : 그러니까 클럽 가는 거 안 들키려고 월요일 날 모인다는 거 아니야? 심지어 다 애인도 있는 애들이.

-양희주 : ㅎㅎㅎ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빠는 그런 말 하면 안 돼죠.

-이도훈 : 내가 뭘?

-양희주 : 저 남친 있는 줄 알면서도 노래방 불러서 잦이 빨게 시키셨잖아요. 안 그래요?

도훈은 갑자기 지난 이야기를 꺼내자 민망해졌다.

동시에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며 귀두가 슬금슬금 몸집을 부풀렸다.

‘아씨, 그 얘긴 왜 하고 그런담. 잠이나 자려고 했더만 꼴리게 만드네.’

-이도훈 : 알았어, 미안. 아무말 안 할게.

-양희주 : 뭘 미안해요? 오빠랑 저 사이에.

-이도훈 : 우리가 무슨 사인데?

-양희주 : 원할 때 부르면 주는 사이?

-이도훈 : 됐거든? 너 그럼 이제 클럽 갈 거야?

-양희주 : 네. 가야죠. 애들 슬슬 몸이 다는 거 같아요.

-이도훈 : 설마 원나잇?

-양희주 : 못 할 것도 없죠. 반반한 애들만 있으면. 오빠 그거 아세요?

-이도훈 : 뭐?

-양희주 : 원래 클럽은 불금, 불토가 미어 터지잖아요. 인기 많은곳은 발디딜 틈도 없을만큼.

-이도훈 : 그렇지. 다음날 쉬어서 부담없으니까.

-양희주 : 오히려 그런 날 클럽오는 애들은 뜨대기들이 많아요. 그냥 술김에, 재미 삼아서 한 번 가보는 애들.

-이도훈 : 근데?

-양희주 : 사실 오늘 같은 날 오는 애들은 진짜에요.

-이도훈 : 진짜가 무슨 소리야?

-양희주 : 진짜로 남자나 여자 구하려고 가는 거라고요. 끼리끼리 모인달까?

-이도훈 : 얼씨구. 외박이라도 할 기세네?

-양희주 : 왜요. ㅎㅎ. 저 다른 남자한테 안기는 거 싫으세요?

-이도훈 : 니가 누굴 만나던 난 상관없는데?

도훈은 조금 약이 올랐지만, 일부러 튕겼다.

-양희주 : 정말로요?

-이도훈 : 막말로 니가 내 애인도 아니잖아. 내가 널 구속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양희주 : 난 오빠가 구속해줬으면 좋겠는뎅.

-이도훈 : 곧 클럽 갈거라면서 그게 할 소리냐?

-양희주 : 오빠가 가지 말라면 안 갈게요.

-이도훈 : 뭐?

-양희주 : 남친보단 오빠 말이 먼저죠.

"하-. 진짜 어이가 없어서."

희주와 톡을 주고받던 도훈은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 그녀가 남자친구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걸핏하면 갈아치운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의 말을 따른다고 하니 뭔가 아이러니했다.

‘대관절 누가 남친인지 모르겠네.’

[그만큼 희주양이 주인님을 깊이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그거야 자유지만.’

-양희주 : 저 가지 말까요? 클럽?

희주가 채근하듯 물었다.

붙잡아 달라고 떼를 쓰는 모양새였다.

-이도훈 : 친구들이랑 갔다며?

-양희주 : 애들이 저하나 빠졌다고 안 갈 애들 아니에요. 중간에 눈맞어서 먼저가도 다들 이해해주는 친구들이라.

-이도훈 : 한두번이 아니구만? 뭐라고 하려고 친구들한텐?

-양희주: 갑자기 남친이 찾는다고 빠지면 돼죠.

-이도훈 : 그리고 집에 가게?

-양희주 : 네.

"으잉?"

뭔가 기대했던 답변이 아니었기에 도훈도 살짝 머쓱했다.

-이도훈 : 그래. 내일 수업도 있는데 난 네가 일찍일찍 귀가했으면 좋겠다. 부모님 걱정하시니까.

-양희주 : 그게 아니고 오빠집 간다는 소린데요?

-이도훈 : 갑자기 뭔 소리야? 우리집엔 왜와?

-양희주 : 오빠가 클럽 못 가게했으니 오늘밤 저 책임져야죠.

"와, 진짜 말하는 것 좀 봐."

-이도훈 : 야. 난 집에 여자 안 불러.

-양희주 : 피. 거짓말. 오빠가요? 제가 오빠를 모를까봐서?

-이도훈 : 암튼, 집에선 안 해.

-양희주 : 집 아니라도 좋아요. 전 지금 오빠 보고 싶어요.

-이도훈 : 난 싫은데.

-양희주 : 그럼 딴 놈 줄거에요.

-이도훈 : 주든가 말던가.

-양희주 : 섭섭하다, 진짜. 나 요새 인기 되게 많은데.

-이도훈 : 이뻐졌으니 그렇겠지.

-양희주 : 아마 가자마자 남자한테 손잡혀 나갈걸요?

-이도훈 : 그러거나 말거나.

-양희주 : 바로 모텔 끌려가버릴지도 몰라요.

"아니 이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도훈은 슬금슬금 약을 올리는 희주의 태도에 점점 흥분했다. 그러잖아도 보낸 사진 덕에 발동이 걸린 마당에, 자꾸 따먹어 달라고 도발하는 통에 자극이 심해진 것이었다. 집에 도착해 추리닝으로 환복한 그의 바지 앞섶이 크게 부풀었다.

-이도훈 : 나 잘거니까 자극하지 마라.

-양희주 : 왜요? 나 딴 놈한테 먹힌다고 하니까 속상해요?

-이도훈 : 자꾸 그럴래 너?

-양희주 : 앙. 저 오늘 사실 하고 싶었단 말이에요. 오죽하면 월요일날 클럽까지 왔을까.

-이도훈 : 남친은 놔두고 뭐하는데?

-양희주 : 말도 마요. 존나 못해서 하기도 싫어.

-이도훈 : 제법 크다며. 그때 노래방에서 그랬던거 같은데?

-양희주 : 크면 단가? 남자들은 꼭 거기 크면 섹스 잘하는 줄 알더라?

-이도훈 : 나도 큰데···.

-양희주 : 아니 오빠 말하는 게 아니고요! 오빤, 잘하는데 크기까지 한 거죠.

-이도훈 : 그 말은 듣기 좋네.

-양희주 : 암튼 어쩔거예요. 저 클럽 가요, 마요?

"아씨, 진짜 요 맹랑한게 사람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도훈은 이미 옷을 갈아입고 잘 준비를 한 상태였다. 그러나 희주가 끊임없이 자극하며 도발해오자 몸이 달아 버렸다. 더욱이 마법의 정액 효과가 눈에 띄게 달라진 외모를 보자 괜스레 더 마음이 동했다.

‘내가 예뻐지게 만들어 준줄도 모르고 말이야. 배은 망덕하긴.’

[희주 양이 그걸 알 리가 없겠죠.]

‘빻녀를 흔녀 만들어 줬더니 이제 기고 만장하네. 혼구녕을 내줘야 하나?’

[그러다 흔녀가 훈녀되는 거 아닙니까?]

‘흠···.’

도훈이 고민하는 사이 희주가 또 다시 사진을 보냈다. 이번엔 아예 브래지어까지 풀고 젖꼭지가 노출된 사진이었다.

"헉! 이 노출증. 또 시작이네."

-양희주 : 어때요, 저? 가슴 더 커진 것 같진 않아요?

-이도훈 :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양희주 : 오빠가 젤 잘 알잖아요. 생리 가까워져서 그런지 좀 업 됐어요.

-이도훈 : 너 아주 화장실에서 살 거야?

-양희주 : 안 그래도 친구들이 찾고 난리에요. 남친이랑 통화하고 있다고 뻥쳤어요.

-이도훈 : 내가 남친이니?

-양희주 : 뭐, 반은 맞는 말이죠.

-이도훈 : 난 너같은 여친 둔 적 없는데?

-양희주 : 전 지금 남친이랑 오빠랑 동시에 저 찾으면 무조건 오빠한테 갈 거에요.

-이도훈 : 아이고, 진짜.

-양희주 : 오빠, 나 오빠 보고 싶어요.

"어으! 진짜!"

도훈은 마지막 희주의 톡에 끝내 설득당하고 말았다.

그는 씩씩거리며 옷을 갈아입었다.

-이도훈 : 술집 어디야? 집에 데려다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양희주 : 진짜요? 나 가지마요?

-이도훈 : 그래. 클럽 가지말라고.

-양희주 : 오키용! 주소 찍을게요.

도훈이 차 키를 챙겨 집밖으로 나가는데 로시가 물었다.

[근데 주인님 술 드시지 않았습니까?]

‘얼마 안 마시긴 했는데 술 깨는 아이템이라도 하나 줘봐.’

[허 참. 근데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으실지 모르겠군요. 미션도 업적도 끝난 상대를 말입니다.]

‘나도 어지간하면 말려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희주가 너무 까불어서 말이야.’

[도발에 넘어가셨군요.]

‘그런 것도 있고, 사실 얼굴이 예뻐지니까 봐줄 만해진것도 있고.’

[캬, 역시 남자들은 예쁘면 장땡이군요.]

‘약간의 책임감 같은 것도 있어.’

[책임감이라뇨?]

‘희주 지금처럼 바꾼 사람이 바로 나잖아.’

[그렇죠. 마법의 정액을 발라서 예쁘게 만드셨죠.]

‘그 뭐랄까, 성형외과 의사들이 느끼는 감정이 이런 건가 싶어. 자신이 다듬어준 여자가 예뻐지고 인기가 많아지니까 왠지 뿌듯하고 대견하고 그래.’

[그래서 희주양을 케어해 주시려고요?]

‘응. 기왕이면 흔녀보단, 훈녀로 만들어야지. 아니 훈녀보단 미녀로.’

[정말이지 대단한 봉사정신이시네요.]

‘그렇게 비꼬지 말고.’

도훈은 차에 올라 희주가 있는 술집으로 향했다.

***

"야야, 플 빠졌다. 바로 갱각."

"아니아니, 거기서 부쉬로 들어가야지."

"야이 미친!""물렸어! 한타 열어 그냥!"

"아아, 원딜 좀 보호하라고!"

"궁! 궁!"

"적 딜러 물어!"

"잡았다!"

"오케이! 쿼드라 킬!"

"역시 태영이다!"

"캐리 머쉰!"

"와, 진짜 방금 소름 돋았잖아."

"태영이 미친 거 아니냐? 도랏맨?"

역설계 당한 적의 작전을 순발력과 기지로 풀어낸 태영을 향해 찬사가 쏟아졌다. 그의 헤드셋에선 과동기들이 귀가 따가울 만큼 칭찬을 해대고 있었다.

그러나 방금 전 멋진 한 타로 팀을 승리로 이끈 태영은 그다지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그는 친구들과 보이스 톡을 하던 헤드셋을 벗고 의자를 뒤로 젖혔다.

끼이익-

나름 게이밍 체어라고 의자가 낭창하게 뒤로 접혔다. 태영은 눈을 혹사 시켰는지 손가락으로 두 눈을 비볐다. 손가락을 떼자 그의 눈가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마우스 옆에 던져둔 핸드폰을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답장이 올까 봐 진동으로 바꿔둔 폰은 게임 내내 울리지 않았다.

"···씨발. 게임만 잘하면 뭐해. 정란이한테 답장도 안오는데."

태영은 친구들에게 일찍 잘거라면서 강제 종료를 시켰다.

도저히 오늘은 게임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게임을 이겨도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읽씹 당한 정란과의 톡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숨을 푹 내쉬더니 바탕화면에 ‘가마우지’ 폴더를 열었다.

그곳엔 자신을 무시하지도 않고, 멸시하지도 않으며, 한결같이 그를 흥분시켜줄 여인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었다.

"에라씨, 딸이나 치고 자야지."

과연 그다운 결론이었다.

< 824. 기말 시즌-24-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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