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3.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43- >
***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화끈하게 룰을 바꿔볼까?"
빤스를 벗어던진 윤솔의 선언.
처음 봤을 때의 도도하고 콧대 높은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제 나이 또래갑게 변한 그녀가 왠지 낯설었다.
‘왜 저래? 원래 빤스 벗으면 흥분하는 타입인가?’
[그것보단 취기가 많이 올라서 그런게 아닐까요?]
‘마시면 얼마나 마셨다고? 게임 걸려도 벌주 하나 안 마시고 계속 벗기만 했는데? 나는 죄다 마셨고.’
[주량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원래 주인님도 아이템 없인 굉장히 술이 약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참, 그러고 보니까 이거 아이템 상관없는 건가?’
[뭐가요?]
‘술에 안 취하게 하는 아이템 말이야. 왠지 이것 때문에 술 먹기 게임이 너무 쉬운 것 같아서. 미션 조건이 위배되는 건 아니지?’
[아직까진 문제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진이라니?’
[본 미션은 공략대상의 호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아이템과 스킬을 배제하는 패널티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님이 술을 잘마시는 특징이 특정인의 호감도 증가에 영향이 없다면 상관 없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오호라. 그러니까 지금 이 여자들 모두 술 잘 마시는 남자에겐 별다른 반응이 없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하긴, 솔직히 술 잘 마시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도 이상하긴 하네. 내가 대신 흑기사를 해준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 것만 경계하시면 됩니다. 본 아이템의 혜택으로 공략 대상의 호감도가 올라가면 조건에 위배되니까요. 기껏 여기까지 끌고와서 물거품이 되면 안됩니다.]
‘오케이, 이해했어.’
"룰을 바꾸다뇨?"
"벌칙이 너무 시시하잖아."
"이게 시시하다고요?"
여름이 따졌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모텔방에 둘러앉은 네 남녀는 점점 나체로 변해가고 있었다. 다들 겉옷만 걸치고 있을 뿐이지, 조금만 더 진행되면 헐벗고 술을 마실 판이었다.
"어차피 맘먹고 즐기러 온 거 좀 더 화끈하게 가자는 거지."
"예를 들면?"
이번엔 장미가 물었다. 그녀 역시 볼이 새빨개진 윤솔이 살짝 취했다고 느꼈다.
"술을 마시면 안주가 있어야지 않겠어?"
"안주라니? 여기 있잖아."
장미가 바닥에 깔린 편의점 안주를 가리켰다.
안주 빨을 세우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개봉한 안주는 줄지도 않고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에이, 이런 건 시시하지."
"그럼? 뭐 다른 거 사올 까?"
"정우 보내면 되겠네. 전 여친보고 오라고."
여름이 그 틈을 못 참고 나를 놀렸다.
내가 째려보자 한쪽 눈을 흰자가 보이게 내리고, 입술을 빼죽 내미는 게 몹시 얄미웠다. 하지만 화를 낼수가 없었다. 아니 화가 나지도 않았다.
‘씨. 얼굴 예쁘니까 뭔 짓을 해도 귀엽네.’
[주인님은 미인에게 약한 게 약점입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그래.’
[정도가 더 심하긴 하죠.]
"아니 먹는 거 말고, 사람 안주는 어때?"
"사람 안주?"
"왜, 빠에 가서 데낄라 먹으면 소금 찍어 먹잖아."
"그치."
"그러니까 벌칙 걸린 사람이 다른 사람 한 명을 지정해서 어디든 핥아 먹는 거야. 사람도 제법 짭짤하거든."
"헐!"
"재밌겠는데?"
[와. 수위 장난 아닌데요?]
‘윤솔이 저럴 줄은 몰랐네. 취하니까 본성 나오는 건가?’
[저래서 술을 안 마시려고 했을까요?]
‘어쩌면 빤스가 봉인이었을지도.’
[설마요.]
‘내가 그랬지. 여자는 빤스 벗겨봐야 안다고. 취하니까 내숭 같은 건 눈씻고 찾아 볼수가 없네.’
[어쨌든 주인님은 좋은 거 아닌가요? 이 방에서 남자는 단 한명뿐이니까요.]
‘당연히 나이쓰지. 좋은 토스였다, 윤솔.’
모두의 시선이 은연중에 내쪽으로 쏠렸다.
지금쯤 속으로 다들 계산기를 때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벌칙에 걸리면 옷을 벗거나 술을 마신후 어쨌든 한 명을 공식적으로 핥을 수 있다.
"진짜로 어디든요?"
"응, 어디든."
"난 찬성."
"하는 것도 아니고, 뭐 어때?"
확실히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자들이라 그런지 화끈함의 정도가 달랐다. 만약 요즘처럼 성인지 감수성 어쩌고 떠드는 시대에 대학교에서 이딴 게임을 했다간 성희롱으로 경찰에 신고당하는 것도 모자라 학교마저 짤릴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벗고 노는게 일상
인 직업인이다.
"그럼 다들 찬성하는 거다?"
"오케이, 콜."
"근데 게임 좀 바꾸자. 너랑 정우랑 몇 번째 주고 받는 거야? 보는 우리는 노잼이라고."
"그래. 그럼 종목은 장미 언니가 선택."
"그러면 간단하게 순발력 게임."
"순발력 게임?"
"왜 그거 있잖아. 출석부."
"아, 출첵 게임? 나 그거 좋아해."
"그럼 시작한다!"
‘오잉? 이건 또 뭐야? 난 전혀 모르는 게임인데?’
[나머지 세 사람 모두 아는 게임 같은데요?]
‘와, 이거 나 먹일라고 작정한 거네.’
장미가 갑자기 이상한 손동작으로 얼굴을 내밀더니 구령을 외치기 시작했다.
"출석부, 출석부!"
그러나 나머지 두 여자도 똑같이 해괴한 동작을 따라했다.
이상한 리듬과 함께 손바닥을 펼쳐 앞뒤로 까뒤집으며 얼굴을 내밀다 빼는 동작이 무슨 광신도를 보는 기분이었다.
"정우, 뭐해? 인트로 넣어야지."
"저 근데 이 게임 하나도 모르는데요?"
"그럼 마시면서 배워야지. 다시 한다. 출석부! 출석부!"
모두가 똑같은 액션을 취하자 나도 모르게 분위기에 동조되어 동작을 따라했다.
"출석부~ 출석부! 정우야."
"네?"
"네!"
이름을 부르자 나도 모르게 대답하자 갑자기 여자들이 까르르 웃었다.
"걸렸다."
"네? 왜요? 불러서 대답한 건데."
"너가 아니고 옆사람이 하는 거야."
"네?"
"일단 걸렸으니까 마셔."
난데없이 벌주가 들이밀어졌다.
연습게임도 없이 바로 본게임에 들어가 벌주를 받는 게 어이가 없었지만 모두 작당한 듯한 모양새라 따질 수가 없었다.
나는 보란 듯이 소주 글라스를 한 입에 털어 넣었다.
"크으."
"이야, 술 잘마시네."
"그럼 안주는 뭘로?"
"안주요?"
세 여자가 기대감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중 윤솔은 일부러 치마 입은 다리를 벌리며 아슬아슬 허벅지 안을 비추기까지 했다.
‘아, 이제 알았다. 윤솔이 그래서 벌칙을 추가 했구나.’
[뭘요?]
‘내가 술이 너무 세서 전혀 안 취하니까 진도 빼려고 그런 거라고.’
[정말요?]
‘그치. 이대로 가면 나는 계속 옷을 안 벗고 술만 줄창 마실거 아니야. 그러니 일부러 자극제를 주는 거지. 그리고 내가 벌칙에 걸리면 자길 선택할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아하. 근데 왜 그렇게까지 복잡한 방법을?]
‘자존심이 때문이지.’
[자존심이요?]
‘생각해봐. 저 성격에 남들 다 보는데 나한테 들이대겠어?’
[그건 좀 상상하기 힘들군요.]
‘하지만 벌칙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벌칙은 어쩔 수 없이 수행하는 거니까.’
[오호, 그게 그렇게 되는군요.]
‘한마디로 은연중에 내가 자길 자극시켜 주길 바라는 거야. 그리고 만약 자기가 걸려도 나를 찍으면 되니까. 어차피 여기 남자는 하나 뿐이거든.’
[이야, 머리 좋은데요?]
‘하지만 상대의 의도를 읽으면 역이용하면 그만이지.’
[네?]
"그럼 안주는 나랑 같이 편의점 다녀온 여름이로."
"여름이로?"
"나?"
"여름이 당첨이네."
세 여자의 반응이 엇갈렸다.
여름은 자길 찍은 것이 자랑스러운 듯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반면 윤솔은 자기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물론 너무 짧아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놓칠 만큼 찰나였다.
장미의 반응은 다소 미묘했다.
애초에 내가 자길 고르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어차피 나중에 약조를 받았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건지 알 듯 모를 듯 한 희미한 웃음만 짓고 있었다.
여름이 가운을 여미고 일어섰다.
"흥, 꼴에 예쁜 건 알아가지고. 자, 안주 대령이요."
여름도 제법 취했다.
아무리 술이 세다고 해도 소주를 단숨에 털어 넣고 나면 취기가 빨리 오르기 십상이다. 나역시도 템빨이 아니었다면 진즉 쓰러졌을 것이다.
나는 여름의 가운을 잡으며 물었다.
"근데 어디든 핥아도 되는 건가요?"
"물론이지."
"룰은 룰이니까."
"변태 같으니, 대체 어딜 핥으려고."
"안주는 가만히 계시고."
나는 몸을 일으켜 여름 앞에 섰다. 다들 앉아 있다가 나와 여름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쳐들었다.
나는 가운 앞섶을 잡아 천천히 벌렸다.
"역시 술 안주는."
"오오, 정우 화끈한데."
"재밌다, 계속해."
"슴빨이죠."
가운을 확 벌린 뒤 당황하는 여름의 가슴을 단숨에 물었다.
"흡!"
쪽쪽!
‘이햐, 살냄새 좋고. 젖꼭지 엄청 예쁜데?’
[그러게요. 가슴 모양도 훌륭하고요.]
‘그리고 체구가 작은 편이라 몰랐는데 가슴도 생각보다 커. C컵 넘는 거 같아.’
[저 얼굴에 C컵은 반칙이군요.]
쪽쪽 소리나게 한참을 빨다 보니 여름이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리면서 "하-." 하는 신음을 내뱉었다. 그 모습을 본 장미가 신이 나서 떠들었다.
"엇, 여름이 느낀다."
"아, 아니야!"
"정우야 꼭지 섰지? 그치?"
나는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그려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그, 그만!"
여름이 민망했던지 갑자기 내머릴 확 밀쳐냈다.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짭짤하니 좋았는데."
"뭐래? 샤워 한지 얼마 안됐거든?"
"그럼 원래 몸이 좀 짠가 보지."
"웃겨 진짜. 나 걸리면 너 두고 봐."
여름이 무서운(?) 벌칙 예고를 했다.
어찌 됐건 지금의 상황은 무조건 내가 이기는 게임이었다.
다시 게임이 시작됐다.
한 번의 벌주로 룰을 깨달았다.
출석부 게임은 쉽게 말하면 "야인마너."의 변형게임이다.
즉, 실제로 부르는 이름과는 상관없이 오른쪽 사람이 무조건 대답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게 자기 이름이 들리면 움찔 할 수밖에 없다. 그것만 경계하면 된다. 아주 심플한 룰이다.
"출석부~ 출석부~ 출석부~ 출석부~ 장미야!"
"네!"
"네?"
이번에도 시작부터 걸렸다.
"어? 솔이 걸렸다."
"아, 맞다. 오른쪽이 대답하는 거지?"
윤솔이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누가 봐도 고의임이 분명했다.
그녀는 게임의 룰을 누구보다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
더구나 내가 호명한 장미는 윤솔과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아이참, 또 벌칙이네."
윤솔이 너무 티가 나게 연기했다.
"벌주 마실 거야?"
장미의 물음에 윤솔이 고개를 저었다.
"언니 저 그거 마시면 기절하는 거 아시잖아요."
"그럼 또 벌칙해야 겠네."
"아이참, 뭘 벗는 담."
아무리 봐도 걸리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술이 들어가고 분위기가 달아오르니 윤솔도 이제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너 팬티 벗었잖아. 치마는 안되겠네."
"그렇네. 그럼 블라우스로."
윤솔이 마침내 상의를 벗었다.
윗단추를 하나씩 풀 때마다 압박을 못 이긴 밑 단추가 터질 것처럼 벌어졌다.
‘오우, 쉣. 가슴 실화냐?’
문자 그대로 미사일 가슴.
넉넉잡아 E컵은 되어 보이는 거유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워낙에 볼륨이 커 브래지어가 채 가리지 못한 드러난 부분이 더 많았다. 게다가 피부는 어찌나 하얀지 정말로 백옥처럼 눈부셨다.
"차라리 잘됐어. 안 그래도 더웠는데 말이야."
블라우스를 벗고 나니 윤솔이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슴부먼트가 이어졌다. 진정한 씬스틸러였다.
"됐지? 벌칙은 끝. 그럼 안주 먹어 볼까나?"
"잠깐."
여름이 중간에 말을 끊었다.
"왜?"
"술도 안 마셔놓고 안주는 왜 찾아?"
"벌칙 수행했잖아. 벌주나 벌칙이나 똑같은 거지."
"뭔가 이상한데."
듣고보니 틀린말은 아니었다.
윤솔과 여름 두 사람이 연장자인 장미에게 향했다.
판결을 내려달라는 중재요청이었다.
장미가 슬쩍 내 눈치를 보았다.
나는 말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눈치가 빠른 장미가 솔로몬의 판결을 내렸다.
"벌주를 못 마시는 대신 벌칙이잖아. 그러니까 결국 둘은 같은 거라고 봐야지. 둘 중 하나만 해도 안주 인정."
"역시."
"와, 그럼 나도 담부턴 벌칙 할래."
윤솔은 고민하는 것처럼 우리 세 사람을 쓱 훑었다.
하지만 저것은 요식행위일 뿐이다. 그녀의 시선이 나의 벗은 몸에 딱 멈춰졌다.
"어쩔 수 없네. 같은 여자끼린 좀 징그러니까. 정우 일루와."
취한 윤솔이 침대 위를 팡팡 내리쳤다.
"침대로요?"
"그래. 여기 걸터 앉아."
나는 시키는 데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윤솔이 몸을 돌려 앉더니 다리 사이에 자릴 잡았다.
"어디가 젤 짭짤하려나."
완전히 답정너였다.
나는 모범생 답게 정답을 알려주었다.
"아무래도 여기죠."
손가락으로 부푼 지퍼 위를 가리키자 지켜보던 여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와! 진짜? 레알? 거길?"
"정우 오늘 계 탔구나."
윤솔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입맛이 써서 말이야. 젤 짠 곳으로 먹고 싶네."
"거짓말. 언니 술도 안마셨잖아!"
여름이 극성스럽게 따졌다. 그녀는 자기가 먼저 침을 묻히지 못 한게 몹시 속상한 모양이다.
"사람마다 주량이 다르잖아. 난 아까 맥주 마신 것도 한계수준이야."
실제로 윤솔의 얼굴을 소주를 만땅으로 마신 사람 만큼 빨개져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브라 위로 드러난 윗가슴에도 붉은기가 보였다.
‘얘도 진짜 술 약하네.’
[아이템을 쓰지 않은 주인님에 필적하겠는데요?]
‘어쨌든 나야 땡큐지. 이 기회에 대물 어필도 할겸.’
윤솔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니가 내릴래, 내가 벗길까?"
< 793.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4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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