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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800화 (768/2,000)

< 782.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32- >

"네?"

"여긴 왜 왔냐고요."

도훈은 윤솔의 질문을 이해할 수 없었다. 회사에 나간 직장인에게 출근을 왜 했냐고 묻는 격이었다.

"그야 돈 벌러 왔죠."

"아, 돈 벌러 오셨구나."

너무 솔직한 대답이었을까? 윤솔이 반응이 시큰둥하다 못해 씨니컬했다. 초면에 이런 노골적인 멸시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도훈이 살짝 긴장했다.

‘뭐지?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건가?’

[아무래도 그래 보이는데요.]

‘얼굴 좀 반반하게 생겼다고 싸가지 더럽게 없네. 예쁘고 가슴 크면 다야?’

[주인님도 잘생기고 좆크면 다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인마, 나는 섹스킬 오지자너.’

[상대도 프로입니다. 무려 텐프로라고요.]

‘하여간 재수 없는 건 변함없어. 그나저나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업소녀 갑질이구나. 적당히 웃어넘겨야지.’

도훈이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자기 파트너랑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초면이다 보니 적당히 탐색전을 하는 분위기랄까? 하지만 눈앞의 상대는 초장부터 계속 시비를 걸어왔다.

"멀쩡한 몸 두고 할 일이 그것밖에 없어요?"

"네?"

"사지 멀쩡하면 어디 가서 막노동이라도 뛰는 게 맞지 않나?"

‘아니 무슨 이런 년이 다 있어?’

무려 업소 텐프로와 호빠 선수의 만남이었다.

어차피 처지가 뻔한 동종업계 종사자끼리 굳이 안해도 되는 말을 윤솔은 퍼부었다.

도훈이 할 말을 잃고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자, 윤솔이 재차 공격했다.

"됐어요. 기분도 꿀꿀한데 술이나 한 잔 말아봐요."

팔짱을 낀 윤솔이 턱짓으로 양주잔을 가리켰다.

도훈은 그녀의 시건방진 태도에 모멸감을 느꼈다.

‘아오, 진짜 싸가지 밥 말아 먹은 년이 확 그냥.’

평소 성질 같아선 그 자리에서 뒤집어 엎고도 남을 모욕이었지만, 도훈이 애써 화를 가라앉혔다. 오늘 밤 내로 미션을 완수하겠다고 큰소리 뻥뻥친 게 방금전인데, 성질대로 했다간 시작부터 끝날 판이었다.

‘하필 로즈가 손님으로 오는 바람에 여유가 없어졌어. 나머지 둘을 모두 공략한 후 나중에 최마담까지 공략해야 겨우 3명을 채울 판이야.’

눈앞의 상대가 아무리 띠껍게 굴든 말든, 엄연한 공략 대상이었다. 도훈은 최대한 저자세로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럼 술한잔 말아 보겠습니다."

"말지말고, 스트레이트로."

언더락 잔을 준비하려던 도훈은 큰 잔을 치우고 조그만 잔에 스트레이트로 양주를 따랐다. 다른 파트너들도 다들 술잔을 주고 받고 있었다.

‘일단은 각개 플레인가 보구나.’

다들 한가닥하는 선수들이다보니 따로 신경 쓸 부분은 없었다. 그 부분이 나이트 때와는 다른 점이었다.

‘좋아. 어쨌든 나는 눈앞의 상대만 마크하면 된다는 말이네.’

"한 잔 올리겠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정우라고 합니다."

도훈이 공손하게 술을 따라 받치는 데도 윤솔은 미동도 없었다. 그녀는 술잔을 내미는 도훈의 손이 무안하게 한참을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마시려고 했는데 오빠 얼굴 보니까 술 맛 확 떨어진다. 그냥 오빠가 마셔요."

"네?"

‘와씨, 이게 진짜.’

이쯤 되자 상대의 의도는 명백해 졌다.

파트너로 잡힌 도훈이 마음에 안 드니 시비를 걸어 쫓아내려는 것이다.

‘와, 내가 와꾸 좀 빻았다고 이런 수모를.’

[주인님. 진정하십시오. 고난이 따를 것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입니다.]

‘어쩐지 이번엔 쉽게 간다 싶더니만.’

도훈은 자존심이 무척 강한 사내였지만, 미션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자존심을 죽일 수 있었다.

‘그래. 일단 진상짓 받아 준다. 넌 나중에 꼭 울고불고 매달리게 해주마.’

도훈은 동요한 기색 없이 스트레이트 잔을 원샷으로 넘겼다. 입장 전 숙취해소 아이템을 이미 복용한 상태였기 때문에 도수 높은 양주가 물처럼 느껴졌다.

도훈의 원샷을 본 윤솔이 씨니컬하게 말했다.

"공짜 술이라 꿀떡꿀떡 넘어가죠? 이거 우리가 내는 건데 술은 오빠가 마시고 있네?"

계속된 시비에도 마음을 다잡은 도훈이 굳건히 버텼다.

"좋은 술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성함이."

"내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요."

"그래도 부를 호칭이 있어야."

"솔이에요."

윤솔이 이름을 말하며 담배를 꺼내 들었다.

"불 좀 붙여봐요, 오빠."

"넵."

도훈이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재떨이를 빠르게 대령했다.

갑질을 하는 상대하면 을질을 해서 맞춰주면 그만이었다. 버지니아 슬림을 피우는 윤솔이 담배연기를 고의적으로 도훈의 면전에 내뱉었다.

"후-. 담배 피우니까 좀 낫네."

"하하. 오늘 스트레스 받는 일 있으셨나 봐요."

윤솔이 갑자기 정색했다.

"아니요? 나 여기 오기 전까지 기분 좋았는데? 오빠 보는 순간 기분 나빠진 건데?"

"혹시 제가 실수한 게 있을까요?"

"네. 오빤 그냥 생긴 게 실수 같아요."

가시 돋힌 윤솔의 말이 도훈의 자존심을 팍팍 긁었다.

상스러운 말을 쓴거나, 차라리 면전에 욕을 해도 이보단 기분이 덜 나쁠 것 같았다.

조곤조곤 말하면서 모멸적인 표정을 짓는 윤솔의 말투는 얄밉기 짝이 없었다.

‘아오, 저 썅년이 진짜.’

[지금까지 잘 참으셨습니다. 대단한 인내심입니다.]

‘내가 진짜 공략만 성사되면 미친개처럼 따먹어 준다. 넌.’

"뭐예요, 그 표정? 띠꺼워요?"

"하하, 아니요. 그런 얘기 자주 듣습니다."

도훈이 웃어넘겼지만 윤솔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러면 이 일은 하지 말았어야죠. 적성에 안 맞다는 생각 안 해 봤어요? 한 잔 더 들어요."

한 손에 담배를 끼운 윤솔이 이번엔 직접 도훈에게 양주를 따랐다. 그러나 조그만 스트레이트 잔이 아닌, 언더락용 글라스였다.

"마셔요. 난 오늘 술 맛 없으니까. 오빠가 내것까지 마셔."

"감사합니다."

다행히 도훈은 술에 대해선 면역이나 마찬가지. 도훈은 상대가 술로 자신을 보내려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림없는 처사였다.

도훈이 글라스에 담긴 양주를 꿀꺽꿀꺽 마시고도 표정하나 변함없자 윤솔이 살짝 호기심이 생긴 듯 물었다.

"오빠는 딱 술상무나 해야겠네."

"술상무요?"

"왜 우리 가게에도 가끔 오거든. 외국 바이어들 데리고 접대하는 회사원들. 보면 다들 술 하나는 잘 마시더라고."

"하하. 제가 원래 말술이라서요."

"그래. 뭐 오빠는 그런 거라도 잘해야지. 매상이라도 안 올리면 쫓겨날 판 아니야?"

톡톡 쏘는 윤솔의 말투에 어느새 적응한 도훈이 능글맞게 받았다.

"술만 잘 마셔서 어디 선수 하나요? 다른 것도 잘 합니다."

"그래? 또 뭘 잘하는데."

"몸으로 하는 건 다."

도훈이 은근히 섹스 어필했다.

하지만 윤솔은 그런 건 관심도 없다는 듯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오빠 힘 좋아?"

"약하진 않죠."

"그 몸뚱이로 어디 가서 막노동이나 하면 잘하겠네."

"감사합니다."

도훈이 계속 능구렁이처럼 받아치자 윤솔도 슬슬 약이 올랐다. 눈치가 있으면 이쯤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리거나, 자존심이 있으면 화가 나서라도 적당히 물러서야 하는데 도훈은 꿋꿋이 버티면서 자신의 도발을 무력화하고 있었다.

‘꼴에 선수라 이거네.’

물론 윤솔은 거기서 그만 그칠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든 도훈을 창피하게 만들어 내쫓을 생각이었다.

‘다들 와꾸 양호해 보이는데 나만 이게 뭐야? 내 돈 주고 이런 애랑 놀아 줄 필욘 없지. 놀러와서 무슨 손님 받는 것도 아니고.’

"오빠, 나 우울한데 노래나 한 곡 해주라."

"노래요?"

"응. 신나는 노래로."

"그래도 다들 얘기하고 계신 것 같아서."

"노래하면 재밌게 들을 거야. 자자, 다들 주목."

윤솔이 갑자기 빈 병을 들더니 젓가락을 탕탕 두들겼다. 각개 플레이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윤솔을 주목했다.

"정우 오빠가 분위기 좀 띄운다고 노래 한 곡 뽑는데요. 박수!"

"오, 노래야?"

"노래 잘하나 보네."

"기대된다."

윤솔의 몰아가기로 갑자기 도훈이 무대로 불려나갔다. 천하의 도훈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와씨, 이걸 또 이렇게 몰아가네.’

[이제, 어쩔 생각입니까 주인님.]

사실 도훈에겐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

바로 ‘오늘은 내가 가수다.’ 목캔디였다.

어떤 노래든 한 곡이 끝날 동안 실제 가수처럼 모창을 하게 해주는 해당 아이템으로 이제껏 많은 여자들의 호감을 얻어왔다.

‘지금 아이템 봉인 상태지?’

[그렇습니다. 공략 대상을 향한 일체의 아이템은 불허입니다. 만약 이로 인해 윤솔양의 호감도가 변하게 된다면 그녀는 곧바로 공략 대상에서 제외입니다.]

‘이거 진퇴양난이네. 이 일을 어쩌면 좋지?’

도훈이 머뭇거리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처럼 동탁이 거들었다.

"오, 우리 막내 노래 하난 기가 막힌데."

언제 봤다고 자신을 추켜세우는 동탁을 도훈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저 새낀 갑자기 또 왜 저래? 여기 와서 한 번도 노래한 적 없는데.’

[그러게요. 도와주려는 의도일까요?]

‘아닌데. 이건 완전 맥이려는 거 아냐? 가만있자, 그러고 보니 윤솔을 파트너로 만든 것도 저놈이지?’

도훈은 윤솔이 자신을 처음보고 웨이터 아니냐고 묻는 걸 보고서도 굳이 파트너로 메이드를 시킨 동탁의 저의가 무척이나 슬슬 의심스러웠다.

그때 우연히 장미랑 마주치는 바람에 당황해서 생각을 못 했는데, 가만보니 이 모든 상황을 유도한 게 동탁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맞네. 생각해보면 텐프로 아가씨를 불러놓고 나랑 현성이를 지명으로 꽂은 것도 수상하잖아. 마담도 걱정한 것처럼 뻔히 힘든 자린 줄 알면서 초보인 나를 말이야.’

[듣고 보니 그렇군요.]

‘지금 동탁이 상태창 켜봐. 의도를 확인해야 겠어.’

[넵. 동탁군은 공략 대상과 상관없으니 정보창 이용이 가능합니다.]

곧 도훈의 스마트워치로 동탁의 정보창이 전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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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조동탁 (비총각, 13세 5개월)

나이 : 29

호감도 : 34/100

성취향 : 처녀, 뒷구멍 개통, 강간

변태성 : 높음

*성감 포인트 : 순진한 여자를 꼬드겨 강제로 범하는 걸 좋아합니다.

여성편력 : 난잡.

공략팁

*그는 당신을 무척 싫어합니다.

*그는 당신이 최마담의 기둥서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당신을 골탕먹이기 위해 일부러 까다로운 상대를 불렀습니다.

-호감도를 상승시키기 무척 어려운 상대입니다.

-추천행동 : 그에게 완전히 굴종하여 노예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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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의 정보창 화면을 읽은 도훈은 말문이 막혔다.

‘이게 뭐야? 호감도 34라고?’

[불구대천의 원수급인데, 이 정도면?]

‘아니 내가 자기한테 뭘 했다고?’

도훈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와는 척진 일도 없거니와, 서로 안면을 튼지 겨우 이틀 되었을 뿐이다. 게다가 평소 이야기 할 땐 전혀 싫은 내색을 안 했기 때문에, 자신을 이렇게 싫어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어쩌면 타고난 기질이 주인님을 배척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타고난 기질이라니?’

[소위 말하는 궁합이라는 것이죠.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라 처음부터 결이 안 맞는 사람도 충분히 존재합니다. 동탁군의 경우, 주인님과는 상극인 것이죠.]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저딴 식으로 행동해? 내가 지한테 무슨 피해를 줬다고.’

[아마도 최마담과의 관계에 대해서 오해를 하지 않았나 싶군요.]

‘뭐? 기둥서방?’

도훈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최마담을 일부러 꼬신 적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먼저 접근한 쪽은 최마담이었다. 그러나 동탁은 자신을 최마담의 기둥서방 정도로 오해하고 있었다.

[주인님의 발탁과정을 불공정하다고 느낀 모양입니다. 아마 그러한 오해가 겹쳐서 주인님을 골탕먹이려고 하는 것이고요.]

‘이런 씨발, 오해가 있으면 대놓고 물어보던가 사내 새끼가 치졸하게 진짜.’

도훈은 그의 여성편력과 취향마저도 역겹게 느껴졌다.

‘처녀충에 똥꼬충에 강간범이라니. 이 새끼 완전히 범죄자잖아? 어떻게 아직까지 안 잡혀 갔지?’

[아마도 잘생긴 얼굴을 이용해 무마하면서 살아온 게 아닐까요? 실제로 여자가 강제로 당했다고 해도 신고하긴 쉽지 않았을 테니까요.]

‘13살에 첫경험을 한 걸 봐선 학창시절부터 순진한 여자들 존나게 따먹고 다녔겠구만. 개새끼.’

상대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도훈 역시 동탁에 대한 증오가 피어올랐다. 특히 겉과 속이 다르게 음흉한 놈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분노는 배가 되었다.

‘쓰레기 같은 새끼. 하여간 창남 새끼 중에 제대로 정신 박힌 놈이 있을 리가.’

그러다 문득 현성을 보고는 생각을 바꾸었다.

‘아니지. 저놈이 유난히 쓰레기인 거겠지. 안 되겠다. 오늘 저 새끼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지.’

[미션은 어떡하고요? 이제 3명만 더 달성하면 끝인데요.]

로시의 말에 도훈이 살짝 주춤했다.

‘아 짜증나네. 여기서 포기하고 그렇고.'

< 782.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32-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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